소설리스트

에로마법소녀 리리아!-29화 (29/34)

〈 29화 〉 28. 남궁연화

* * *

“아야야....”

나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바닥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저기, 괜찮으십니까?”

나를 걱정하는 듯한 여자 목소리. 이상하게 그 목소리에는 묘한 힘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이 여자 분은 나랑 부딪혀서 괜찮으신 걸까?

나는 살며시 눈을 뜨며 목소리의 정체를 찾았다.

그 곳에는 갸름한 얼굴상의 포니테일 흑발 미녀가 있었다.

검은색 레깅스에 흰 운동화 그리고 나이카 저지를 입고 있었는데 아마 새벽 조깅 중이었던 듯 하다.

키도 커서 올려다보기도 힘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벙을 찌고 있자,

“많이 다치신 건지요?”

걱정하는 어투로 손을 내밀어 주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쭈뼛쭈뼛하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바닥에 차가움을 느끼며..

'차가움?'

그러자 나는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뒤로 넘어져서 그런지 치마가 올라가 있었고 안쪽 스타킹과 분홍색 팬티가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나는 허겁지겁 팬티를 치마로 가렸다.

“흠흠, 괜찮습니다. 같은 여자라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그녀는 나름 어른스러운 태도로 살며시 위로해주었다.

“자, 일어나시죠”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어준 그녀에게 미안해진 나는 부끄러워하며 손을 맞잡고 일어났다.

“가, 감사합니다..”

읏챠.

이후,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달려가려는 찰나,

“잠시만!”

“네?”

“여기 핸드폰 가져가셔야 합니다”

“아!”

그녀의 손에는 내 신형 사과폰이 살짝 금이 간 채로 있었다.

그것도 내가 여신연 단톡의 사진을 보던 채로 !

핸드폰에는 수영복 상태에서 살짝 보지털이 삐져나온 내가 있었다.

“흐아아..”

내가 허둥지둥 대고 있자 그녀가 말했다.

“흠흠!”

과연 이번에도 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는지 살짝 홍조를 띤 그녀가 말했다.

“누가 찍었는 지는 모르지만 조금 외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입니다”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만, 그다지 좋은 취미를 가진 친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절친이라 괜찮습니다”

“절친이라.. 그래도 당신은 참 착한 분이신건 맞는 듯 합니다”

“앗, 네?”

“후후, 보통의 사람은 그저 자신을 변명하거나 그런 친구를 멀리하기 마련이죠”

“아...”

“좋은 만남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군요. 전 세화고 3학년 남궁연화라고 합니다. 당신은?”

“저, 저는 1학년 진세연이에요! 말씀 낮춰주셔도 상관없어요 선배님..”

“훗, 그래. 부딪혀서 미안했다. 나도 앞을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요새 생각할 거리가 많았어서.. 미안했다”

“아, 아니에요 선배님”

“나중에 옷. 꼭 만나서 변상하지. 다친데 없는 건 확실하지?”

“네..넵! 옷은 변상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훗, 참 착한 후배네. 어딜 급하게 가던 모양인데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다”

“아, 아녜요 선배님. 저야말로.. 그럼 선배님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그래 세연아, 조심히 가렴. 앞 잘보고!”

“네..넵!”

자상한 미소를 짓는 남궁연화 선배님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다시 약속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참 어른스럽고 멋진 분이신 것 같아'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어른스러운 매력까지 있어서 같은 여자가 봐도 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리리앙 5시 20분이양~!”

“앗, 또 딴 생각을.. 빨리 가야지!”

여신연 단톡방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아팠지만 일단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려갔다.

****

“헥..헥...”

역시 세화고 언덕은 너무나도 가파르다. 급히 달려와서 그런지 더 종아리에 알이 배길 것만 같다.

더군다나 새벽 찬바람의 기운이 내 몸 곳곳을 자극한다.

입안에서는 단내가 날 것만 같고 침을 계속해서 삼킨다.

“늦어.”

그 때, 송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 미안 하나야”

“또 늦었어”

그런 그녀의 말에 미안해진 나머지 휴대폰 시간을 확인했다.

5시 28분.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미안 하나야.. 도중에 일이 있어가지고... 그래도 나름 제 때 오지 않았니?”

“약속 시간 10분 전. 기본.”

그러던 송하나는 내 모습을 슬쩍 흘겨보더니,

“그래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

“응응”

가파른 호흡을 삼키며 말했다.

“역시 새벽은 좀 추운 것 같아. 그래서 나도 패딩을 입긴 했어. 하나 너두 추웠나보네 헿 롱패딩 입고 헤헤”

나는 건조한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송하나에게 말을 건냈다.

“후후.. 새벽이 춥지. 그래도 세팅은 끝냈어. 내 옆으로 와”

“응응”

나는 송하나가 뭘 할지는 모르지만 내 말에 송하나의 기분이 풀린 걸 짐작하고 팔랑팔랑 송하나의 곁으로 향했다.

“자. 저길 봐”

“응?”

내가 송하나의 옆으로 오자 송하나는 자그마한 손짓으로 내 정면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지지대와 함께 설치된 카메라가 위치해 있었다.

“..응? 카메라네? 하나야 무슨... 꺗!”

송하나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롱패딩 지퍼를 풀은 송하나가 보였다.

그런데, 그 안쪽에는 교복이 아닌 학교 수영복이 있었다.

“어때. 놀랐어?”

“후와아,, 하, 하나야 왠 수영복이야? 그리고 저 카메라는 뭐고?”

후훗.

가볍게 웃은 송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노출을 할 거야.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말한 송하나의 볼은 빨갰다.

“아직도. 춥니?”

“으...아...”

어버버대는 나를 보던 송하나는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우선. 인사부터.”

“자..잠깐.. 내 의사는...”

슬쩍 다시 나를 본 송하나는 짧게 중얼거렸다.

“절친...”

“읏..”

순간 할 말이 없어진 나는 그저 멀뚱히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후후, 인사는 우리 오빠들한테. 우리 행동. 다 기록되는 중”

“오, 오빠들?”

“응. 내 짹짹이 오빠들. 댓글은 안 본 모양이네.”

“그럼 지금 우리 모습도 다 찍히는 거야? 얼굴도??”

“그런건 내가 편집. 걱정 마. 기분 좋을거야. 확신해”

너는 나와 동류니깐..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는 송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하는 것만. 처음엔. 따라해봐.”

그렇게 말한 송하나는 다시 카메라를 쳐다봤다.

“안녕하세여, 오빠들♥ 하나보지의 하나에여♥ 오늘은 우리 학교 앞 노출! 특히 내 절친이랑 함께♥”

나는 갈 곳 잃은 시선으로 하나를 슬쩍슬쩍 쳐다보았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너무 갭이 심해서..

“웅웅, 누구냐공? 헿, 하나가 학교 화장실에서 자위할때! 문 여니깐 팬티 보이면서 넘어진 애! 얘도 나랑 비슷한 변태니깐, 오빠들 좋게 봐줘♥♥”

“우선 우리 학교. 세화고! 정문 앞인건 오빠들이 보면 알테고, 일단 간단하게 자기소개할게♥”

요염하게 웃으며 송하나가 말했다.

“우선 나! 송하나. 세화고 1학년 9반 15번! 하나보지 트위터 주인이고 지금부터 학교 앞에서 노출할거야♥ 상상만해도 보지 젖어와♥♥”

그렇게 짧게 자기소개를 한 송하나는 슬그머니 눈치를 줬다.

아마 나보고 하라고 하는 거겠지..

사실 어제 어마어마한 자기소개를 해버려서 부담이 안 될법도 하지만 그 때는 에로마법소녀 상태여서....

“흠흠!”

시간이 지체되자 헛기침을 하는 송하나.

동시에,

“오빠들, 내 친구가 이런게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나봐. 헿 잠시만~”

그렇게 말한 송하나는 성큼 내게 와서 중얼거렸다.

“기분 좋아져. 괜찮아. 할 수 있어”

“으앗..”

드르륵.

그렇게 위로아닌 위로를 준 송하나는 살며시 내 패딩을 벗겼다.

옷을 벗으니 살짝 쌀쌀했다.

“웅웅, 보이지? 얘 진짜 나랑 같은 고등학교! 이거는 우리 학교 수영복, 얘가 입은 건 우리 학교 교복!”

열심히 카메라 앞에서 시간을 끄는 송하나.

그러곤 다시 한번 나에게 눈치를 줬다.

나는 내 이름표를 가린 손을 보다가 다시 카메라와 송하나를 번갈아서 봤다.

그러자, 송하나가 내게 미소를 지었다.

'나만 믿어'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어쩐지 그런 송하나의 태도에 자그마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쳐다봤다.

동시에 치마를 들춰 팬티를 드러냈다.

“저, 저는 세화고등학교 1학년 9반 19번 진세연입니다. 여기 하나의 절친이에요. 하나처럼 노출과 자위를 좋아하는 변태고요! 저번 영상에 나와 좋았어요. 오빠들이 저를 보면서 기뻐하셨음 좋겠어요!!!”

나는 파들파들 치마를 붙잡는 손가락을 애써 무시하며 카메라를 앞에 두고 외쳤다.

짝.짝.짝.

옆을 보니 송하나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역시 내 절친. 오빠들, 정말 맞죠? 얘 저번 영상 강제로 나온 게 아니라니깐요? 얘도 저처럼 오빠들 기쁘게 해주고 싶은 노출광 변태에요♥”

한껏 웃으며 카메라를 두고 말하는 송하나.

그런 송하나의 모습은 정말 처음 보았다.

“그럼 짧게 자기소개를 했으니, 오빠들을 위한 스트립쇼를 시작할게요♥”

활기차게 말을 하는 송하나.

새벽이라 날은 추웠지만 몸이 너무 달아올라 추위를 못 느끼겠다.

아마 송하나도 비슷하겠지. 수영복을 입고 왔었다니..

그리고 아예 롱패딩을 저 멀리 던져버린 송하나가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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