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26. 절친 송하나?
* * *
“여..여보세요..?”
“늦어.”
단답형의 단호한 목소리.
송하나의 목소리였다.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나지? 나 세연인데 너가 준 주소말이야..”
“응”
“그.. 너가 준 거니깐 본건데 그게..”
“응 그래서. 감상은?”
나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가..감상이라니..! 소..송하나!”
그리고 어째선지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감상을 물어봤어. 세연아.”
“...”
“벌써 12시. 빨리 말해”
“그.. 이런건 아직 이르지 않나 싶어...”
흥.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린다.
“거짓말은. 안돼.”
어째선지 송하나 특유의 무감정한 시선이 느껴진다.
분명 통화만 하는 것 뿐인데..
심장이 멈추지가 않아..
“감상을. 제대로 말해줘”
“...”
“우리. 친구.”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
딱딱 끊어지는 말투가 촘촘하게 내 마음을 옥죄어온다.
“맞지?”
“...응.. 우리 친구야”
훗. 가볍게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린다.
“짹짹이에서 봤겠지만.”
“응..”
“난 야한게 좋아.”
“응...”
“자위하는 게 좋고. 노출하는 게 좋아”
“...으응...”
“왜냐면.”
호흡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린다.
“야한 걸 할때만. 내가 내가 된 기분.”
“짹짹이도 그렇게 해서 시작한 거야.”
“그리고. 난 알았어.”
“...”
“너가 나와 동류라는 걸.”
“...!”
확실에 찬 송하나의 목소리.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 그런데 하나야. 혹시 수영장에서 있던 일때문에 그런거야..? 그건..”
갑자기 송하나가 말을 자른다.
“오해라고 하지마.”
“확실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송하나의 확신에 찬 목소리.
“너가 더 잘 알거야”
“.....”
나는 뭔가 부끄럽고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뭔가 추궁받는 느낌의....
“그, 그래서 하나야. 주소 주고 전화한건 단순히 영상에 대한 소감을 물어본 거야?”
후훗. 송하나가 살짝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건 친구에 대한 예의. 나를 공개한 거야.”
“...!”
“특히 넌 내 절친.”
송하나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다.
절친이 이렇게 쉽게 되는 건..가?
뭔가 자기만의 세계관에 빠진 애 같았다.
“고..고마워...”
“천만의 말씀.”
그러다 순간 잊고 있었던 게 떠오른다.
“그, 그건 그렇고! 하나야 이번 영상에는 나..나도 나온 거 같은데.. 애초에 너도 그렇고 너무 위험한 게 아닐까?”
“에흉.. 리리앙.. 분발해야겠엉”
중얼거리는 푸시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누구 있어?”
“아.. 아니 없어! 전혀 없어! 그냥 혼잣말한거야!”
나는 허둥지둥 대며 말을 했다.
동시에 살짝 푸시를 흘겨보았다.
“역시, 귀여워. 내 절친.”
“..”
“동영상에 찍힌거. 넌 별로?”
“그..그야....”
나는 순간 별로라고 말하려 했으나 아까전에 친구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나 자위하고 나오는 데. 너 스타킹에. 물 넘치는 거. 봤어.”
“..!”
“아마, 애액. 자위한거지?”
“...”
정답은 쉐도우의 정액이었으나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후훗. 맞았나 보네. 너도, 나랑 비슷해.”
야하다는 것에서 비슷하다는 거겠지? 뭔가 이런 주제로 계속 대화를 하다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
“영상보고. 흥분했지?”
“...”
“신상은. 나도 고민. 그래도 정보 노출이 클수록. 흥분은 커져.”
“그리고 아직은. 괜찮아.”
“...응.. 알겠어..”
“솔직히. 신상 밝혀져도. 상관없어.”
“...!!”
“흣. 상상하니 젖었어.”
달뜬 숨소리가 들려온다.
“너도?”
“나는..”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까부터 보지를 만져서 그런지 이미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나도... 맞아..”
흐흥. 짧게 콧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내 절친.”
“응...”
볼이 발가지면서 몸이 후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
“응?”
“오늘 새벽. 학교 정문 앞에서!”
“으응..? 오늘 새벽? 정문? 무슨 일이야?”
“후훗. 오면, 알아. 새벽 5시 반.”
요염하게 소리를 낮추며 웃는 송하나..
나는 작게 항의를 해보려 했다.
그러나,
“우리 절친, 맞지?”
단호하게 질문하는 송하나의 목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응.. 절친..”
“그럼 오늘 5시 반. 정문. 잘 자.”
“응..”
나도 모르게 수락을 해버렸다.
“어..어떡하지..?”
오늘 정문 앞에서 뭐가 일어날지.. 나는 두려웠다.
머리 속에 야한 생각밖에 없는, 송하나가 무엇을 할 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살짝.. 기대가 되었다.
“리리앙! 너무 기대된당! 내가 알람해줄 테니깡 얼른 장!”
푸시가 발랄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재촉하는 푸시의 목소리에 뭔가 몸이 노곤해진 느낌..
나는 그대로 보지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오늘.. 다섯시 반....”
보지 안에서 애액이 새어나와 침대보를 적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