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화 〉 2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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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안에 준비된 모든 방에는 샤워 시설과 침대가 기본으로 딸려있었다.
연인처럼 몸을 잔뜩 밀착시킨 채 요트 내부로 들어간 민준과 나타샤는 가까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거칠게 키스를 나눴다.
“흐음. 쯥, 츄읍. 하아, 흐응, 흡…!”
나타샤의 원래 계획은 처음부터 민준을 휘어잡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전력으로 혀를 굴렸는데도 민준이 자신의 템포를 따라오는 것을 보고, 나타샤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탸샤는 러시아의 비밀정보기관에서 어릴 때부터 요원이 되기 위한 영재 교육을 받았고, 그중에는 키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교육생들끼리 서로 키스를 해서 심박수를 더 적게 상승시킨 쪽은 온종일 물 한 컵도 마시지 못하고 쫄쫄 굶어야 했다. 토가 쏟아져 나오는 극한의 훈련을 받으며 하루를 굶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페널티였다.
교육생들은 눈에 불을 자극적인 키스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그 필사의 키스 교습 코스에서, 나탸샤는 처음 몇 번을 빼면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민준의 혀는 그런 나타샤와 필적할 정도로 현란했다.
츄릅츄릅츄릅츄릅츄릅.
이미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의 치열한 키스 공방이 이어졌다. 소리만 따서 야동으로 팔아도 될 정도로 음란한 키스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의 혀가 뱀처럼 끈적하고 유연하게 서로의 입 속을 넘나들었다. 잔뜩 들떠있지만 약간은 답답한 듯한 뜨거운 호흡이 입 주위를 간지럽혔다.
서로의 혀가 얽히고설키면서 타액이 끈적하게 흘러내렸지만, 결코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민준과 앨런의 혀가 사이좋게 떨어지는 침을 쓱 걷어 올려서 서로의 입 속으로 침을 다시 넣어주었다.
너무나 격정적이고 자극적인 키스에 나탸샤는 영혼까지 민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머리가 멍하고 몽롱해져 있었다.
“으응. 민준. 잠시만요. 우리 시작부터 너무 타오르면, 금방 끝나버리니까.”
끝내줬던 키스가 슬슬 마무리되어가자 민준이 나타샤의 매끈한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 안았다.
이대로 가면 민준에게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 버릴 것 같아서, 나탸샤는 민준의 손을 슬쩍 밀어냈다.
“글쎄요. 금방 끝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나탸샤. 저는 몇 번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우선은 씻고…그리고 샴페인도 한잔하고 싶은데…별로일까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다만, 제 능력을 의심하지 말란 소리였어요. 저는 얼마든지 나타샤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거든요.”
“후훗. 고마워요. 민준.”
민준에게 윙크하더니 쪽. 하고 민준의 입술에 뽀뽀를 박은 나타샤가 민준에게 허락을 구하고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나타샤는 찬물로 샤워를 하며 민준과의 키스로 잔뜩 달아올라 있던 몸과 정신을 가라앉히고, 나가기 직전에만 뜨거운 물로 몸을 데웠다.
샤워를 끝낸 나탸사가 가운을 느슨하게 걸치고 나오자, 민준이 바통을 터치하듯이 나타샤의 입술에 뽀뽀하고 이어서 씻으러 들어갔다.
민준이 샤워를 하는 동안, 나타샤는 샴페인 잔을 꺼내고 방안에 전시되어 있던 수많은 샴페인 중 하나를 따서 잔에다 적당히 채웠다.
그리고 나탸사는 비밀정보부에서 쓰는 특별한 수면제를 민준의 잔에 털어 넣었다.
요트를 타려면 몸수색을 거쳐야 했기에 나타샤가 질 안에 숨겨서 들여온 수면제는, 무색무취인데다가 부작용도 전혀 없고 복용 후 6시간만 지나면 약물 반응도 없어지는 특성이 있었다.
약효도 워낙 자연스럽게 작용해서, 수면제를 먹고 잠든 본인조차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잠든 것인지 아니면 졸려서 잠에 든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 민준, 나왔군요. 저는 먼저 한잔하고 있었는데, 민준은 어때요?”
“얼마든지요. 나타샤 같은 미녀와 좋은 술을 마시는 걸 거부할 남자가, 과연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그리고 민준에게만큼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대쉬한 남자도 없었고요.”
“하하,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리네요.”
띵.
민준은 기분 좋게 웃으며, 나탸사와 잔을 마주쳤다. 샴페인 잔 하나까지 흔히 볼 수 없는 명품이라, 민준과 나타샤의 잔이 마주치자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자만큼은 아니었지만, 술도 좋아했기에, 민준은 나타샤가 건네준 샴페인을 쭉쭉 들이켰다.
나타샤는 민준과 템포를 맞춰 샴페인을 들이키며, 수면제 탄 샴페인을 꿀떡꿀떡 마시고 있는 민준을 힐끔 바라보며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잘 자. 민준. 그래도 너무 억울해하진 말아줘. 당신이랑 한번 자고 싶었던 건 사실이니까.’
미인계를 쓴다고 해도 제대로 몸까지 섞는 건 드물었다. 키스나 펠라치오만 해줘도 남자들은 나타샤에게 홀려서 간이고 쓸개고 전부 내어줬다. 굳이 섹스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특급 요원이 된 지금보다, 성고문에 대비한 교육을 받을 때 훨씬 더 지독하게 당했었다.
여하튼 나타샤 역시 민준이 상대라면 오랜만에 제대로 몸을 섞을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민준이 자지가 너무나 큰 게 결격 사항이었다.
민준의 대물 자지에 보지를 꿰뚫렸다간, 언제나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몸 컨디션이 망가져 버릴 수도 있었다.
‘음. 뭐지…?’
한편, 샴페인을 들이킨 민준은 몸이 조금씩 쳐지는 기분이 들자 의아했다.
이 몸은 웬만해선 피곤을 느끼지 않았다. 정액환의 대량제조를 위해 홀스타인 젖소처럼 온종일 정액을 쭉쭉 뽑아낼 때도 이렇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마치 몸이 강화되기 전에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다가 침대에 누운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나른하면서도 퀭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기껏 해봐야 몇십 초 정도.
그 사이에 민준은 나타샤의 권유로 침대에 누워 가운을 벗고 있었다.
민준이 가운을 벗어 던지고 괴물 자지를 들어내자, 나타샤가 깜짝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곧 도발적인 표정으로 민준의 몸 위에 올라타 가운을 느릿느릿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민준은 나타샤의 스트립 쇼를 흥미롭게 관람하면서도, 속으로는 몸에서 느껴졌던 찝찝한 기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잠깐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치부하기엔 뭔가 꺼림칙했다.
‘흐음. 뭔지는 모르겠지만…일단은 장단을 맞춰볼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만약 음모가 펼쳐지고 있는 거라면 누가 일을 벌인 건지는 명확했다. 애초에 이 방 안에 있는 건 민준과 나타샤뿐이었다.
“민준. 설마 졸린 거예요? 내가 이렇게 벗고 있는데?”
“음…이상하게 피곤하군요.”
“몇 번이고 해주겠다고 했으면서…전부 거짓말이었나요?”
“미안합니다, 나타샤. 근데 갑자기…잠이…쏟아지네요…”
민준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거리며 서서히 잠드는 척 연기를 했다.
민준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뚝 떨군 채 기절하듯 잠에 든 척을 하자, 어서 일어나라는 듯 민준을 재촉하던 나타샤의 입이 꾹 닫혔다.
나타샤는 말없이 민준을 응시하다가, 민준이 잠에 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 감겨진 민준의 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공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 이렇게까지 한다고? 시발, 진짜 특수요원이야 뭐야.’
나타샤가 눈가에 손을 뻗어오는 걸 느낀 민준은, 나타샤가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민준은 나타샤가 대체 뭘 하고자 하는 건지 궁금해서 아주 미세하게 실눈을 뜬 채 나타샤에게 환술을 걸어버렸다.
민준의 환술에 걸려버린 나타샤는 민준이 깊게 잠들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확신이 들고 나서야 굳게 닫혀있던 나타샤의 입이 열렸다.
“실례 좀 할게. 민준. 우리 조국에서, 당신을 무척이나 궁금해하거든.”
툭.
나타샤는 민준의 머리카락을 톡 뽑아 챙긴 뒤, 민준의 지문을 채취하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민준의 온몸을 꼼꼼하게 촬영했다.
기본적인 생체 데이터 수집을 마친 나타샤는 민준의 핸드폰에서 유심칩을 분리해, 자신의 핸드폰에 이식하려고 했다.
나타샤의 핸드폰에는 이식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비밀정보국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다.
이렇게 민준의 데이터를 쫙 빼낸 뒤 모든 흔적을 없애고 홀연히 사라지면, 나타샤의 임무는 끝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나타샤가 유심칩을 빼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나탸샤의 정체는 아직 파악할 수 없었지만, 수상하기 그지없는 나타샤가 핸드폰에 있는 정보를 빼가는 순간,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여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스으윽.
민준은 감아놨던 눈을 조심스레 뜨고는, 나타샤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까 가운을 벗어 던졌던 나타샤는 알몸 상태로 침대 바로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민준은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여서 나타샤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낚아챈 뒤, 나타샤의 손목을 강하게 끌어 침대 위로 집어 던졌다.
그리곤 곧바로 나타샤의 손을 잡아채서 제압하려고 했지만, 민준의 생각만큼 나타샤는 만만하지 않았다. 아니, 민첩한 걸로만 따지면 지금까지 민준이 만난 모든 인간 중에서 나타샤가 최고였다.
“윽…!”
“뭐야, 자기. 자는 줄 알았는데?”
침대에 던져지는 반동을 이용해 순식간에 몸을 뒤집은 나타샤가, 자신의 몸을 덮쳐오는 민준의 몸을 뒤로 타고 넘어가 백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민준의 목을 양팔로 감싸 안은 채 전력으로 조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들어간 이상적인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단 몇 초 만에 민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실제로 10초 정도면 사람을 기절시킬 수 있는 살인 기술이었고, 나타샤의 경우 웬만한 사람들은 5초 안에 잠재울 수 있었다.
“곤란하네. 버티지 말고, 어서 잠들어 주면 좋겠는데.”
“크읏…!”
워낙 순식간에, 그리고 강력하게 들어온 나타샤의 반격에 당황한 민준은, 나타샤에게 목을 졸리며 진심으로 생명의 위기를 느꼈다.
엄청난 피지컬로 모든 위기를 수월하게 극복해와서 누군가와 살벌하게 치고받은 경험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민준의 허점에, 나타샤가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었다.
워낙 힘이 세서 민준은 항상 몸에 힘을 극도로 빼고 다녔고 이제는 힘이 쫙 풀린 그 상태가 체화되어 있었지만, 생존의 위기를 느낀 민준의 몸은 본능적으로 억눌러놓고 있던 힘을 쏟아냈다.
“읏…?!”
원래 완벽하게 들어가면 절대로 방어할 수 없는 게 초크라는 기술이었다. 일단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평범한 여성이나 청소년조차 건장한 성인 남성을 꼼짝도 못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민준이 마음먹고 발버둥 치자 어마어마한 힘에 나사탸의 자세가 점점 무너져갔다. 나타샤는 당황했지만, 주저하지 않고 민준의 목을 더 꽉 조이며, 민준의 허리를 붙들어 맨 체 제압하고 있던 발등으로 민준의 낭심을 전력으로 찍어버렸다.
단단한 장작을 쪼개기 위해 거침없이 내려쳐 진 도끼날처럼, 수직으로 세워진 나타샤의 발등이 민준의 불알을 으깨버릴 듯 가격하자, 엄청난 격통에 민준의 온몸에 힘이 쫙 풀려버렸다.
나타샤는 민준의 몸에 힘이 풀린 틈을 타서 침대맡에 던져놓은 가운을 재빨리 집어, 팔 대신 가운을 길게 잡아 민준의 목에다가 돌려 감고 거칠게 조르기 시작했다.
순간의 몸부림으로 민준의 힘이 상식 밖이라는 걸 깨달은 나탸샤의 노련한 대응이었고, 나타샤는 민준이 그럼에도 발버둥을 치려고 하자 발등으로 불알을 몇 번이고 으깨버렸다.
쾅!! 쾅, 쾅, 쾅, 쾅!!
“허억…! 끄으읏…!”
“그만 버티고 어서 기절해, 자기. 안 그러면, 죽여버리는 수도 있어.”
“이읏, 끄으읏…! 이…이익…개 같은…!”
숨이 막혀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민준은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이를 꽉 깨물고, 오오라를 날카롭게 뽑아내서 목을 조르고 있는 가운을 잘라냈다.
처음에는 나타샤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고 오오라를 쓰지 않았다면, 나타샤가 목을 조르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극도로 당황해서 오오라를 써야겠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끼다가 똥 될뻔한 상황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민준은 기절하기 직전에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오오라를 떠올릴 수 있었다.
찌이익.
“웃, 무슨…?!”
“허억, 허억.”
갑자기 가운이 찢어지자 나타샤가 잠시 당황했고, 그 사이에 민준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체내에 산소를 공급했다.
“…정말 끈질기네. 슬슬 귀찮아지려고 해. 당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타샤는 이해하기도 전에 상황에 맞는 대처를 취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특급 요원이었다.
나타샤가 재빠르게 다시 한번 민준의 목을 감쌌지만, 이제는 민준도 나타샤가 설치는 꼴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읏…!! 뭐, 뭐야…!!”
민준은 오오라를 기둥처럼 만들어 내뿜어 등 뒤에 거머리처럼 붙어있는 나타샤를 떼어냈다.
마치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민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아무리 지독하게 훈련받은 나타샤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민준은 그 틈에 나타샤의 가슴팍을 강하게 차버렸다.
“끄읏!! 케헥!”
쾅!!
찰나의 순간에도 팔을 교차시켜서 가슴팍을 보호한 나타샤였지만, 워낙 강한 발차기였기에 방어는 의미가 없었다.
민준의 발차기를 맞고 벽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간 나타샤가, 벽에 쿵. 하고 부딪히며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나타샤는 죽기 직전의 부랑자처럼 처량하게 벽에 기대 쓰러져 있었고, 뼈가 산산이 조각나서 기형적으로 꺾인 나타샤의 팔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너덜거렸다.
“읏, 끄으읏…!”
평범한 사람이라면 충격과 공포에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나타샤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전에 침대에서 일어난 민준이 살벌한 얼굴로 나타샤에게 다가와, 쓰러져있는 나타샤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
“아, 아읏…! 끄읏, 하읏…! 끗,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