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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244화 (244/270)

〈 244화 〉 244화

* * *

결국, 소피아는 저녁이 될 때까지 민준에게서 이길 수 없었다.

몇 번이고 도전했지만, 짐승 같은 교성을 지르며 비틀거리다가 결국 화려하게 씹물을 터트리며 무너져버렸다.

애널에 이어 보지, 심지어는 민준이 젖가슴을 꼬집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피아는 정말로 음란한 암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민준의 손만 닿으면 온몸이 미친 듯이 달아올랐다. 그렇게 하루종일 민준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니, 소피아는 아직도 한껏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

“흐윽, 흐우으…………”

“제발 그만 좀 해!! 엄마 진짜 왜 그래?!”

“루, 루시?”

“그 사람한테 만져지는 게 그렇게 좋아? 아빠랑 내 앞에서 5분도 못 참고 추태를 부려야만 했냐구!! 엄마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데?! 엄마 때문에……엄마만 잘 버텼으면 밥도 먹을 수 있었을 텐데……어떻게……어떻게 그렇게 매번……흐윽, 흑­.”

“……미안하구나, 루시. 엄마가 미안해…………”

소피아를 힐난하던 루시가 고개를 푹 숙이고 엉엉 울어댔다. 소피아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아내고 반대쪽 벽면에 쪼그려 앉아서 울고 있는 루시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소피아가 루시를 안아주려 하자, 루시가 격하게 어깨를 털며 소피아의 팔을 뿌리쳤다.

“루, 루시?”

“흐윽, 이거 놔. 더러우니까……”

“그, 그게 무슨 말이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더러워­. 말도 섞기 싫으니까 나한테 말 걸지 마.”

“……이익!”

짜악­.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소피아가 루시의 뺨을 후려쳤다.

하지만 소피아는 루시의 뺨을 때리고선 곧장 후회했다.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소피아를 보고 있는 루시의 눈동자에는 점점 독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제는 딸한테 폭력까지 써…… 정말……정말 대단하다.”

“미, 미안……미안하다. 루시. 엄마가 미안해.”

“됐어. 꼴도 보기 싫으니까 저리로 가. 당신 같은 더러운 여자랑 붙어있기 싫어.”

“흐윽, 루시…………엄마가, 엄마가 미안해……”

소피아가 사과를 건넸지만, 루시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뒤돌아 누워버렸다.

소피아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와 루시는 비좁은 방 안에서도 서로 최대한 떨어져서 잠을 청했다.

어제와 같은 위치이긴 했지만, 모녀의 사이는 더욱더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

“큭­. 모녀끼리 한밤중에 싸우기라도 했나 보지? 둘 다 얼굴이 말이 아니군.”

“…………”

“…………”

아침이 되자 민준이 루시와 소피아가 머무는 방으로 찾아왔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비아냥거린 민준은 또다시 모녀를 마르코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고, 그곳에는 어제처럼 근사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같은 상황이었지만, 음식을 보면서 느끼는 욕구는 몇 배로 더 심했다.

특히, 민준에게 끝도 없이 괴롭힘당하며 몸에 에너지를 쥐어 짜냈던 소피아는 음식을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식탁을 향해 뛰쳐나갈 뻔했다.

“워워­. 진정해, 소피아. 오늘도 게임을 하자고. 내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이걸 그냥 공짜로 줄 수는 없잖아.”

“……게임은 무슨……어차피 나를 괴롭히는 게 목적이면서……”

“너무 자의식 과잉 아니야? 애초에 내가 원하는 건 루시 쪽이었어. 너 같은 아줌마가 아니라. 제발 따먹어달라고 애원한 건 당신이었잖아.”

“……”

“뭐, 좋아. 소피아는 멍청한 걸레니까 그런 사소한 일 같은 건 까먹는 게 당연하지.”

“그런 식으로……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아직까지 민준에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소피아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단순히 몸에 힘이 없는 것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꺾이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민준은 흡족하다는 듯이 웃으며 루시와 소피아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둘 중 한 명은 꼭 식사를 하게 해주지. 나는 조용히 구경만 할 생각이고 루시와 소피아, 너희 둘이서 게임을 하는 거야.”

“무, 무슨 게임인데요……”

“상당히 적극적이군. 마음에 들어, 루시. 룰은 간단해. 서로 논의해서 누가 식사를 할 건지 정해. 그 사람은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남은 한 사람은 오늘 하루종일 내 육변기가 되는 거야. 살려달라고 빌어도 절대 봐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굴려줄 테니까, 아주 신중하게 정해봐. 누가 식사를 하고, 누가 육변기가 될지. 시간은 딱 10분 주지. 단 10분 안에 결론을 못 내면 둘 다 육변기가 되는 거야. 더해서 마르코의 팔도 한쪽 잘라주지.”

“말, 말도 안 돼……!”

민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피아가 비명을 질렀다.

첫날 같았으면 망설임 없이 루시 대신 육변기가 되겠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식사를 계속 못 해서 기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였다.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오늘이 지옥 같을 텐데, 이 상태에서 또 민준에게 시달린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끔찍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루시를 민준의 육변기로 만들 수는 없었다. 소피아는 완전히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엄마…… 뭘 그렇게 고민해?”

“…………”

“……딸이 육변기가 되는 꼴을 그렇게 보고 싶어? 정말 엄마 맞아?”

“아, 아니야. 루시…………그런 게 아니라…………엄마도……엄마도 이제 너무 힘들어서…………”

“그게 그 말이잖아!”

“……그러는 너는? 너는 엄마 생각 단 한 번이라도 한 적 있어? 여기 갇혀서 네가 엄마를 배려해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

극한까지 내몰린 루시와 소피아는 서로에게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쏟아냈다.

“배려? 애초에 어제 엄마가 제대로 5분만 버텼으면 우리가 이런 상황에 몰리지도 않았을 거야. 전부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

“말처럼 그렇게 쉬웠으면 당연히 버텼을 거야. 하지만……하지만……”

“그래, 엄마한테는 엄청 어려웠겠지. 왜냐하면, 엄마는 음란한 변태니까.”

“루시…… 너 정말……”

“됐어. 엄마가 잘못한 일이니까 전부 엄마가 책임져. 엄마가 육변기가 되라고. 엄마한테 무척이나 잘 어울리네.”

“이익...! 당장 그 말 취소해!”

“내가 왜? 엄마를 배려해서 말한 건데. 엄마는 육변기가 딱 맞아. 엄마도 저 사람의 육변기가 될 수 있어서 사실은 기쁠 거 아니야. 안 그래?”

짜악­.

다시 한번 소피아가 루시의 뺨을 후렸다. 하지만 어제처럼 곧바로 후회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소피아도 이제는 한계였다. 완전히 지쳐버렸다. 미칠 것 같았다.

이 좁디좁은 방도, 못난 꼴로 묶여있는 마르코도, 민준 앞에만 서면 발정 나버리는 몸도 전부 원망스러웠다. 루시도 마찬가지였다.

루시를 위해서 얼마나 참고 또 참았는지, 루시는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음란하다고 비난하기 바빴다.

소피아는 멍하니 뺨을 어루만지는 루시를 도끼 눈을 뜬 채 바라봤다.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조금이지만 통쾌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반대쪽 뺨도 때려버렸다.

짜악­!!

“꺄앗­!!”

제대로 뺨을 맞은 루시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소피아는 쓰러져 있는 루시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민준에게 다가갔다.

이대로 루시를 육변기로 써달라고 말할 참이었다. 하지만 막상 민준의 앞에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뭐야. 할 말 있는 게 아니었나?”

“그, 그게……그러니까…………까악­!!!”

콰득­.

독기 가득한 눈으로 바닥을 질질 기어 온 루시가 소피아의 종아리를 깨물었다.

소피아는 눈물이 찔끔 맺히는 따끔한 고통에 주저앉아 버렸고, 루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주저앉아있는 소피아를 밀쳐서 쓰러트려 버렸다. 그리곤 민준에게 말했다.

“엄마예요! 육변기는 엄마가 맡은 테니까……”

“루시, 엄마를 팔아도 괜찮겠어? 오늘은 정말 자비 없이 따먹을 생각인데 말이지……몸이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고?”

“그, 그건……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읏, 꺄앗­!”

루시가 모기만 한 목소리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루시에게 습격당해 열이 확 솟아오른 소피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소피아는 움켜쥔 루시의 머리채와 함께 루시의 몸을 강하게 밀쳐서 아예 날려버리고는, 민준을 보고 말했다.

“육변기는 루시가 맡을 거예요! 당신이 아무렇게나 망가트려도 괜찮아요! 루시 같은 아이는……루시 같은 아이는 더 이상 제 딸이 아니에요!!”

“좋아. 소피아, 당신은 식탁에 앉아서 식사하도록 해. 물론, 마르코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것도 괜찮아. 나는 오늘 더는 이 방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 오랜만에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도 괜찮겠지. 비록, 루시는 나와 함께해야겠지만 말이야.”

“네, 좋아요. 저런 딸 같은 건 저도 더 이상 필요 없어요. 어서 루시를 데려가 주세요.”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 입이 알아서 움직였다. 소피아는 완전히 흥분해서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다.

루시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조차, 소피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 아악­!! 아읏, 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민준이 구석에 쪼그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루시의 머리채를 잡은 챈 뒤, 그대로 루시를 질질 끌고 갔다.

쾅­. 하고 문이 닫혔고, 곧 방에는 소피아와 마르코만이 남게 됐다.

그때야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달은 소피아의 얼굴은 완전히 잿빛이 되어버렸지만, 이미 루시는 민준에게 끌려간 뒤였다.

****

“흐윽, 흐극­. 하아, 하으읍, 흡­. 흐윽……”

“괜찮아, 괜찮아. 루시­. 너무 상처받지 마.”

“아, 아아­. 민준…………흐윽, 민준…………”

마르코가 감금된 바로 옆방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화사한 분위기에 온갖 가구가 전부 들어가 있는 방은 넓고 화려하고 럭셔리했다.

툭툭­.

민준은 아주 거대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품 안에서 울고 있는 루시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럴수록 루시는 민준의 품을 더욱 파고들어만 갔다.

이제 루시에게 남은 건, 정말로 민준밖에 없었다.

“아, 아으으, 민준, 민준……민준……흐윽, 흡……”

“내가 말했잖아. 루시. 소피아도 결국 마르코와 똑같은 같은 사람이라고. 삼 일도 안 돼서 자기 친딸을 팔아먹었어. 그건 정상적인 엄마가 아니야. 내 말이 틀려?”

“아니, 아니. 민준의 말이 맞아……흐윽, 민준의 말이 전부 다 맞아……”

“가여운 루시……그래도 걱정하지 마, 루시. 내가 있잖아.”

“응, 응! 민준이……민준이 있으니까……흐윽, 저, 저런 사람들은 필요 없어…………다 필요 없어…………나는 민준만……민준만 있으면 돼……”

“응, 알고 있어. 루시. 자, 물 조금 마시고 진정하자.”

“흐윽­, 흡, 고, 고마워……”

루시는 물을 마시고 울음을 그친 뒤, 민준과 함께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욕조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그동안 소피아와 함께하며 쌓였던 노고가, 민준과 함께 있으니 단숨에 싹 쓸려나갔다.

지이이잉­.

“루시, 이제부터 소리를 지르면 옆방에 들릴 거야.”

가운만 걸친 채 침대에 누운 민준이 리모컨을 누르자, 옆방과 맞붙어있는 벽면에 설치되어 있던 방음벽이 마치 커튼처럼 좌우로 갈리더니 안으로 쏙 들어갔고, 페인트칠만 된 시멘트벽이 드러났다.

“전혀 아프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죽을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살려달라고 빌어. 그래야 옆방에 있는 쓰레기들이 조금의 죄책감이라도 느낄 테니까.”

“응, 응. 알겠어. 노, 노력해볼게. 민준.”

“그래, 그러면……시작하자. 루시.”

“잘, 잘 부탁해. 민준……”

루시가 쑥스러워하며 교태롭게 답했다. 민준은 피식 웃고는 루시의 몸에 걸쳐져 있던 가운을 풀어버렸다.

****

“…………”

일단은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소피아는 감히 음식에 손을 댈 수도 없었다.

멍하니, 그저 멍하니 있었다. 소피아는 점점 더 자기혐오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한들, 루시를 육변기로 만들어버리다니.

툭, 툭툭­.

소피아의 눈에서 예고도 없이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앞에 있는 빵을 적셔가고 있었지만, 소피아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소피아는 팔뚝으로 얼굴을 쓱쓱 닦아내고, 눈물에 절여져 축축하고 짠 기운이 도는 빵을 우악스럽게 입에 집어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딱 그걸로 식사를 마친 소피아는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마르코에게 향했다.

마르코에 입에는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지만, 중앙에 동그란 관이 뚫려있어서 음식을 먹여줄 수는 있었다.

소피아는 그릇에 담아온 부드러운 미트볼을 입에 넣고 씹다가, 그대로 숟가락 위에 미트볼을 뱉어냈다.

그리고 마르코의 입으로 넣어줬는데, 그제까지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던 마르코가 소피아가 떠먹여 준 미트볼을 곧바로 뱉어냈다.

“여, 여보?”

“…………”

소피아가 부르자 마르코가 조용히 눈을 떴다.

이내 마르코와 시선을 마주친 소피아는 이를 꽉 깨물었다. 말을 하고 있진 않았지만, 마르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게 부부였다.

“……제가 뭘 어떻게 더 해야 했는데요? 당신마저 제가 전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언젠가 루시를 겁간했을 거예요! 제가 미쳐버리도록 충분히 괴롭힌 다음에 말이에요…… 어차피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소피아가 말을 하다 말고 뚝 멈췄다.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방에 있는 듯 꽤나 선명하게, 그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악…… 아읏, 끄앗­! 아파, 아파, 아파앗­! 그만, 제발, 그만…… 읏, 끄읏……!

­살, 살려주세요…… 흐윽, 살려주세요…… 제발요…… 아파, 아파…… 찢어져…… 찢어져 버려……!

­아, 아으­. 끄읏, 흐갸앗……! 자궁……자궁 그마안……! 끄악, 죽어엇……! 죽어버려……!!!

쨍그랑­.

“아, 아아­……아, 안 돼……안 돼, 안 돼……안돼에에에­!!!”

루시의 목소리를 듣고 충격받은 소피아가 자리에 주저앉아서 소리를 질렀다.

소피아의 손에 들려있던 그릇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릇에서 쏟아진 음식들이 바닥을 너저분하게 만들었다.

마르코는 무심한 눈으로 소피아를 쳐다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루시와 소피아가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싸울 때부터 이미 평정심이 깨져버린 마르코의 눈가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허탈감으로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민준에게 잡혀 온 뒤로 마르코는, 매일매일 새로운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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