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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232화 (232/270)

〈 232화 〉 232화

* * *

“후­…………”

하고 난 뒤에 큰 죄책감을 불러오는 행위들이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여자가 아프다고 징징 짜더라도 멈추지 않고 격하게 따먹기 같은 거.

나중에 죄책감에 시달릴 거라는 걸 분명 알고 있는데, 막상 할 때는 정말 짐승이 되어버려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죄책감은, 지금 느끼는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왜 방을 옮기자고 했는지…………이제 알겠네.”

민준은 방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다가, 짜게 식은 눈으로 침대 위에 기절해 있는 현주를 바라봤다.

단순히 체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광신도의 정신력으로 버틴 건지는 몰라도 현주는 격한 섹스를 무척이나 잘 버텨냈다.

심지어 세 번째부터는 일부러 현주를 기절시키기 위해 정말 인정사정 보지 않고 자궁을 거의 찌그러트리는 수준으로 푹푹 찔러댔는데도, 현주는 오히려 좋아했다.

결국, 현주는 다섯 번까지 버텼고, 네 번째부터는 방을 바꿔서 하자고 졸라댔다.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못 들어 줄 것도 아니니까 흔쾌히 현주를 자지에 꽂은 그대로 안아 들고, 현주가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섹스를 즐겼다.

방을 옮긴 순간부터 현주가 갑자기 대디가 아니라 또다시 아빠라고 불러대서 조금 곤란했지만, 이미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짐승 모드에 들어간 상태라 그리 거슬리지도 않았다.

아니, 하도 듣다 보니 적응이 된 건지 아빠라고 하면서 필사적으로 안겨 오는 현주의 행동이 상당히 꼴릿하게 느껴졌다.

아마 이 방이, 실제 현주 아버지의 방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런 짓은 도저히 못했을 테지만.

“후…………나보다 더한 변태는 확실히 감당하기 힘드네…………”

방 안에는 수많은 책장에 다양한 언어로 써진 고서들이 쌓여있었고, 벽 한쪽을 가득 채운 거대한 수납장 안에는 수많은 기념품, 골동품들이 들어 있었다.

딱 봐도 현주의 방은 아니었다. 현주의 부모님은 둘 다 외교관이라고 했으니 어머니의 방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칙칙했다.

결정적으로, 혹시나 해서 열어본 옷장 안에는 남자 속옷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러니까 현주는 진짜 자기 아빠 방에서, 스무 살짜리 연하남을 아빠라고 부르며, 자궁이 찌그러질 만큼 미칠 듯이 격렬한 섹스를 즐겼다는 것.

“…………”

민준은 갑자기 속이 쓰려왔지만 이내 고개를 살살 털어내며 마음을 다스렸다. 어차피 벌어진 일을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니까.

“흠…………한번 스캔이나 하고 갈까?”

민준은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챙겨 입으며, 다시 현주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요즘에는 워낙 바빠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지만, 새로운 사업들도 점점 틀이 잡혀가고 있으니 다시 퀘스트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게다가 성물 하나만 더 모으면 이번 퀘스트도 클리어할 수 있었다.

“와, 근데 진짜 별 게 다 있네…………”

민준은 심안을 켜고 빠르게 방안을 스캔했다. 아쉽게도 성물로 추정되는 건 없었지만 워낙 다양한 물품들이 있어서, 조금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물건 구경에 푹 빠져 있었다.

“…………어?”

그렇게 수납장에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발을 돌리려고 하는데, 수납장과 수납장 사이에 걸려있던 거대한 액자의 틈에서 빛무리가 보였다. 희미하긴 했지만, 성물에서 나오는 빛무리가 확실했다.

민준은 깜짝 놀라서 다시 액자를 쳐다봤다. 그러나 액자에서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고, 그 틈에서만 아주 흐릿하게 빛무리가 아른거릴 뿐이었다.

“……설마?”

민준은 뒤를 돌아서 현주가 잘 자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액자를 살살 들어서 내려놨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가까이 걸어가서 벽면을 자세히 살피니, 액자가 걸려있던 공간의 가장자리 쪽에서 찬란한 빛무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이 벽 뒤에 어떤 비밀 공간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민준은 잔뜩 흥분해서 벽면을 꾹꾹 눌러보고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봤지만,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민준은 손가락에 오오라를 불어넣고 벽면을 아예 잘라내기 시작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지만, 몸이 상상을 초월하게 대단하면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스윽­. 스윽­.

무협지에 나오는 검기처럼, 오오라를 날카롭게 불어넣은 손가락이 벽면을 두부처럼 가볍게 잘라냈다. 혹여라도 사람한테 썼다가는 팔다리 정도는 1 초안에 회 쳐버릴 수 있는 절삭력이었지만,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그거야, 뭐 실수로 잘라내도 정액 발라서 살살 문질러주면 금방 다시 붙지 않을까……’

스으으윽­. 툭­.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작업이 금방 끝나 있었다. 민준은 우선 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집어넣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벽면을 자르고, 젠가를 할 때처럼 손가락으로 툭 쳐서 깔끔하게 잘린 단면을 살짝 비틀은 뒤, 삐져나온 곳을 잡고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얼굴을 넣어서 내부를 살피는데,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상당히 넓은지 빛무리가 생각보다 더 먼 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상태를 확인한 민준은 다시 손가락에 검기를 불어넣어서 아예 벽면의 반을 잘라버렸다. 그래야 직접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집에 웃풍이야 좀 들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현주는 부자였으니 그리 신경 쓸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전과 같이 손가락으로 벽면을 깔끔하게 잘라 공간을 만들어낸 민준은 안으로 들어가서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딱­.

“와…………무슨 비밀의 방 느낌인데?”

웬만한 원룸보다 더 넓어 보이는 방 안에는 여러 개의 수납대가 있었다. 민준은 성물을 획득하기 전에 플래시를 비춰가며 수납대 위에 있는 문서들을 확인했다.

극비 외교 문서쯤 되는지 어려운 단어들과 여러 장의 사진들이 같이 놓여 있었는데 별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다. 긴 글을 읽는 것도 상당히 귀찮았고.

결국, 민준은 문서들을 대충 넘기고, 곧장 성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납대의 가장 안쪽, 아무렇게나 던져진 듯이 보이는 고서.

그 고서에서 엄청난 빛무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

* [성물 : 잊혀진 부족의 오래된 성서]

설명 : 이제는 잊혀진 부족이 보유하고 있던 오래된 성서입니다. 그들의 신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진 않았으나 권세를 잃었고, 그 피해는 교인들은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성서이지만, 이 성서에 깃들은 기운만은 아직도 쓸만해 보입니다.

고유 효과 : ­

(!성물 지정 취소)

(!Ctrl C + V)

­준비물 : ­

­소모 복종도 : ­

——

“……뭐야,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쓰레기 같은 성물은 처음이었다.

다른 S급 성물은 눈이 돌아가는 효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다 읽는데도 한참이 걸리는데, 이 쓰레기 성서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위이잉­.

허탈감이 슬슬 분노로 바뀔 때쯤, 때마침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팝업 알람을 터치했다. 비록 마지막 성물은 쓰레기였지만, 이번 퀘스트는 꽤 힘들었으니 퀘스트 완료 보상은 빵빵하길 기도하면서.

——

­[교단 번영 퀘스트 ­ 4] 완료!

­‘교주’직업과 매우 적합한 성물을 발견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성물의 강화가 진행됩니다.

­S급 성물 ‘잊혀진 부족의 오래된 성서’가 SS급 성물로 ‘교주의 서’로 강화됩니다!

­[교단 번영 퀘스트 ­ 5] 해금.

­치료센터를 건립하고, 명성을 쌓으세요

­올해 안으로 충분한 명성을 쌓지 못하면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퀘스트 성공 시, [시나리오­흡수 합병]으로 이어집니다.

——

꽤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건 없었다.

민준은 혹시나 놓친 내용이 있을까 봐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정독하고,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열심히 해서 얻어낸 퀘스트 완료 보상이 과연 어떨지 확인해볼 차례였다.

“후, SS급이라……”

꿀꺽­.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그래서 민준은 최대한 기대감을 낮춰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가슴이 두근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필이면 쓰레기 성서가 강화되어 SS급이 된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SS였다. S가 두 개나 붙어있는데 여전히 쓰레기일 리가 없었다.

일단 그렇게 믿고는 있는데, 수전증이라도 생긴 것처럼 화면을 조작하는 손가락이 덜덜 떨려왔다.

——

* [성물 : 교주의 서]

설명 : 한 때 태양처럼 강력했던 신의 권세가 깃들어 있는 성서가, 떠오르는 괴물 교주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모든 걸 먹어치우는 이 교주는 신의 권세마저 가리지 않습니다. 강력한 지배력에 비해 부족했던 영적 능력과 집단 통솔력이, 이 성서를 통해 극복됩니다. 돈과 여자의 신, 초승달과 별의 신이 이 성물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죠!

고유 효과 : [교리],[카모플라쥬]

교리 ­ 교주의 서를 통해 교인들을 다스립니다. 교인들은 교주의 서에 쓰여진 대로 행동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교주의 서는 오로지 교주만이 작성, 수정할 수 있으며, 적성이 높은 교인일수록 교주의 서의 능력이 빠르고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단, 교주의 서가 교주의 직접적인 말이나 명령보다 우선하지는 않습니다.

카모플라쥬 ­ 신의 권세를 삼키며, 그 권세가 어디서부터 오는지 깨달았습니다. 교주의 서 소유자는 다양한 신들의 권세를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권능은 어떨 때는 작렬하는 태양처럼, 어떨 때 시린 빛의 초승달처럼, 어떨 때는 연꽃의 은은한 향처럼 나타날 것입니다. 이 능력은 종교인들에게 특히 효과적입니다.

(!성물 지정 취소)

(!Ctrl C + V)

­준비물 : ­

­소모 복종도 : ­

TIP ­ SS 등급 이상의 성물은 어떤 능력으로든 복제할 수 없습니다!

TIP ­ 알고 계셨나요? 당신은 지구에서 다섯 번째로 SS급 성물을 획득한 인간입니다!

——

“…………역시, 역시, 역시! 이거디, 이거디­! 우효오오옷­!!”

요즘은 바빠서 너튜브를 볼 새도 없건만, 너무 기뻐서 그런지 학창시절에나 쓰던 잼민이 감탄사가 술술 터져 나왔다.

민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팔짝팔짝 뛰다가 혹시 CCTV 같은 게 있는지 방안을 꼼꼼히 살펴본 뒤, 교주의 서를 품에 챙겨서 숨겨진 방에서 나왔다.

어떻게 뒤처리를 할까 고민하던 민준은 이내 빼놨던 단면들을 다시 벽에다가 끼워놓고는, 액자를 원래대로 걸어놨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았고, 벽면이 원체 두꺼워서 누가 온 힘을 다해 미는 게 아닌 이상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아이고, 이 예쁜 것.”

쪽­.

민준은 노다지를 손에 안겨준 현주에게 뽀뽀를 해준 뒤, 현주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차를 타고 한남동 집으로 가면서 민준은 유나와 송아에게 전화를 걸어, 수많은 업무 중에서 치료센터 건립을 1순위로 두라고 명령했다.

웬만하면 왜냐고 물을 법도 한데, 똑똑하면서도 그만큼 충성스러운 두 여자는 군말도 하지 않고 알겠다고 답했고, 민준은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물론, 운전하는 동안에도 민준의 머릿속에는 이 SS급 성물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빠아아아앙————!!!

“미, 미친!!”

그런데 갑자기, 제대로 신호를 받고 직진하던 민준의 차에 덤프트럭이 덮쳐왔다.

상황을 인지하고 목숨의 위협을 느낀 민준의 뇌 속에서는 순식간에 아드레날린이 터져 나왔고,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민준은 핸들을 꺾으려다가 어차피 들이박힐 것 같아서 아예 핸들을 놔버리고 온몸에 오오라를 둘렀다.

그리고 트럭의 위치를 확인하려던 그 순간, 트럭이 맹렬한 기세로 민준의 차를 들이박아 버렸다.

꽈아아아아앙­!!

마지막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인지 트럭이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민준의 차를 시원하게 밀어버렸고, 민준의 차는 완전히 찌그러져서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대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이곳은 통행량이 별로 없는 한적한 국도였다. 원래라면 민준이 와볼 일이 없는 곳이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경기도 변두리에 있는 현주의 자택에 들리기 위해서는 이 도로를 지나야만 했다.

터억­.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덤프트럭에서 내린 남자가, 푸쉬. 하는 소리를 내며 불길한 연기를 잔뜩 내뿜어대는 민준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아니, 남자의 눈에 보이는 민준의 차는 더 이상 차라고 부를 수조차 없어 보이는 고철 덩어리일 뿐이었다.

“…………”

보통의 운전자라면 패닉에 빠져서 몹시 당황한 모습을 보였겠지만, 남자의 걸음걸이는 차분하기만 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주 조용히, 마치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걸어간 남자가, 조심스레 운전석 창문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연기 때문에 잘 안 보여서 생사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작업.

평소라면 조금이라도 경계를 했겠지만, 워낙 제대로 차를 꾸겨버려서 남자는 긴장을 풀고 느슨하게 차 안을 살폈다.

그리고 그게 남자가 정신을 유지한 채 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컥­!”

스륵­.

미리 창문으로 몸을 내뺀 채 대기하고 있던 민준이 오오라로 뒷목을 내려치자,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단말마와 함께 속절없이 쓰러졌다.

민준은 아무 감정 없는 무심한 눈으로 쓰러진 남자를 보다가, 먼지가 묻어 약간은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어냈다.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아주 제대로야. 이 씨발 새끼들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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