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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225화 (225/270)

〈 225화 〉 225화

* * *

현주의 인생은 언제나 승승장구였다.

외교관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접했다. 외교관의 자식이라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똘똘했던 그녀는 성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이미 4개 국어를 통달한 상태였다.

공부도 잘해서 당연히 서울대학교에 진학했고, 2학년 때 친구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응시한 지상파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다.

연예인 이상의 외모와 화려한 스펙을 지닌 그녀는 첫 방송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고, 그녀가 한참 화제 몰이를 할 때 마침 윗기수 선배들이 줄줄이 병크를 펼쳐대서 그녀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렇게 입사 2년 차에, 그녀는 이미 프라임 타임 뉴스의 여성 앵커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집안 배경과 시기적인 행운까지 겹친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능력 없이는 절대로 이륙할 수 없는 전설적인 업적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우리 사회가 꽤 정의롭다고 믿었다.

사회가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능력이 되는 자에게는 응당한 기회가 돌아오는, 최소한의 정의 정도는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쪼로로록­.

“어렸을 때 진짜 팬이었는데, 현주 씨랑 이렇게 술자리를 다하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

민준이 현주를 데리고 온 곳은, 석대가 높으신 분들을 접대하기 위해서 운영했던 아주 프라이버시하고 비밀스러운 주점이었다.

보안이 매우 철저한 것과 사용된 소품들이 죄다 명품이라는 것 빼고는, 강남에 널려있는 고급 룸살롱과 구조는 거의 비슷했다.

방안에 커다란 대리석 테이블과 테이블을 둘러싼 ㄷ자 소파가 있었으며, 테이블 위에는 양주와 안주들이 주르륵 세팅된 구조.

현주는 한가득 채워지는 양주 글라스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정확히 이런 방, 이런 분위기였었지.

­유 앵커. 여기 인사드려.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지? 오늘 잘 모셔야 할 거야. 평소에 유 앵커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시더라. 하하하하.

여자 아나운서들에게는 한 번쯤 검은 손길이 뻗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주는 집안도 꽤 빵빵했고 워낙 인지도가 높아서, 접대 같은 건 자신과는 조금 동떨어진 세계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무려 방송국 사장이 직접 접대하는 자리였다. 현주는 후폭풍이 엄청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미 이 일을 사랑하고 있었으니, 방송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현주는 그 자리를 뛰쳐나가면서, 어떤 장애물이 와도 실력으로 뛰어넘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야, 너 그렇게 가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어?! 사회생활 그렇게 네 좆대로 해도 되는 거야? 씨발, 아주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모든 게 다 좆으로 보이지?! 이 씨발 년. 넌 아웃이야! 아웃!!

그래서 다음 날 사장에게서 한 소리를 들을 때도 조금은 가소롭다고 생각했다. 어떤 한직으로 내몰려도 이 실력과 외모가 있는 한 다시 정상에 오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방송국은 현주 없이도 잘만 돌아갔다. 조금의 잡음이 있었지만 새로운 여자 아나운서가 현주의 자리를 메꿨고, 방송 출연조차 거의 하지 못하는 현주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갔다. 아무리 예쁘고 능력 있어도, 카메라 밖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게 현주의 인생에서 처음 맛봤던 실패의 기억이었고, 그날 이후로 그녀는 더는 사회를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회를 탓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더러운 놈들이 잘나가는 개 같은 사회라면, 차라리 내가 가장 더러운 놈이 되어서 모두를 짓밟고 올라가 가장 높은 자리에 서겠다고­.

현주는 쓰라린 패배를 곱씹으며 했던 다짐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 옛날 기억나시나 보네요? 현주 씨가 룸살롱에서 접대 강요당한 거로 내부고발하고, 이슈 몰이에 성공해서 정치인의 길로 접어 들으셨잖아요.”

“…맞습니다.”

“그때부터 쭉 승승장구해서 국회 최연소 타이틀까지 싹 수집하시고……참 대단한 여자예요. 현주 씨는. 능력도 좋은데, 이렇게 외모까지 끝내주잖아.”

“……감사합니다.”

스윽­.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현주의 허벅지에 은근슬쩍 민준의 손이 닿았다.

현주는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 민준이 일부러 저급하게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다 알고 있는데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분할 뿐이었다.

그때부터 쭉, 첫 패배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어떻게든 발버둥 치면서 위로 오르고 또 올랐는데, 아직도 부족했다.

분하지 않다면 거짓말. 불필요한 감정 소모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주먹이 쥐어졌다.

“아니죠. 현주 씨. 그게 아니잖아요. 현주 씨는 저의 귀여운 강아지라고요. 주인님이 만져주는데 그렇게 딱딱하게 반응하면 안 되죠. 애교를 부려보세요. 그래야 제가 간식이라도 하나 던져주죠.”

“……”

“하아­. 솔직히 현주 씨랑 당 대표 그 새끼랑 다른 것도 별로 없잖아요. 더러운 짓은 다 하고 다녔으면서, 뭘 그렇게 뻗대는데요? 언제나 남한테서 뺏기만 할 줄 알았어요?”

“원하는 게 뭔지……말씀해주세요.”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 하시네요. 아니, 다 하고 계시면서도 쓸데없는 자존심을 못 놓는 건가……안 되겠다. 현주 씨, 일단 이거 쭉 들이켜요.”

민준이 한가득 채워진 양주잔을 현주에게 내밀었다. 독한 양주 냄새가 훅하고 현주의 코를 찔렀고, 순간 현주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술을 그렇게까지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아마도 평균보다는 조금 아래. 그래서 이 정도 양주를 한꺼번에 들이켜면 아무리 정신을 쥐어짜도 완전히 취해버릴 게 분명했다.

턱­.

하지만 현주는 아무 말 없이 민준이 건네는 잔을 받아들었다. 사정한다고 들어줄 만한 위인이었으면, 이런 무식한 잔을 건네지도 않았다. 게다가 민준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워낙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앉아있었더니,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 자존심을 굽히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다. 지금은 확실히 민준에게 숙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자꾸만 열불이 치솟아서, 속이 답답했다.

그럴 바에야, 취기를 빌려서라도 자존심을 내려놓는 게 훨씬 더 현명했다.

“……읍­.”

현주는 잔을 입으로 가져가서 아예 식도를 열고 독하디독한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양주를 글라스째로 원샷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3분의 1을 비워내기도 전에 현주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식도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예고도 없이 들어온 독한 알콜에 속이 단번에 뒤집혔다.

하지만 현주는 구역질하듯이 꺽꺽대고 눈시울을 강하게 붉히면서도 꾸역꾸역 잔을 비워냈다. 처음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잔을 비웠고, 민준은 악바리 근성을 보여주는 현주를 보면서 흡족하게 웃었다.

현주의 이름을 석대의 장부에서 봤을 때, 민준은 무척이나 깜짝 놀랐었다.

정치인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바른 이미지를 가진 현주가, 더러운 돈을 타 먹으며 석대의 청탁을 들어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실을 알고 나니까 어떻게 그렇게 이미지 관리를 잘할 수 있는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고, 현주의 능력에 대해서 인정하게 되었다.

어차피 가장 깨끗하다는 평을 듣는 현주가 이 정도면 국회의원은 전부 썩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정말로 청렴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이야 이미 메인 스트림에 단단히 자리 잡은 채 서로를 밀고 당겨주는 부패한 정치인들을 이길 수 없었다. 장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민준은 어차피 다 더러운 놈들이라면, 그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현주를 대통령으로 밀어줄 생각이었다.

나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나라가 쭉쭉 발전하는 것도 보고 싶었고, 더 솔직히 말하면 나의 성노예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진짜 미친놈 같은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서 더 놓칠 수가 없었다. 어차피 평범하게 살기는 글렀으니, 할 거면 일을 크게 벌이는 쪽이 훨씬 흥미로웠다.

“읍­. 우읍, 끅­……읏, 흐아, 흐우우우­……”

탁­.

현주가 깔끔하게 비워낸 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취기가 오르고 있는지 현주의 볼은 심하게 붉었지만, 눈물이 맺혀있는 매력적인 눈에는 강력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훌륭하네요. 현주 씨.”

“하아, 하아아­……대통령으로 만들어준다는 말……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그런데 현주 씨는 저한테 뭘 주실 수 있는데요? 제가 뭘 바래서 현주 씨한테 왔을지,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민준 님의 개가 되겠습니다. 짖으라면 짖고, 몸을 바치라면 바치겠습니다.”

“큭­. 잘하네. 역시 똘똘해. 우리 현주.”

쓰윽­. 쓰윽­.

민준이 현주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강아지를 칭찬해주는 것 같은 굴욕적인 손길이었지만, 현주는 이제 더 이상 분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당 대표도 마음대로 부리는 민준의 능력을 빌릴 수만 있다면 대통령이 되는 것도 정말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당장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와 붙어있는 대선에 나가도 승산이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확실히 이길 수 있었다.

민준이 가지고 있는 석대의 접대 내역만 적절히 활용해도 대선판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더해서 민준의 능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나 더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지, 아직은 추측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모든 걸 바친다. 모든 걸 바쳐서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한 다음, 때를 봐서 물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아무리 지금 당장 민준이 거대해 보여도, 대통령이 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아, 그런데요. 현주 씨.”

“네. 민준 님.”

“저는 배신당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거든요. 기껏 현주 씨를 밀어줬는데, 현주 씨가 은혜도 모르고 저를 물어버리면 곤란할 거 아니에요. 그쵸?”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현주는 마치 속이 뻔히 들킨 것 같았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민준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민준은 현주와 시선을 마주 보면서 피식 웃고는, 다시 현주의 허벅다리 쪽으로 손을 내렸다.

취해서 그런지 정신이 너무 몽롱해서, 현주는 허벅지를 간질이는 야릇한 손길에 순간 움찔해버렸다. 아직은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이것도 슬슬 한계라는 걸 현주는 깨닫고 있었다.

“…하으­.”

“아뇨. 아뇨. 말로는 누가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현주 씨, 입 벌려봐요.”

“……입을 왜……”

“어서요. 복종한다면서 벌써 제 명령에 토 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죄송합니다.”

뭔가 뒷골이 싸했다. 갑자기 왜 입을 벌리라고 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민준에게 반항할 때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현주는 순순히 입을 벌렸고, 민준은 주머니 속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렸다.

민준이 케이스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유리구슬만 한 크기의 하얀 환들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민준은 그중의 하나를 집어서 현주의 입속으로 가져갔다.

“…읏­! 무, 무슨­!”

“삼켜요. 어서.”

“웁, 우브, 으읍­!”

불안하게 민준을 지켜보던 현주가 순간 입을 오므리고 고개를 돌렸지만, 민준이 강제로 현주의 턱을 잡고 입을 벌린 채 하얀색 환을 현주의 목구멍 깊숙이 넣고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쑤셔가며 강제로 삼키도록 만들었다.

줄줄 새어 나온 현주의 침이 민준의 손을 타고 뚝뚝 떨어졌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걸 먹었다는 공포에 현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새어 나왔다.

“케헥, 켁­! 하읍, 흐아, 하읍, 케헥­!”

환이 현주의 목구멍 속으로 완전히 넘어가자 민준이 목구멍 깊이 넣어놨던 손가락을 꺼냈다. 공포에 질린 현주가 격하게 기침을 해댔지만 그래도 이미 삼켜버린 환이 다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걱정 마요. 몸에 엄청 좋은 거니까. 대신 일주일 정도 안 먹으면 정신이 좀 오락가락할 수도 있는데, 뭐 꾸준히 복용만 하면 아무 문제 없어요.”

“흐브, 크흡­. 이, 이……미친 새끼이­. 세상에 그런 약이 있을 리가……”

“한 번만 들이켜도 뇌를 망가트리는 마약도 있는데, 이런 약이 어때서요. 그리고 현주 씨. 당신이 황석대의 뒤를 봐줘서 삶이 망가져 버린 여자들이 한 트럭이 넘어. 자살한 애들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어간다고. 당신도 그 애들이 겪었던 고통을 좀 느껴봐야지. 안 그래?”

“읏, 하아, 미, 미친 노옴­……하으, 하아­……당, 당장 무슨 약을 먹인 건지 말해­!!”

“말한다고 알 리도 없고, 안다고 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어. 세상에서 나만 만들 수 있는 약이거든. 뭐, 믿기 힘들면 한 번 열심히 발버둥 쳐 봐. 그러다가 정 못 참겠으면, 나한테 오고……여기, 명함은 한 장 두고 가지.”

민준이 지갑을 꺼내서 MJ인베스트먼트 대표 명함을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으, 가, 가지 마아­!! 읏, 꺄약…!”

우당탕­!

현주는 일어나려는 민준을 잡으려고 급하게 손을 뻗다가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알콜이 몸속에 가득 퍼진 상태라 현주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다음에 다시 볼 때는, 자존심은 좀 버리고 왔으면 좋겠네. 당신 같은 악당이 자존심까지 챙기면서 살면 너무 불공평하잖아. 어차피 그때쯤 되면 자존심을 챙길 정신조차 없겠지만. 큭­.”

“아, 아으, 가, 가지마­! 가지마앗­! 죽여버릴 거야!! 내가 너 반드시 죽여­! 죽일 거라고­!! 읏, 꺄악…!”

현주가 떠나가는 민준을 붙잡기 위해 테이블을 붙잡고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쳐대다가 또다시 넘어졌다.

민준은 그런 현주를 내버려 둔 채 미련 없이 방에서 나가버렸고, 주차장으로 가서 곧장 차에 몸을 실었다.

“……진짜 몸에 좋은 건데, 아마 무서워서 못 느끼겠지?”

민준은 차를 출발시키면서 현주에게 먹였던 특제 정액환에 대해서 생각했다.

민준의 정액을 응고시켜서 환의 형태로 만든 것인데, 별다른 노력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성능만큼은 확실했다.

암이고 희귀병이고 특제 정액환 앞에서는 모든 게 무의미했다. 다만, 약간의 중독성과 의존성이 있을 뿐.

현주가 이 좋은 걸 무슨 끔찍한 마약처럼 취급하는 게 좀 불편했지만, 어쨌든 그만큼 연기가 잘 먹혔다는 소리였다.

현주의 몸에 돌고 있는 독한 양주를 열심히 해독시키면서 몸에 스며진 정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갈증을 유발할 테고, 결국 현주는 참지 못하고 제 발로 찾아오게 되겠지.

“그러게 좀 착하게 살지. 그랬으면 스윗하게 섹스만 하고 넘어가 줬을 텐데……뭐, 이런 것도 나쁘진 않기는 하지만.”

민준은 곧 자신을 찾아올 현주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야망과 자존심으로 점철된 그 아름답고도 독한 얼굴에, 온몸을 야릇하게 간질이는 음란한 열꽃이 잔뜩 피어오르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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