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화 〉 220화
* * *
민준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무릎 위에 올라타 있는 연경을 바라봤다.
문장을 살펴보면 연경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의 반 이상이 욕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듣기에 거북하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날티는 좀 났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나 다 젖어버린다고……나쁜 놈, 카사노바, 호빠 선수.”
“어디가 젖는데요?”
“…몰라, 시바알…흐아, 개새끼이……”
“잠깐! 잠, 잠깐만! 씨발, 여기서 포르노 찍어? 둘이서만 놀 거면 호텔로 가던가, 왜 여기로 데려온 건데!!”
“맞지, 맞지. 주연경, 너 진짜 이러기 있음? 자꾸 이렇게 나오면 저 오빠한테 네 흑역사 다 까발린다?”
우뚝.
끈적하게 얽혀드는 서로의 시선에 빨려 들어가듯이, 민준의 입술로 다시 한번 돌진하던 연경의 몸이 우뚝 멈췄다.
포르노로 찍냐고 비난하는 친구의 말에는 어떤 반응도 없었는데, ‘흑역사’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연경의 낯빛이 상당히 어두워졌다.
“……아오, 진짜 저 썅련들. 저런 년들도 친구라고……”
“큭. 왜, 흑역사가 그렇게 많아요?”
“……몰라. 생각하기도 싫어. 물어보지 마.”
연경이 기가 확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승기가 넘어온 걸 확인한 연경의 친구들은 신이 나서 입을 놀려댔다.
“주연경은 당장 오빠의 무릎 위에서 내려올 것! 그리고 야동 그만 찍고 건전하게 술 게임이나 돌릴 것!”
“맞지, 맞지. 야발, 여기가 무슨 AV 스튜디오야? 술 마시러 왔으면 술을 마셔야지~”
“하……개그튼련들 진짜……남 잘되는 꼴을 못 봐.”
말은 그렇게 해도 의리가 꽤나 돈독한지 연경은 결국 친구들의 말에 이끌려 민준의 무릎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술잔을 들고 민준의 곁으로 몰려들었고, 민준은 그저 상황을 재밌게 지켜봤다.
“오빠! 양주 괜찮죠?”
“네, 뭐……”
쪼르륵.
하고 금방 영롱한 소리를 내면서 민준의 술잔이 금방 채워졌고, 정신을 차리니 서로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그리고 잔이 비우자마자 또다시 잔이 채워졌고, 민준은 정신없이 밀려드는 질문 공세에 하나씩 답할 때마다 술잔을 비워내야 했다.
이름은 뭔지, 직업은 뭔지,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지.
뭐 그런 평범한 호구 조사들이 이어졌고, 조사가 슬슬 마무리되나 싶더니 곧바로 술 게임이 시작됐다.
“감히 우리 민준 옵빠한테 키스 갈긴 대역죄인 접어.”
“하, 씨발.”
“민준 옵빠 손목 잡고 방으로 데려와 준 내 사랑스러운 친구, 주연경 접어.”
“……야뱔, 좆같다……살려줘, 나 머리 아파……”
“응, 방금 머리 아프다고 징징댄 년 접어~”
“씨발!!”
쭈우욱.
모든 손가락이 접힌 연경이 자신의 잔을 쭉쭉 비워냈다.
술 게임의 타겟은 거의 연경 아니면 민준이었는데, 어찌나 템포가 빠른지 한판에 30초도 안 걸리는 술 게임 몇 번 하다 보면 양주 한 병이 뚝딱 비워졌다.
어느새 테이블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던 양주병들이 바닥을 뒹굴었고, 새로 시킨 양주들이 방안에 들어온 시점부터는 다들 술기운도 쭉쭉 올라왔겠다, 보다 수위 있는 술 게임이 시작됐다.
“왕 빼고, 전원 상의 탈의.”
“아니, 이 무친련아……”
“싫으면 마셔야지 뭐. 대신 지금부터는 맥주잔인 거 알지?”
“하……저 또라이년 진짜……”
연경이 구시렁대면서 민준의 눈치를 한 번 쓱 보고는, 어깨끈과 함께 브래지어 끈까지 훌러덩 풀어버렸다.
웅장하면서도 탄력 있는 가슴이 또잉. 하면서 공격적으로 튀어나왔고, 왕 역할에 걸린 친구는 황당하다는 듯한 눈으로 연경을 째려봤다.
‘아니, 저, 저…’
상의 탈의라고 브래지어까지 벗어 던지라는 말은 아니었다. 연경도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가슴을 까버리다니.
이건 정말 몸으로라도 승부하겠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았고, 연경 스스로도 저 젖소만 한 젖탱이의 파괴력을 알고 있기에 선택할 수 있는 영악하고 교활한 승부수였다.
꾸욱.
여자들이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고 연경을 따라 상의를 벗고 브래지어를 벗어 던졌다.
가려놨을 때도 그랬지만, 모두가 평등한 상태가 되자 연경과 친구들 간의 슴부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연경의 어깨는 자신감으로 인해 한껏 올라기고, 친구들의 어깨는 축 내려가서 더욱 그 차이가 심하게 느껴졌다.
스윽.
하지만 슴부격차로 인한 박탈감과 우월감도 잠시였다. 민준이 말없이 정장 재킷을 벗어 던지자 여자들은 득달같이 민준에게로 시야를 돌려서, 생의 최고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재킷이 벗겨지고, 넥타이가 스르륵 풀리더니 단추가 하나씩 툭툭 풀려나갔다. 침이 절로 꼴깍 삼켜졌고, 마침내 민준의 나신이 드러났을 때는, 보짓물이 울컥 쏟아져나왔다.
“……”
“……”
이렇다 어떻다 하는 감탄사조차 터트릴 수가 없었다. 조각상 같은 민준의 몸매에 숨이 막혀왔다.
흔한 헬창들처럼 보기만 해도 땀 냄새 나는 몸은 아니었다. 분명 운동이라고는 전혀 안 한 것처럼 몸이 뽀얗고 매끄러웠는데, 복부에는 식스팩이 떡 하니 존재했다.
쇄골은 깊고 장대했고, 가슴팍은 지금 이 안에 있는 여자들이 모두 안겨서 정모를 해도 될 만큼 넉넉했다.
무엇보다 남자 젖꼭지가 저렇게 예뻐도 될까 싶을 정도로, 민준의 젖꼭지는 아름다웠다.
“……다, 다들 벗었으니까 다시 돌리자.”
“으, 응. 돌려야지. 술, 술 식겠다아……”
모두가 상의를 벗어 던진 채 다시 한번 왕게임이 돌아갔고, 이번에 왕이 된 건 연경이었다.
연경은 민준 몰래 친구들과 빠르게 눈빛을 주고받았고, 그 사이에 민준이 몇 번인지와 친구들이 하기를 원하는 벌칙에 대한 정보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같이 게임을 하는 민준을 기만하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왕에 걸렸을 때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걸 시켜줘야, 다음에 연경도 자연스럽게 원하는 걸 쟁취할 수 있었다. 이건 친구들끼리의 약속이었다.
“2번하고 4번이……1번 젖꼭지, 1분간 빨아주기.”
“와, 미췬……나 2번인데…?”
“나, 나는 4번……1번이 누구야…?”
“전데요?”
민준이 1번이라고 하자 어색하게 깜짝 놀라던 두 친구가, 헛기침을 뱉으면서도 재빠르게 엉덩이를 움직여서 민준의 양옆에 딱 달라붙었다.
연경은 핸드폰을 흔들며 정확히 1분을 재겠다고 말했고, 그 말을 신호로 민준의 양옆에 있던 친구들이 고개를 요사스럽게 움직여서 기다렸다는 듯이 민준의 젖꼭지를 앙. 하고 물어버렸다.
츄르르릅, 추르를르릅.
“…큿.”
양 꼭지를 서로 다른 여자들에게 빨린다는 건,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었다.
민준은 참으려고 해봤지만 절로 터져 나오는 답답한 신음을 막을 수가 없었고, 그런 민준의 모습을 보며 정수리를 쪼개버릴 것 같은 미친듯한 희열을 느낀 친구들은 더 과감하게 민준의 젖꼭지를 쪽쪽 빨아갔다.
“하아, 하응……”
스톱워치는 이미 1분이 한참 지나있었지만, 연경은 아름답게 찌그러진 민준의 섹시한 미간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다 됐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친구들한테 애무 당하면서 느끼고 있는 민준을 보고 있자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색적인 감정이 가슴 속에 폭풍처럼 몰아쳤다.
기분이 매우 더러우면서도 몹시 흥분돼서, 연경은 슬쩍 한 손을 테이블 밑으로 내려서 자신의 보지를 점검해봤다. 물론, 상태는 대홍수였다.
“으음. 아직도 1분 안 됐어요?”
“아, 아 맞다! 아, 미친 그만 빨아 더러운 년들아! 이것들이 벌칙을 하라니까 포상을 받고 있네 아주!”
연경의 말에 친구들이 정신없이 빨아대던 민준의 유두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혹여라도 침 냄새가 남아 있지 않게 물티슈로 민준의 유두를 살살 닦아줬는데, 양옆에서 느껴지는 이글이글한 시선을 보자니 민준도 꽤나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죄, 죄송해요. 오빠아……벌칙 때문에 오빠 젖꼭지 괴롭혀버려서……”
“저, 저도요……하아, 깨끗하게 닦아드릴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마세요오……”
“화 안 났어요. 벌칙인데요. 뭘.”
다시 말하지만, 연경과 연경의 친구들은 절대 못생긴 게 아니었다. 대충 분류해도 클럽 안에서 가장 예쁜 여신급이었다.
민준의 눈이 워낙 높아져서 흥미를 못 느낄 뿐이었는데, 이렇게 육체적인 자극까지 동반되니까 욕정이 생기는 것도 금방이었다.
여자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지금껏 평온했던 민준의 눈가에 어떤 희미한 열기가 피어올랐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고, 방 안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올랐다.
“음………2번이 3번 목에……키스 마크 5개 남기기.”
“누, 누가 3번이야? 오빠, 빨리 말해. 몇 번이야?”
“저 2번이요.”
“후우, 존, 존나 다행이다. 진짜. 저년들한테 목 존나 빨릴 뻔했네……”
연경의 연기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지만, 이쯤 되자 민준도 이 왕게임에 장난질이 개입되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빙다리핫바지도 아니고, 계속해서 벌칙에 걸리는데 못 깨닫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민준은 여자들의 장난질을 굳이 막을 생각이 없었다. 아니, 이런 꼴릿한 장난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내, 내가 오빠 위에 올라탈 테니까…후, 후딱 만들어 버려. 오빠. 맥주잔에다가 양주 풀잔은 진짜 오버자너.”
그렇게 말하면서 연경이 능구렁이처럼 민준의 몸에 올라탔고, 민준은 곧바로 연경의 목에다가 고개를 깊숙이 박아버리고는, 야들야들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연경의 목덜미를 진공청소기처럼 쪽쪽 빨아들였다.
“하악! 하읏, 끄읏! 잠, 잠시…! 아응, 꺄흥, 잠, 잠시마안……! 너, 너무…! 흐앙, 하읏!”
“쯔으으읍, 쯥. 쓰읍, 쯔으으으읍, 쯔읍, 츕.”
연경의 허리가 휘고, 고개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연경은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민준의 머리통을 다급히 감싸 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민준이 쪽쪽 목덜미를 빨아줄 때마다 너무너무 찌릿찌릿해서 전기 충격기에 지져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앞이 하얗게 번지고, 입에서는 차마 간수하지 못한 타액이 줄줄 새어 나왔다.
“하아, 하읏……”
“하응, 하아아……”
그리고 그런 연경을 보면서, 친구들은 마치 자신들이 민준에게 목을 빨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보고만 있을 뿐인데, 자꾸만 몸이 움찔거렸다.
뱀파이어에게 목덜미를 내준 것만 같은 연경의 모습에 자신들을 투영시킨 친구들은, 잔뜩 흥분해서 넋을 놓고 보다못해 손을 점점 자신들의 소중한 부위 쪽으로 가져갔다.
“으아, 하읏! 하응……”
“하아, 하악!”
엄청난 습기였다. 실제로 섹스를 할 때도 이렇게까지 축축해진 적이 없는데, 보지가 고장 난 수도꼭지 같았다. 꿀물이 멈추지 않고 울컥울컥 터져 나왔고, 그럴 때마다 보지가 근질거려서 미칠 것만 같았다.
“쯔읍, 쯔으읍. 후아, 다섯 개 전부 다 만들었는데……다들 뭐 하세요? 이제 왕게임 끝?”
“아, 아, 아, 그냥! 그냥 허벅지가 좀 가려워서!”
“어, 어림도 없죠. 오빠! 원래 전부 꽐라되기 전까지는 게임 절대 안 멈춰요.”
민준이 의문을 표하자 테이블로 내려가 있던 못된 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물티슈에 번들번들해진 손을 닦아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민준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굳이 티를 내서 좋은 분위기를 깨버리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다.
쇄골에 부어진 양주 마시기, 팔굽혀펴기하면서 뽀뽀하기, 팬티 안에 손 넣어서 털 뽑기 등등.
왕게임은 점점 더 수위를 높혀갔고, 그럴수록 룸 안은 더욱 화끈해졌다. 공기가 너무 뜨거워서 숨을 들이쉬기만 해도 발정 나버릴 것 같았다.
“음……하아, 다들 너무 술을 안 먹으니까 존나 쎈 거 한번 가야겠다.”
왕을 뽑은 여자가 경고하듯이 말하고는 연경을 슬쩍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준을 방으로 끌고 와준 공로가 있으니 연경에게 먼저 킬 패스를 찔러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고, 연경은 친구의 의도를 단번에 이해하고 하마터면 감격의 비명을 내지를 뻔했다.
‘고맙다…야발…이게 친구지…이게 친구야…’
‘됐어, 이년아. 언니가 딱 캐리할 테니까, 버스 손잡이나 잘 잡고 계셔.’
눈으로 연경과 대화를 한 뒤, 왕을 뽑은 여자가 짐짓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자아. 1번이 3번 성기 애무해주기. 대신 5분 안에 가버리게 못 하면, 다시 1번이 3번 성기 애무하는 거로.”
“아, 아니 씨발! 그냥 야동을 찍어 미친련아!”
“닥치셈. 꼬우면 술 마시면 되자나.”
“하아……내, 내가 1번이라고 씨발……3, 3번 누구야.”
“이런. 이번에도 저네요. 연경 씨.”
“그, 그나마 다행이네……민, 민준 오빠, 우리 그냥 반반씩 마시고 벌칙 하지 말까…?”
연경이 민준의 눈치를 살살 살피면서 물었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한들 이렇게 큰 먹이를 덥석 물어버리면 너무 쉽게 보일까 봐 의도적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었는데, 여기서 민준이 그러자고 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러나 민준은 지금까지 벌칙을 한 번도 빼지 않았고 연경도 그걸 다 계산하고 던진 말이었는데, 하필 이쯤에서 연경의 예상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뇨. 차라리 제가 다 마실게요. 연경 씨는 더 마시면 위험할 것 같으니까……”
“아…? 아, 아닌데…? 나 아직 괜찮은데…? 안, 안 취했다고…!”
연경은 당황해서 술잔은 집어 드는 민준의 손목을 다급하게 붙잡으려 했지만, 민준은 그때 이미 양주로 가득 채워진 맥주잔을 벌컥벌컥 비워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