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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219화 (219/270)

〈 219화 〉 219화

* * *

루리를 침대 위에 잘 눕혀두고, 호텔에서 나오며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자정에 가까웠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민준의 일정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간 민준은 람보를 타고 곧장 강남으로 달렸다.

람보의 뒤에는 창문이 거의 블랙홀 같아 보일 정도로 짙게 선팅된 벤추 SUV 두 대가 나란히 따라오고 있었는데, 안에는 제레미를 비롯한 메이어 가의 용병들이 타고 있었다.

민준과 용병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강남의 클럽 ‘헥사’였다. 헥사는 강남의 클럽 하면 곧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특히, 대한민국 모든 클럽 중에서 물관리를 가장 철저하게 해서, 여러 소개팅 어플에서는 한 때 ‘헥사에서 입뺀 안 당함’이라는 프로필 문구가 유행하기도 했었다. 헥사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외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민준이 여자가 고파서 클럽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클럽에서 물관리를 철저하게 한들, 한 땀씩 열심히 모아온 민준의 보석함에 들어가 있는 여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클럽까지 가명으로 운영 중이라……진짜 음지쪽으로는 손을 안 대는 게 없네. 이 새끼는……’

오늘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클럽 헥사의 진짜 소유주가 바로 황석대였다.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헥사 VVIP 룸 안에서는 마약을 곁들인 성 접대까지 이뤄지는 것 같다는 문구 역시 보고서에 쓰여 있었다.

그래서 민준은 헥사에 염탐을 하러 가는 중이었다. 굳이 염탐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석대의 약점이 될만한 무언가 큰 건수가 있으면, 용병들을 동원해서라도 확실히 잡아낼 생각이었다.

물론 무력은 민준 만으로도 충분했으나, 다양한 총기류나 소규모 EMP 같은 건 민준이 다룰 수가 없었다.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클럽 하나 접수하는데 무슨 그런 것까지 필요한지 궁금했지만, 민준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이런 분야의 진짜 스페셜리스트는 용병들이었다.

하나같이 서양인인 데다가 고릴라보다 몸이 더 우락부락하고 딱 봐도 얼굴에 살기들이 잔뜩 끼어 있어서 클럽 안에서 비밀리에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눈에 띈다는 점만 아니었다면, 민준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쟤들이 거기 들어가면……클럽 지키는 덩치들도 도망가지 않을까?’

민준은 잠시 용병들이 클럽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아마 돈을 몇억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들여보내 주지 않겠지. 저런 인간 병기들이 우르르 모여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간, 모두가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올 테니까.

끼이이익­.

민준이 클럽 앞에서 광포한 배기음을 내뱉는 람보를 멈춰 세웠다. 헥사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던 강남 클러버들의 시선이 민준에게 내리꽂혔고,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차요원은 헐레벌떡 람보 앞으로 뛰어왔다.

민준이 차에서 내려 말없이 차 키와 함께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니, 주차요원은 허리를 바닥 끝까지 숙였다.

강남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흔한 장면이지만, 언제봐도 흥미롭고 짜증 나는 장면이라 사람들의 시선은 민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딱 봐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20대 초반이 한 달 유지비만 몇백씩 깨지는 슈퍼카 중 슈퍼카를 끌고 다녔다. 알이 무척 큰 선글라스로 애써 가려놨지만, 얼굴형만 봐도 연예인급 존잘남인 게 확실했다. 게다가 정장 차림인 걸 보면 꼴에 회사로 성실하게 출퇴근도 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부모님 소유의 회사겠지.

“금수저 주제에 얼굴까지 잘생기면 어쩌라는 거냐. 죽창 마렵네.”

“씨발, 그니까……하, 세상 좆 같다.”

남자들은 질투와 시기를 하면서도 민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여자들은 우월한 포스를 뿜어대는 민준에게 차마 말은 걸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어…? 어…?”

“……엥?”

VIP 테이블도 아니고 하룻밤에 몇억은 깨진다는 VVIP 룸에서나 놀 것 같은 민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민준이 뚜벅뚜벅 걸어와서 맨 뒷줄에 얌전히 줄을 서자,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민준을 쳐다봤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민준은 핸드폰을 보면서 용병팀의 대장인 레이너와 소통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레이너 ­ 대표님, 용병팀 배치 완료했습니다.

민준 ­ 그래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레이너 ­ 예, 대표님. CCTV나 지문 같은 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니, 사람들의 시선만 피해서 움직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턱­.

레이너에게 알겠다고 마저 답장하려는 순간, 민준의 손목이 누군가에게 느닷없이 잡혀버렸다.

느껴지는 부들부들한 촉감으로 봤을 때, 손목을 잡은 건 여자가 확실했다. 남자였다면 곧바로 콘크리트 바닥에 꽂아버렸겠지만, 여자였기 때문에 민준은 화를 내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무슨 일이세요?”

“일행 없이 오빠 혼자 온 거야?”

“네. 근데 저희 언제 본 적 있습니까? 갑자기 오빠라니……”

“원래 잘생기면 다 오빠거든. 일단 따라와. 오빠. 람보 오너의 가오가 있지, 이런 거지들하고 같은 줄로 입장하게? 아마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할걸? 물론, 나랑 같이 가면 무조건 프리패스고.”

킬힐에 몸에 딱 달라붙는 도발적인 초미니 원피스를 차려입은 여자가, 민준을 바라보며 자신의 손목에 있는 하얀색 팔찌를 흔들었다.

VVIP임을 나타내는 팔찌였지만, 사실 이번이 태어나서 첫 클럽행이었던 민준은 그 팔찌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몰랐다. 다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 여자가 클럽에서 좀 먹어주는 여자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럼 갑시다. 사실 제가 클럽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도와줘서 고마워요.”

“풋­. 요즘은 그런 멘트 잘 안 먹혀, 오빠­.”

여자가 자연스럽게 민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여자는 키에 비해 무척이나 풍만한 가슴을 갖고 있었는데, 팔뚝에 마시멜로처럼 뭉개지는 말캉말캉한 촉감으로 봐서는 자연산이 확실했다.

민준은 이쯤에서 함부로 손목을 잡은 여자의 죄를 모두 없애주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거대한 가슴 앞에만 서면 약해지는 민준이었다.

“뭐, 그런 거로 거짓말할 이유는 없네요.”

“……설마 진짜 처음?”

“DJ나 오케스트라가 있는 파티라면 몇 번쯤……”

“와……오빠가 아니라,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도련님이었네. 어떻게. 나 진짜 오빠 존나 좋아, 씨발.”

왜 욕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민준은 일단 팔짱을 끼고 여자와 함께 길고 긴 줄을 쭉쭉 지나쳐 클럽 입구로 향했다.

물론, 줄을 선지 몇 초 만에 VVIP에게 끌려가는 민준의 모습을 보며 남자들이 눈에 불을 켠 채 이를 박박 갈아댔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민준이 알 바는 아니었다.

“일행이야.”

“예. 잠시 손목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입구로 가서 여자가 가드에게 민준을 일행이라고 소개하자, 가드가 곧바로 하얀색 팔찌를 민준에게 걸어주었다.

신분증 확인이나 외모 스캔 따위는 일절 없었고, 클럽 안으로 들어가자 덩치들 두 명이 민준과 여자의 등 뒤에 딱 달라붙어서 자연스럽게 경호를 하기 시작했다.

“시끄럽고 좁아 보이네요.”

“그치? 그래서 나랑 내 친구들은 저 아래서 안 놀아. 그러니까, 오빠는 진짜 행운인지 알아야 해. 저 안에 오빠 들어갔으면 아마 몸이 남아나질 않았을걸? 구라 안치고 여자들이 달라붙어서 오빠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물고 빨았을 거야.”

“……음.”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은 놀러 온 게 아니라 염탐을 하러 온 거니까. 하지만 나중에 다시 온다면 꼭 한번 경험해 봐야겠군.

철컥­.

스테이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3층까지 올라오자,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가드 중 한 명이 알아서 VVIP 룸의 방문을 잡고 열어줬다.

샤워 부스에 침대까지 준비된 널찍한 룸 안에는 3명의 여자가 더 있었는데, 하나같이 핸드폰에 고개를 박고 있다가 문이 열리자 앞을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들의 눈이 동시에 부릅떠졌다.

꾸욱­.

“눈깔아! 내가 찜한 오빠니까. 이 오빠한테 앵기는 년은 바로 힐로 마빡 찍어버릴 거임.”

“아니……씨발, 주연경 미친년아 그건 아니지!”

“아, 몰라, 몰라. 다 닥쳐. 야발. 님들은 조명 쏘면서 낚시나 하세요. 나는 울 오빠랑 놀 거니까.”

연경이 민준의 손을 꼭 잡고 커다란 ㄷ자 소파의 끝 쪽으로 민준을 이끌었다.

방음이 어찌나 대단한지 살짝 쿵쿵거리는 것 빼고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방은 조용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자들이 자신만 쳐다보고 있으니 민준은 조금 뻘쭘했지만, 연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민준을 앉히고 술을 따랐다.

“오빠, 나이는 몇 살이야?”

“스무 살이요.”

“……구라지?”

“진짠데요?”

“나는 22살인데…?”

“누나네요.”

“근데 나, 누나 하기 싫은데…오빠는 졸라 잘 생겨서, 그냥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데……어쩌지?”

“그럼 그냥 오빠라고 부르세요. 저도 아무한테나 누나라고 하지 않으니까.”

“헐, 졸라 섹시해­. 야발.”

마지막 말은 연경의 입에서 튀어나온 게 아니었다. 열심히 민준의 호구 조사를 하고 있는 연경만큼이나, 민준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쩌리 3인방 중 한 명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씨­! 신경 끄라고……하아, 알았어. 오빠. 일단 짠하자.”

“네, 그러죠.”

짠­.

샴페인도 널려 있는데 굳이 양주를 따르는 거 하며, 심지어는 술을 마시는 척 바닥에 몰래 술잔을 비워낸 것도 알고 있었지만, 민준은 대수롭지 않게 연경이 따라준 술을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어차피 양주로 나발을 불어도 민준의 간은 멀쩡했다. 꽐라로 만들어서 자신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연경의 속셈이, 민준은 그저 앙큼하고 귀여울 뿐이었다.

“…혹시 무슨 약 탄 건 아니죠?”

“뭐, 뭐?! 비, 비싼 술 줬더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존나 실망!”

“아니 그냥…클럽 같은 데서는 술에 마약 탄다고들 그러길래……”

“난 약쟁이는 극혐하거든?! 흥, 바로 옆방에 인생 좆박은 미친 약쟁이들 정모중인데, 정 궁금하면 들어가서 같이 해보던가.”

지잉­.

옆방에 약쟁이들이 있다는 말을 듣자, 순간 민준이 눈이 반짝거렸다.

구린내가 살살 나는 게, 아마도 제대로 건수를 잡은 것 같았다.

“정말로? 클럽에서 그렇게 대놓고 약을 해도 괜찮아요?”

“괜찮지 그럼. 옆방에 경찰청장 아들내미부터 시작해서 재벌하고 언론사 자제들까지 쫙 깔려 있는 걸. 그러니까 혹여나 신고 같은 거 할 생각하지 마. 오빠.”

“…큭,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이씨­! 진지하게 걱정해줬는데…!”

“그러니까요. 고맙다니까요? 마음씨가 착하네요. 연경 씨는.”

“……말로만?”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

“……일단 선글라스 벗어봐. 그래야 뭐라도 하지.”

스윽­.

연경의 부탁에 민준은 눈썹부터 광대까지 전부 가리고 있던 거대한 선글라스를 벗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헐.”

“와, 씨발……주연경 진짜 미친년……”

“……어, 어떻게……존나 잘생겼어, 진짜.”

눈을 부릅뜬 채 드디어 완전히 공개되는 민준의 얼굴을 지켜보던 쩌리 3인방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연경 역시 깜짝 놀라서 민준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잘생겼을 거라고는 무조건 확신하고 있었는데, 이건 그냥 잘생긴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오빠. 혹시 뭐, 배우 지망생 그런 거야…?”

“옷보면 몰라요? 그냥 회사원인데.”

“아니……진짜……하아아­. 진짜 나도 이제 모르겠어. 존나 좋아 그냥. 츕, 츄읍­.”

연경이 순식간에 민준의 무릎 위에 올라타서 양팔로 목을 깊게 감고는 민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어차피 연경 패거리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편안하게 옆방으로 쳐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민준은 굳이 거부하지 않고 연경의 키스를 받아주었다.

아니, 오히려 무릎 위에서 음란하게 빙빙 돌려대는 연경을 가녀린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진짜 키스가 뭔지 가르쳐주었다.

“하으, 읍­. 잠, 잠만…! 으읍, 읍, 츄하, 흡, 흐아, 하음­!”

“……”

“……”

나이는 어리지만 클럽에 밥 먹듯이 드나들면서, 키스야 꽤 해봤고 남들이 키스하는 장면도 수도 없이 봐왔던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이건 뭔가 달랐다. 연경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민준의 야성적이면서도 테크니컬한 키스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너무 야했다. 쯥쯥거리는 입술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너무 음란했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지 읍읍 거리는 연경의 벌게진 얼굴이 그렇게 색기로울 수가 없었다.

“하아­……”

“흐응, 하아아­……”

연경을 포함한 방 안에 있는 여자들의 보지가 순식간에 축축해져 갔다. 애달프고 답답한 신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민준은 분위기를 타서 키스를 하며 곧바로 연경의 몸 이곳저곳을 은근하게 터치하기 시작했다.

워낙 짧은 옷을 입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곧장 보지를 공략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등허리나 허벅다리 안쪽만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주면서 연경을 끝없이 애태웠다.

네 명 전부 다 따먹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웬만하면 호감도만 높여서 세뇌를 걸어 정리할 계획이었다.

뭐, 클럽이야 아침까지도 열려 있으니까 여차하면 다 따먹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솔직히 귀염귀염한 얼굴에 미드가 감동적인 연경을 빼면 다들 그렇게 꼴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먹으려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만, 집에 있는 최고급 코스 요리들을 놔두고 먹을만한 가치까지는 없달까.

“흐아, 하아­. 하응, 오, 오빠아­……솔직하게 말해……흐읏, 하아……”

“뭐를?”

“하으, 하앙­. 흐아, 시바알­. 오빠……선수 맞지?……미친……키스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흐응, 하으…존나 전문가의 솜씨자나……나……완전히 흥분해버렸다고……”

“큭큭. 그래서……뭐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데요?”

“씨발, 흐윽, 존나 얄미워……개새끼……아까는 순진한 척 존나 하더니…하응, 입술이 무슨 진공청소기도 아니고……흐응, 어린 새끼, 나쁜 새끼……완전 속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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