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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214화 (214/270)

〈 214화 〉 214화

* * *

성역의 물질적 가치가 올라갈수록, 성역의 효과도 올라간다.

스타 엔터 사옥이 비싸질수록 성역 버프도 강력해진다는 말이었고, 그래서 민준은 한참 전부터 주위 건물과 부지를 싹 매입해 거대한 규모로 리모델링에 들어간 상태였다.

모든 건물을 잇고 연계해서 거대한 사옥이자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아이돌 테마파크 및 초럭셔리 호텔 등으로 쓸 생각이었는데, 워낙 거대한 규모의 공사라 아직은 좀 먼 얘기였다.

또, 그런 대규모 프로젝트 말고도 당장 빠르게 건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스타 엔터의 건물 외벽은 특별 제작한 최고급 올레드 디스플레이로 둘러싸여 있어서, 스타 엔터의 홍보 영상과 솔라의 뮤직비디오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부에는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설치 미술 작품들이 즐비하였고, 바닥 타일이나 조명, 계단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명품으로 취급되는 것들이었다.

물론, 럭셔리와는 매우 관계없이 살아온 루리에게는 그 모든 걸 알아볼 안목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까막눈이라도 해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으리으리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숨을 쉴 때마다 오만 원짜리 지폐에 폐가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런 건물의 주인인 대표는 또 어떻고.

“편하게 앉으세요. 루리 씨. 자세가 너무……딱딱한 것 같네요.”

“……네에­.”

루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모기만 한 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대답은 했지만 소파에 앉아있는 루리의 몸은 펴질지를 몰랐다.

건물도 그렇고 대표도 그렇고, 지금 이곳이 너무 다른 세계 같아서 몸의 긴장을 함부로 풀 수조차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복장을 위아래로 훑고 있는 민준의 시선이 느껴질 때는, 숨이 턱 막혀왔다.

아마도 어이가 없겠지. 아니, 분명히 어이가 없을 거야.

오디션을 보겠답시고, 빈틈 하나 없이 온몸을 둘둘 싸맨 채로 왔으니까.

“……”

“……”

꾸욱­.

잠시 대표실에 침묵이 돌자, 긴장이 된 루리는 쓰고 온 벙거지 모자의 챙을 꾹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민준이 잔뜩 긴장해 있는 아이를 달래듯이 따스한 음색으로 말을 걸었다.

“……사연이 있다는 건 짐작하지만, 얼굴을 안 보고 오디션을 볼 수는 없어요. 루리 씨도 이해하시죠?”

“…네, 네에­.”

“그럼 일단……얼굴만 좀 보여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아, 아, 아니에요. 부, 부탁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루리는 민준의 부드러운 말투와 배려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벗으라고 명령하거나, 당장 꺼지라고 해도 사실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다니.

누구라도 깔볼 수 있는 자리에 올라 있음에도 자신 같은 하찮은 사람에게까지 친절한 민준의 따스함에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지만, 일단은 민준이 시킨 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들을 벗는 게 먼저였다.

루리는 이를 꽉 깨물고 고통을 참아가며,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너덜거리는 팔을 억지로 움직였다.

“…아, 아악­!”

“루리 씨! 괜찮으세요?”

허겁지겁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어서 소파 옆에 올려두던 루리가 돌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대표실 의자에 앉아있던 민준은 깜짝 놀라 일어나서 루리에게 향했다.

“아, 아니에요! 괜, 괜찮아요!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루리 씨. 조용히 해봐요.”

“…아, 네. 네. 조, 조용히……”

루리의 앞에선 민준이 심각한 눈으로 루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화장도 안 한 맨얼굴인데 밀가루처럼 뽀얀 피부였다.

조금은 색기롭게 보일 정도로 입술이 빨갛고 도톰했으며, 그런 입술만큼이나 도톰한 애교살을 지니고 있었다. 초승달 모양으로 쭉 뻗어있는 길고 가는 눈썹은 거의 예술이었다.

특히, 복숭아 물이라도 든 것처럼 양 볼에 옅은 홍조를 띄우고 있었는데, 그 홍조는 상큼한 느낌과 함께 풋풋하고 여린 색스러움까지 더해주고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과즙상, 그중에서도 복숭아상. 옛말로 치면 도화살이 잔뜩 낀 얼굴.

좌우지간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는데, 문제는 그 아름다운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

선글라스로 가리고 있던 눈두덩이는 거의 밤탱이였고, 마스크로 가리고 있던 입술은 찢어져 있었다.

민준은 열이 잔뜩 받아서 일어선 채로 조용히 루리의 얼굴을 노려봤다.

뛰어난 교인이 될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인재인 데다가 다영이와의 인연도 있는 루리였다. 심지어 데뷔 경험까지 있다고 하니 실력만 조금 받쳐주면 지금 데뷔조에 넣어서 리더 역할을 맡길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루리가 이런 꼴이라니.

큰맘 먹고 복숭아를 시켰는데, 상자를 까보니 다 물러터져 있는 느낌이었다.

꿀꺽­.

“그, 그…계단에서…굴러서……! 멍이 조금 들어서……그, 그래서……”

매일같이 석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주다 보니, 루리는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채는데 거의 선수였다.

민준이 상당히 화가 났다는 걸 느낀 루리는, 민준의 외모에 취해 멍하니 민준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급히 내리깔면서 다급하게 변명을 내뱉었다.

“조용히 하세요. 루리 씨. 말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아, 아니에요! 그, 그 정도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계세요. 움직이지 말고.”

“아, 아? 읏­! 대, 대표님…! 잠, 잠시만…! 읏, 하읏­!”

스윽­.

민준이 손을 뻗어서 루리가 입고 있던 기다란 트렌치코트를 벗겨냈다.

루리는 갑작스러운 민준의 손길에 깜짝 놀라서 반항해보려 했지만, 전신이 욱신거려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읏­……대, 대표님……거, 거기는 조금……아, 아아­…”

트렌치코트를 벗겨 루리의 양팔과 목 부근을 확인한 민준이, 이번엔 루리가 코트 안에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를 잡아서 가슴께까지 걷어 올렸다.

매끈한 라인을 자랑하는 루라의 복부와 갈비뼈가 훤히 드러났고, 그곳도 역시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하는 시퍼런 멍 자국이 가득했다.

민준이 티셔츠를 내려주고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제 다영이에게, 루리 씨가 소속사 사장에게 술자리 접대를 강요당한다고 들었습니다.”

“…아읏, 네, 네에­. 맞, 맞아요. 대표님.”

“거부하면 구타를 당한다는 것까지는 못 들었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루리 씨를 찾아뵐 걸 그랬네요.”

“아, 아니­. 저, 저 같은 거한테 그, 그렇게 배려해주실 필요는……”

“이렇게 옷 입고 여기까지 오는 것도 오죽 아프고 힘드셨을 텐데……루리 씨에게 무리한 일을 시켜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요! 죄송하지 않아요…! 그, 그렇게 말해주시면 제가 너무…! 너, 너무…! 흑, 흐아­. 끕­.”

루리는 골병이 들어버린 마음을 깊게 위로해주는 민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세상에는 이런 대표도 있는 거구나. 이런 남자도 있는 거구나. 마음이 이렇게까지 따듯할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들이 떠오르자 울컥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끄읍­! 흐윽, 흑­. 못, 못난 꼴 보여서…하아­. 끕, 하윽­. 죄, 죄송합니다아……죄송합니다…끕, 크흡­.”

“……일단은 좀 진정해봐요. 루리 씨.”

“네, 네에­. 하으, 끄흡­. 진, 진정…흐윽­. 진정…크흡, 흐아아앙­!”

“……”

아무리 티슈로 눈물을 닦아주고 진정하라고 달래봐도 루리의 울음이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민준은 결국, 유리병을 끌어안듯 루리를 대단히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채 등을 툭툭 두드려주며 루리의 몸에 오오라를 불어넣었다.

설령 루리가 아직 교인이 아니더라도, 성역 안에서는 일반인들조차 스킬의 영향을 받았으니 분명 효과가 있을 터였다.

툭­. 툭­.

“아, 아­. 대, 대표님……흐윽­.”

“진정하세요, 루리 씨. 이제 괜찮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흐읏­. 대, 대표님! 끄흡, 흐아, 하으, 흐엉, 흐아앙­!!!”

하지만 민준의 오오라 덕분에 절로 마음이 따듯해지자, 루리의 눈에서는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오랫동안 석대에게 당했던 학대와 구타로 인해 마음에 뚫려버린 구멍이, 민준의 온기로 모조리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루리는 눈물은 물론 콧물과 침 줄기까지 정신없이 흘려가며, 민준의 품을 꼭 끌어 안채 엉엉 울었다.

그리고 몸에 있는 체액이란 체액은 다 뺀 체 겨우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민준의 옷이 루리의 체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흣­. 아, 아아­! 죄, 죄송합니다. 대, 대표님 옷이…! 제, 제가 닦아드릴게요…!”

“됐으니까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옷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상처에 좋은 연고도 가져올게요.”

“앗, 아아­. 잠, 잠시만……”

루리는 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민준을 말리려 했지만, 민준이 워낙 빠르게 나가버려서 붙잡을 수가 없었다.

대표실에서 나간 민준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 비서에게 펠라치오를 부탁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캑캑거릴 정도로 깊고 빠르게 김비서의 목구멍을 박아대던 민준은 올라오는 사정감을 참지 않고 신속하게 사정을 했고, 민준의 명령대로 김 비서는 접시를 손에 들고는 입에서 역류하는 민준의 정액을 받아냈다.

꽤 있어 보이는 김 비서의 명품 화장품 통 하나를 전부 비워낸 뒤 그 안에 접시에 있던 정액을 부어 넣은 민준은, 통을 들고 다시 대표실 안으로 향했다.

“오, 오셨어요…!”

“일어나지 말고, 신발 벗고 소파에 누워보세요. 루리 씨.”

“네, 네?”

“연고 발라 드릴게요. 루리 씨 몸 상태로는 연고도 바르지 못할 테니까요.”

“아, 네에­. 감, 감사합니다. 정말……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민준을 기다리면서, 민준이 보여줬던 스윗한 모습을 떠올리며 잔뜩 볼을 붉히고 있던 루리였다.

심지어 민준이 직접 연고를 발라주겠다고 하자, 루리의 볼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몸이 엄청 붉네요. 루리 씨 혹시 열까지 나는 건 아니죠?”

“아, 아니에요. 죄, 죄송해요…대표님.”

“……죄송하다는 말 너무 쉽게 하지 마세요. 루리 씨. 잘못하지도 않았으면서.”

“아, 아­. 죄, 죄송……으, 으하아­……”

처억­.

민준이 화장품 통을 열고 허여멀건 한 정액을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서, 잔뜩 멍이 들어있는 루리의 팔뚝에 조심스레 펴 발랐다.

스윽­. 스윽­.

팔뚝과 이두 쪽을 깃털처럼 간질이는 민준의 손길에 루리는 다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분명 연고를 발라주는 것뿐인데, 민준은 선량한 마음으로 호의를 베푸는 것뿐이었는데, 민준이 손길이 닿자 손발이 오그라들고 몸이 달아올랐다.

어젯밤 죽도록 처맞고도, 민준의 손길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역겨웠다. 이런 모습을 절대 민준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으하­. 아, 아응­……”

“루리 씨, 아파요?”

“아, 아니요…아, 아프지는 않아여어……하, 하응­.”

“조금만 참아요. 정말 좋은 연고니까, 루리 씨 몸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읏­…감, 감사합니다­……아, 하앙­.”

“실례가 안 된다면…언제부터 그렇게 학대당한 거예요?”

“그, 그게……거, 거의 일 년 동안은……읏, 으읏­.”

“허어­.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아, 아응­. 네, 네에­. 조, 조금……많이……아파서…흐아…자, 자살하려고도…했, 했었는데……으읏­. 무, 무서워서어­ 읏, 하응­.”

루리는 말을 하면서도,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온 신경이 민준의 손길에 쏠려 있었다. 분명 뼈마디가 으슬으슬 쑤셔왔는데, 민준이 만지는 곳마다 마법처럼 민감해져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는 것만 해도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런 루리에게 연고를 발라주면서 다양한 정보를 캐냈다.

그런 노예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째서 루리가 도망칠 수 없었는지, 황석대 사장이 얼마나 악랄하고 악마 같은 놈인지.

비록, 루리가 말을 정신없이 뱉어내긴 했지만, 알아듣는 데 지장은 없었다.

‘흠……이거 생각보다 사건 스케일이 큰 것 같은데? 이렇게 여자애들을 험하게 다루는데도 기사 하나 없단 말이지?’

다영에게 루리의 얘기를 전해 듣고, 루리의 기획사인 SD 엔터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지시한 상태였다.

아마 오늘 중으로 보고서가 오겠지만, 그전에 잠깐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SD 엔터가 꽤나 규모 있는 엔터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는 아니었지만, 히트곡이 한두 개쯤은 있는 중견 아이돌팀도 몇 있었고, 배우 쪽은 아이돌 쪽보다 훨씬 더 명망 있었다.

특히, 소속된 여배우들의 라인업이 꽤 화려해서, 솔라가 뜨기 전의 스타 엔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회사였다.

다만, 그 정도로 거대한 것 치고는 회사 자체의 유명세는 거의 없는 편이라는 게 찝찝하다면 찝찝한 부분이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회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걸 보면, 정말 뒤가 미친 듯이 구린 거겠지. 또, 그 구린 걸 쥐도 새도 모르게 완벽히 덮을 만큼 능력도 있는 거고.’

루리를 빼 오기 위해서는, 석대를 비롯해 석대와 엮인 놈들과 한판 떠야 하는 건 확실했다.

루리에게 들은 걸 종합해보면 석대는 쓰레기 중에서도 핵 폐기물급 처치 곤란 쓰레기였고, 민준은 석대가 그런 놈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그런 놈들은 아무리 참혹하게 망가트려도, 답답하기는커녕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했으니까.

“으아, 아응, 흐악­! 대, 대표님…! 흐아, 하읏­! 손, 손이­! 손이잇­!”

“아, 죄송합니다. 루리 씨. 제가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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