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1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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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앞뒤 잴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라서, 유나를 마구 따먹었다. 투우사도 날려버리는 성난 황소였고, 죽을 때까지 섹스에 몰입하는 발정 난 수컷 사마귀였다.
유나가 자지를 베어 물고 애처롭게 올려다보면서 했던 환상의 스트립쇼가, 정신이 나갈 정도로 꼴린 탓이었다.
하지만 쉬지 않고 몇 번이나 받아낼 만큼 민준의 풀파워 용두질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유나는 민준의 정액을 3번도 채 받아내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물론, 그 안에 유나는 수십 번도 넘게 가버렸지만, 하루종일 민준과 섹스를 한다는 유나의 희망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아……너무 꼴려서 세뇌 거는 것도 까먹어버렸네.”
세뇌를 걸어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박음질만 하다 보니 어느새 기절해버린 유나를 민준은 허망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욕실로 데려가 깨끗하게 씻겨 주고 다른 방 침대에 편안하게 눕혀주었다.
허망해봤자 온종일 보지를 달래주겠다니까 아이처럼 좋아하던 유나 만큼 허망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유나가 굉장히 측은하게 느껴졌다.
“흐음……이렇게 되면 쥬얼리들이랑 노는 수밖에 없나?”
천천히 허드슨강을 유영하는 요트의 갑판 위에서, 민준은 휴대폰을 뒤적이며 부를만한 사람을 찾다가 쥬얼리들에게 단체 문자를 돌렸다.
나 끝내주는 요트 타고 싶은 사람은, 지금 허드슨강 선착장으로 오세요.^^
윙윙윙윙.
문자를 보내자마자 민준의 핸드폰에 불이 났다. 하나씩 확인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 민준은 핸드폰을 무음 상태로 바꾸고 선원들에게 천천히 선착장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서야 민준은 쌓여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이제 곧 만나서 질펀하게 뒹굴고 놀 쥬얼리들의 문자가 아니라, 한국에서 오매불망 자신만을 기다리는 여자들에게서 온 문자가 잔뜩 쌓여있었다.
정혜, 설영, 시은, 혜미, 지혜, 예지는 물론이고, 스타엔터의 멤버들과 김진주 부대표, 그리고 비서진들까지.
지금까지 따먹었던 모든 여자에게 살려달라는 SOS가 빗발치고 있었다.
좋고 뿌듯하면서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여자를 다 아껴주고 싶은데 몸은 하나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아……환술도 얻었는데, 어디 분신술 같은 건 없을까? 제발, 다음에는 분신술 나와라. 제발…돈자갓님…제발, 제발 분신술…!’
민준은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만족할 때까지 말을 받아주다가는 폰섹스만 몇십 번은 해야 할지도 모르니, 적당히 안부 정도만 묻고 바로 세뇌를 걸어버렸다.
“오늘은 저랑 질펀하게 섹스하는 꿈 꾸세요. 현실이랑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리얼한 꿈이요. 꿈속에서라도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저랑 섹스하는 거예요. 아시겠죠?”
꿈속에서 섹스를 하고 깨어나면 오히려 현실에서 더 자신을 갈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미봉책이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슬슬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지만, 아직 미국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 남아서 어쩔 수 없었다.
‘제레미한테 환술 맛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절대 못 가지.’
민준은 올리비아랑 이어진 김에 아예 메이어 가문을 완벽히 집어삼킬 생각이었고, 자신도 있었다. 환술은 짧은 환상 몇 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몇천억이 들 만큼 대단히 비싼 기술이었지만, 그 효과만은 완벽했다. 환술의 제1호 실험 대상이었던 레이너는 김민준이 신의 화신이라는 것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미국에 와서 탈탈 소모해버린 복종도를 쭉 끌어모아서 제레미 앞에만 당도하면, 미국의 초 명문가인 메이어 가문을 꿀꺽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복종도를 끌어모으려면……무지성 집단 난교 파티가 최고고 말이지…’
휘익. 휘익.
민준은 요트의 난간에 여유롭게 기대서, 팔을 뻗어 좌우로 흔들었다.
어느새 선착장에 모여있던 쥬얼리들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초 럭셔리 슈퍼 요트를 바라보고 있다가, 민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민준의 입가에도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모든 행인의 발걸음을 우뚝 멈출 수 있는 파괴적인 비주얼을 가진 쥬얼리들이 떼로 모여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쥬얼리들과 함께 환상의 떼씹 파티를 벌일 예정이었다. 쥬얼리들이 전부 다 기절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고 자지를 혹사시킬 생각을 하니 머릿속에서 엔돌핀 폭죽이 펑펑 터져 나왔다.
‘캬. 이게 진짜 떼씹이고,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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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끝으로 반찬으로 전해주기 위해서는, 족히 몇십 걸음은 걸어야 할 것 같은 기다란 원목 식탁에, 올리비아와 민준, 그리고 제레미가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반찬은 화려하면서도 일상적이었다. 평소 메이어 가문의 저녁 풍경과 달라진 건 제레미의 옆자리에 민준이 앉아있다는 것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제레미를 무척이나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으음……괴물같이 싸움을 잘한다고 들었는데……설마 나한테 주먹질을 하지는 않겠지…?’
메이가의 용병들을 맨주먹으로 때려눕혔다고 들었을 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지만, 용병들에게 달려 있던 보디캠을 확인한 뒤에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브루스 리가 살아 돌아와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물론, 총을 쓰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애들 사랑 문제 때문에 총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올리비아를 과보호한다지만 그 정도 사리 분별은 있었다. 뭐, 팔다리를 몇 개 정도는 분질러 놓을 수 있겠지만….
‘허. 그것도 그렇고 이렇게 정면 돌파를 해오다니……지금까지 올리비아한테 치근덕대던 쓰레기들과는 배짱부터 다르긴 한데……’
제레미는 수프를 한입 떠먹으면서, 옆에 있는 민준을 힐끔 쳐다봤다.
제레미 메이어에게 당당하게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고 말해오는 배짱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남자가 봐도 잘생겨서, 올리비아가 왜 훌러덩 넘어가 버렸는지 이해할만했다.
올리비아와 함께 요트에서 몇 시간 동안 같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필코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꽤 마음에 드는 청년이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었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당당한 태도나 몸에 배어있는 기품 역시 썩 괜찮았다. 수만 명의 사람을 관리하는 입장인 제레미의 눈으로 보기에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물론, 민준이 미리 켜놓은 선지자의 목소리와 교주의 오오라 때문에 훨씬 더 인상이 좋게 보이는 것이었지만, 제레미는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제길…인종만 백인이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제레미는 민준이 동양인인 게 너무 아쉬웠다. 백인의 혈통을 유지하지 않으면 가문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올 게 불 보듯 뻔해서, 아무리 민준이 마음에 들더라도 올리비아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아빠. 입맛이 없어?”
“음. 아니다. 올리비아.”
민준 때문에 고민하느라 자꾸 표정을 굳히는 제레미를 보고, 올리비아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제레미가 민준을 보자마자 노발대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면접으로 치면 1차 합격이었다.
여기서 제레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민준과의 인연이 결정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올리비아 역시 잔뜩 긴장한 채 식사하고 있었다. 물론, 제레미가 극구 반대한다고 해도 가출을 해서라도 민준을 따라갈 생각이었지만, 제레미와의 관계를 끊지 않고서 민준과 만날 수만 있다면 그만큼 만족스러운 상황은 없었다.
“올리비아…잠시만 방으로 올라가 있거라. 따로 얘기할 게 있으니.”
“…응. 알겠어, 아빠.”
식사가 거의 끝나가는 걸 확인하고, 제레미는 냅킨으로 입가를 부드럽게 닦아내며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올리비아는 제레미와 민준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으로 향했다.
“그래…식사는 입에 맞더냐?”
올리비아가 식당에서 나가자, 제레미가 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민준 역시 제레미와 마주 보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네. 맛있습니다. 좋은 저녁을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듣기 좋은 소리군. 내가 민준 군……이라고 불러도 괜찮겠나?”
“네. 괜찮습니다.”
“그래, 민준 군.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우리 가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지?”
제레미의 목소리가 꽤 호의적이라는 걸 느낀 민준은, 곧장 환술을 쓰려던 걸 멈추고 잠시 대화에 집중했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습니다. 제레미의 이름은 신문에서 몇 번 봤었지만요.”
“그래, 그렇겠지. 사실 미국 사람들도 잘 모른다네. 우리 가문은 언제나 높고 어두운 곳에서 활약하는 걸 선호했거든……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할 때도 그랬고, 남북 전쟁에서 쓰인 무기와 탄약의 절반 이상을 납품할 때도 그랬지. 전 세계를 철도로 잇고, 시중에 풀려있는 석유의 3할을 독점해서 막대한 부를 거머쥘 때도 말이야……우리 가문의 선조들은, 록펠러나 카네기같이 앞으로 나서는 자들은 언제나 먼저 고꾸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렇군요.”
“놀라지 않아서 섭섭하구먼. 이건 상당히 중요한 비밀인데 말이야. 우리 가문을 제대로 파보면 나라 몇 개쯤은 쉽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지금도 무대의 뒤에서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긴 하지만.”
“놀라고 있습니다.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뿐입니다.”
민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니, 놀라운 것을 넘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런 대단한 가문이 이제 전부 내 것이라니.
할 수만 있다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대를 풍미하는 건 비교적 쉽다네. 수천만 명 중 한 명쯤은 그런 영광을 누리지. 하지만 그 거대하고 찬란한 영광을 거머쥐고, 흘러가는 세월을 버텨내는 건 훨씬 어렵다네. 한 세대만 지나면 절반 정도는 사라지겠지. 그다음 세대에서는, 또 그다음 세대에서는 어떨지 상상해 보게…그 거친 항해를 백 년 정도 버텨내야, 겨우 명문가라는 칭호를 얻을 만하지.”
“……”
“우리는 그렇게 오백 년을 버텨냈다네. 오백 년 동안, 단 한순간도 시대의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았지. 하지만 아쉽게도…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네는 이 왕좌에 올라설 수 없다네.”
“제 능력이 부족합니까?”
“아니, 자네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핏줄 때문이지. 우리 가문을 이어주는 건 능력이 아니라 혈통과 전통이거든. 능력은 이미 차고 넘쳐서 말이야…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 기술이 아무리 좋아진다 한들 타고난 혈통을 바꿀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뭐, 그건 확실히 어렵겠죠.”
“음. 알아들어서 다행이라네. 나는 사실, 이렇게 돌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네. 자네를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레미.”
“그래. 그럼 올리비아는 포기하게. 자네가 우리 딸과 잠자리를 한 것도 깔끔하게 넘어가 주겠네. 잘난 젊은이들끼리 끌리는 거야 세상의 이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고국으로 돌아가서 살아가시게. 올리비아와의 모든 추억은 이 땅에 묻고 말일세. 우리 딸이 자네를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치겠지만……그 정도는 내가 막아보지.”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네요.”
“……뭐야?”
민준과의 대화 내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제레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고, 눈살이 강하게 찌푸려졌다.
대화가 잘 통하나 싶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민준을, 제레미는 무섭게 노려봤다.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니라네. 방해된다면 치워버리는 성격이지, 설득을 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건 저랑 비슷하시네요. 혈통이 달라도 통하는 부분이 꽤 있는데요?”
“장난하자는 건가?”
“아니요. 그릴 리가요. 제 눈을 봐보세요. 제레미. 제가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이는지.”
지잉.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제레미의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지는 순간, 민준은 환술을 발동시켰다.
쏟아내는 내용은 제1차 실험에서 레이너에게 보여줬던 것과 비슷했다. 유구한 세월을 버텨온 가문의 영광 역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절대자 앞에선 태양 앞 반딧불이의 빛만도 못한 법이었다.
“………허억.”
잠시 민준이 지배하는 환술의 세계에 다녀온 제레미가,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자신이 보고 온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잔뜩 떨리는 눈동자로 민준을 바라봤다.
저 하늘 위 구름 사이에 앉아있던 신의 얼굴과 민준의 얼굴이 정확하게 겹쳐졌다.
“제레미. 메이어 가문을 유지해 주는 건 전통이나, 혈통 같은 게 아니야. 나의 의지일 뿐이지.”
“……이건 말도 안 돼. 당신은……도대체 정체가……”
“그대들이 시대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대의 선조들이 독실하게 나를 믿어왔기 때문이야. 하지만 제레미, 너에게서는 선조들과 같은 믿음이 보이지 않는구나. 너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 또 그 아버지까지 나의 종이 되기를 자처했거늘, 너는 어째서 스스로 주인이 되기를 원하느냐?”
“아, 아아……”
“전통은 그대가 헤치고 있으니, 나는 그대에게 전통을 돌려주어야겠구나.”
어릴 적에 팝콘을 준다고 해서 잠깐 교회에 따라가, 성경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머리가 좋아져서 그런지, 잠깐 훑어봤던 성경 특유의 딱딱한 번역체 말투가 술술 흘러나왔다. 민준은 말로 제레미를 한껏 현혹시킨 뒤, 다시 환술을 걸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저 하늘 위에서 사이좋게 대화라도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지.
복종도는 많이 소모되겠지만, 제레미가 가져다줄 것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었다.
“따라오너라. 아이야. 아직도 나의 곁에서, 오로지 나만을 섬기고 있는, 너의 선조들을 보여주마.”
“아, 아버지…!!”
“그래, 아버지. 아버지의 나라로 가자꾸나.”
지잉.
다시 한번 민준의 눈알이 원반 모양으로 세차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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