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183화
똑똑-.
“신디. 옷 가져왔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민준이 주황색 죄수복을 손을 들고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아직 물소리가 들려오는데도 들어와도 괜찮다는 걸 보면 샤워 커튼 같은 게 처져 있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민준은 화장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샤워 커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민준은 깜빡 잊고 있었지만, 4층은 제임스가 공들여 개조해놓은 섹스 전용층이었다. 커튼 같은, 건전한 것이 달려있을 리가 없었다.
쏴아아아-.
‘허어-………’
민준의 눈에는 화려한 욕조에 들어가서 씻고 있는 신디의 국보급 나신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뜨거운 물에서 나온 수증기가 중요 부위를 조금씩 가리고 있었지만, 상상력이 자극돼서 오히려 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은빛 물줄기를 맞으며 촉촉이 젖은 갈색 머리를 찰랑거리는 신디는 그야말로 여신 같았다. 단순히 샤워하는 것뿐이었는데 화보였고, 명화였다. 민준은 초등학교 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 만화에 나오는 여신이 샤워하고 있는 장면을, 실제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씨발-. 그 미친놈이 왜 그랬는지…이제야 알 것 같네.’
이름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그리스 신화 속에는 여신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다가 처참하게 끔살당하는 놈이 등장한다.
그때는 그렇게 좋은 걸 훔쳐봤으면 감사한 줄 알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서 딸딸이나 치면 될 것을 뭐하러 멍하니 지켜보다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남자가 무척이나 멍청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민준은 정확히 그 멍청한 남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디의 몸에서 도저히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말랐음에도 탄탄한 신디의 몸은,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가 신경 써서 빚어놓은 듯한 아름다운 굴곡과 언뜻 봐도 9등신은 되지 않을까 싶은 미친 비율을 자랑했다. 신이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라는 게 뭔지 보여주기 위해서, 신디를 태어나게 한 것만 같았다.
물론, 민준은 육덕 글래머가 취향이었지만 이건 취향의 문제를 벗어나 있음은 물론이오, 성욕의 영역도 살짝 벗어나 있었다.
압도적인 아름다움 앞에 성욕을 넘어선 어떤 동경심마저 들었다. 그만큼 신디의 몸매는 아름다웠다. 이 정도는 되어야 세계 최정상급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이거-. 여기에 둘게요.”
“네, 고마워요. 민준.”
민준은 한참 동안 우두커니 신디를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화장대 근처에 가져온 죄수복을 올려놨다.
그리고 이대로는 흥분을 주체 못 하고 곧장 신디를 덮쳐버릴 것 같아서 나가려고 했는데, 신디가 했던 부탁이 생각나서 걸음을 멈췄다.
‘아, 맞다. 나가지 말고 욕실에 있어 달라고 했었지……’
민준은 일단 문 쪽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하지만 시선을 어디야 될지 몰라 자세가 전체적으로 엉성했다.
결국 신디를 보지 않기 위해서 시선을 조금 돌린 상태로, 그러나 또 너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만 조절해서 신디를 애써 외면하며 서 있었다.
하지만 꼭 직접 보지 않는다고 해서 꼴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꼴리는 것 같기도 했다.
쏴아악-. 쓰윽쓰윽-.
눈으로 보고 있지 않으니까, 느껴지는 온갖 감각에 맞춰서 신디가 샤워하는 장면을 자꾸만 상상하게 되었다.
샤워기 헤드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니, 요염하게 서서 물을 맞고 있는 신디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품 칠을 하는 듯한 소리와 향기로운 바디 워시 냄새를 맡으니, 자기 몸 이곳저곳을 만져가며 몸을 단장하는 신디의 모습이 떠올랐다.
목덜미나 가슴, 겨드랑이. 그리고 허리와 골반을 지나 허벅지 안쪽다리부터 그 안에 있는 여성기까지.
코를 간질이는 냄새처럼, 신디의 온몸에서는 상큼한 딸기향이 나겠지. 전부 빨아서 먹어버리고 싶다.
‘아……진짜 못 참겠네.’
끼익-.
민준은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 양해를 구하려고 나가려 했는데, 마침 목욕이 끝났는지 샤워기 호스가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디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민준은 애써 보지 않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이미 심장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민준. 저 수건으로 물기만 닦을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네. 그럼요. 옷은 화장대 위에 올려놨어요.”
민준은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가락으로 화장대를 가리켰다. 어쩐지 신디가 웃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쓰으윽-. 쓰윽-. 쓱-.
민준은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소리가 이렇게 야한 건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다. 신디가 일부러 느릿느릿하고 야하게 닦고 있는지는 몰라도, 정말로 야하게 몸을 닦을 수 있다면 그건 능력이라고 인정해주는 게 맞았다. 그것도 소리만으로도 야한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야하지 않을까.
‘나무아미타불……불…불알 터진다……’
이쯤 되면 대놓고 유혹하는 게 아닐까. 하긴 신디는 원래 그랬지.
하지만 어쩐지 강제로 덮쳐버리기는 싫었다. 원래 그런 강압적인 행위도 좋아했지만, 오늘은 영 기분이 아니었다.
“후흣-. 이제 됐어요. 민준. 제 쪽을 봐도 돼요.”
“아, 네. 신디…”
민준은 신디의 말에 드디어 긴장을 풀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곧 민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심장은 유례없을 정도로 벌렁거렸다.
신디는 여전히 나신이었다. 여신의 나신이 바로 눈앞에 놓여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수증기 따위 없는 노 모자이크 버전이었다.
“…저-. 신디. 화장대 쪽에 옷을 놔뒀다고 했는데……”
“아, 맞다. 미안해요. 민준. 기껏 가져와 줬는데……입어는 봐야겠죠?”
“음-…”
어차피 옷 같은 건 벗어버릴 거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신디의 말에 민준은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번 더 요염하게 웃음을 흘린 신디는 화장대에서 죄수복을 집어서 입기 시작했다.
미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오렌지색 죄수복이었지만, 신디가 입으니 가히 그 핏이 남달랐다. 어디 깜빵에서 탈옥하다가 걸리면, 사실 죄수가 아니라 죄수 컨셉으로 화보 촬영 중이었다고 해도 교도관들이 깜빡 속아 넘어갈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편하긴 한데…민준, 저 너무 촌스럽지 않아요?”
“아뇨-. 전혀요. 아름다워요. 신디.”
“후흣-.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민준, 대체 제임스는 이런 옷을 왜 갖고 있는 거래요? 코스튬을 아무리 좋아해도, 죄수복은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교도소 페티쉬 같은 게 있나?”
“아마 그런 거 같아요. 방을 개조해서 교도소까지 만들어 놨더라고요. 교도소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해수욕장도 있긴 한데……”
“어머. 정말요? 저 구경해보고 싶어요!”
“얼마든지요.”
민준은 신디와 함께 빠져나와 신디에게 4층에 있는 섹스 방들을 구경시켜 주며 제임스의 취향을 마음껏 까발려버렸다. 하지만 제임스가 심상치 않은 변태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지, 신디는 제임스의 취향보다는 방의 퀄리티에 더욱 주목해서 놀라고 있었다.
“여기는 교도소에 고문실이 합쳐진 방이에요.”
“아……너, 너무 멋진…”
“네…?”
“아, 아니에요. 민준-.”
신디는 말을 하다 삼켰지만, 민준은 신디의 눈이 몽롱하게 풀려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다른 방들을 보면서도 감탄하기는 했지만, 이 방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신디의 성적 취향은 SM 쪽, 그것도 맞으면서 쾌락을 느끼는 마조히스트인 게 확실해 보였다.
‘아……오늘은 날이 아닌데…’
아까 올리비아의 자그마한 뺨을 후려친 손에 남아있는 느낌이, 아직까지 찜찜했다.
평소라면 환장하고 주인님으로서 신디를 괴롭혀주겠지만, 오늘은 좀 아니었다. 차라리 3p가 훨씬 더 나을 것 같았다.
“신디. 이제 방을 다 돌았으니까 그만 내려가요. 라라와 스테파니가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민준. 너무한 거 아니에요?”
“네? 뭐가요?”
“여자가 이렇게까지 신호를 주는데 무시하는 건, 여자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라고요. 제가 민준에게 빠져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지 않나요…?”
“아……”
민준은 은근슬쩍 라라와 스테파니의 핑계를 대며 내려가려고 했지만, 신디는 남자에게 끌려다닐 만큼 수동적인 여자가 아니었다. 애초에 신디는 밀당이란 걸 잘 몰랐다. 마음에 들면 무조건 돌직구를 던지면서 남자를 꼬시고 보는 화끈한 여자였다. 잠자리 취향은 수동적 성향의 극한에 있는 마조히스트였지만, 그것과 연애 성향은 별개였다.
신디는 민준의 앞에 서서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끈적하게 민준을 올려다봤다. 아직 촉촉하게 젖어있는 갈색 머리칼과 에메랄드빛 청록색 눈동자가 관능적이었다. 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면……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래요? 민준은, 라라나 스테파니가 더 좋은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신디. 신디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예요.”
“……거짓말-.”
신디는 끊임없이 민준을 응시하며, 행동과 단어 하나하나에 색기를 담아서 민준을 유혹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침하게 한 단어만 툭 끊어 내뱉은 신디가 이내 팔을 쭉 뻗어서 민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뭐 하는 거예요. 신디.”
“뭐긴요. 민준이 자꾸 말로만 매력적이라고 하고 정작 아무런 반응도 없잖아요. 그래서 알려주려고요…민준의 앞에서, 제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신디는 민준의 손목을 잡아끌어서, 민준의 손이 자신의 보지에 닿게 했다.
민준은 신디의 하복부를 만져보고 깜짝 놀라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죄수복 하의가 미끈거렸다. 심지어 점점 더 흥건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자로 쭉 뻗어있는 아름다운 보지의 형태가 손가락에 너무나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설마, 속옷 안 입었어요?”
“네……민준을 유혹하려고 일부러 안 입었어요.”
“……이렇게까지 하면, 제가 신디를 어떻게 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거. 알고 있죠?”
“네. 알고 있어요. 그리고 기대하고 있어요. 제가 봤을 때는 민준에게는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 같거든요.”
“…무슨 재능이요?”
스윽-.
신디가 발뒤꿈치를 들어서 민준의 귀에 가까이 입술을 갖다 댔다.
이어서 신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민준의 가슴을 펑.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올리비아를 향한 죄책감 때문에 도화선이 축축하게 젖어있었지만, 신디가 끌어낸 불꽃이 너무 강력해서 점화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저를 성노예처럼 다뤄줄 재능이요-. 이제 그만 가면 좀 벗고, 솔직해져 봐요. 민준은 사실……여자를 지배하면서 쾌락을 느끼잖아요. 민준의 눈빛에 다 쓰여 있다고요.”
“…그거야말로 거짓말 같네요. 눈빛만 보고 그게 보여요…?”
“네. 왜냐하면……처음 본 그 순간부터 쭉-. 민준만 보고 있었거든요. 민준이 여자들을 어떻게 쳐다보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다 알고 있어요.”
“그래요? 그럼 신디. 제 눈을 한 번 봐봐요. 제가 지금, 신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맞혀봐요.”
민준은 그렇게 말하고 신디의 양어깨를 잡고 적당히 떼어냈다. 민준의 손에 어깨를 붙잡힌 신디는 민준의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 때문에 몸을 잘게 떨었지만, 정작 민준의 눈을 바라보니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민준은 눈은 신디를 순식간에 녹여버릴 정도로 뜨거웠고, 엄격했다.
신디가 그토록 원하던, 주인님의 눈을 하고 있는 민준. 하지만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해서, 신디는 민준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단지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민준은 이미 완벽한 주인님이었다.
‘아…아응-…하아아-………안, 안돼…주인님이 날……날 강간하고 있어………눈으로 날 혼내고…따먹고 있어서……타버려……흐읏…온몸이 타버려서……’
끈적하게 민준을 바라보고 있던 신디의 눈동자가 점점 평정심을 잃고 거세게 흔들렸다. 그리고 신디의 호흡이 가빠지고 몸마저 덜덜 떨려왔다.
이미 야릇한 꿀물을 졸졸 뱉어내고 있던 보지에서, 울컥하고 대량의 꿀물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신디는 자신의 몸이 고장 나버렸다고 느꼈다. 민준의 시선이 신디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하으-……민, 민준-……”
“글쎄요. 신디. 죄수 주제에 교도관을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죠.”
“흐읏…죄, 죄송해요. 교도관님.”
방의 컨셉에 맞게 민준은 신디를 죄수라고 불렀고, 신디 역시 민준이 원하는 바를 금방 이해하고 역할 놀이에 동참했다.
애초에 이거야말로, 신디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음-. 좋아요. 이제야 자기 처지를 이해했네요?”
민준이 신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분명 민준의 손길은 뇌까지 모조리 녹아버릴 정도로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무시무시한 권위감에 신디는 흥분돼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민준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가축처럼 다루고 있을 뿐이었다. 시킨 대로 잘 짖었으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을 뿐이었다.
“네, 네에-. 저는 죄수니까……혼나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조용히 하세요. 신디. 이제부터 제 허락 없이 입을 열면, 벌을 주겠어요.”
“아-……흐우으……”
“역시. 신디는 금방 적응하네요. 평소에도 남자친구들과 이런 플레이를 즐겨했나 보죠?”
“네-……조, 조금-. 죄, 죄송해요. 민준! 그, 그래도 민준처럼 첫눈에 반한 사람은 없었어요…! 민준이-. 민준만이 제 진짜 주인님이에요!”
신디는 급격하게 싸늘해지는 민준의 눈빛을 목격하고, 순간 심장이 깨질 것처럼 조여와서 다급하게 변명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