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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72화 (172/270)

〈 172화 〉 172화

지극히도 화려했던 파티가 끝이 나고, 세아는 곧장 발길을 돌려서 연회장 지하에 있는 상황 통제실로 향했다.

파티에 참석하는 이들에게도 숨겨진 공간이었고, 대부분의 사용인들조차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극비의 공간이었다.

일성은 예전부터 연회장 곳곳에 초소형 몰래카메라와 도청기를 설치해놓고 사람들을 감시하며, 파티에 참석한 이들의 약점을 비밀리에 긁어모으는 중이었다.

아직 자기 통제 능력이 부족한 철부지들의 질펀한 섹스 테이프나, 비밀리에 밀회를 즐기는 기업 총수의 은밀한 불륜 생활까지.

한 개만 터져도 대한민국을 몇 개월 동안을 진동시킬 x 파일들이, 이곳에는 수백 개 이상 저장되어 있었다.

“CCTV 돌려서 김민준 대표 행적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보세요. 최대한 빨리-.”

“네, 대표님.”

세아의 명령에 CCTV를 통제하던 인원들이 신속하게 민준의 행적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포도알처럼 박혀있는 수십 개의 스크린 화면에 민준의 모습이 잡혔고, 세아는 파티장에 도착한 민준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는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

민준과 예지가 미로 정원의 으슥한 곳에 들어가 격정적으로 키스하고, 춤을 추는 모습까지 전부다.

조용히 영상을 지켜본 세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이제 됐어요. 이거 따로 모아서 저장해 두세요.”

“네-. 대표님. 지시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세아는 더는 볼일 없다는 듯 단호하게 등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세아의 도도한 발걸음은 들어올 때와 별반 다름없었지만, 짜증 어린 기색을 담고 있던 세아의 눈은 이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에게 짜증을 유발한 대상이 누구인지,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신예지-. 그동안 너를 너무…상냥하게 다뤄준 건가?’

****

“저……신 상무님-.”

비서가 조심스레 예지를 깨웠다. 하지만 예지는 여전히 의자에 꼿꼿이 앉은 채 깊게 잠들어 있었다.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예지에게 다가가 예지의 어깨를 살살 흔들었다.

“저…신 상무님-. 이제 곧 회장님께서 오신다고 하셔서……”

“으음-. 민준 씨……민준 씨……?”

“네…? 저…상무님?”

“아-…”

예지는 눈을 천천히 뜨고 몇 번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살짝 돌려 걱정스러운 표정을 자신을 보고 있는 비서를 바라봤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약간은 잠겨있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예지가 비서에게 사과를 건넸다.

“이런……깜빡 잠들었나 보네요. 미안해요. 김 비서님.”

“아, 아닙니다. 상무님. 회장님께서 곧 도착하신다고 하셔서……”

“알겠습니다. 아버지하고 마실 차 먼저 준비해 주세요. 저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 좀 하고 와야겠네요.”

“네. 상무님.”

예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 예지의 뒷모습을 비서는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비서는 회사가 잘 나가서 격무에 시달릴 때마저, 예지가 회사에서 조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었다.

‘회사 걱정에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신 거겠지……내 처지도 그리 좋지 못하지만…상무님은 정말이지…’

하지만 비서의 걱정과는 달리, 예지가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쏴아아-.

예지는 화장실에 도착해서 물을 틀어놓고, 가볍게 세수를 한 뒤 화장을 다듬었다.

립스틱을 바르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던 예지는, 갑작스레 떠오른 어제의 기억에 볼을 화끈하게 물들였다.

‘아-. 정말. 키, 키스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나이도 젊으면서…’

어제는 민준과 저녁 식사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파티에서 첫 만남 이후로 세 번째 만남이었고, 민준은 데이트를 한 뒤 예지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예지는 민준의 차 안에서 별의별 생각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대로 집에 도착해서 민준과 헤어져야 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데이트는 물론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로맨틱하고 환상적이었지만, 예지는 내심 단순한 데이트 이상의 것을 바라고 있었다.

사실 성인남녀가 세 번 정도 만났으면 으레 들만한 생각이었고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민준은 밤 12시가 되기도 전에 시간이 늦었다며 자신을 차에 태우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예지는 답답한 마음에 대놓고 호텔로 가자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아직 스무 살밖에 안 된 민준이라서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건가 싶기도 했고, 자신의 성적 매력이 부족해서 민준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자연스레 예지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왜 그래요? 기분 안 좋아요? 예지 씨?’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집에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거짓말. 솔직하게 말해봐요. 왜 그러는데요. 제가 예지 씨한테 뭐 잘못했어요?’

‘……민준 씨는……저하고 헤어지는 거…아쉽지 않아요…?’

‘네…?’

‘하아-. 됐어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이만 갈게요. 오늘 즐거웠어요. 민준 씨.’

예지는 말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들이닥친 민준의 손이 예지의 손목을 잡아챘고, 예지는 깜짝 놀라며 민준을 돌아봤다.

‘읏-. 민, 민준 씨-.’

‘…예지 씨랑 헤어지는 거 아쉬워요. 예지 씨는 제가 꼭 말해줘야지 알아요? 아니면……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줄까요…?’

‘아, 아-. 잠, 잠시만-……흣, 흐읏…!’

그 뒤로, 민준은 짐승처럼 예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가,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녹여 먹기를 반복하며, 대단히 오랫동안 예지의 입술을 갖고 놀았다.

그리고 키스가 끝나고 대문 앞까지 예지를 배웅해주며, 민준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아, 안녕히 가세요. 민준 씨-. 저, 저는 이제 들어가 볼게요오-.”

‘그래요. 예지 씨. 아, 잠시만요.’

‘네…? 왜, 왜요?’

‘다음에 만나면, 예지 씨가 원하는 거 꼭 해드릴게요. 알겠죠?’

‘에…? 아, 네. 네-.’

예지는 멍하니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봤지만, 민준이 해준 그 의미심장한 말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이런 꼴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끼익-.

예지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거울을 보며 화장 상태와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민준과의 키스를 떠올릴 때 생긴 홍조 때문에 여전히 볼에 붉은 기가 남아있었지만, 나머지는 평소의 신예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서 졸다니…하, 정말-. 연애도 좋지만 할 건 제대로 하자.’

예지는 바른 걸음으로 화장실에서 나가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예지의 아버지이자, 신화의 회장인 신경섭이 접객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회장님. 벌써 오셨어요?”

“어, 그래. 우리 딸-. 왔구나.”

“…”

평소와는 다른 경섭의 태도에 예지가 표정을 조금 일그러졌다. 예지는 빠르게 걸어가서 경섭의 건너편에 앉고는, 어쩐지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경섭을 뻔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회사에서 딸이라뇨. 아버지…무슨 일 있어요?”

“음-…”

회사 안에서 직급이나 직책으로 부르지 않으면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냐면서 호되게 혼내던 경섭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딸’이라고 부르다니.

유독 이상한 경섭의 태도에서 예지는 알 수 없는, 그러나 무척이나 강력한 불안감을 느꼈다.

“오늘 은행장들에게 전화가 왔다-. 더는 신화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더구나.”

“네…? 그게 갑자기 무슨…대체 왜요?”

“자세한 얘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아마 일성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겠지. 아직은 담보로 잡을 것들이 남아있는데도 대출을 막아버렸으니, 외압이 있는 게 아닐까 싶구나.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시중 은행장들에게 그만한 외압을 넣을 수 있는 건 일성뿐이고……”

“그, 그럼 대금은요? 당장 이번 달 안에 갚아야 할 대금이 얼마인데…그건 어떻게 해요?!”

“최대한 쥐어짜 보겠지만, 대출이 막히면……결국에는 부도를 면치 못할 거다.”

투욱-.

경섭의 어깨와 고개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예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예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저렇게 약한 아버지의 모습 따위,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만…그만 해요. 아버지. 어깨 펴세요…제발, 제발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이제 됐다. 예지야. 너는 할 만큼 했어. 다 내 탓이다. 미안하다.”

“…이익-. 됐어요. 아버지. 제가 어떻게든…어떻게든 해결해 볼게요.”

“예, 예지야…!! 어디가니…!! 예지야!!”

예지는 좌절하고 있는 아버지를 더는 보기 싫어서, 사무실을 뛰쳐나와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차를 몰아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예지의 표정은, 짙은 암흑처럼 어두워 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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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동-.

민준은 예지가 알려준 호텔 방으로 도착해서, 벨을 눌렀다. 곧, 예지가 나와서 차갑게 굳은 표정의 민준을 웃는 모습으로 반겼다.

“왔어요? 히히. 어서 들어와요. 민준 씨이-.”

“……술 마셨어요?”

“쪼금요-. 안 마시려고 했는데에, 민준 씨 기다리는 동안 쪼금 마셔버렸어요. 죄송해요-.”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예지는 태도는 완전히 느슨해져 있었다. 예지는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민준을 호텔 방 안으로 들였고, 자꾸만 헤실헤실 웃어댔다.

민준은 진한 와인 냄새가 풍기는 방안을 살피다가, 테이블을 보고는 인상을 크게 굳혔다.

고풍스러운 테이블 위에는 이미 와인병이 몇 병씩 뒹굴고 있었다. 안주도 하나 없이, 예지는 술만 벌컥벌컥 마시면서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히히-. 민준 씨다아-. 민준 씨가 안 와서 얼마나 외롭고 심심했는데에-. 왜 이제야 왔어요오-.”

“……”

“응…? 우리 민준이 화났어요?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요? 누나가 기분 좋게 해줄까요…? 우리 민준이는……기분 좋은 거 해보긴 해봤으려나아…?”

“그 정도만 해요. 진짜로 화나려고 그러니까.”

“아앙-. 안 돼요! 민준이는 화내면 안 돼요! 민준이는 기분이 좋아야만 해요! 그래야…그래야 예지가 돈 빌려달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아-.”

“돈…? 지금…돈 필요해서 이러는 거예요?”

“네! 맞아요! 돈 필요해서어……그래서 민준 씨한테 예지 몸을 주고……돈 빌려 달려고 할 생각이었어요. 으응-. 아무것도 없이 빌려달라고 하면 너무 미안하니까아-…예지 몸을 담보로 해서어…”

“…씨발, 진짜-.”

“잠, 잠깐! 어, 어디 가요! 민준아, 민준아…!”

민준은 조용하게 욕을 읊조리고, 몸을 휙 돌려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금방이라도 방에서 빠져나갈 기색이었다.

예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용케 뛰어와서 급하게 민준의 손목을 잡아챘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민준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고 꾹 쥐는 예지의 행동에서, 예지의 절박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미, 미안해요…! 미안해요! 민준아, 민준아-. 예지가 미안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

“돈, 돈 주기 전에 여기서 못 나가요. 예지 몸 같은 건 얼마든지 가져도 되니까…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제발 돈 좀 주세요…! 제발요!”

“하아-……술 깨면 다시 얘기합시다.”

탁-.

민준은 자신의 손목을 꾹 잡고 있는 예지의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아, 아으…!”

술에 취해서 그런지 예지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민준은 잠시 멈칫하고는 그대로 발길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흐윽…! 거짓말쟁이! 민준이는 거짓말쟁이…!! 지켜준다고 했으면서…! 흑, 흐윽-…이세아한테서…이세아한테서 지켜준다고 했으면서어…! 욱, 우읍-.”

“읏-. 잠, 잠시만-.”

무척이나 불길한 소리였다. 민준은 급하게 고개를 돌려서 예지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예지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서 자신이 마셨던 와인들을 그대로 게워내고 있었다.

단정한 예지의 정장이, 예지의 입에서 나오는 토사물로 젖어갔다.

“욱, 으브으-. 우으-. 그브으-.”

“……”

민준은 말없이 예지를 지켜보다가, 토를 다하고 토한 곳 위로 금방이라도 쓰러지려 하는 예지의 몸을 재빠르게 받아들었다.

예지는 완전히 필름이 나가버린 것 같았다.

‘…또 뒤처리는 내 몫이지. 하아-.’

민준은 속으로 궁시렁대면서 예지를 안아 들어서 화장실로 옮기고 예지의 옷을 벗겨냈다.

그리고 기절한 여자들을 씻겨주던 능숙한 손길로 예지의 온몸을 꼼꼼하게 씻긴 뒤 말려주고,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혹시 옆방이 비어있을까요? 죄송하지만, 일행이 방에다가 토를 좀 해놔서요.”

-아, 그러셨군요. 잠시만요. 손님…

다행히 옆방이 비어있었다. 방을 빌리겠다고 하자 직원이 올라와서 카드키를 건네주었다.

민준은 청소 팁으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뒤, 가운을 입힌 예지를 안고 옆방으로 향했다.

모든 걸 비워내고 곤히 기절해있는 예지를 침대에 가지런히 눕힌 민준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예지의 옷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사 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침대로 향해서 예지의 몸 위로 올라탔다.

“…예지 씨 때문에 하는 거니까, 잠시만 빌릴게요.”

민준은 누워있는 예지의 몸에서 가운을 벗긴 뒤, 자신의 옷도 마저 벗어버렸다.

매끈하고 가녀린 예지의 알몸을 보며 자지를 예열시킨 민준은, 뜨거워진 자지를 봉긋 솟아오른 예지의 가슴골 사이에 넣고 허리를 흔들어가며 비볐다.

미현정도는 아니었지만, 예지는 예쁘고 탱탱한 방추형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큰 건 별로라고 생각하는 특이 종자들은 오히려 예지의 가슴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지의 가슴은 아름다웠다.

혹시나 성형일까 했지만, 고추에서 느껴지는 야들야들한 질감은 라텍스로는 구현해 낼 수 없는 것. 민준은 마음 놓고 허리를 흔들었다.

“후우-…”

적당히 사정감이 몰려오자, 민준은 예지의 입술을 벌리고 귀두를 입에 물렸다. 그리고 그대로 예지의 입안에 정액을 가득 싸질렀다.

‘참나……위장약 대신 정액을 먹이다니. 뭐, 그래도 효과는 훨씬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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