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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69화 (169/270)

〈 169화 〉 169화

이미 몇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음에도 신화 그룹의 경영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연달아 터진 악재에 멀쩡하던 사업들이 휘청거렸고, 그걸 급하게 수습하느라 손발이 묶여버렸다. 인프라는 여전했지만 자금이 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신화에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뻗어봤지만, 도움을 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승냥이 같은 기업들은 신화를 완전히 망가트려 값싸게 흡수하기 위해 단합한 지 오래였다.

신화의 덕을 보며 자라온 기업들도, 승냥이떼의 위협에 함부로 신화에게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피를 철철 흘리는 가운데 포악한 승냥이 떼에 둘러싸인 최악의 상황.

예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몸을 바쳐 어떻게든 기업을 살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엾네. 우리 예지. 내가 좀 나서줘야겠어.’

유나가 선정한 ‘쓸만한 재벌 집 여식’ 1등에 빛나는 예지였다. 어차피 꼬셔버릴 생각이었는데, 완전히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 극적으로 도와줄 만한 상황도 많이 나올 것 같았다.

민준은 예지의 뒤를 밟았다. 속이 안 좋은지 화장실에서 예지가 무언가를 게워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트레스성 위염이라도 걸린 걸까? 그렇다면 내가 또 치료를 해줘야겠는데?’

계속해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침내 예지가 나오려는지 또각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은 소리가 가까워졌을 때 급하게 몸을 코너에서 내던졌고, 걸어오던 예지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민준과 부딪혔다.

“아, 아앗!”

신체 강화에 수천억을 처바른 민준의 몸이었다. 현격한 피지컬 차이에 민준은 꼼짝도 안 했지만, 예지는 거의 장풍에 맞은 듯이 뒤로 날아갔다.

아니, 날아갈 뻔했다.

턱-.

“이런-. 괜찮으세요?”

민준은 날렵하게 뒤로 날아가는 예지의 손목을 잡아끌어서, 예지가 넘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괜찮으냐고 물었지만, 예지는 아직까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민준은 다시 한 번,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예지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얼굴이 빨간데…”

“아, 아-…괜, 괜찮아요.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예지는 어서 안색을 수습했다. 빛이 나는 민준의 비주얼 때문에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지만, 치열하게 사회 생활을 하며 쌓아온 예지의 자기 통제 능력 또한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예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우아한 태도를 빚어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이상형을 만났더라도, 어찌할 줄 몰라서 허둥지둥 대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물론, 민준처럼 순진무구한 태도에서 오는 귀여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적어도 예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요. 제가 죄송하죠. 너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아, 저는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신예지예요.”

두 사람은 가볍게 눈인사를 하면서 통성명을 나눴고, 민준은 민망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예지에게 양해를 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예지 씨. 하하, 근데 제가 화장실이 급해서…좀 지나가도 될까요?”

“그럼요. 막고 있어서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기회가 되면 또 뵙고 싶네요. 그럼 이만.”

전형적인 서비스 멘트와 기계적인 웃음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예지는 떨려오는 자신의 가슴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었다.

예지는 민준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하아-. 정말 뭐하는 거야. 신예지. 이러지 말고 빨리 들어가자.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잘생긴 남자 친구가 아니라, 신화를 구해줄 능력 좋은 남편이라고.’

예지는 애써 스스로를 달래며 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민준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연스럽게 대쉬를 해보고 싶었다.

십 년. 아니, 오 년만 더 젊었어도 그랬겠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사랑 같은 달콤한 것에 빠지기에는, 자신의 현실이 너무 끔찍했다.

도망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개미지옥.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이끌리는 구조였다.

순간의 설렘 같은 쓸모없는 감정은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저 화려한 지옥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비참하게 목숨 구걸이라도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라-. 저건 혹시……그 사람이 흘리고 간 걸까…?’

하지만 예지는 겨우 떼어낸 발걸음을 얼마 안 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는 지갑이 떨어져 있었고, 모양으로 봐선 남성의 지갑이 분명했다. 아마 조금 전에 부딪혔을 때, 민준이 흘리고 간 것 같았다.

‘지갑은……중요한 거니까……전해줘야겠지. 혹시 누가 훔쳐갈지도 모르잖아-.’

변명이었다. 심각한 도벽이 있다면 모를까, 이 저택 안에 겨우 지갑 따위를, 그것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직접 허리를 숙여 훔쳐갈 만큼 궁핍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예지 정도였는데, 예지는 훔쳐가기는커녕 민준의 지갑을 주어 들고는 한쪽 벽에 다소곳이 서서, 민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지갑만 전해주면 갈 거니까……딱히 다른 마음은……’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건만, 예지는 스스로에게 자꾸만 변명을 뱉어내며 민준에게 잡혔던 손목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민준의 손길이 어찌나 뜨거웠는지, 아직도 그가 전해준 온기가 화인처럼 남아 있었다.

“아-. 예지 씨?”

생각에 빠져 있는데 옆에서 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지는 깜짝 놀라면서도 순식간에 마음을 추스르고는, 민준에게 손을 뻗어 지갑을 건넸다.

“이거-. 민준 씨 지갑 맞나요? 바닥에 떨어져 있던데…”

“아, 제 지갑 맞네요.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지 씨.”

“별일 아닌걸요. 그럼 이만-.”

“잠, 잠시만요…!”

예지는 민준의 앞에서 자꾸만 요동치는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서 가차 없이 몸을 휙 돌리고 걸음을 옮겼지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민준이 붙잡아줘서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기뻤지만, 예지는 그래서 더욱 돌아서야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왠지 여기서 돌아서면,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럼 예감이 들었다.

“말로만 고맙다고 하면 제가 체면이 서질 않는데……혹시 저한테 시간 좀 내어 주실래요?”

“……글쎄요. 그저 지갑을 주어드린 것뿐인데-.”

“…그냥 저한테 시간 좀 주세요. 지갑은 잃어버려도 괜찮은데, 지금 이 기회는 잃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

민준의 구애에 예지는 망설이다가 마침내 등을 돌렸다.

민준은 그 모습을 보며 환히 웃었고, 예지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아서 민준의 시선을 조금 피했다.

“…예지 씨는 재즈 좋아하세요?”

조금은 뜬금없는 민준의 질문. 예지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딱히-. 저는 클래식을 더 선호해요.”

“그럼 정원에 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 여기는 재즈 소리가 좀 시끄럽네요.”

“푸흣-. 그래요. 나가서 얘기해요.”

민준의 넉살에 예지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려오는 재즈의 선율은 시끄럽기보다는 우아하고 여유로웠다. 민준에게 말한 대로, 클래식을 더 좋아하는 예지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연주였다.

하지만 귓가를 부드럽게 타고 들어오는 민준의 목소리에 비하면, 시끄러운 것에는 틀림없었다. 예지는 앞장서는 민준을 따라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편감을 찾아야 한다는 걸 잊은 건 아니었지만, 잠시쯤은 민준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예지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이제 스무 살 됐습니다.”

“저는 서른 살이요. 민준 씨보다 딱 열 살 많네요.”

“네? 혹시 장난치시는 건 아니죠…? 저랑 또래겠거니 했는데…”

“…너무 과한 칭찬은 받기 어려워요. 민준 씨.”

“죄송합니다. 하지만 칭찬이 아니라 진심이었어요. 정말로 그렇게 보였거든요.”

“음-. 사실 저는……민준 씨가 스물다섯 살쯤은 되어 보였는데……스무 살이면 사귀기에도 너무 어리잖아요……”

“네, 뭐라고요?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

연회장으로 향하는 중앙의 거대한 길은 뻥 뚫려 있었지만, 그 길의 사이사이에는 미로같이 구성된 샛길이 존재했다.

양옆 담장이 사람 키만큼이나 높이 솟아올라, 샛길로 빠져든 순간 미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녹음진 담장 곳곳에 화사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밝은 조명들이 샛길 사이를 환하게 비추고 있어서 무섭기보다는 대단히 로맨틱했다.

민준과 예지는 그 사이를 차분하게 거닐며 얘기를 나눴다. 별것 아닌 얘기들이었지만, 예지는 어느새 모든 걸 잊고 민준과의 사소한 대화에 깊이 빠져있었다.

빚더미에 쌓여있는 신화그룹에 대한 생각도, 돈 많은 남편을 찾아야 하는 강박도 모두 잊어버리고, 그저 민준과 담소를 나누며 가벼운 마음으로 정원을 걸었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사교 모임에는 처음 오신 거죠?”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민준 씨처럼 잘……”

“잘…?”

예지는 황급히 말을 멈추고 사정없이 머리를 굴렸다. 말실수를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잘…모르던 분이 모임에 오며 소문이 금방 퍼지거든요. 근데 민준 씨에 대한 얘기는 들어본 적 없네요.”

“그렇구나. 그럼 예지 씨하고 먼저 만난 게 저한테는 큰 행운이네요.”

“네? 왜요?”

예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민준에게 물었다. 민준은 어깨를 으쓱거리면 대답했다.

“다들 서로 친분이 있다는 거잖아요. 혼자 들어갔으면 끼기 어려웠을 텐데, 이제는 예지 씨가 있네요.”

“글쎄요. 저도 다른 회원들과 크게 친분이 있는 건 아니라……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왜 도움이 안 돼요. 예지 씨가 제 파트너 해주시면 되죠.”

“이 모임에 파, 파트너 같은 건 딱히 없어요.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

“그래요? 아쉽게 됐네요.”

“…”

예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능숙한 작업 멘트를 툭툭 던져대는 민준의 옆모습을 슬쩍 쳐다봤다.

저런 얼굴로 이런 능숙함이라니. 민준 씨는 혹시 바람둥이인 걸까.

설마 말로만 듣던 공사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재벌 집 여자들은 한 번씩은 다 당한다던데….

‘아니지. 바보야. 네가 지금 볼 게 뭐가 있다고. 가진 건 빚밖에 없으면서…’

하지만 이내 예지는 고개를 털어냈다. 이세아도 아니고, 사정이 고약한 자신을 꼬셔봤자 무언가 얻어낼 만한 게 없었다.

‘잠깐만-. 그럼 민준 씨는 왜 나한테 붙어 있는 거지? 정작 파티장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은 거 같은데…’

이제서야 던져보는 질문. 답이 어렵진 않은데, 좀처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정말로 서로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까.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고 있는 걸까.

그렇기를 바랬지만, 그렇다고 함께할 수는 없었다.

일탈은 어디까지 일탈.

예지는 슬슬 동화처럼 환상적이었던 이 산책의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자신의 발걸음은 무거워져만 가는데, 처음과 같은 속도로 걷는 민준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굳이 자신의 보폭에 맞추지 않고, 민준이 훨씬 더 느리게, 아주아주 느리게 걸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례지만……민준 씨는 어떤 일을 하세요? 아, 아직 대학생이신가요?”

“아니요. 대학은 안 다니고 있고, 작은 투자사 하나랑 엔터 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럼 아버지랑 어머니는……혹시 제가 아는 분들일까 해서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두 분 다 평범한 분들이셔서.”

“네-. 그렇군요.”

조금은 빠르게 나온 예지의 대답.

예지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예지의 사정을 이미 알고 있는 민준은 예지의 어깨가 축 처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 다시 돌아왔네요.”

“네. 그렇네요. 예지 씨.”

걷다 보니, 들어왔던 곳과 같은 곳에 도착해 있었다. 입구와 출구가 같았다.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미로 속 산책이 끝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지옥이 또다시 예지를 반기고 있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재즈 소리가,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 악마의 웃음소리 같았다.

“이만……여기까지 하죠. 민준 씨.”

“네? 갑자기…그게 무슨 말이에요. 예지 씨?”

예지는 출구의 앞에 멈춰 서서, 민준에게 말을 걸었다.

미로 정원은 환상적이었지만, 어차피 제자리였다. 환상만으로는 현실을 파헤쳐 나갈 수 없었다.

예지는 좀처럼 떼어지지 않는 입을 힘겹게 떼어내서, 민준에게 한여름 밤의 산책의 끝을 알렸다. 환상의 미로 정원은 여기까지였다.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까……안에서는 아는 척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데……어려운 부탁일까요?”

“그건 어렵지 않지만……예지 씨의 사정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왜 갑자기…예지 씨가 슬픈 표정을 짓는지 궁금한데.”

“미안해요……내키지가 않네요. 특히, 당신한테는……”

“……그럼 먼저 들어가실래요? 저는 여기서 조금 있다가, 예지 씨가 들어가면 천천히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고마워요. 산책, 즐거웠어요.”

예지는 민준을 남겨둔 채 걸음을 옮겼다. 민준의 시선이 등 뒤에 따라붙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내딛는 발에 망설임을 두지는 않았다.

“한 잔 주실래요?”

“물론이죠. 여기 있습니다.”

연회장에 들어서서, 예지는 은쟁반 위에 술잔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는 서버에게 술잔을 건네받았다.

무식하게 원샷을 하지는 않았다. 취하고 싶었다면 이미 그 정원에서, 와인 따위보다 훨씬 더 감미로운 것에 취해버렸으리라.

“아, 예지야-! 어디 있다가 이제 왔어? 내가 너 엄청 찾았는데.”

“응-. 그냥…밖에서 바람 좀 쐤어.”

예지는 술잔을 들고 원래 자신이 있던 구석진 자리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친목을 나눴다.

환하게 인사하면서 자신의 온몸을 대놓고 음흉하게 훑는 남자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남자들의 관심을 뺏는 자신에게 시기와 질투를 보내는 여자들.

역겨운 공기에 숨이 막혀왔지만, 술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예지는 참을 수 없을 때마다 술잔에 들어있는 와인을 조금씩 들이켰다.

“어머~ 예지 씨, 오늘 술이 땡기나 보다……왜? 슬픈 일이라도 있어요?”

“그러니까. 아까부터 쭉쭉 들이키네~ 아무리 요즘 기업 사정이 안 좋아서 슬퍼도, 여기는 꽐라되면 아무도 책임 안 지는 거 알죠…? 아니면…책임져 달라고 대놓고 유혹하는 건가?”

“야~ 다 닥쳐. 예지는 내가 책임질 거니까. 예지야. 걱정하지 마. 오빠가 있잖아. 예지를 위해서라면 이 오빠가 다 해줄게. 이 오빠, 능력 알지?”

“하하하-. 저 새끼 또 저런다. 오빠는, 새끼야! 예지 씨가 너보다 나이 많잖아! 뭐, 액면가는 비슷하다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책임진다고!”

뭐가 그렇게 웃긴지, 남자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예지는 다만 아무 말 없이, 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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