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167화
끈적한 살결들이 마주쳤다가 떨어졌다. 씻지도 않고 격렬한 뒤치기를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의 설영이라면 불결하다고 학을 뗐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 아으읏…!! 여, 여보……너, 너무 강해요……조, 조금만 천천히…!”
“후우-. 하아-.”
설영은 애타게 부탁했지만, 민준이 실제로 멈춰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았다.
민준의 취향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설영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때 민준이 더 불타오르는지 알고 있었다.
설영은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민준에게 빌면서, 길고 고운 손으로 침대 시트를 꾹 붙잡았다.
“흐읏…여, 여보……제발요…흐윽…보, 보지가 이상해요……제발 천천히 해주세요…!”
“거짓말. 개처럼 박히는 거, 제일 좋아하잖아. 안 그래?”
“흐읏…개처럼 이라니…! 그렇지…그렇지 않아요…! 아으, 하읏…!!”
설영은 그럴 리 없다는 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털어냈다.
망가지는 모습. 타락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민준의 취향에 맞춰서.
절대 억지로는 아니었다. 설영은 어느 샌가부터, 민준의 취향에 맞추는 걸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단지 연주에게서 민준을 뺏어내려는 생각뿐이었지만, 이제는 설영 스스로도 어떤 마음인지 정확히 잡아낼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의 움직임에 흥분한 민준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자지를 세게 박아넣어 줄 때, 설영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 끝없는 충족감을 느꼈다. 그제야,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 신기하고 황홀해서 느껴도 느껴도 부족한 지독한 쾌락.
“아아-. 여보…! 여보……! 너무 깊어요…! 자궁이…자궁이 너무 아파요…흐응, 하읏…!”
“안 되겠군. 자꾸만 엄살을 부리다니. 스스로의 처지를 모르는 건가?”
“아, 아아-. 여보…어, 어째서어-……”
민준은 그칠 줄을 모르고 팍팍 박아대던 자지를 돌연 멈춰버렸다. 그리고 엎드려있던 설영의 몸을 가볍게 뒤집어서, 설영과 마주 봤다.
‘아…안 돼. 싫, 싫어…!’
설영은 민준이 자신을 애태우기 위해 연기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물건 보듯 무심하게 쳐다보는 민준의 눈빛을 견딜 수가 없었다.
쾌락으로 범람하고 있던 가슴이 한순간에 바싹 메말라버렸고, 죽을 듯이 목이 타올랐다. 거대한 태양이 작열하는, 물기 하나 없는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애정없는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자신을 버릴 것처럼 바라보는 민준의 눈빛이 자신을 조각조각 내고 있었다.
“여, 여보……여보……흐윽. 여보오-.”
설영은 조금이라도 민준의 음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민준의 허리를 다리로 감싸고 필사적으로 골반을 뒤틀어 봤다. 하지만 민준의 시선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무심한 민준의 목소리를 들려오자 설영은 심장이 철렁거렸다.
“자지를 멈추니까 1초도 못 참고 이렇게 음란하게 굴면서 말로는 싫다고만 하는군. 한설영.”
“흐읏…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여보.”
“…빨아.”
“아, 아아-.”
민준이 검지와 중지를 겹쳐서 설영의 입을 향해 가져다 대었다. 설영은 입술을 열지 않고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본능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다.
민준의 손가락이야 얼마든지 빨아줄 수 있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강압적으로 다뤄져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설영의 망설임은 그리 오래갈 수 없었다. 민준의 말을 들은 설영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이 흔들렸다.
“어서 빨아. 만족할 만큼 잘 빨면 다시 자지를 박아주지-.”
“…으읏. 너무해요…너무해요, 여보…! 흐읏…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저는……”
“어서-. 이것 말고는 내 자지를 다시 움직일 방법은 없을 거야.”
“흐윽…여, 여보오-.”
설영은 물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민준에게 애원했다. 민준을 자극하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수치심이 몰려와서, 자존심이 무너져서, 설영의 눈가에는 가련한 물방울들이 그렁그렁 맺혀버렸다.
민준은 가련하기 그지없는 설영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쿵쿵대는 걸 느꼈다.
설영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벌레로 취급하고 서슴없이 괴롭히는 마녀였지만, 자신에게만은 달랐다. 설영은 자신에게 단단히 미쳐있었다.
평생을 지켜왔던 체면과 자존심까지 자신의 애정을 갈구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버릴 수밖에 없었다.
벗겨지고 또 벗겨져서 속마음까지 완전히 드러낸 상태로, 어미 젖을 찾는 아이처럼 손가락을 쪽쪽 빨 수밖에 없었다.
“흐읏-. 하아……쯥, 쯔읏-. 쯥-. 흐우으, 츕-.”
“그래. 잘하는군.”
“으브-. 흐읍, 쯥-. 츕, 츄릅-.”
설영은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민준의 손가락을 빠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손가락을 음란하게 빨수록, 민준의 칭찬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잘한다고, 훌륭하다고 해주었다.
‘이러다간…이러다간…완전히 망가져 버려……하지만……’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또 다른 한설영이 몸을 빌려 쓰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현실감이 점점 사라지고, 평소의 내가 어땠었지 하는 기억들도 전부 사라졌다.
설영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오로지 민준의 손가락을 빠는 것에 집중했다.
단순하지만 무한한 쾌감을 주는 일. 민준의 명령에 복종하고, 민준이 해주는 칭찬을 듣는 것.
“좋아. 아주 잘했어. 설영아.”
“흐아아-. 츕, 쓰읍-.”
민준은 설영의 표정이 완전한 암캐의 그것이 됐을 때, 손가락을 천천히 설영의 입에서 빼내었다. 입안에서 구르며 점성을 더해간 은색 실선이 길게 늘어지면서, 샹들리에의 조명을 받고 음란하게 발광했다.
민준은 은색의 실들로 촉촉이 젖어있는 바로 그 손가락을 설영의 보지에 삽입해버렸다. 설영의 보지 안에서 씹물이라는 이름의 윤활유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찌걱-. 찌걱찌걱-.
“흐, 흐읏…! 앙, 아하읏…! 여, 여보오…!”
“이렇게까지 젖다니. 자지를 박아줄 때보다 손가락을 빨면서 더 흥분한 건가?”
“아, 아니에요. 여보의 자지…자지를 원해요……흐응-. 여보오. 제발요. 손가락 잘 빨면 자지 주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렇지. 약속은 지켜야지.”
민준은 손가락을 빼내고, 자지를 설영의 보지 입구에 맞춰 끼웠다. 그리고 푹 익어서 흐물흐물하게 풀어진 설영의 보지에, 단번에 자지를 박아넣었다.
“아악…! 아, 아흐읏… ! 여보…! 여보…!!”
“음-. 맛있어. 정말로 맛있는 보지야.”
“아, 아흑…! 여보…! 더요…! 더 찔러주세요…! 설영이 맛있는 보지에 푹푹 박아주세요…!!”
언제나 원리는 똑같았다. 강력한 애태우기 다음에는, 애정과 사랑을 있는 대로 쏟아부어 준다.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라기엔 너무 단순한, 암컷을 조련하기엔 딱 알맞은 기술이었다.
민준은 설영을 끊임없이 칭찬하면서, 보지가 맛있어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자지를 힘차게 박아갔다.
“설영아. 아까 놀이공원에서 그년들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늙은 아줌마보다는 젊은 여자들이 더 쫄깃하다면서 나를 유혹하더군. 뭐, 젊은 여자 보지가 더 쫄깃하다는 건 거짓말은 아니지.”
“아…! 아아…! 시, 시러엇…! 시러요…! 여보, 여보…! 부탁이에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설영은 민준의 말을 듣기 싫어서 고개를 세차게 휘저으면서, 자신의 두 손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하지만 민준은 설영의 손을 가볍게 묶어버리고는, 일방적으로 설영의 귓속에 음란한 말들을 때려 박았다.
“근데 설영아. 너는 아니야. 네 보지는 젊은 여자들보다 훨씬 더 맛있고 쫄깃해. 절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으…! 정, 정말요? 정말 제 보지가 젊은 여자들보다 더 맛있어요?”
“그래. 보지뿐이겠어? 설탕보다 더 하얀 피부 하며 가녀린 목선 하며, 탱탱한 가슴은 어떻고…설영이가 제일 예쁘고 맛있어. 나한테는 한설영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여자야.”
“흐읏, 하으, 꺄아아앗…!!!”
촤아악-. 촤아아아악-.
민준의 속삭임을 홀린 듯이 듣고 있던 설영의 허리와 목이 순식간에 기형적으로 꺾이더니, 설영의 보지에서 음란한 분수가 폭죽 터지듯 화려하게 터져 나왔다.
하복부를 흠뻑 적시는 설영의 씹물을 느끼며, 민준은 흐뭇하게 웃었다. 뭐 대단한 말을 해줬다고, 설영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하고 있었다.
“음란해. 한설영. 음란해서 걱정이야. 음란한 걸 주체 못 하고 나 말고 다른 남자와 몸을 섞으면 어떻게 할까. 응? 가령, 당신 남편이 한국에 오면……”
“흐아-. 흐으응-. 절대요. 절대 아니에요. 여보밖에 없어요. 흐윽-. 설영이는 여보만의 보지에요.”
“그래? 그런데 어쩌지. 나는 당신 말고 연주도 따먹고 있는데. 딸이라서 그런지, 연주도 당신 못지않게 맛있거든.”
“싫어, 싫어요. 연주, 그년 얘기는 하지도 말아요. 그년이 당신을 먼저 뺏어가는 바람에-. 저는……저는……제가 여보를…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글쎄. 말로는 뭐가 어렵겠어. 행동으로 보여야지.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내 머릿속에서 연주가 지워질 만큼 음란해지는 거야. 도도한 한설영이 오로지 내 자지만을 위해 봉사하는 거야.”
“아, 아아-. 아흐읏…! 여, 여보…!”
“나도 당신에게 박을 때마다 연주에게 미안해. 그러니까 그 죄책감까지 전부 잊을 만큼…나를 위해 봉사해. 설영아.”
“하응. 네, 네! 여보…! 설영이가…! 설영이가 다 잊게 해드릴게요…! 연주 그 년은 생각도 안 나게 해드릴게요…! 여보는…! 여보는 저한테만 집중해 주세요…!! 흐응, 아흐읏…!!!”
설영이 민준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다리로 민준의 허리를 감고, 팔로는 민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민준과 설영이었지만, 두 사람의 성기만은 끝을 모르고 음란하게 떨어졌다가 붙기를 반복했다. 그에 맞춰서 민준의 낮고 거친 숨소리와 설영의 높고 날카로운 신음 소리가 호텔 방을 가득 채웠다.
웬만해선 식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뜨거운 열풍이, 호텔 방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
계급.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계급이 있다. 옛날에는 혈통이라고 불렀고, 요즘 들어서는 수저라고 불렀다. 이름은 시대마다 바뀌고 있지만, 계급은 모든 시대를 관통해서 존재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맨 꼭대기에 있는 계급을 지닌 이들은 누구일까, 답은 바로 이곳.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재벌 모임 YLO가 주최하는 사교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일성 그룹 소유 VIP 연회장에 있었다.
“하아-……”
통통 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늘진 한숨이었다.
환하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샹들리에의 조명이, 축구 경기장처럼 광활한 연회장을 감싸고 있었다.
드높은 천장에 박힌 저 거대한 샹들리에들만 갖다 팔아도 빚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예지는 다시 한번 짙은 한숨을 내뱉고는 손에 들려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톡 쏘는 과일 향은 일품이었지만, 그녀의 쓸쓸함은 조금도 채워지지 않았다.
‘하아. 인생 진짜……짜증 난다.’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은 원래 자신이 바라보는 자리를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르곤 했다.
예지는 와인을 들이키는 척,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일 만큼 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예지가 서 있는 구석진 곳과는 전혀 다른, 연화장의 한가운데였다. 위로는 연회장에서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샹들리에가, 아래로는 초거대 분수대가 화려한 물줄기를 뿜어대면서 강압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뺏었다.
특히, 분수대를 볼 때마다 예지는 어이가 없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실내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볼법한 화려한 분수대를 갖다 놓다니. 돈 지랄도 이 정도면 거의 예술의 경지였다.
‘이세아…역시 거기 있었구나. 표정은 정말 한결같이 도도하네. 언젠가 한 번쯤은…도도한 네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싶었는데…’
예지는 아련한 눈빛으로 한때 자신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다가, 세아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굳혔다.
이세아. 대한민국 불멸의 1등 재벌, 일성의 여식이었다. 나이는 이제 25살로 제대로 된 경력을 쌓기에는 아직 어렸지만, 이미 세아의 명성은 자자했다. 단지 대한민국에서 국한된 게 아닌, 세계가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어렸을 땐 여배우 뺨치는 아름다운 미모로, 그리고 이제는 압도적인 디자인 실력과 안목으로.
예지는 짙은 열등감이 드리운 칙칙한 눈동자로, 세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나도…나도…저렇게 될 수 있었는데…’
예지는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어두운 감정을 참아내기 위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언제부턴가 세아의 얼굴만 보면 머리가 혼란스럽더니 지금에 와서는 토끼가 올라올 정도로 속이 메스꺼웠다.
자신의 모든 걸 뺏어가 놓고도 변함없이 도도한 얼굴도, 모든 사람에게 떠받들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우월한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욱……!!”
결국, 메스꺼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넘쳐흘렀다. 예지는 입을 틀어막고 급히 화장실로 뛰쳐 갔다. 그나마 구석진 곳에 있어서 화장실이 가까웠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개수대에 신물을 토해내고 어서 입을 닦아냈다.
끼익-.
개수대에서 한참을 입을 닦아낸 예지는 타월로 입가를 꼼꼼하게 닦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붉은 색 파티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예전 같지 않았다. 언뜻 눈가의 주름도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언뜻 봐도 백옥같이 아름답던 세아의 얼굴에 비하면 조금은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아니야. 괜찮아. 그래, 나 정도면 아직 괜찮지. 이제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남편감이나 잘 골라보자. 신예지.’
예지는 억지로라도 기운을 냈다. 수많은 스트레스와 고난을 겪으며 좀 죽긴 했지만, 가십 방송에서 재벌가 여식들의 외모 순위를 매길 때 언제나 1등을 도맡았었다. 세아가 이름을 날리면서 2등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아직 남자를 꼬시기에 충분한 외모였다.
‘남편 잘 골라서……기업을 살려야지……응. 이제는 그 방법밖에는 없으니까.’
예지는 남자가 앞에 있다고 상상하며, 거울을 보며 조금은 고혹적으로 웃어봤다.
자세히 보면 어쩐지 우울한 기색이 비쳤지만, 은은한 샹들리에의 조명이 가려줄 테니 문제는 없었다.
예지는 언제라도 웃음을 지을 준비를 해놓은 채, 화장실을 나섰다.
턱-.
“아, 아앗!”
“…이런, 괜찮으세요?”
화장실에서 나오는 통로 쪽에서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였다. 예지는 코너에서 갑자기 몸을 꺾어 들어오는 남자를 피하지 못했고,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남자는 넘어질 뻔한 예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예지는 어쩐지 그 남자의 손이 무척이나 뜨겁다고 느꼈다. 남자의 손에서 전해져 온 온기가 자칫 자신의 심장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아…’
예지는 멍한 상태로, 고개를 올려서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예지의 얼굴이 확 붉어졌고,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남자는 예지와 시선을 맞추고는, 다시 한번 부드럽게 예지의 안위를 물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눈부신 외모였다.
“괜찮으세요…? 얼굴이 빨간데…”
“아……그,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