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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65화 (165/270)

〈 165화 〉 165화

MJ 타워에서 할 일을 끝내고, 설영의 집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스타 엔터에 들렸겠지만, 유나가 알려준 행사에 참가하려면 YLO의 명예 회원인 설영의 도움이 필요했다.

내가 아침에 전화를 걸자 설영은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추천해줄 테니, 오늘 하루 자기와 데이트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설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설영은 데이트를 해주지 않아도 추천은 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설영의 모습에 더욱더 마음이 약해져서 설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설영에게 신경 써주지 못해서 안 그래도 날 잡고 놀아주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오늘이 될 것 같았다.

‘맨날 호텔로 불러서 떡만 쳐댔으니까…이제 슬슬 데이트도 하고 싶을 만하지.’

정상적인 관계라면(여자친구의 어머니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부터가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서로 호감을 느끼고 만난 뒤에 작은 스킨쉽부터 시작해서 섹스로 나아갈 텐데, 설영과 나는 중간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오로지 섹스만 하고 있었다. 뭐, 설영 말고도 그런 여자들이 좀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설영은 유독 오나홀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복종도를 모아야 하니 섹스말고 다른 걸 할 시간이 별로 없는 데다가, 설영의 떡감이 워낙 훌륭해서 내가 참지 못하고 설영이 기절할 때까지 박아대는 것도 문제였다.

섹스 후의 커피 한잔은커녕, 하다못해 연인끼리 섹스 후에 나누는 사랑의 대화들조차 할 수가 없었다.

‘뭐, 오늘 서비스 제대로 해주면 되겠지.’

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설영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옷매무시를 가다듬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끼이이이잉-. 철컥-.

부잣집 초인종 특유의 듣기 싫은 두꺼운 전자음이 울려 퍼지더니, 곧바로 문이 열렸다.

나는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집 안으로 향했다.

원래는 가정부들이 안내해주거나 한다는데, 설영은 내가 집에 들를 때면 항상 가정부들을 일찍 퇴근시키고는 했다.

뭐, 그런 일반인들이야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까무러치지 않고는 못 버틸 테니, 가정부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택이었다.

삐삐삐삐-.

나는 현관문의 도어락까지 알아서 치고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 쪽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설영은 아마 부엌에서 뭘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뭐지. 설마 도시락이라도 싸는 건가…? 큭. 귀엽네. 진짜.’

설영이 여우 중의 상여우라는 것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연주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악덕 새엄마라는 것도.

하지만 나는 어쩐지 설영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연주를 위해 참교육을 해줄까도 했는데, 설영과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그런 마음도 사라져 버렸다.

아마 그 이유는, 설영이 내 마음에 들기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여자이기 때문이겠지.

내 여자들은 모두 그런 성향이 있었지만, 유나나 설영의 경우에는 특히 그런 면모가 더욱 심했다.

다른 여자들은 그저 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바쁘다고 한다면, 유나는 언제나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해서 내가 자신을 버릴 수 없도록 영리하게 행동했다. 그리고 설영은 계속해서 나의 취향을 파악하고, 끊임없는 여우 짓을 통해 나의 마음을 홀려놓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조금은 전략적인 사랑이랄까.

물론, 전략적이라는 뜻이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다. 그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그게 크게 엇나가면 시은 누나처럼 사고를 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유나나 설영은 그럴 여자들은 아니었다.

시은 누나는 계도시켜 주어야 할 불량아라면, 유나는 반듯한 모범생. 설영은 자기의 미모와 권력을 완벽하게 이용할 줄 아는 도도한 여왕벌 정도의 포지션이었다.

‘어…? 뭐야. 아, 데이트 간다고 데이트 복장으로 챙겨 입은 건가?’

나는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 설영을 발견하고 부르려다가, 설영의 복장을 보고는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서 아름다운 설영의 뒤태를 음흉하게 훑어봤다.

‘란제리나 가운 입은 모습만 많이 봤었는데…이렇게 꾸며서 입은 모습도 예쁘네.’

설영은 여름에 맞게 슬림핏 나시티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신경 쓴 듯 안 쓴 듯 노출하는, 일명 ‘생활 노출’이 나시티의 묘미였는데, 피부가 거의 사골국물 급으로 하얗고 젓가락처럼 가녀린 허리를 자랑하는 설영이 나시티를 입고 있으니 그 태가 그야말로 예술적이었다. 생활 노출을 이렇게까지 고급지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설영뿐일 것 같았다.

“장모님. 저 왔습니다.”

“…”

나는 구경할 거 다 하고, 천천히 설영을 불렀다.

아직 연주에 대한 죄책감을 완벽히 벗어던지지 못했다는 컨셉이었기 때문에, 나는 의도적으로 생기 없는 목소리로 설영을 ‘장모’라고 칭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도시락을 싸던 설영의 움직임이 그 자리에 뚝 멈췄지만, 설영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는, 설영의 바로 뒤까지 다가가 다시 설영을 불렀다.

“설영아, 나 왔어.”

“…장모님이라고 하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미안해. 설영아.”

설영은 조용하게 투덜거리더니, 내 사과를 듣고 나서야 뒤를 돌아서 나를 바라봤다.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설영의 고혹적인 얼굴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정말 나쁜데…완전 나쁜 남자인데…그래도 너무 좋아-. 우리 여보.”

설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 가볍게 안겨 왔다.

나는 설영이 안아주는데도 영 떨떠름하다는 듯이 가만히 있다가, 아무리 기다려도 설영이 떨어지지 않자 그제야 설영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내 손길에 설영이 나를 보면서 살포시 웃었다. 그리고 설영은 내 허리를 더 꽉 안아서, 자신의 몸매가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지도록 몸을 붙여왔다.

여우 짓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심장이 쿵쿵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크흠. 도시락 싸고 있던 거야?”

“네. 여보랑 데이트하면서 먹으려고요.”

“어디서 데이트하고 싶은데? 집에 오면 알려준다며.”

“아, 그게……”

“…?”

나는 처음 보는 설영의 모습에 의아했다.

여우 짓을 할 때는 여우 짓이라는 게 조금은 느껴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설영은 볼까지 붉히면서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듣고 놀, 놀리면 안 돼요. 여보. 알겠죠?”

“응. 알겠어.”

“사실은……놀, 놀이공원이……가 보고 싶어서……”

“뭐? 어디? 롤의 고원?”

“아니이-. 놀이공원……”

“아, 놀이공원? 그래, 가자.”

내가 스스럼없이 가자고 하자, 설영은 당황했는지 눈을 깜빡거리다가 나에게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같이 가줄 거에요…? 나이 먹은 사람하고 가면…여보가 부끄럽지 않겠어요?”

“나이 먹은 사람이 어딨는데?”

“응…? 그거야 당연히……”

“됐어. 아무도 나이 먹었다고 생각 안 할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정말요?”

“응. 그러니까 가자. 도시락 대충 다 싼 거지? 준비도 다 한 거고?”

“아, 네! 다 끝났어요. 여보!”

내 말에 설영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도시락을 들고 왔다.

나는 설영에게 도시락을 받아들고는, 설영과 딱 붙어서 집을 나섰다.

중간에 눈치를 보던 설영이 나의 손을 슬쩍 잡아 왔지만, 나는 피하지 않고 설영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섹스할 때 빼고는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설영이 조금 놀랐는지 흠칫거렸다.

“음…어디로 가고 싶어? 잠실에 있는데 아니면 용인에 있는데?”

“아무 데나. 아무 데나 좋아요. 여보랑 같이 있으니까.”

“…그럼 가까운 데로.”

나는 차에 타서 설영의 벨트를 매어주고, 목적지를 물었다.

나와 같이 있으면 아무 데나 좋다는 대답을 듣고는, 잠실에 있는 샤롯월드로 목적지를 찍고 차를 출발시켰다. 네비를 보니 30분이면 넉넉하게 갈 것 같았다.

‘샤롯월드라, 중학교 때 현장학습 가 본 뒤로 처음이네.’

샤롯월드는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수학여행을 서울로 오는 지방 학교들이 종종 수학여행 코스로 샤롯월드를 넣기도 했고, 꼭 지방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있는 초중고 학교에서도 단체 현장학습으로 많이 찾을 만큼 우리나라의 랜드마크 격 놀이공원이었다.

교복 이벤트나 할로윈 코스프레 이벤트 같은 인싸 이벤트를 많이 개최해서 인싸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들리는 장소였지만, 아쉽게도 나는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로 가 본 이후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아니지. 생각해보면 나도 이제 인싸인 거 아닌가? 20살에 여자친구(비록 장모였지만)랑 샤롯월드에 들리는 거니까. 오케이. 이제 진짜 아싸 탈출이구나.’

뭐, 지금의 위치에서 아싸 인싸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그래도 이왕이면 인싸들의 문화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언제나 음지에 있으니까, 양지의 공기도 가끔은 궁금하다. 이 말이지.

“…근데 설영아.”

“네. 여보.”

“놀이공원은 왜 가고 싶었어? 설마 한 번도 못 가봤다거나…그런 건가?”

“네. 여보. 어릴 때부터 레슨받고 콩쿠르 나가느라 바빠서 한 번도 못 가봤어요. 그래서 한 번쯤은 꼭 가 보고 싶었는데……조금 늦었지만, 이렇게 여보랑 가게 돼서 너무 좋아요. 히힛.”

스윽-.

설영이 기어봉에 살짝 걸쳐놓은 내 팔을 살며시 감싸왔다. 운전에는 하등 도움이 안되는 짓이었지만, 그래도 설영의 부드럽고 탱글거리는 살결의 느낌이 좋아서 딱히 제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달콤한 애정행각을 하며 달리다 보니, 금방 샤롯월드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샤롯월드 뿐만 아니라 바로 근처에 있는 샤롯 백화점이나 샤롯 호텔에서도 공영으로 쓰는 주차장이라 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설영이 주차요원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니 주차요원이 급하게 무전을 치면서 우리를 VIP 주차 공간으로 안내했다.

1년 전만 했더라도 까무러치게 놀라면서 ‘와, 이런 게 금수저인가…?’하며 혀를 내둘렀겠지만, 이제는 워낙 익숙해서 별 감흥 없는 장면이었다.

“평일이라 그런가, 나름 여유롭네.”

“여보, 이, 이게 여유로운 거예요? 내 눈에는 사람이 엄청 많아 보이는데…”

“주말에 오면 발도 못 디뎌…아, 저기가 티켓 사는 곳.”

비록 학교에서 단체로 몇 번 다녀온 게 끝이었지만, 그래도 인상에 깊이 남아있는 기억들이라 놀이공원이라는 신세계를 맛보고 있는 설영에게 꽤나 아는 척을 해댈 수 있었다.

나는 설영의 손을 꼭 잡고 티켓 부스로 향했다. 설영은 처음 와보는 놀이공원이 신기한지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물론, 사모님 체면 때문에 대놓고 고개를 휙휙 돌리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봐왔던 우아한 설영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라, 솔직히 많이 귀여웠다.

“환영합니다. 환상의 경험. 샤롯월드~ 고객님, 어떤 티, 티, 티…”

“네…?”

“아, 아니요. 죄송합니다. 어, 어떤…어느 종류의 티켓으로 구매하시겠습니까?”

티켓 부스에 도착한 우리에게 익숙하게 인사를 하던 직원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을 확 붉히며 심하게 말을 더듬어 댔다.

그런 직원의 모습을 보고 설영이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내 손을 더 꾹 잡아 쥐었다.

조금 더 지체했다간 설영이 직원에게 뺨이라도 날려버릴지 몰랐으니, 나는 카드를 꺼내서 냉큼 직원에게 내밀었다.

“가장 비싼 티켓으로 두 장 주세요.”

“네…? 가장 비싼 티켓은 ‘프리미엄 프리 패스권’으로 1매에 15만 8천 원인데…이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달라고 했으면 주면 될 텐데……안 그래?”

싸대기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나 오지랖을 떠는 직원의 태도의 결국 설영의 입이 열리고 얼음장같이 차갑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해서 설영과 눈을 마주친 직원이 화들짝 놀라서 벌벌 떠는 걸 보면, 설영의 얼굴 역시 무척이나 살벌해져 있는 것 같았다. 내 쪽에서 보이지 않아 다행이랄까.

“네, 네-. 고객님. 프리미엄 프리 패스권 2매, 발권 도와드리겠습니다.”

설영의 기세에 완전히 제압당한 직원은 오한에라도 걸린 듯 벌벌 떨면서 우리에게 티켓을 건넸다. 그러면서 티켓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에 대해서 기계처럼 줄줄이 읊어주었는데, 정신 이상 상태에서도 저렇게 능숙한 걸 보면 베테랑 직원이라는 거겠지.

베테랑 직원을 한방에 압도한 설영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압도당한 상태에서도 설명은 제대로 하는 직원이 대단한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여보가 너무 착하게 받아주니까, 자꾸 벌레들이 꼬이잖아요.”

“벌레라니…설영아. 그런 말 내 앞에서는 쓰지 마.”

“아, 미안해요. 여보. 너, 너무 화가 나서……”

“뭐 이제부터 안 쓰면 되지. 자, 기분 풀고 재밌게 놀자. 뭐부터 타고 싶어?”

“으응…처음 와보는 거라…”

“그냥 딱 보고 재밌어 보이는 것부터 고르면 돼. 어차피 우리는 줄 안 서고 탈 수 있으니까.”

“아…그, 그럼 저걸로.”

설영이 손을 들어서 어딘가를 가리켰다. 설영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내 자지를 닮아 크고 우람한 거대 기둥 같은 게 떡 하니 서 있었다.

‘저, 저건…하이퍼 드롭?’

유명한 놀이공원에는 그 놀이공원을 대표하는 어트랙션(놀이기구)가 몇 개씩 있었는데, 하이퍼 드롭은 그중 하나였다.

기둥을 이용해 아주아주 높게 그리고 천천히 사람들을 올렸다가 단번에 공중낙하 시키는 대단히 야만적이고 단순한 놀이기구였는데, 중력을 강하게 거스르며 고간이 붕 떠버리는 감각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기구로 유명했다.

‘내가 저거 타고…토했었지 아마? 아니, 설영아. 갑자기 저런 야만적인 기구를 타자고 해버리면…’

나는 과연 진심인지 알기 위해서 설영의 얼굴을 힐끗 쳐다봤다.

정녕 놀이공원 처녀를, 저런 야만적인 것으로 뚫어버리겠다는 건가?

“아-. 사람들이 비명을 엄청나게 지르네…정말 재밌나 봐요. 여보.”

“어, 응-. 비명이 대단하긴 하네.”

“어서 가요. 여보. 빨리 타보고 싶어요.”

“어, 어. 그래. 타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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