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164화
언제나처럼의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품 안에 안겨있는 연주와 미현 누나를 따먹고, 씻고 밥 먹고 출근하는.
최근 들어 달라진 게 있다면 지혜의 존재였는데, 지혜는 아직 모닝 섹스 파티에는 끼지 못하고 어물쩍거리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연주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겠지.
그래도 볼이 다 벌게져서 아침 식탁에 내려오는 걸 보면, 아마 우리가 섹스 파티를 벌이고 있을 때 자기 방에서 혼자 손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나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민준 씨~!”
“조심히 다녀와요. 여보.”
“다, 다녀오세요.”
아침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나설 때, 나의 사랑스러운 동거인들은 꼭 현관까지 나와서 나를 배웅했다.
연주는 강아지처럼 우다다 뛰어서 안겨 왔고, 미현 누나는 사랑스럽고도 부드럽게 안겨 왔다.
아직 이 ‘현관문 앞에서 요란하게 집주인 배웅하기’ 행사에 끼지 못한 지혜가 두 사람을 무척이나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어느 집단에서나 짬이라는 게 좀 차야,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는 법이었다.
지금은 짬찌라 어쩔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지혜 역시 나에게 당당히 안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아~ 벌자 벌자. 복종도를 벌자 벌자~”
나는 차에 타서 엉터리 멜로디에 적당히 가사를 붙인 노래를 흥얼거리며 출근길에 올랐다.
남들은 출근길에만 오르면 축축 처진다지만 나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출근할 때마다 미녀 군단에게 정성 가득한 배웅을 받아서 텐션이 더 오르는 것도 있었고, 어차피 일과가 섹스나 여자 꼬시기라서 근무에 대한 두려움 따위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오늘도 열심히 일할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그래서 그런지, 출근길이 마치 놀이공원의 대기줄처럼 느껴졌다.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이것마저 하나의 재미 요소였다.
아, 오늘은 또 어떤 어여쁜 아낙네를 따먹게 될까. 하고 기대되는 마음을 증폭시켜 주는 역할이랄까.
“좋,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네, 좋은 아침이요.”
원래는 스타 엔터에 먼저 들렀다가 점심이 다 지난 뒤에야 들리지만, 오늘은 유나와의 중요한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MJ인베스트먼트에 먼저 출근했다. 나를 발견하고 직원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 마치, 전기 고문을 당하는 개구리들 같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내 앞길이 홍해 바다처럼 갈라졌다. 직원들은 신속하게 길을 비키고서 양옆에 주르륵 도열해 나에게 폴더 인사를 박아댔다.
나는 언제나 직원들에게 최대한 신사적이게 대하는데 왜 이렇게 나를 어려워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그걸 지나가는 사원을 잡고 물어보기엔 대표로서의 체면이 살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묵례만 조금 해주면서,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을 향했다.
원래는 빌딩 일부만 임대해서 빌려 쓰고 있었지만, 사업이 비상식적인 속도로 확장되자 유나는 아예 이 거대한 빌딩을 매입하고 이름마저 MJ 타워로 바꿔버렸다.
유나가 신경 써서 만들어놨던 대표실은 꼭대기 층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는데, 그럼에도 뷰가 한층 더 좋아져서 마치 새로운 대표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해서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 역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여성 직원들의 뿅 가는 표정을 구경하며 직원들과 북적대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오르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빠르고 쾌적한 걸 이길 수는 없었다.
뭐, 정 그리우면 가끔은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지.
띠잉-.
한 명이 타기에는 너무나 넓고 고급스러운 통유리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대표실에 도착했다. 나는 비서들의 인사를 받으며 대표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접객용 테이블에는 이미 유나가 앉아있었고, 유나는 나를 보자마자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출근하셨군요.”
“네. 저는 출근했는데, 유나 씨는…출근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네요. 오늘도 회사에서 자고 일어난 거죠?”
“그, 그렇게 티가 나요…? 깨, 깨끗하게 씻고, 화장도 새로 했는데…”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요즘 들어서는 거의 매일같이 회사에서 자니까…”
“어, 어쩔 수 없는걸요. 저도 대표님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일이 너무 많으니까…”
“이런…수고가 정말 많네요. 유나 씨. 자, 이리 와요. 보상으로 안아줄게요.”
언뜻 보기에는 악덕 업주가 따로 없겠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유나가 가장 원하는 보상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예상대로 유나는 수줍어하면서도 기분 좋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나에게 사뿐사뿐 걸어와 조심스레 안겼다.
나는 팔을 쭉 뻗어 다가오는 유나를 부드럽게 받아주고는, 유나의 온몸을 내 가슴 깊이 묻어주었다.
“으응-. 민준 씨 향기가 너무 좋아요……민준 씨 몸이 따듯해요……계속 이렇게 있고 싶어요……”
“…너무 힘들면 쉬엄쉬엄해도 돼요. 유나 씨.”
“아, 아니요. 제가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예요. 열심히 하면…민준 씨가 이렇게 칭찬해 주니까.”
“열심히 안 해도 칭찬해 줄게요. 걱정하지 마요.”
“으으응-. 그래도 열심히 할래요. 민준 씨한테 도움이 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민준 씨는 부디, 칭찬만 많이 해주세요.”
“…”
특별히 유나의 혈색이 안 좋다던가,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지는 않았다. 매일같이 날밤을 새우고 있음에도 오히려 유나의 얼굴은 더욱 뽀송뽀송해져만 갔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유나는 나와 함께할 시간이 많았고, 그만큼 정액 버프를 많이 받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몸이 건강하다고 해도 정신에 쌓인 피로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몸이 나쁜 것보다는 잘 버티겠지만, 정신이 정말로 피로하면 몸이 아무리 건강해도 사람이 축축 처지고 근로 의욕이 박살 나는 법이었다.
유나의 경우, 지금까지 과로한 걸 생각해보면 정신적 피로가 장난 아니게 쌓여 있을 게 분명한데, 언제나 이렇게 싫은 소리 한번 안 내뱉고 열심히 일했다. 오로지 나에게 예쁨 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묵묵하게 일하는 여자. 그게 바로 유나였다.
“아-……민, 민준 씨. 거, 거기가 딱딱해지고 있어요…!”
유나를 품에 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유나가 내 자지가 요동치는 걸 느꼈는지 자그마한 탄성을 내질렀다.
“유나 씨가 칭찬해달라고 했잖아요. 안 그래요?”
“칭, 칭찬이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그래서…싫어요?”
“그럴 리가요…! 좋, 좋아요!”
“그럼 가만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다 해드릴게요.”
“아, 아아…! 읍…! 으으읍…!!”
내가 좋아하는 건 폭풍 파워 섹스였지만, 유나가 좋아하는 건 초콜릿인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애정 가득한 섹스였다.
한시도 쉬지 않고 사랑한다고, 유나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칭찬해 주는 걸 좋아했고, 그 말을 증명하듯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처럼 다뤄지는 것을 좋아했다. 가벼운 애무나 허리 움직임 한번에도 유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잔뜩 담겨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해주었다. 이건 고생한 유나를 위한 선물이었으니, 최대한 유나의 취향에 맞춰주고 싶었다.
“아, 아아-……민, 민준 씨…”
“네, 유나 씨. 섹스, 기분 좋았어요?”
“흐아-…네에…너무너무 기분 좋고, 행복했어요. 천국에 온 것 같았어요.”
“저도요. 저도 유나 씨를 안을 때, 그런 기분이었어요.”
“아-……”
유나는 내 말에 감동한 듯 한참이나 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먼저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짓궂게 웃으면서 가볍게 뽀뽀만 몇 번 해주다가, 유나가 귀엽게 콧소리를 내며 투정을 부리고 나서야 진하게 엔딩 키스를 해주었다.
아침부터 벌어진 끈적하고 달콤한 초콜릿 같은 섹스의 마무리로 더없이 알맞은, 달콤 쌉싸름한 키스였다.
그리고 키스까지 끝난 뒤에는, 유나는 다시 엘리트 경영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나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몇 주 뒤에, 재벌 2, 3세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사교모임 YLO(young leaders organization)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원하실만한 젊은 여성 인재들도 많이 참가하고, 일성이나 미래 같은 초거대 재벌 자제들도 참석하는 자리입니다.”
“좋네요. 재벌들보다는 젊은 여성 인재들이 많이 참석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참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회원 한 명과 은퇴한 명예 회원 한 명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현재 회원의 경우 제가 추천해드리면 될 것 같고, 명예 회원의 추천은…한설영 님에게 부탁해 보심이 어떨지.”
원활한 일 처리를 위해서, 유나에게만은 나의 거의 모든 것을 오픈한 상황이었다. 유나는 내가 어떤 여자들과 만나고 있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니, 유나의 입에서 ‘한설영’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요. 설영 씨한테 한 번 부탁해 볼게요. 아마 거절하진 않을 거예요.”
“네. 대표님. 그리고 이건 저번에 지시하신 인수할만한 의류 브랜드와, 속옷 브랜드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아, 네. 줘보세요.”
나는 유나가 건네는 보고서를 받아들고, 소파에 편안하게 앉은 채로 천천히 읽어나갔다. 유나의 보고서는 워낙 간결하고 요점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경영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내가 봐도 읽기 어려운 부분이 거의 없었다.
“빅토리아 스페셜…? 여기 유명한 속옷 브랜드잖아요. 근데 이렇게나 싸요?”
나는 보고서를 읽다가 의아한 부분이 있어서, 유나에게 물었다.
`빅토리아 스페셜`이라면, 아주 대단한 브랜드였다. 여성 속옷, 란제리의 대명사였고, 여성 속옷계의 세계 1등 브랜드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보고서에 적혀있는 수치가 영 이상했다. 지분 55%에 대한 가격이 고작 6,000억이었다.
요즘 내가 찍어내고 있는 레깅스 두 장 정도면 빅토리아 스페셜을 사들일 수 있다는 건데, 레깅스가 비싼 것인지 아니면 여성 속옷 시장이 원래 이렇게 작은 건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M&A 팀에서 조사한 바로는 딱 적당한 가격 수준이라고 합니다. 협상을 질질 끌면서 조금 공격적으로 진행하면 5,000억대까지도 노려볼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원래는 시가 총액이 30조 정도 되는 회사였지만, 요 몇 년 사이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습니다. 이미 대다수 점포가 문을 닫았고, 온라인 시장에서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30조짜리가 이렇게 공중분해 되다니. 이유가 좀 궁금하네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주된 이유는 한 가지로 뽑히고 있습니다. 주 고객층의 인식 변화에 민감하지 반응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빅토리아 스페셜은 예로부터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부합하는 섹시한 이미지의 속옷과 란제리 등을 주력 상품으로 만들어왔었는데, 더 이상 그런 이미지들이 주 고객층인 여성들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다수입니다.”
“한 마디로…여자들이 더 이상 섹시한 속옷을 입기 싫어하는데, 빅토리아 스페셜에서는 섹시한 속옷을 고집했다는 거죠?”
“네, 대표님.”
“허어. 왜 섹시한 속옷을 싫어할까요. 유나 씨처럼 예쁜 사람한테 섹시한 속옷까지 입혀 놓으면 정말 환상인데…”
“그, 그, 그…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 부끄러우니까…보고를 드리는 와중에는 참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아, 죄송합니다. 여하튼 그래서, 그 회사에서는 자체적인 노력을 안 했답니까? 기존 이미지가 안 팔리면, 이미지 쇄신을 해서라도 회사를 살리려 할 텐데…”
“당연히 그런 시도가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성 상품화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자사에서 주최하던 세계적인 란제리 쇼인 `빅스쇼`를 폐지하고, 마르고 몸매 좋은 백인들이 주를 이루던 기존 전속 모델들과 모든 계약을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뚱뚱한 모델)이나 흑인 모델들을 위주로 계약을 맺고 마케팅을 펼쳤지만, 결과는…좋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미지가 애매해져서, 남아있던 고객들마저 떠나버리고 주가는 완전히 바닥을 쳤습니다.”
“그렇군요. 이런…기존 모델들이 너무 불쌍하네요. 마르고 몸매 좋은 죄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리다니…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고 다니려나…”
“빅토리아 스페셜의 전속 모델이 된다는 건, 커머셜 모델로서는 최고의 영광으로 꼽힙니다. 다들 최고의 모델들이니만큼 밥을 굶지는…”
“아뇨. 그래도 너무 불쌍해서 안 되겠어요……음, 안되지 안 돼…”
“…”
“유나 씨, 이 회사 MJ에서 사도록 합시다. 그리고 마르고 몸매 좋은 기존 전속 모델들과 전부 다시 계약하고, 빅시쇼인가 빅스쇼인가 하는 화끈한 란제리 쇼도 부활시키고요.”
나는 신나서 외쳐댔다. 유나에게 들어보니 이건 단순히 6,000억짜리 문제가 아니었다.
유나는 단순히 마르고 몸매 좋다고만 표현했지만, 나는 빅토리아 스페셜 전속 모델들이 그냥 그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스페셜한 백마 누나들은 마르고 몸매 좋은 데다가, 심지어는 얼굴도 예쁘고 키도 더럽게 크고 가슴도 빵빵했다.
오로지 완벽한 섹시 모델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축복받은 유전자들만 빅스쇼에 설 수 있다는 것쯤은, 심야 시간대에 케이블 티비에서 틀어주는 란제리 쇼의 애청자였던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서 회사를 인수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어버린 백마 눈나들을 도와준다.
눈나들은 나에게 고맙다고 ‘땡큐, 민준.’을 연신 내뱉겠지. 그러나 말만으로 표현하기에는 고마움의 크기가 너무 클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될까.
언어가 다른 우리는, 결국 몸으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지 않을까.
쿵떡쿵떡-. 지화자 좋다.
‘섹시 백마 누나들과…집단으로…오우야, 쥬지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