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162화
민준은 곤란하다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매달리는 지혜를 적당히 타이르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지혜 씨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지혜 씨 목 부근에 손상된 혈도들을 치료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혜 씨 안에 있는 기운들을 전체적으로 강하게 순환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네, 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그 작업이라는 게…정사(情事)입니다.”
“정, 정사요…? 혹시 지금…제가 생각하는 그, 그건가요?”
“네. 섹스(sex)라고도 하죠…”
“아-. 섹, 섹스…”
지혜는 민준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따라 말하고 있었지만, 자기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
`…뭐? 섹, 섹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충격을 받아서 잠시 여행을 떠났던 정신이 슬슬 돌아왔다.
머리가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지혜의 얼굴은 숨길 수 없을 만큼 벌게졌다. 단순히 얼굴뿐만 아니라 목덜미나 귓불까지 전부 빨개져서 언뜻 보면 잘 익은 토마토 같기도 했다.
“하아-. 이럴까 봐 말씀드리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치료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혜 씨한테 할만한 소리도 아니고, 연주한테도 너무 미안해서……”
“죄, 죄송해요.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조르기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니요. 지혜 씨 잘못이 아닌걸요. 여하튼 그래서……지혜 씨만 원하신다면, 제가 따로 연주에게 양해를 구해보겠습니다.”
“네…? 양, 양해요?”
“네. 연주도 제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 설득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상처는 받겠지만, 아무래도 병을 고치는 게 먼저니까…”
“아, 아니요…! 아니요, 민준 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연주가 민준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게다가 저는 연주의 하나뿐인 친구인데…제가 어떻게 민준 씨랑 섹, 섹스를 할 수 있겠어요. 아무리 치료하기 위해서라지만…그, 그건 안 돼요…!”
“음…하지만 지혜 씨가 힘들어하는 것 역시 연주는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 그래도요. 차, 차라리 병 때문에 불편한 게 더 나아요. 소중한 친구를 제 욕심 때문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혜 씨.”
민준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흡족해하고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 스킬들을 써서 강제로 성감을 평소의 몇십 배, 몇백 배로 올려놓고 물었다면 지혜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신과의 섹스를 택했겠지만, 그건 지혜의 탓이라기보다는 스킬 효과들이 워낙 파괴적이고 비정상적인 탓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지혜는 정상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여자였다. 무릎 꿇고 뭐든지 다 하겠다고 싹싹 빌 만큼 절박하면서도, 자신의 병을 고치는 것 보다 연주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줄 아는 여자였다. 연주의 친구로 짝지어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지혜 씨.”
“네…? 어떻게요?”
“섹스 말고도 지혜 씨의 병을 치료할만한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물론, 섹스보다는 효과가 덜하겠지만, 지혜 씨가 느낄 죄책감 역시 훨씬 덜할 겁니다.”
“정, 정말이요…? 어, 어떤 방법인데요?”
“기 수련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제 체내에는 질 좋은 기운들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방출하는 체액에도 역시 그 좋은 기들이 그대로 담겨 있고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저의 기가 강력하게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정액입니다.”
“아-. 정, 정액…”
“네. 정액이요. 섹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기운을 섞는 것만큼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제 정액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지혜 씨의 병을 고칠 수는 있을 겁니다.”
“……”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개소리였고, 다른 남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당장 달려가서 112에 신고를 했겠지만, 지혜는 민준의 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접 치료를 받아봤기에 민준의 능력이 진짜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치료 목적이라지만 친구 남친의 정액을 마셔야 한다는 게 고민스러울 뿐.
물론, 섹스보다야 백배 천배 더 나은 방법이긴 하지만….
“하아…너무 오래 고민해서 죄송해요. 민준 씨. 민준 씨가 기껏 저를 신경 써서 제안해 주신 건데…”
“뭘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연주가 이 정도로 지혜 씨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까요…?”
“그럼요. 연주 역시 지혜 씨가 어서 완치되기를 간절하게 바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지혜 씨가 연주에게 직접 양해를 구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일은 되도록 저희 둘만의 비밀로 했으면 하네요.”
“네…? 왜, 왜요…?”
“연주에게 말하면…속으로는 슬퍼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저와 지혜 씨를 섹스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겁니다. 제가 아는 연주는 그런 아이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저도 연주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
“아, 네…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민준 씨. 아마 연주라면…그러고도 남겠죠.”
민준의 말에 지혜가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또한, 지혜는 민준의 얘기를 들으며 민준에게 다시 한번 강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이 가장 고통스러울 사람은 민준이었다.
그런데도 오로지 자신을 고쳐주기 위해,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민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최대한 담담하게 치료 방법들을 읊어주고 있을 뿐이었다.
‘아…정말. 어쩌면 이리도 마음이 따듯하실까-.’
지혜는 고민하던 것도 잊고 민준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 민준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다.
말 그대로 빛이 나는 비주얼이었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속마음은 훨씬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혜의 마음속에서 민준에 대한 믿음과 호감이 끝을 모르고 상승했고, 덕분에 망설이던 지혜는 모든 걱정을 털어버리고 입을 열 수 있었다.
“할게요. 부디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민준 씨…”
“음…눈빛을 보니 단단히 각오하신 것 같네요.”
“네. 각오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럼…바로 치료를 시작해보죠. 시간이 될 때마다 해야 최대한 빨리 치료할 수 있을 테니.”
“감사해요. 민준 씨. 그리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혜의 진심이 가득 담긴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민준은 곧장 바지춤에 손을 가져갔다. 금방이라도 자지를 꺼낼 기세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아직 민준에게 받은 감동의 물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지혜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잠, 잠시만요! 잠시만요, 민준 씨!”
“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실, 실례가 안 된다면…컵이라든지…그릇에다가 담아서 주, 주시면…”
“아, 그건 안 됩니다.”
“네…?”
“최대한 지혜 씨와 직접 정사를 나누는 것처럼 저의 뇌를 속여야, 지혜 씨의 병을 고치기에 딱 알맞은 기운들이 추출됩니다. 그리고 기운들이 흩어지기 전에 갓 나온 정액을 즉시 섭취해야 효과가 제일 좋습니다.”
“아-. 아…그, 그런 거군요. 죄, 죄송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괜히…민, 민준 씨도 다 생각이 있으실 텐데.”
“뭐, 이해합니다. 부끄러우실 테니까요. 하지만 치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제가 시키는 대로 최대한 따라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병을 수월하게 고칠 수 있을 테니까요.”
“네. 네. 정말로 죄송해요. 앞으로는 민준 씨가 시키는 대로만 할게요.”
민준은 단호한 말투로 부끄러워하는 지혜의 마음을 다잡아 주고는, 최대한 경건한 표정과 마음으로 바지를 내렸다.
경건하게 바지를 내린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웃겨서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여기서 웃어버리면 기껏 연기에 흠뻑 몰입해서 이뤄낸 성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기에 안간힘을 다해 웃음을 참아냈다.
한편, 거침없이 바지를 내리는 민준을 보며 몹시 부끄러워하던 지혜는, 민준의 경건한 표정을 확인하고는 자기 자신을 크게 질책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부끄러울 사람은 민준인데도,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오로지 치료를 위해 어떤 대가도 없이 민준이 저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자신은 겨우 고개나 숙이고 있었다.
이거야말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었다.
‘너 정말 이럴 거야. 민지혜? 정신 차리자, 진짜. 적어도 민준 님에게 방해가 되진 말아야지.’
지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올렸고, 지혜의 눈앞에는 덜컹거리는 민준의 초극태 대물 자지가 위치해 있었다.
아직 완전히 발기한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도 어찌나 거대한지, 장난이 아니라 자신의 허벅지보다도 더욱 커 보였다.
“아-……”
꿀꺽-.
조금 전에 스스로를 다독였건만, 민준의 자지를 보자 다시 한번 정신이 흐릿해졌다.
‘이, 이런 거 말도 안 돼…! 흐읏…성교육 시간에 본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민준이 한 발짝 다가올 때마다 같이 ‘덜컹’거리는, 덜렁도 아니고 ‘덜컹’거리는 괴물 자지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 더불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고열에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이 점점 더 뜨거워져만 갔다.
민준의 자지는 이미 그 존재감만으로, 지혜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지혜 씨는 일단 가만히 계세요. 되도록 제가 처리해 볼 테니까.”
“아, 아으-. 네, 네에-. 감, 감사합니다…죄, 죄송합니다. 흐, 흐앗…!”
지혜는 눈이 빙글빙글 돌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아무 말이나 내뱉어댔다. 그러다가 바로 앞에 있어서 확 풍겨오는 민준의 자지 냄새를 맡고는 깜짝 놀라 짧은 비명을 터트렸다.
‘이, 이상한 냄새…! 흐읏…엄, 엄청나게 진하고 농밀해서…머, 머릿속까지 전부 이상해질 것만 같아…!’
‘야한 냄새’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까.
지혜는 자꾸만 턱 끝까지 차오르는 신음들을, 간신히 삼켜냈다.
하지만 간질거리는 야릇한 느낌에 대항하기 위해서, 온몸을 베베 꼬는 것만은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참아요. 이렇게 바로 앞에서 해야지 치료 효과가 제대로 나오는 거라…”
“흐, 흐으윽-. 네, 네에-. 민준 씨. 알, 알고 있어요. 부디 편하신 대로 해주세요.”
“네, 그럼-.”
민준은 아직도 중발기에 그치고 있는 자신의 물건을 완전히 가동시키기 위해서, 침대 상판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지혜의 눈앞에 자지를 가져다 대고 한 손으로 자지를 잡고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쳐보는 딸딸이이자, 민준이 했던 딸딸이 중에 가장 꼴릿한 딸딸이였다.
조금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지혜를 의식해서 일부러 정숙한 표정과 정숙한 손놀림으로 딸딸이를 쳐야 한다는 것이 상당한 꼴림 포인트였다.
그리고 치료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지를 보고 잔뜩 겁을 먹어 덜덜 떨고 있는 지혜의 표정과 그러면서도 점점 더 거칠고 높아져만 가는 지혜의 섹시한 숨소리가 또 대단한 딸감 역할을 해주었다.
비록 지혜의 동태포처럼 연하고 하얀 몸을 대놓고 구경하면서 마음껏 물고 빠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것 나름의 흥취가 있었다.
‘아…아아-. 흐읏…! 핏줄…! 핏줄이 너무 많아서 징, 징그러운데…! 내, 내 몸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홀린 듯이 민준의 자지를 보고 있던 지혜는, 몸에서 본능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변화들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이런 기분은 맹세코 처음이었다.
민준의 진한 자지 냄새를 맡을수록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몸에 힘이 쭉쭉 빠지고, 자궁에서부터 허벅다리까지 쭉 저릿저릿해서 어쩐지 참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민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허리를 비틀고 허벅지를 비벼봤지만, 욕구가 전혀 채워지질 않았다.
‘아…아아…’
분명히 징그러운데, 검붉은 핏줄들이 도드라져 있는 흉악한 거대 방망이인데, 도저히 그 흉악한 것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저것이 보지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파괴되지는 않을까. 분명 몸과 마음이 전부 부서질 거야.
‘그래도, 그래도……흐응-.’
지혜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헐떡거렸다. 방 안의 온도는 적당했지만, 어느새 지혜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혜가 입고 있던 얇은 실크 잠옷이 땀으로 전부 젖어 속옷이 훤히 비치고 있었지만, 민준에 자지에 현혹당한 지혜에겐 그런 것에 신경 쓸 정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아…이거 원.”
그런데 느닷없이, 열심히 자위하고 있던 민준이 멋쩍은 표정으로 자지에서 손을 떼어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민준에게 지혜가 조심스레 사정을 물었다.
“저어…무, 무슨 문제가 있나요. 민, 민준 씨…?”
“제가 워낙 자위를 오랜만에 해서…아무리 해도 신호가 잘 안 오네요. 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 되도록 늦지 않게 자야 하는데…”
“그, 그런…! 그러면 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음……정말 죄송하긴 한데, 지혜 씨한테 부탁을 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죄, 죄송하다뇨…! 저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계시는데…! 뭐, 뭐든 말씀만 해주세요…!”
“그럼 죄송하지만, 자위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지혜 씨.”
“네. 그럼요. 자위……에? 자위를 어,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야동도 몇 번 봐본 적 없는 지혜였다. 그것도 대충 삽입하는 장면들만 보고 너무 징그러워서 껐기 때문에, 지혜의 머릿속에서는 ‘대딸’이라던지, ‘사까시’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제가 한 것처럼, 지혜 씨가 손으로 제 자지를 자극해 주시면 돼요. 그러면 빨리 쌀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민, 민준 씨 물건을 만, 만져요…?”
“네. 제가 하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뭐, 정 불편하시면 어쩔 수 없고요.”
“아, 아니에요! 불편한 게 아니라…! 불편한 건 아닌데…그게…그러니까…”
“…”
“아아-…알겠어요. 민준 씨. 흐, 흐읏-. 제, 제가 한번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