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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50화 (150/270)

〈 150화 〉 150화

“아으, 우웅……우으응…”

“으음…”

대체 얼마 만에 연주와 이렇게 열정적으로 섹스한 것이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연주에게 단순히 기분 좋은 수준을 넘어서 정신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격렬한 섹스를 선물해 주었다. 눈이 뒤집히고 온몸에 경련이 와도 절대 멈추지 않고 연주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최근에는 애지중지하기만 했는데, 오히려 그런 행동들이 연주에게는 내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동안 못 해준 만큼 잔뜩 집착하고 거칠게 다뤄주었다.

심지어는 오늘 밤은 연주에게 양보하겠다며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여줬던 미현 누나 역시, 안방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격정적인 신음에 결국 참지 못하고 중간에 난입했을 정도로 화려하고 격렬한 섹스였고, 그 여파로 섹스가 끝난 지금 두 사람은 완전히 뻗어서 내 팔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내 왼쪽에는 연주, 오른쪽에는 미현 누나.

“음냐아-. 으응-. 민준 씨……”

“으응-……아이……아이 줘어-. 으으응……”

근데 지금 내 기분이 홀가분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초특급 미녀들을 양팔에 끼고, 비단보다 부드럽고 솜사탕보다 포근포근 거리는 살결에 묻혀있었지만, 그래도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욕지기가 터져 나올 만큼 답답했다.

‘아으-. 확 깨워서 다시 따먹을 수도 없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일반인과는 전혀 대칭을 이룰 수 없는 비대칭적인 나의 정력에서 기인했다.

연주와 미현 누나를 그렇게 신나게 따먹어 놓고도, 내 자지는 아직도 발딱 서 있었다. 분명 최선을 다해서 자지를 휘둘러, 섹스가 끝나자마자 두 여자가 뻗어버릴 만큼 열심히 했거늘, 이 욕망의 거대 불기둥은 당최 만족이란 걸 몰랐다.

차라리 자극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말했다시피 내 양옆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들이 딱 달라붙어 있으니까 더 문제였다. 가슴이 펑 터질 만큼 자극적인 상황에 욕심쟁이 똘똘이는 당장 자신을 사용해 달라고 칭얼대며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피곤에 쩔어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을 깨워 다시 따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따먹는다고 해도, 끽해야 한두 번 더하는 게 최대일 텐데 그런 수준으로 만족할 리도 없었고.

‘하아-. 도저히 못 참겠다. 시은 누나나 불러야지.’

나는 결국 밀려오는 꼴림을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나기로 결정했다.

나에게 달라붙어 엉겨 붙어오는 연주와 미현 누나를 뿌리치고 침대에서 일어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누워있다간 더 힘들어질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내 팔뚝 위에 올려져 있는 미현 누나의 젖가슴과 연주의 통통한 허벅다리를 쓱쓱 걷어낸 뒤 일어났다.

주지육림에 있다가 한순간에 무간지옥에 온 것처럼 엄청난 공허함과 쓸쓸함이 느껴졌지만, 꾹 참아내고 뚜벅뚜벅 걸어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내 핸드폰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시은 누나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누르고 있었는데, 주변 시야에서 자꾸만 환하게 빛나는 연주의 핸드폰이 상당히 거슬렸다.

‘뭐지, 이 시간에?’

나는 결국 내 핸드폰을 내려놓고, 연주의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전화가 오고 있는 핸드폰 액정에는 ‘내 친구 지혜^O^’라는 문구가 또 있었다.

‘흠…’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잠시 전화가 끊겼다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무음이라서 몰랐는데, 연주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있던 것 같았다.

‘허허. BJ 지혜라…좀 궁금하긴 하네.’

평범한 여자였다면 옆에서 연주를 꼬드기는 게 괘씸해서 연주에게 썩 차단을 박으라고 했겠지만, 나는 소싯적 그녀의 너튜브를 자주 챙겨 봤었다. 게다가 나와 그녀는 항상 비슷한 티어에 있었기에 게임 안에서도 자주 합을 맞췄었다. 그러니 지혜에게는 상당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기도 했고, 인터넷 수사대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데도 여태 꽁꽁 가려져 있는 지혜의 신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한 번 받아봐야겠네.’

결국, 흥미가 동한 나는 연주의 핸드폰을 챙겨 안방에서 나가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지혜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힉.

“전화 받았습니다. 말씀하세요.

지혜는 연주가 아닌 남자가 받을지는 몰랐는지 잠시 딸꾹거렸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거 연주 전화 아닌가요? 혹시…연주 남자친구분이세요?

“네, 맞습니다.”

-그, 그럼…지금 연주는 뭐 하고 있나요…? 오, 오늘 저희 집에서 연주랑 놀기로 했는데-.

“연주 지금 자고 있습니다. 안 자고 있다고 해도 당신 집에는 보낼 생각 없고요.”

-네…? 아니,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야…! 당신이 무슨 연주 부모님이에요? 왜 연주를 통제하려고 하세요?!

너튜브 영상 속에서만 듣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니까 무척이나 신기했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날카로운 지혜의 목소리는, 악성 어그로 꾼들 때문에 참다 참다 극대노 상태에 들어갔을 때와 상당히 유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왜 어그로 꾼들이 그렇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노력하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구독자가 50만이나 되는 대형 너튜버이자 롤판의 초대형 네임드인 지혜가 나를 향해서 진한 분노를 표출하니, 조금 짜릿짜릿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더 부드럽게 나갈 수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더 지혜가 자극받을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뭔가 계획이나 계략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순수 재미를 위한 행동이었다.

“남자친구로서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죠. 저랑 연주랑 얼마나 사이가 끈끈한데요.”

-그러니까…! 왜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는 연주를 내버려 두고 맨날 외박이나 하시냐구요! 당신이 외박할 때마다 연주가 혼자 얼마나 외로워하는지 알긴 아세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아무리 그래 봤자 연주는 내가 좋아서 죽겠다는데.”

-와…진짜! 말하는 거 완전 짜증 나…!! 당신 진짜 미쳤어요?! 연주가 무슨 당신 장난감이야??

“하. 제가 왜 그쪽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요? 나는 연주 남자친구 맞는데, 그러는 당신은 뭔데요?”

-나, 나는…! 나는 연주 제일 친한 친구니까…!!

“아직 얼굴도 본 적 없다면서 무슨…”

-그, 그건…그런 건 상관없거든요…! 연주랑 저랑은 마음이 워낙 잘 맞으니까…!

“그건 당신 생각이겠죠. 연주랑 세상에서 제일 잘 맞는 사람은 저예요. 몸이나 마음이나…그러니까 연주한테 당신이 끼어들 자리는 전혀 없어요.

-으…으윽…!!

부들부들 대는 지혜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넘어왔다. 나는 무척이나 유쾌해져서 소리 죽여가며 웃었다.

그 어렵다는, 악성 도네로 지혜의 멘탈 부시기에 성공한 느낌이랄까.

세상에서 삐뚤어진 팬심이 가장 무섭다더니, 그 말이 딱 알맞았다.

“아시겠으면 이제 그만 주무세요. 앞으로는 연주한테 연락할 생각도 하지 마시고.

-잠, 잠깐…! 그게 무슨 소리…설마 당신…!

“옆에서 이간질이나 하는 악질 친구를 제가 가만히 놔둘 거라고 생각하세요? 연주한테 내일부터는 당신한테 일절 연락조차 하지 말라고 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잠깐! 잠깐만요…!! 그, 그렇게까지는…!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잖아요…!! 연주가! 연주가 저한테 얼마나 소중한데…!!

“그건 당신 사정이고요. 그럼 그렇게 아시고…이만 끊겠습니다.”

-잠시만…!! 잠시만요!! 잘, 잘못했어요…!

“…흠.”

-잘못했어요! 죄송하다고요! 연주가 남자친구만 너무 좋아해서 잠깐 심술이 났었나 봐요! 미, 미안해요…!!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한지 절절하게 느껴지는 지혜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냥 흔하디흔한 랜선 프렌드쉽인줄 알았더니, 연주와 절교시킨다고 하니까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곧바로 나에게 도게자를 박는 지혜의 태도를 보면 단순히 그런 수준이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상황이 점점 흥미로워지자, 내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처리해야 베스트일지.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고민했고, 이내 입술을 움직였다.

“…정말 반성하고 있는 거 맞아요?”

-네, 네! 당, 당연하죠!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그럼 내일,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제 회사로 오셔서 저한테 직접 사과하세요.”

-네…?

“제대로 반성하고 계시는지 직접 만나서 확인할 테니까 저희 회사로 오시라고요. 연주랑 친구 해도 될만한 분인지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기도 하네요.”

-아, 아, 아니…! 그, 그게…

“뭐, 안 되시면 여기서 전화 끊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래도…! 제가 연주 남자친구분이랑 만나서 무슨 얘길 하는데요…! 서, 서먹서먹할 것 같은데…! 사, 사과는 통화로도 충분하잖아요!

“전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게 걱정이면 내일 연주 데리고 출근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정, 정말요? 그럼 연주랑 직접 볼 수 있는 거예요?

“네. 그럼, 오실 건가요? 만약 안 오시면, 연주랑은 이제 못 보는 겁니다.”

-갈, 갈게요.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리죠. 그럼 이만.”

뚝-.

나는 할 말만 다 하고 쿨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내 심장은 전혀 쿨하지 못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설마 하고 미끼를 던져봤는데, 물고기가 미끼를 제대로 물어버렸다. 그러고 그 물고기는 보통 월척이 아니라, 무려 그 ‘BJ 지혜’였다. 수십, 수백만 명이 궁금해하는 지혜의 정체를, 바로 몇 시간 뒤면 알 수 있었다.

이게 다 초특급 매력 덩어리 연주 덕분이었다.

“캬~. 연주야. 대체 사람을 얼마나 제대로 꼬셔놨으면…아이고, 예쁜 것.”

나는 자고 있는 연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단지 무료하고 심심할까 봐 게임을 시킨 건데, 알아서 이런 대형 이벤트를 만들어내다니. 정말 복덩이가 따로 없었다.

‘우리 복덩이. 오빠가 곧 친구 만들어 줄게!’

안 그래도 혼자서 심심해하는 연주를 어떻게 해줘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지혜가 짠하고 나타나 주니 더는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혜에겐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 마음 잘 맞는 친구랑 한 집에서 같이 게임을 하며 지내면, 내가 없을 때도 최소한 쓸쓸해 하지는 않겠지.

****

“와앗?! 헤이! 미스 킴!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 대체 언제까지 수정을 요구할 거죠?”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그만큼 보수도 많이 드리잖아요.”

“아니, 그건 알겠는데…이렇게까지 곡을 완벽하게 만져 놓는다고 당신네 아이들이 소화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곡은 미국에서도 소화할만한 사람이 몇 없습니다…! 케이팝 아이돌들 실력이야 내가 훤히 꿰뚫고 있는데!”

“그건 이번 주에 녹음하면서 직접 확인하시죠.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허. 자신감은 대단하네요.”

새롭게 개축된 스타 엔터 제1 녹음 스튜디오에서, 진주와 세계적인 작곡가 다니엘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다니엘은 실험적이고도 중독적인 멜로디를 잘 뽑아내기로 유명했는데, 그런 다니엘만의 독보적인 컬러와 어떤 컨셉이든 평균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 간의 시너지는 이미 증명되어 있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이자, 빌보드 차트 1위를 숨 쉬듯이 차지하는, dts(동탄 소년단) 역시 다니엘과의 협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니엘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타 엔터에서는 이번 솔라의 컴백 앨범을 위해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고,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세계적인 수준인 다니엘을 아예 한국으로 데려온 상태였다. 대대적인 수준의 협업이었다.

하지만 적당히 곡을 뽑아 주고 한국 여행이나 실컷 할 생각이었던 다니엘은, 진주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은 만나 현재 엄청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자신이 유명하다지만 말도 안 되는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스타 엔터를 호구라고 생각했는데, 진주가 얼마나 까다롭고 귀찮게 나오는지 이제는 자신이 먼저 계약을 물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위약금만 없었다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하-. 무조건 크게 한다고 다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데…! 베이스가 보컬을 덮어버리면 어차피 다시 만져야 하는 거 다 알면서, 왜 굳이 일을 두 번 하려고 하는지…”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요. 우리 애들 보컬이면 이 정도도 뚫고 나올 수 있으니까.”

“올라잇. 올라잇. 하아-. 부디 미스 킴의 그 자신감이 본 녹음 때도 계속됐으면 좋겠네요.”

다니엘은 엄청나게 구시렁대면서도 프로그램을 조작해 진주가 부탁한 방향대로 음악을 만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의견이었으면 그냥 무시해버렸겠지만, 진주가 지적하거나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들은 다니엘 역시 음악을 만들며 몇 번씩 고민하던 지점들이었다. 그러니 다니엘은 진주와 함께 일하며 자연스레 진주의 음악적 식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다니엘은, 진주의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이 불만이었다.

곡 자체로 완벽하게 만들어 놔봤자, 보컬의 완성도가 곡의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말짱 꽝이었다.

다니엘은 그런 기본적인 걸 진주가 모를 리 없는데도, 자꾸만 너무 과도한 수준의 요구를 하는 게 못마땅했다. 케이팝 아이돌들의 실력이 준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딱 그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트레이닝으로 잘 단련된 보컬과 정말 타고난 보컬리스트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진주는 자꾸만 보컬리스트들에게나 어울리는 노래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당당하게!

‘참나. 이걸 다 소화할 수 있다고? 그런 그룹이었으면 진작에 빌보드를 씹어먹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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