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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43화 (143/270)

〈 143화 〉 143화

개인 면담이라고 해봤자 시간은 거의 5~10분 사이, 그리고 질문의 내용도 평범했다.

새로 바뀐 회사 시스템에 만족하는지, 평소에 갖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고 대표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그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는데, 전형적인 요식행위였지만 이런 요식행위만으로도 연습생들의 복종도를 아주 쏠쏠하게 빨아들일 수 있었다.

이미 대부분 연습생의 복종도가 50이 넘은 상태에서 S급 레깅스로 인해 추가 10의 복종도까지 더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습생들에게 나는 이미 단순한 회사 대표가 아니라 정신적인 지주이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교주님이었다. 어쩌다 나하고 손만 조금 스쳐도 여자 연습생들은 얼굴이 빨개져서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게다가 성역 버프로 인해 대폭 강화된 각종 스킬들까지 적절히 이용해주니, 짧은 면담으로도 충분히 많은 양의 복종도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굳이 면담만 하고 돌려보낼 게 아니라 대표실에서 바로 섹스를 조져도 될 정도로 연습생들과 나와의 면담 분위기는 진하고 야릇했는데, 아직 스타 엔터 대표실에는 샤워 시스템이 구축이 안 돼 있는 데다가, 일찍 퇴근 각을 잡고 싶었기에 굳이 섹스까지는 하지 않았다.

“끄으윽~ 이제 마지막이구나.”

나는 또 한 번의 면담을 끝내고 기지개를 켰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워낙 이른 아침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뭔가를 엄청나게 많이 했음에도 아직 점심 전이었다. 집에 가서 미현 누나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리 잘하는 여자와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심지어 그 요리 실력에 끝내주는 거유까지 달려 있었으니 미현 누나만 떠올리면 언제나 맘마를 찾게 되는 기분이었다. 진짜 맘마든 응애 맘마든 미현 누나의 맘마는 전부 다 씹상타치였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잠시 생각에 젖어있는데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크에 응답했고, 곧 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처자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처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고 고개를 푹 숙이고 무척 공손하면서도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는데, 상큼한 비주얼과 목소리 덕분에 인사를 받는 것만으로 기운이 나는 느낌이었다.

‘이 친구는 데뷔조에 들어가 있겠지? 비주얼도 좋고 재능이 보이네.’

연습생 면담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목이 형성된 것인지 나는 내 앞에 있는 처자가 가지고 있는 아이돌로서의 재능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고 춤이고 다 떠나서,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큼하고 달콤하고 풋풋해지는 느낌이 있달까.

“안녕하세요! 대표님!”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도록 할까요?”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보통은 날 보면 벌벌 떨면서 쑥스러워하는데, 이번 처자는 무척이나 씩씩하면서도 공손했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고 존경하는지 행동거지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만난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았건만, 전해지는 느낌이 워낙 괜찮아서 내 입가에서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름이 뭐예요?”

“저, 저는 주새롬입니다!”

새롬이는 내 미소를 보고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그래도 내 질문에 씩씩하게 답했다. 그런 반응들은 확실히 다른 연습생들과는 달랐는데, 나를 보고 쑥스러워서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는 연습생 애들도 귀여웠지만, 그런 반응은 이미 워낙 많이 봐서 새롬이의 스타일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 반가워요. 새롬 양. 제 이름은 알고 있나요?”

“네. 대표님!”

나는 역시나 씩씩하게 대답하는 새롬이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바뀐 회사 정책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그리고 회사에 더 원하는 게 있는지 물어보고 점점 더 개인적인 질문으로 좁혀 나갔는데, 새롬이는 내 예상대로 데뷔조에 뽑혀있는 상태였고 포지션은 래퍼에다가 나이는 19살이었다.

아직 미성년자라는 게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호감도가 떨어지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애초에 성적으로 꼴린다기보다는 새롬이가 뿜어내는 씩씩하고 상큼한 기운에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말투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무척이나 친절하고 부드러웠고,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새롬이도 많이 긴장이 풀렸는지 처음보다 훨씬 더 편하게 말하고 행동했는데, 그러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았다. 뉘 집 딸인지 가정 교육 한번 잘 받았네.

“데뷔조 생활이 힘들지는 않아요? 매일매일 연습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전혀요! 수업이 하나같이 다 재밌고 도움이 많이 돼서 너무 좋아요! 대표님이 신경을 써주신 덕분에 밥도 잘 먹고 있고…아, 식단 조절 때문에 한 끼만 식당에서 먹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저는요. 대표님. 대표님이 오시고 나서 우리나라에서 스타 엔터가 제일 좋은 기획사가 된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하하하. 고마워요. 새롬 양. 새롬 양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쁘네요. 고마워요.”

“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대표님!”

“하하하하-.”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새롬이도 나를 따라서 해맑게 웃었다. 화기애애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면담은 계속됐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새롬이의 복종도가 쭉쭉 올라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다가 슬슬 면담을 끝내기 위해서 별생각 없이 고민거리 같은 게 있는지 물었는데, 고민이 있냐는 내 질문에 새롬이의 표정은 한순간 확 굳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내 표정도 덩달아 굳어버렸다.

“아-…아니에요. 대표님. 고민…없어요. 요즘에는 다 좋아서…”

“그래요? 음…”

“정, 정말이에요. 대표님이 월급까지 챙겨주셔서…전보다 훨씬 더 나아져서…다, 다 괜찮아요.”

새롬이는 자꾸 괜찮은 척하고 있었지만, 미묘하게 낮아진 목소리 톤이나 굳어진 표정으로 봤을 때, 새롬이에게는 꽤나 머리 아픈 고민거리가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이다가 테이블 위에 있던 명함 케이스에서 명함을 한 장 빼 들어서 살며시 새롬이에게 건넸다.

“대표님. 이, 이건…?”

“거기 제 번호 있으니까, 힘든 일 있을 때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새롬 양.”

“네…? 하, 하지만 엄청나게 바쁘실 텐데 저 같은 게 어떡해…”

“괜찮아요. 새롬 양을 챙겨주는 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지금 말 못 한 고민거리 같은 거 있으면 나중에라도 저한테 꼭 알려주세요. 전화하기 어려우면 문자로 보내줘도 괜찮아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새롬 양을 도와드릴게요. 아시겠죠?”

“…아-.”

새롬이는 멍하니 내 얼굴과 명함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소리 죽여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짐짓 놀란 척 잠시 가만히 있다가, 살며시 일어나서 새롬이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복종도를 쌓을 수 있는 특급 이벤트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툭툭-.

나는 새롬이 옆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새롬이의 등을 두드렸다. 눈물을 참느라 잔잔하게 떨리고 있던 새롬이의 등이 내 손길에 놀라서 크게 흠칫하더니, 순식간에 새롬이의 몸이 나를 향해 쓰러졌다.

나는 나에게 안겨 오는 새롬이를 부드럽게 안아주고는, 대체 어떤 대단한 고민이 있는 건지 무척이나 서글프게 꺼이꺼이 우는 새롬이를 살살 달래주었다.

“흐윽-. 흐아앙, 하윽…!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대표님…! 하읏, 흐앙-. 울면, 울면 안 되는데…”

“괜찮아요. 울어도 돼요.”

“흐읏, 흐아앙…!! 흐으, 끄흡…!!”

울어도 된다는 말에 깜짝 놀라면서도 위로를 받았는지, 새롬이는 내 몸을 조금 더 세게 부여안고 울었다. 새롬이는 엉엉 울면서 어린아이처럼 계속해서 내 몸에 달라붙어 왔고, 나는 새롬이의 투정을 실컷 받아주다가 눈물을 그칠 때쯤 되자 가볍게 새롬이의 몸을 밀어냈다.

“아-, 아아-. 흐윽, 끕-…죄, 죄송해요. 대표님…! 제, 제가 실례를 해버려서…!”

“괜찮아요. 그보다 조금 진정이 돼요?”

“네, 네에-. 대표님이 달래주신 덕분에…흐응, 흐아-…감사해요. 대표님.”

“다행이네요. 그보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아-…그게…”

내 질문에 새롬이는 울음 끼 가득한 목소리로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씩씩하고 상큼했던 새롬이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니 그렇게 처연해 보일 수가 없었다.

“사실은…저희 엄마가…몸이 많이 아픈 상태라서요. 불, 불치병 같은 거라서 병원에 입원해서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를 받으셔야 하는데…돈이 없어서 그러시질 못하고 있어요. 저 어렸을 때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셔서…”

“음…저는 새롬 양한테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회사에는 알리지 않은 건가요?”

“네…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말해도…다른 사람들한테 걱정만 끼치고…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그래서 말 안 했어요.”

“힘들었겠네요. 혹시 어머니는 지금 뭐하고 계세요?”

“지, 지금요? 아, 아마 식당에서 일하고 계실 텐데…”

그런 건 왜 묻느냐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새롬이는, 이어지는 내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럼 저랑 같이 어머니 계시는 식당으로 가죠. 병원으로 모셔다드려야 하니까.”

“네…? 그, 그렇지만…!”

“생활비나 병원비는 걱정 안 해도 돼요. 제가 다 내드릴 테니까.”

“하, 하지만! 그건 너무…! 너무…염치가 없어서…”

“괜찮아요. 새롬 양이 데뷔해서 성공하면 다 돌려받을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새롬 양은 하던 대로만 하면 돼요. 아시겠죠?”

“대, 대표님…!”

내 말에 또다시 새롬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건 새롬이한테만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나도 내 나름의 잇속이 있었다.

그것도 새롬이가 나에게서 받는 혜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잇속이.

‘불치병 치료라. 실험해볼 게 많겠네.’

내 정액에 붙어있는 효과는 다양하고 화려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치유 효과였다. 설명에는 말기 암까지 고친다고 나와 있었으니 거의 만병통치나 다름없었는데, 아직 찰과상 이외에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해본 적이 없어서 중증 질병을 고치려면 얼마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번 기회에 그런 것들도 좀 실험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새롬이 어머니를 홍보 모델로 삼아, 무한금욕교 특설 질병치료센터를 설립할 생각도 있었다.

이쁜 여성들 혹은 돈이 많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센터를 운영하면, 충성스러운 교인들을 손쉽게 양성하고 돈과 복종도를 크게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따먹지 않아도…정액만 먹여도 치료는 될 테니까…음. 아주 괜찮겠는데?’

나는 또다시 엉엉 울면서 들러 붙어오는 새롬이를 달래주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궁하면 통한다고, 생각만 해놓고 귀찮아서 밀어놨던 계획들을 실현할 기회가 하나둘씩 찾아오고 있었다.

****

비가 오는 날이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굵은 빗줄기에, 미현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 민준이네 집이 아니구나…’

아직 눈을 뜨진 않았지만, 싸구려 이불의 감촉이나 옆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여기는 민준의 집이 아니었고, 지금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것도 민준이 아니었다. 자신의 집이었고, 자신의 남편이었다.

그런데 미현은, 이 집과 남편이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했다.

‘…’

미현은 이러면 안 된다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밀려오는 불쾌감과 우울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오지 않은 민준을 기다리다, 결국에는 민준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시작된 저기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도, 옆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도, 하다못해 슬쩍슬쩍 부딪혀오는 남편의 살가죽조차 참을 수 없이 불쾌했다.

아무리 못난 남편이라고 해도 그래도 결혼까지 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이었다. 원래 이 정도로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언젠가 민준의 집을 다녀온 날부터 남편에 대한 혐오감이 자꾸만 심해져 갔다.

왜 이러는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미현은 아마 그만큼 민준에 대한 사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자신에겐 남편이 있는데도, 마음속에는 어느새 민준만이 가득했다.

‘하아-…’

그 사실에 미현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다가도, 결국에는 끝없이 우울해지곤 했다. 자신은 남편에게도 민준에게도 더러운 여자였다.

“…”

우울했다. 문득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우울했다.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민준이 더 보고 싶었다.

‘그래도 보고 싶어. 민준아…’

이 모든 건 민준 때문이었다. 민준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마음이 혼란스러울 일도 없었다. 민준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피를 뛰며 어떻게든 빚을 갚아내서, 어쩌면 다시 전처럼 남편과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미현은, 자신의 삶을 뿌리째 뒤흔들어놓은 그 젊은 남자를 도저히 싫어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민준을 너무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짓궂게 놀리면서도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주는 민준의 방식이 좋았다. 모든 것이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안아주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힘들 때면, 머릿속에는 온통 민준의 생각뿐이었다. 보고 싶었고, 안기고 싶었고, 곁에 있고 싶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듯한 손길이 느끼고 싶었다.

겨우 하루도 떨어져 있지 못할 만큼, 민준이 미치도록 좋았다. 민준이 곁에 없으니까 민준을 향한 마음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깨닫게 된 순간, 미현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스윽-.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난 미현은 화장대로 걸어가서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몇 장의 서류가 들어있었다. 이미 반은 작성된 이혼 서류였다.

미현은 서랍 위에 서류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가볍게 씻고는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마 남편에게 차려주는 마지막 아침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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