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132화
우는 지윤이를 달래주는데 건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만큼이나 쉽고도 어려웠다.
내가 아무리 말로 진정하라고 해봐도 너무 죄송하다며 쉼 없이 눈물을 흘리는 지윤이였지만, 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벨트를 풀고 지윤이의 몸을 가볍게 안아주자, 지윤이는 마치 사탕을 건네받은 아이처럼 순식간에 울음을 뚝 그쳤다. 그나마 조금씩 훌쩍이긴 했는데, 진짜 눈물이 나와서 그런다기보다는 내 품에 더 안겨있고 싶어서 하는 약간의 오버 액션같은 느낌이었다.
“흐응…흐우-. 대, 대표님…”
“네, 지윤 씨.”
톡톡-.
나는 지윤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대답했다. 누가 메인보컬 아니랄까 봐 내 귓가에서 울리는 지윤이의 목소리는 울음끼가 가득함에도 맑고 청량했다.
“흑…죄, 죄송해요오…흐읏…실망하게 해드려서…제 마음대로 대표님 입, 입술에…그, 그런 짓을 해버려서…”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좋았어요.”
“에…? 네? 정, 정말이요? 제, 제 입술 기분 좋으셨어요?”
“그럼요. 제가 말했잖아요. 지윤 씨가 귀엽고 예쁘다고. 저도 지윤 씨 싫어하지 않아요.”
“읏…그, 그럼…! 그럼, 대표님…! 저, 저 정말 대표님 좋아하거든요…대, 대표님도 제가 싫지 않으시면…”
“…음. 잠시만요, 지윤 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끼리 조금 진지하게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고 저랑 대화를 좀 해볼래요?”
“네, 네. 좋아요, 대표님!”
스윽-.
내가 몸을 서서히 떼어냈고, 지윤이는 멀어져 가는 나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며 아주 대놓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마치 좋아하는 아이돌과 마주한 열혈팬 같은 반응이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지윤이가 현역 아이돌이고 나는 그저 일반인이라는 게 약간의 유머 포인트였다.
그래도 나에게 열성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지윤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는 팬 서비스 느낌으로 손을 뻗어 지윤이의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 자국들을 쓱쓱 닦아주었다.
“아-. 대, 대표님 손이 닿으니까아…얼, 얼굴이 녹을 것 같아요…!”
“…좋은 거예요?”
“모, 모르겠어요. 얼굴도 뜨겁고 심장도 막…심장이 막 이상하게 뛰어요…!”
“그럼 그만둘까요? 심장이 이상하게 뛰면 안 되잖아요. 제대로 뛰어야지.”
“아, 아니에요! 제가 잘못 말했어요…! 이게 제대로 뛰는 거고, 아마 평소에 잘못 뛰고 있었나 봐요…! 그, 그러니까 멈추지 말고 계속해 주세요. 네?”
이건 뭐 아예 엎드려서 빌빌 기는 수준이라, 눈물 자국을 다 닦아냈음에도 그만두기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지윤이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잔머리까지 손수 정리해 주고 난 뒤에야 살며시 손을 떼어냈다.
“후아…감, 감사합니다. 대표님. 저 이제 기분이 하나도 안 우울해요. 다, 다 대표님 덕분이에요…!”
“음…”
지윤이의 말도 안 되게 적극적인 태도에서는, 어쩐지 내가 좋아하고 애용하는 ‘에라, 모르겠다.’ 방법론의 향기가 솔솔 풍겼다.
어차피 멋대로 키스 갈겨버려서 이미지도 폭망해 버렸겠다, 묻지도 따지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지 있는 그대로 표현해 오는 느낌이랄까.
지윤이의 방식은, 만약 평범한 연애였다면 상대방에게 호구 잡혀서 골수까지 쪽쪽 빨리고 차여버릴 무지성에 가까운 전략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만은 꽤나 잘 먹혀 들었다. 존잘남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을 잘 밀어내지 못했다. 밀어내기는커녕 연주나 지윤이처럼 숨김없이 호감을 표현하는 여성들에게 무척이나 취약했다. 아무리 단호히 쳐내는 척 연기를 해봐도, 안에서는 호감도가 마구마구 쌓여간달까?
게다가 지윤이는 아이돌답게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니, 아이돌치고도 미모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앉아있으면 무척이나 작고 아담해 보였지만 막상 서 있으면 비율이 완벽했다. 그만큼 머리가 작고 다리가 길며 골격이 여리여리하다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옷맵시가 무척이나 남달랐다. 지금도 아다다스 레깅스에 하얀 반팔과 얇은 가디건만 걸치고 있었지만, 완벽한 맵시 덕분에 한참 뒤에서 봐도 연예인이라는 게 딱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얼굴도 내가 좋아하는 순한 초식 동물상이었고, 아직 버프를 받기 전인데도 피부가 대단히 하얗고 깔끔했다. 물론, 생기가 넘치다 못해 피부에서 아예 광채를 뿜어내는 십이사도들급 완벽 피부는 아니었다. 아마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해왔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 정도야 금방 해결해 줄 수 있었다.
여하튼, 지윤이는 성격도 외모도 내 스타일이었다. 특히, 똘망똘망하지만 묘하게 서글퍼 보이는 눈과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는 완전 내 취향에 딱 맞춘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기분이랄까?
“…그, 그렇게 쳐다보시면 너무 부, 부끄러워요. 대표님.”
“지윤 씨…그래도 눈 돌리지 말고 저 똑바로 봐봐요. 지금부터 중요한지 얘기 할 거니까.”
“네, 네에. 대표님. 죄송해요. 똑바로 볼게요.”
“…지윤 씨는 훌륭한 아이돌이 되고 싶은 거죠? 무대에 서서 사람들한테 인정도 받고 팬들한테 사랑도 듬뿍 받고. 맞죠?”
“네! 그렇게 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게 제 꿈이었어요.”
나는 말했던 대로 꽤나 진지한 태도로 얘기를 끌어나갔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진지와는 몇억 광년쯤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서두 정도는 진지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알고 있겠지만, 저도 그렇고 회사 사람들도, 지윤 씨와 멤버들을 그런 훌륭한 아이돌로 만들어주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할 거고요. 그리고 지윤 씨를 믿고 있는 팬들도 있고, 또 지윤 씨는 리더로써 멤버들을 든든히 받쳐주는 그룹의 기둥이 되어줘야 하고요. 그것도 맞죠?”
“네, 맞아요. 대표님이 해주신 말이 다 맞아요.”
“그러면…아무리 지윤 씨가 저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마음을 그렇게 쉽게 드러내면 안 돼요. 그건 방금 제가 언급했던 모든 사람들을 배신하는 행동이라는 거, 지윤 씨도 알고 있죠?”
“네. 알, 알고 있어요-…하, 하지만…! 그래도…그래도 대표님이 너무 좋으면 어떻게 해요…? 대표님이 가까이에만 있어도 심장이 막 제멋대로 뛰고, 대표님이 절 바라보시면 온몸이 짜릿짜릿한 기분이라 잘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저, 저 정말로 이런 적이 없어서…이런 적은 처음이라서…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그럼 제가 알려드릴게요. 지윤 씨가 노력하고 노력해서 세계적인 아이돌이 되면 돼요. 그러면 아무도 배신 안 하고 저랑 사귈 수 있을 거예요.”
“네? 노력해서 성공하면…대표님이랑 사귈 수 있는 거예요?”
“그럼요. 지금 탑스타들 보세요. 스캔들 한번 안 난 사람이 있어요? 연애면 차라리 양반이지, 마약이나 불륜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들을 원하고, 그들한테 열광하는 이유가 뭘 거 같아요?”
“그야…보고 싶으니까…”
“네. 바로 그거에요. 지윤 씨가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들을 보고 싶게 만들 수 있는 실력과 매력을 갖추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떳떳하게 연애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만 되면, 저랑 떳떳하게 연애해도 괜찮다고요.”
“하, 하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대표님. 저 3년 동안 정말 누구보다 노력했는데…정말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솔라는 아직도 인기가 없는걸요…”
턱-.
나는 연애를 하고 싶으면 성공하라는 현실적이고도 잔인한 말에, 심하게 의기소침해져서 움츠러든 지윤이의 양어깨를 꽉 붙잡았다. 지윤이가 깜짝 놀라서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제가 성공하게 해줄게요. 대표로서 약속드릴 수 있어요. 저한테는 특별한 능력이 있거든요.”
“특, 특별한 능력이요?”
“네. 특별한 능력이요. 하지만 공짜는 아니에요. 이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윤 씨가 열심히 노력해줘야 해요. 어때요, 노력할 수 있겠어요?”
“당, 당연하죠. 대표님! 저, 저 노력하는 건 자신 있어요. 얼마든지, 정말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어요…!”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다는 그 말…정말이겠죠?”
계약서에 싸인을 체결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내용을 제대로 따져보면 악질 중의 악질 계약이었지만, 당사자들끼리는 무척이나 만족할 테니 별문제는 없었다.
나는 눈을 예리하게 빛내며, 내가 뿜어내는 묘한 열기에 전염돼서 볼에 홍조를 잔뜩 물들이고 있는 지윤이를 바라봤다.
“네, 대표님! 노력할게요! 노력할 수 있어요! 저한테 대표님의 특, 특별한 능력을 주세요!”
****
세뇌의 기본은 인식을 비트는 것. 다시 말해, 이미 인식이 비틀려 있는 상태라면 훨씬 더 쉽게 세뇌하는 게 가능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사람에게 다짜고짜 내 육변기가 되라고 세뇌를 거는 것보다, 이미 나에게 푹 빠져있는 여자들을 육변기로 만드는 게 훨씬 더 쉽고 소모되는 복종도도 낮았다.
이것 말고도 스킬 설명에는 나와 있지 않은 여러 가지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하나하나 연구할 시간도 없었고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스킬 연구할 시간에 섹스나 더 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니, 큰 가지만 알고 있으면 충분했다.
여하튼, 내가 지윤이를 그냥 따먹지 않고 이런 상황을 설계한 것은 근본적으로 재미 때문이었지만, 부가적으로는 세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리고 내 설계는 정확히 먹혀들었다.
“자, 지윤 씨. 대답해 보세요. 저랑 연애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 성공하면…세계적인 탑스타가 되면…”
“그렇죠. 그럼 세계적인 탑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노력이요…! 노력이 필요해요. 노력을 해야만 탑스타가 될 수 있어요…!”
“옳지. 자, 그러면 제 바지부터 벗겨 보실래요?”
“네! 대표님!”
참고로, 지금 나와 지윤이는 스타 엔터 옆 부지에 있는 호텔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한때 매일 다니던 5성급 호텔들에 비하면 훨씬 급이 떨어졌지만, 단정한 비지니스 호텔이라 방도 깔끔하고 입지도 훌륭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호텔의 소유자가 바로 나라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는 MJ인베스트먼트의 소유였지만, 사실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 어차피 다 내껀데.
여하튼, 유나가 나를 위해 따로 챙겨준 객실 카드 덕분에 이 호텔을 쓸 때는 체크인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매일 여자를 바꿔가며 호텔에 들락거린다고 해도 누구의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지하 주차장에서 곧장 방으로 올라올 수 있어서 보안도 무척이나 훌륭한 편이었다.
나중에 지윤이가 정말로 탑스타가 된다고 해도 이 호텔이라면 언제든 둘만의 밀회를 즐길 수 있을 정도였고, 회사나 솔라의 숙소에서도 워낙 가까워서, 혹시 급한 일이 터져도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아, 진짜 너무 좋다. 여기는 부시지 말고 남겨놓고, 더 프라이빗하게 쓸 수 있도록 공사나 좀 하라고 해야겠네.’
사실 이런 용도가 아니라 스타 엔터의 신사옥을 짓기 위해 사들인 매물이었는데, 사용해보니 이만한 요충지가 없었다. 아무래도 유나에게 말해서 여기는 허물지 말고 살려두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다 벗, 벗겼어요. 대표님.”
“그래요? 그럼 망설이지 말고 어서 노력하세요, 지윤 씨.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스타가 되어야 하잖아요.”
“네. 맞, 맞아요. 대표님. 대표님 말씀이 다 옳아요. 노력…노력을 해야지…멋진 아이돌이 돼서…대표님이랑 사귈 수도 있으니까…”
“그럼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아-…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냥 던져본 말에 크게 감명받기라도 한 것인지 지윤이가 내가 해준 말을 곱씹었다. 언뜻 보면 대표가 소속 아티스트를 격려하는 그럴듯한 장면이었지만, 대표가 바지를 벗고 침대에 누워있고, 소속 아티스트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잔뜩 성이 난 대표의 불기둥을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게 살짝 넌센스였다.
“노력…노력할게요. 부디 저한테 특별한 능력을 주세요. 대표님. 하으읍…!”
단단하게 결의했는지 지윤이의 몸짓 하나하나에서는 강한 기백이 느껴졌다.
섹스를 앞둔 느낌이라기보단 생사투를 앞둔 검투사의 느낌이었지만, 지윤이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세뇌를 그렇게 걸어놓은 탓이었다.
나는 지윤이에게 성공과 노력의 가치를 꾸준히 강조하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래와 춤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게 하나 있다고 세뇌를 걸어놨는데, 그게 바로 ‘대표님의 신성한 정액 섭취’였다. 즉, 이제부터 내가 지윤이에게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은 내 꼬추를 빨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정액을 섭취하기 위해 하는 행위는 전혀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그저 톱스타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여기도록 인식을 비틀어 놔서 지윤이의 입장에서는 나한테 펠라치오를 하며 쑥스러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내 앞에서 노래하고 춤을 출 때처럼, 그저 긴장될 뿐이겠지.
“쯥-. 쯔읍. 츕-. 대, 대표님. 이렇게 하면 될까요? 한입에 넣고 싶은데 너, 너무 커서 안 들어가요.”
“굳이 다 넣지 않아도 돼요. 지윤 씨에게 그런 고급 기술은 아직 무리일 테니까…”
“아, 아니에요. 저 할 수 있어요. 노, 노력해볼게요…! 하음-. 으브읍…! 쯔읍, 으브읏…!”
“음…훌륭하네요. 지윤 씨.”
지윤이는 내 정액을 최대한 빨리 짜내기 위해,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입안에 내 자지를 한가득 머금고 빨기 시작했다.
자지를 빨아주는 여자는 언제나 사랑스러웠지만,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열정적으로 빨아주는 여자는 더더욱 사랑스러웠다.
나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윤이에게 칭찬 세례를 퍼부어 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40kg 조금 넘어가는 지윤이야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돌고도 남겠지.
“정말 잘하고 있어요. 이대로만 가면 다음 단계도 금방 할 수 있겠는데요? 이렇게 빨리 배우는 사람은 지윤 씨가 처음이네요. 지윤 씨에게는 역시 재능이 있어요.”
“으브-. 읏, 으하음…! 감, 감사합니다, 대표님…! 저 진짜 열, 열심히 노력할게요. 으음…하음, 쯔읍…!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