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129화
‘정신…! 정신 차려 박지윤…! 뭐 하는 거야, 대체…!’
지윤은 스스로 주문을 걸어봤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심장이 너무 쿵쾅대서 당장에라도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단지 처음뿐 아니라 민준과 손을 맞잡고 있는 내내 온몸에 짜릿짜릿한 느낌이 느껴졌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짜릿해도 너무 짜릿짜릿해서 이러다간 또 신음을 내버릴 것 같았다.
‘흐읏…!’
더는 민준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당장에라도 손을 떼야 하는데,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째서인지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제, 제발…!’
지윤은 입술을 꽉 깨물고 턱 끝까지 차오른 신음을 꾹 삼켜냈다. 이젠 정말 한계였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민준이 먼저 맞잡고 있는 손을 떼주길 간절하게 바랬지만, 민준은 지윤의 손을 마주 잡은 채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지윤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어디 아픈가요? 혹시 저 때문에 아침부터 무리하신 건 아닌지…”
“읏…아, 아니에요. 대표님. 흐, 흐응…”
“이런-. 김 팀장님. 아무래도 멤버들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요? 지윤 씨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하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그런가요? 흐음…”
민준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내 잡고 있던 지윤의 손을 놔주었다.
솔직히 닿기만 해도 짜릿한 민준의 손이 떠나가는 게 아쉬웠지만, 더는 사람들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지윤은 드디어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흣…?”
하지만 과도하게 들어가 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탁 풀려버리자 지윤은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 없었고,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중심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아니, 쓰러질 뻔했다.
탁-.
지윤의 옆에 붙어 있던 멤버들이 갑자기 쓰러지는 지윤을 보며 깜짝 놀라고만 있을 때, 민준은 눈부신 반사신경과 피지컬로 무너지는 지윤의 몸을 받아들었다. 그 짧은 찰나에 손을 지윤의 등 뒤로 뻗어서 바치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지윤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평소였다면 탱고라도 추는 거냐며 지탄받을 버터처럼 끈적한 자세였지만, 지금은 돌발 상황이었기에 그런 걸 따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세가 어떻게 되든 쓰러지는 지윤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했고, 민준은 그 점을 순식간에 캐치 해서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전문 제비들도 한 수 접고 갈 만큼, 지금 민준의 작업 실력을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레깅스…! 네 아다다스 레깅스는 내 꺼니까…!’
민준은 탱고를 추듯 끈적하게 잡고 있는 그 상태에서 지윤을 뻔히 바라보며, 성물에 대한 뜨거운 집착을 그대로 눈빛으로 뿜어냈다.
안 그래도 갑자기 넘어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던 지윤은, 어느새 등허리에서 느껴지는 민준의 찌릿찌릿 손길과 금방이라도 자신을 녹여버릴 듯 이글이글거리는 뜨거운 눈빛에 또다시 신체에서 이상 반응들이 나타나는 걸 느꼈다. 다만, 이번이 반응이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서, 지윤은 차마 신음을 참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머리는 나사가 모조리 풀려버린 것처럼 빙빙 돌았고, 한 번도 남자의 손길을 탄 적이 없는 순결한 비부에서는 알 수 없는 근질근질한 느낌이 올라와 지윤을 힘들게 했다.
이런 느낌은, 맹세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흐앗-. 흐읏…!”
“지윤 씨…? 괜찮아요?”
“…괜, 괜찮아요. 대표님! 정말 걱, 걱정하지 않으셔도…으읏…”
“일단은…어서 일어서 보세요.”
“네, 네에…!”
몸에 힘이 전부 빠져버린 지윤은 민준의 손길에 의지해서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 당연히 그러는 사이에도 지윤은 계속해서 민준이 내뿜는 오오라에 노출당했고, 지윤의 볼과 목덜미는 푹 익은 완숙 토마토처럼 뻘겋게 달아올라 버렸다. 지금의 지윤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하아…지윤 씨. 지금 지윤 씨 얼굴 엄청 달아오른 거 알아요? 이렇게 될 때까지 참고 있으면 안 되죠.”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김 팀장님은 대체 관리를 맡은 아티스트가 이렇게 될 때까지 뭐하고 계셨습니까?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데, 멤버들에게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알아차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민준은 대단히 차가운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솔라의 매니저 김진혁 팀장을 보며 날카롭게 말을 던졌다. 김 팀장은 민준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어쩌지도 못하고 바로 머리를 숙였다. 정말로 갑작스러웠지만, 민준의 말에 잘못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멤버들의 건강 관리는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대표님.”
싸늘한 상황이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자, 얼타고 있던 멤버들 역시 눈치를 보며 손을 앞으로 모아서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이돌들에게 소속 기획사 대표는 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잘나간다면 어느 정도는 반항을 할 수도 있었고, 빌보드도 씹어먹는 월드 클래스 탑스타가 된다면 신이고 좆이고 전부 쌩깔 수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말해 지금의 솔라는 회사의 예산이나 까먹는 밥값도 못하는 그룹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에게 찍히기까지 한다면, 바로 그 순간 그녀들의 아이돌 인생은 나락을 향해 자유낙하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민준이 자신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됐든 대표와의 첫 만남부터 이런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마이너스였다. 김 팀장은 물론 멤버들의 고개가 하나같이 축 처져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영 이상해져 가는 분위기를 읽은 지윤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잠, 잠시만요. 대표님…! 다 제, 제 잘못이에요. 아, 아침부터 머리가 조금 어지럽긴 했는데 원래도 흔한 일이라…사, 사실 지금도 심각한 거 절대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넘어진 거예요. 정말이에요! 조금 어지러워서 그런 거예요. 네? 그러니까 매니저 오빠 잘못이 아니라 전부, 전부 다 제 잘못이에요.”
“얼굴이 빨간데…그냥 어지러워서 그런 거라고요? 머리는 왜 어지러운 건데요?”
“그, 그건…다, 다이어트 때문이랄까…”
“가만히 있다가 쓰러질 정도로, 다이어트를 심하게 시킨다는 건가요? 저는 그런 말 전혀 듣지 못했는데?”
민준은 다시 김 팀장에게 레이저를 쏟아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지윤은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너무나 다급한 상황인데 변명을 할수록 더 꼬여만 가니까, 지윤은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머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것도 있지만…! 사실 제가 그, 그, 그날이라서…”
“네…?”
“제가 그, 그날이라-. 최근에 생리…! 생리가 시작돼서…! 제가 빈혈이 심하거든요! 태생적으로 생, 생리혈이 많은 편이라 철분제를 꼭꼭 챙겨 먹어야 하는데 요즘 좀 깜빡해버려서…!”
“아…”
어색하게 굳는 민준의 표정을 보며, 지윤은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미 생리 메타로 방향을 잡은 상태였고, 민감하고도 남자들은 잘 알 수 없는 주제였으니 대놓고 우기기도 좋았다.
민준의 속에서 자신의 이미지야 나락으로 치닫겠지만, 팀 전체가 다 같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지윤은 눈물을 머금고 입을 계속 열었다.
“…생, 생리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남성분들은 잘 모르시지만 사실 여자들은 생리만 하면 빈혈이 심해지고…얼굴에 홍조도 생기고 하거든요. 호, 호르몬.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버려서…”
“크흠. 잘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더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들어보니 확실히 제가 오해한 것 같네요.”
“…”
“그…철분제 꼭 챙겨 드시고요.”
“네, 네. 대표님…!”
어색하게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풀린듯한 민준의 모습에 지윤은 일단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민준과의 첫 만남부터 생리 타령을 하게 된 건 정말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자신 때문에 죄 없는 매니저 오빠가 혼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길을 묘하게 피하는 것 같은 민준을 볼 때마다 눈앞이 컴컴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망했다. 이제 대표님 얼굴 어떻게 보지. 하. 그래, 차라리 최대한 피해 다녀야겠다. 그게 낫겠어…’
지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민준의 얼굴을 당당히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생리녀? 호르몬 불균형녀? 철분 결핍녀?
그중 뭐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하튼 민준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심어준 건 확실했다.
손이 닿기만 해도 짜릿짜릿한 느낌을 주던 민준을 애써 피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지는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
한편, 지윤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민준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다.
대표가 가만히 있으니 당연히 연습실에는 적막만이 가득했고, 당최 민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멤버들은 잔뜩 긴장한 채 힐끗힐끗 민준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몇 초의 정적이 지나가고, 민준의 입이 열렸다.
“사실 여러분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라고는 여러분들밖에 없으니까요. 무대 하는 것도 직접 보고 같이 얘기도 나눠보고 싶었는데,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니 지금 당장 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괜, 괜찮습니다. 대표님!”
“아니요. 지윤 씨. 오늘만 날도 아니고, 안 그래도 힘든 날일 텐데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점심이나 같이 먹으러 가죠.”
“그, 그렇게 힘들지는…”
“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눈치 없이 자꾸 고집을 부리는 지윤을 말을 자르고, 김 팀장이 재빠르게 민준의 말을 받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지윤이 왜 갑자기 쓰러진 것인지 당최 알 수 없었지만, 괜히 여기서 한 번 더 하겠다고 고집부렸다가 또 쓰러져 버리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었다.
김 팀장은 민준의 말을 받으면서, 동시에 지윤에게 제발 입 닫고 가만히 있으라고 필사적인 눈빛을 보냈고, 민준에게서 떨어지자 귀신같이 몸 상태가 회복된 지윤이었지만, 김 팀장의 처절한 눈빛을 보고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윤이 입을 닫자, 얘기의 흐름은 `점심 같이 먹자!`의 단계를 지나서, 자연스레 점심 메뉴 선정 쪽으로 흘러갔다.
민준은 부드러운 어투로 김 팀장과 멤버들에게 먹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지만, 새롭게 취임한 대표님에게 먼저 점심 메뉴를 제안할만한 용자는 아무도 없었다. 분위기가 훈훈하다면 혹시 모를까, 이런 분위기에서는 더욱 입을 열기가 곤란했다.
“음…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 없으면, 메뉴는 제가 고르도록 할까요?”
“네, 대표님. 저희 멤버들 정말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편식하는 거 하나 없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정해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마침 괜찮은 식당 하나 있는데 거기로 가죠. 차 타고 갈 거니까, 김 팀장님께서 멤버들 인솔해서 제 차 따라와 주세요.”
“네, 대표님!”
민준은 말을 마치고 김 팀장과 잠시 번호를 교환한 뒤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고, 김 팀장과 멤버들 역시 민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럼, 식당에서 보도록 하죠. 혹시 모르니까 주소도 보내 드릴게요.”
“네, 대표님!”
주차장에 도착한 뒤, 민준은 그 말을 끝으로 최근에 출퇴근용으로 새롭게 마련한 최신식 벤틀니 안에 탑승했고, 멤버들은 조금은 멍한 눈빛으로 최고급 럭셔리 세단 안으로 사라지는 민준의 모습을 지켜봤다.
“…진짜 영앤 리치네. 부럽다…우리도 성공하면 대표님처럼 될 수 있을까?”
젊고 잘생긴 사람이 차까지 력셔리하니까, 채린은 어쩐지 현실성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채린은 언제나처럼 옆에서 깐족대는 유이 덕분에 금방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완전 무리. 채린 짱의 빈유 가슴이 어느 날 C컵이 되는 게 훨씬 더 현실성 있음.”
“…자기도 겨우 B컵이면서. 그리고 크기보다 모양이 더 중요하거든?”
“껌딱지가 예뻐 봤자, 예쁜 껌딱지. 큿.”
“아오, 내 가슴은 완전 평균이거든? 너 지금 한국 여자들 평균 사이즈 무시하는 거야? 이거 민감한 문제라고!”
“에~~ 그치만 채린 짱, 애써 평균 사이즈 브라를 차봤자, 너무 헐렁해서 녹은 버터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유이, 채린. 둘 다 그만! 빨리 차에 타자. 대표님을 기다리게 할 순 없잖니.”
김 팀장의 말에 멤버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신속하게 차에 탑승했다. 민준에게서 잠시 떨어져서 긴장이 풀려 있었지만, 잠시 뒤면 민준과 밥까지 같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또다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으응…아무리 생각해도 불편. 채린 짱, 나 대표님한테 한국어 못하는 척해버릴까?”
“아까 인사는 잘만 해놓고 무슨…”
“그렇네. 아아-. 지나치게 완벽한 사람 옆에 있으니까 내가 초라해지는 느낌. 거의 송충이가 된 느낌? 흐에-, 위축된다데스응…”
“너도? 나도 그런데…뭐, 그래도 내가 대표님보다 게임은 더 잘하지 않을까?”
“에에? 그치만 진짜 세상은 키보드 밖에 있는걸?”
“가짜 세상이면 뭐 어때. 거기서라도 이기면 됐지.”
“후에에, 스고이! 현실에선 A컵인 내가, 게임 세계에선 대표님도 이기는 랭.커. 였습니다만…?”
존재 자체가 너무나 완벽해서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대표와의 식사를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 만담을 이어가는 채린과 유이였지만, 그 둘은 게임 역시도 민준이 훨씬 잘한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한편, 언제나처럼 지윤의 옆자리에 앉은 혜나는, 앉은 뒤부터 계속해서 의미심장한 눈으로 지윤을 쳐다봤다.
지윤은 혜나가 자신을 오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걸 진즉에 눈치챈 상태였지만, 혜나와 눈을 마주칠 때면 가슴이 무지 뜨끔거려서 도저히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고 먼저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티 나게 눈치를 줘도 지윤이 도저히 입을 열 생각이 없자, 주변 상황을 조용히 살핀 혜나는 조심스럽게 지윤에게 다가가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지윤 언니.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으, 응? 뭐, 뭐를?”
“언니 생리할 시기 아니잖아. 설령 생리한다고 해서 그럴 사람 아니고. 근데 왜 그랬어?”
“어…? 내, 내가 뭘?”
“…대표님이랑 단순히 악수만 하는 건데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지고, 춤만 잘 추던 사람이 갑자기 다리에 힘은 왜 풀리는 건데?”
“어, 어, 어, 어…? 뭐, 뭐, 뭐라는 건지 잘 안 들리네?”
지윤의 반응은 누가 봐도 대단히 어색했고, 덕분에 혜나는 더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주변을 살피며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혜나는, 지윤의 귀에 대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혜나의 말을 들은 지윤의 몸은 우뚝 멈춰버렸고, 동공은 믿을 수 없이 크게 확장됐다.
“언니…설마, 대표님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