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116화
****
“씨발…씨발-.”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 레오레로 치면 상대 정글이 너무 잘 커서 말도 안 되는 어거지 다이브를 칠 때.
그럴 때는 이동기를 들고 있든 점멸을 들고 있든 상관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무력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참 주옥같았다. 지금 나의 기분이 딱 그랬다. 존나 좆 같았다.
지금껏 시은 누나의 복종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아니, 당장 오늘만 해도 며칠 전에 비하면 조금이지만 올라가 있었다.
분명 시은 누나는 나에게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수치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믿고 너무 방생해놨더니, 이 구제 불능 노예년이 아주 깜찍한 짓을 벌였다.
-아학!! 끄아앗!!!! 아파, 아파요!! 그만, 그마아아아안!!!!
시은 누나가 카톡으로 보내온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그 영상 안에서 누나는 철저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팔다리를 묶인 채 채찍질을 당하거나 뜨거운 촛농으로 온몸이 벌겋게 지져지거나, 온갖 군데를 구타당하면서 격하게 강간당했다.
물론, 이 영상이 전적으로 나를 빡치게 하기 위해서 제작된 페이크 포르노일 거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저히 속에서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분노를 참아낼 수 없었다. 분명히 내 안에서 솟구쳤는데 도저히 나조차 감당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나의 전신을 모두 태워버리고 있었다.
“…”
아마 시은 누나 역시 내가 진짜로 속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 성격상 이런 영상을 보면 화를 낼 수밖에 없다는 걸 노렸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으아윽…! 으윽…!! 케헥!! 켁!!! 끄에엥엑!!!
누나가 질식할 만큼 목을 강하게 졸리며 질내사정 당하는 것이 영상의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무력하게,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시은 누나가, 내 소중한 노예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는 확인해야 했기에 차마 중간에 끄지도 못하고 차 안에 가만히 앉아서 오롯이 영상을 관람했다.
“…”
삐이이이이이이익———.
영상을 다 보고 조용히 눈을 감았더니, 귓가에서 길고 긴 이명이 들렸다.
눈앞이 하얗게 번지고 뇌가 용암에 던져진 것처럼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단순히 화가 난다는 표현만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지금 나의 상태는 명백히 그다음 단계에 있었다.
너무 감정의 진폭이 커서 현실성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나는 다시 눈을 뜨고 핸드폰으로 시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여전히 현실감은 없었다.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
귓가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너무나 먼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뭐야? 왜 전화했어?
“…”
시은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내 입이 알아서 움직였다.
“지금 어디지?”
-…왜? 영상 보니까 이제야 좀 내가 아쉬워?
“말해. 지금 어디야.”
-훗. 너 진짜 웃긴다. 민준아. 여태껏 연락 한 통 없다가 이제 와서 이렇게 질척대는 게 말이 돼? 어머나~ 버릇없어라.
누나 딴에는 지금껏 서러웠던 감정들을 나에게 쏟아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 그런 걸 받아줄 정신이 없었다.
더 듣다가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신경 줄이 완전히 가닥가닥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교주의 세뇌’를 발동시켰다.
통화상으로도 되는지는 몰랐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지금 어딨는지 말해. 당장.”
-…우리 집. 지금 집에 있어.
꽈악-.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다행히 통화상으로도 세뇌를 걸 수 있었다. 만약 누나가 이대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면 진짜 미쳐버릴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하늘은 나의 편이었다.
“주소 불러. 그리고 내가 도착하면 문 열어.”
-우리 집 주소는…
꽈아아아앙-.
나는 누나에게 들어야 될 것만 들은 뒤 곧장 전화를 끊고, 불러준 주소를 향해 달렸다.
분명히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액셀을 밟고 있는지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지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차는 착실하게 내비게이션이 찍어주는 최단 경로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것도 주변 풍경들이 휙휙 지나가는 걸 보면 무척이나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는 강남의 주상복합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주차장이 익숙한 걸 보니 언젠가 데려다줬던 것 같았다.
쾅-.
나는 차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부서질 만큼 차 문이 세게 닫힐 걸 보면, 내 상태가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누나가 알려준 호수로 걸어가서 벨을 눌렀다.
“나야. 문 열어.”
대답 대신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시은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멍해 보이던 누나의 표정이 한순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 네가 어떻게 여길…?!”
“내가 깨울 때까지 기절해 있도록.”
“뭐라느은…으윽-.”
나는 누나를 보자마자 곧바로 기절시키고 누나의 몸을 안아 들었다.
어느 정도 계획적인 행동이었다. 지금의 내 상태로는 시은 누나가 뭐라 하던 화를 주체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럴 리도 없지만 누나가 나를 보자마자 잘못했다며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아무런 짓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만나자마자 기절시켜 버렸다. 그리고 누나를 우리 집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법률 용어로 말하자면 납치, 감금이었다. 당연히 끔찍한 일이었지만, 누나가 딴 놈한테 가랭이를 벌리는 게 훨씬 더 끔찍했다. 그런 장면을 상상만 해도 내 온몸에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기어 다니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벌레들에게 내 살집을 갈가리 찢어 먹히는 것 같았다.
누나는 고작 도발한답시고 영상을 찍었겠지만, 누나가 나에게 보여준 영상은 나에게는 더럽게 끔찍한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적당히 했어야지. 응? 내가 어디까지 할 줄 알고 나한테 그런 영상을 보낸 거야?”
나는 망설임 없이 기절한 누나를 들쳐업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가서 지하 주차장을 향했다.
CCTV가 신경 쓰이거나, 지나가다 누군가 만나지 않을까 걱정되지는 않았다. 지금 내 시야와 신경은 그 정도로 넓지 못했다.
오로지 뒤에 업은 이 걸레 같은 노예년을 어서 집으로 데려가서 정신을 완전히 개조시켜 버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꽈아아아앙-.
시은 누나를 보조석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도착할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고에 차를 대충 박아넣고 시은 누나를 업은 채 집으로 올라가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연주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으앙, 민준 씨-! 어…? 업고 계신 분은…누구예요?”
“신경 쓸 거 없어요. 연주 씨 미안한데 지금 기억은 좀 잊어줄래요?”
“아-…”
나는 세뇌를 써서 연주를 가볍게 제치고 지나가, 게스트 룸으로 쓰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침대에 시은 누나를 눕히고 옷을 모조리 벗겨냈다.
“하-. 개 같은 년이 진짜…”
또다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차마 참지 못하고 내 입에서는 상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전라가 된 누나의 몸은 아주 넝마 짝이 따로 없었다. 채찍 자국, 맞아서 멍이 든 자국, 촛농 때문에 화상 입은 자국까지. 당장에라도 환장할 것 같은 광경이었다.
잘 가꿔놓은 몸으로 먹고사는 주제에, 나를 도발하겠다고 이딴 미친 짓을 벌였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연주 씨!! 연주 씨!! 잠깐 이 방으로 와보실래요?”
나는 큰 목소리로 연주를 불렀다. ‘어라?’ 하는 소리와 함께 연주가 이쪽 방으로 후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벌컥-.
“민준 씨!! 민준 씨!! 대체 언제 오신 거예요? 저 민준 씨 엄청 기다렸단…어? 그 여자분은 누구예요? 왜 벗고 있어요? 헤, 헤엑…! 이 여자분 몸에 상처가 너무 많아요!”
“연주 씨. 제 말 잘 들어요.”
“네? 네, 민준 씨.”
“지금부터 제가 따로 알려드리기 전까지 연주 씨는 이 사람을 인식하지 못할 거에요. 이 사람이 어디 있어도 안 보이고 소리를 질러도 안 들릴 거라고요. 지금까지 이 사람을 본 기억도 싹 잊어버리시고요. 아시겠죠?”
“…네. 민준 씨.”
나는 세뇌를 써서 연주의 인식을 뒤틀어 버린 뒤, 시은 누나를 침대 한쪽으로 치우고는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민준 씨! 왜 이 방에 계세요?”
“그냥요. 오늘은 연주 씨랑 이 방에서 놀려고요.”
“우, 아우으-. 오, 오자마자요? 저, 저 게임 하느라 아직 씻, 씻지도 못했는데에…”
“괜찮아요. 그런 연주 씨도 좋으니까.”
“잠시만, 잠시만요오-…흐흥…민준 씨…아응, 흐으응-.”
나는 연주와 한바탕 진하게 섹스를 벌였다.
정액을 뽑아내서 너덜너덜해진 시은 누나의 몸을 치료해줄 생각이었다.
시은 누나와 직접 섹스를 하는 게 더 일 처리는 편하겠지만, 다른 새끼한테 걸레짝이 되도록 망가진 시은 누나와 몸을 섞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불결했다.
“후우-. 후우-.”
“으하앙-. 민준 씨이-! 너무 강해요오!!! 끄앙!! 민, 민준 씨이!!!”
엄한 연주한테 화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내 거친 움직임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연주는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그 후에는 연주도 완전히 달아올라서 내 몸에 꼭 달라붙었고, 나는 열심히 박음질하다가 사정 타이밍에 맞춰서 자지를 연주의 질 안에서 빼내었다.
그리고 새까매진 걸레에 비누칠을 해주듯, 나의 정액을 시은 누나의 몸 곳곳에 뿌려주었다.
“으응-. 하앙-. 하으응…민, 민준 씨이?”
오르가즘 후에 몰려오는 후유증에 가늘게 몸을 떨고 있던 연주가 의아해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연주가 보기에는 내가 갑자기 자지를 빼내더니 정액을 완전히 엉뚱한 곳에 싸지른 것처럼 느껴질 테니 당연했다.
나는 적당히 세뇌를 걸어서 연주에게 안방에 올라가서 씻고 쉬고 있으라고 명령한 뒤, 화장실로 가서 몸을 씻어냈다.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 건지 일단 한바탕 정액을 뽑고 나니까, 용암같이 들끓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다.
“후우-. 저 건방진 누나를 어떻게 해줘야 할까.”
우선 생각나는 대로 납치해서 데려오긴 했는데, 나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치욕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선사해준 시은 누나를 어떻게 골려줘야 할지 고민되었다.
내 자지밖에 모르는 마조 육변기로 만들어 주는 것이야 오히려 시은 누나가 원하는 바였다. 결국에는 그리되겠지만, 그렇게 쉽게 결말을 지어줄 생각은 없었다.
결말까지 가는 길이 최대한 길고 고통스러워, 누나가 스스로 했던 행동을 충분히 후회할 수 있어야만 했다.
‘으음…’
샤워하면서 머릿속에 여러 계획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 누나를 골려줘야 할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 갈증. 갈증을 이용해야겠네.’
최종적으로 나온 계획은 교주 스킬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갈증’을 최대한 증폭 시켜서 시은 누나를 애태우는 것이었다.
성역에 있거나 정액을 주기적으로 공급받으면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갈증 효과가 가장 극심하게 나타난다는 ‘정자의 치유’를 활용하면 해소되는 속도보다 훨씬 더 극심하게 갈증을 느끼도록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끼리릭-.
나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타월로 몸을 닦아낸 뒤, 다시 침대로 걸어갔다. 내 정액에 뒤덮인 채 기절해 있는 시은 누나가 보였다.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발라놓고 대략 2시간 정도가 지나야 정액이 여성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니 누나를 깨우기엔 아직 이른 타이밍이었다.
“…누나, 일어나면 다시는 그런 깜찍한 짓 따위 생각조차 못 하도록 철저하게 다뤄줄게.”
부르르르르-.
신기하게도, 나의 목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한기가 들었는지 누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긴, 사탄도 지금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계획을 본다면 기립 박수를 칠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래도 안 멈출 거야. 누나가 제발 멈춰달라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싹싹 빌어도 절대 안 멈춰.’
‘정자의 치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누나의 몸에 상처를 내야 했다. 끊임없이 누나를 아프게 해야 했다.
나쁜 짓이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그리할 생각이었다. 누나가 먼저 마조 암퇘지가 되고 싶다며 도발을 걸어왔으니, 나는 꼭 당한 만큼 돌려줄 생각이었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정자의 치유를 발동시켜서, 누나를 내 정액 없이는 도저히 살아가지 못하도록 망가트리고 괴롭힐 생각이었다.
나는 차가운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며, 누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이따가는 엄청 힘들 테니까, 지금 푹 쉬어 놔. 알겠지?”
부르르르르-.
나는 계속해서 한기에 몸을 떨고 있는 누나를 놔두고 방에서 나왔다.
한바탕 화산이 폭발해서 모든 게 검은 재로 뒤덮인 뒤, 오히려 내 마음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