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플쓰는 밤의 황제-104화 (104/270)

〈 104화 〉 104화

나는 유나를 안아 든 채 소파로 향했다. 유나는 익숙한 몸짓으로 나에게 매달려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연주처럼 유나 역시 열심히 한 만큼 나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즉각적 보상 이론은 단지 연주의 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으응~ 민준 씨한테 안겨있으니까 너무 좋다아~”

유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킁킁댔다.

“민준 씨는 살 냄새가 진짜 좋아요.”

“살 냄새요?”

“네. 그래서 민준 씨 근처에서 민준 씨 냄새만 맡고 있어도 피곤했던 게 전부 날아가는 기분이에요.”

저번에 연주도 내 냄새를 맡고 싶다며 와이셔츠를 가지고 손장난을 치더니, 신체 강화에는 몸에서 향기가 나는 숨겨진 버프라도 있는 건가?

‘흠. 있으면 있다고 스킬 설명에 명시되어 있었을 텐데……아, 맞다! 내 체액에도 교주의 오오라가 깃든다고 그랬었지…!’

나는 유나를 안아 들고 있지만 않았다면, 이마를 '탁' 쳤을 정도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분명 교주의 오오라를 내 의지대로 모여들게 해서 강력하게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언제나 오오라는 내 온몸에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땀이나 타액, 정액 같은 분비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당연히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느껴질 수밖에.

분명 스킬 설명에서 읽었었는데, 크게 신경 안 쓰고 지나쳤던 부분이라 이제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애들이 정액을 너무 꿀꺽꿀꺽 받아먹더니만……’

나의 교인들은 교주님의 정액이야 얼마든지 먹어줄 수 있는, 하나같이 충실한 사람들이었다. 정액의 효능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있는 다영이나 유나같은 경우에는 먹는 수준이 아니라 신성하게 여기며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봐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내가 선사해주는 정액에 맛이 없다면, 역시 원초적인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전설 속 영약이라고 해도, 입에 쓰면 먹을 때 티가 날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모든 여자들은 항상 내 정액을 꿀단지에서 떨어지는 꿀처럼 꿀꺽꿀꺽 받아 마셨다. 다들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호프집에서 갓 나온 생맥주를 원샷하듯 꿀떡꿀떡 잘도 받아넘기곤 했었다.

그건 높은 복종도로도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라 조금 의아했었는데, 이제야 그 비밀이 풀리게 되었다.

‘그냥 내 정액이 정말로 맛있게 느껴지는 거였어!’

유나 덕분에 좋은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기에, 나는 유나를 매단 채 소파에 앉으면서, 유나에게 조금 더 강한 포상을 내려 주었다.

“으으응~.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핥으면……흐앗-!”

“씁-. 츄읍-.”

나는 유나의 목에 고개를 묻고, 마구 핥아주었다. 유나의 말대로 퇴근한 직후였기 때문에 유나의 목에서는 약간의 시큼한 산미가 느껴졌다.

그러나 진짜 변태들은 원래 이런 고급스러운 맛을 더 좋아하는 법이었다. 어차피 씻고 빨아봐야 바디워시 맛만 날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씻지도 않은 상태에서 빨면, 몇십 시간이고 계속 푹 고아서 진하게 우러나온 뽀얀 사골국처럼 미각을 깊게 자극하는 풍미가 느껴졌다.

나는 단지 아직 여름이 오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유나가 땀을 뻘뻘 흘리고 들어오면 이것보다 더 깊은 맛이 났을 텐데.

“으하앙-. 하응-.”

유나는 내 품에 새끼 고양이처럼 안겨서 꼼지락거렸다. 목만 빨아주는데도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목이 유나의 성감대인 것도 있었지만, 나의 적극적인 태도가 더 큰 원인이었다.

유나는 이렇게 내가 자신을 갈구해주고, 필요로 해주는 것을 원했다. 마치 지금처럼, 퇴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목을 핥으면서 내가 얼마나 자신을 원하고 있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줄 때, 유나의 복종도는 거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줄 때의 연주만큼이나 잘 오르곤 했다.

끊임없이 나의 인정을 원하는 유나에게는, 아무래도 이런 식의 애정표현이 가장 큰 칭찬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으아앙-. 민준 씨. 민준 씨이-. 하악. 하응……”

“쓰읍-. 오늘의 브리핑 듣고 나서 더 해드릴게요. 어서 말해봐요. 유나 씨.”

“네. 알겠어요. 그러면……이, 이것 좀 풀어주세요. 제대로 보고 드릴게요.”

일 얘기가 나오자 유나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언제 나른하게 색욕에 젖어있었냐는 듯 총명함이 반짝였는데, 이럴 때를 보면 똑똑한 사람은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아뇨. 그냥 이 상태로 말씀해주세요. 어차피 말만 할 거니까 자세는 어떻든 상관없잖아요.”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허벅지에 앉혀 놓은 유나를 더 꽉 껴안으며 말했다. 유나가 당황스러워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네…… 이렇게는 도저히…………저 심장 터져버려요. 민준 씨.”

“괜찮아요. 심장 터질 만큼 좋았다면 그건 훌륭한 인생이지 않았을까요?”

“치. 하여간 민준 씨는 말을 너무 잘해서 탈이에요.”

“우리 집 아주머니도 저한테 그 말 했었는데……뭐, 하여간 브리핑 들어볼게요.”

“네, 민준 씨. 그러면-. 하, 하읏! 잠, 잠시만요…… 그, 그렇게 목을 핥으며연……! 말을 할 수가 없는데엣……”

“설마요. 유나 씨는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으앙-. 하응, 하악! 그, 그치마안-.”

내 장담대로 유나는, 애무를 받으면서도 어찌저찌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유나를 영입하고 이제 고작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사이 실버급의 레오레 실력을 갖춘 연주만큼이나, 유나가 회사를 키우는 속도 역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이제는 동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하루마다 퇴근한 유나에게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회사의 동향을 듣고, 자세히 듣고 싶은 부분을 따로 물어보며, 지시할 게 있으면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들으면 꽤나 체계적으로 보이겠지만, 무슨 스티븐 잡스도 아니고 평범한 일반인인 내가 회사 경영에 있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마구 뱉어낼 수는 없었다. 그저 내 취향에 맞게 회사의 방향이 나아가도록 뜬구름 잡는 소리만 줄줄 내뱉었을 뿐인데, 유나는 그 뜬구름들을 조각조각 모아서 창공에 고고하게 떠 있는 하늘 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돈을 사이버 머니처럼 쓰면서 회사를 키우라고 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으하앗-. 오, 오늘은 스타 엔터 경영진들과……흐응-, 하악! 거, 거기잇…… 지지지,직접 미팅하면서……흐응……”

섹스하면서 대본을 읽는 아나운서 컨셉의 야동에서처럼, 나에게 애무를 받고 있는 유나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떨려댔고, 제대로 단어가 이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연주의 지렁이 기어가는 듯한 데시벨의 혼잣말도 음독해내는 나였기에, 내용을 알아 듣는 데에 큰 지장은 없었다.

‘벌써 미팅을 했구나. 매각 의향도 확실해 보인다니……정말 얼마 안 있으면 대표 자리에 앉겠네.’

핵심 인력들을 영입하고, 번듯한 사무실을 구한 뒤 내 이름을 딴 ‘MJ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내고, 스타 엔터에 매수 의사를 밝히기까지.

정말로 눈 깜짝 사이였다. 나야 사회의 비지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유나가 내고 있는 속도가 완전히 미친 수준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특히 유나가 영입 대상자들에게 인수인계 싹 쌩까고 곧바로 MJ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최대 1억에 가까운 일시금을 보너스로 지급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는, 유나가 정말로 내가 설교했던 대로 돈을 사이버 머니처럼 여기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쓰읍-. 그럼 내일 미팅에서 결정되는 거예요?”

“네에-. 흐응-. 저희 쪽에서 제시한 조건을 보고, 매각 의사를 워낙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별다른 차질은 없을 것 같아요. 근데 정말 600억을 주고 사도 괜찮을지……”

“네. 괜찮아요. 대신 일만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면 돼요.”

“네. 흐응-. 그, 그 부분은 제가 확실하게 신경 써서 최대한 빨리 인수해보도록 할게요. 민준 씨.”

유나가 측정해온 스타 엔터의 기업 가치는 대략 500억 중후반대였다. 아무리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는 잘 나갔었다는 이름값과 전성기 시절에 사놓은 부지와 건물이 꽤나 있었기에, 확실히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적자도 쌓여 있었기에, 유나는 처음에 경영권만 확보해서 경영 정상화가 되는 걸 보고 그때 가서 전부 먹어도 되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왔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물론, 그게 회사 경영에 있어서 현명한 방법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스타 엔터를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체로 산다기보다는 무한금욕교의 성역이자 교인 양성소로서 사들이는 거라, 누구누구와 지분을 몇 대 몇으로 나누어 갖는 것 자체가 좀스럽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성역 선포라는 희대의 사기 스킬과 나의 정액에서 발휘되는 온갖 버프들을 활용하면 뛰어난 걸그룹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내가 양성애자가 아니라서 걸그룹만 만들 수 있다는 게 조금 흠이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대표가 되는 순간 그 연예기획사가 대한민국의 걸그룹 명가가 되는 건 따놓은 당상이었다.

당연히 그때쯤 되면 가치가 하늘을 찌르는 스타 엔터의 지분을 회수하는 게 어려워질 테니, 차라리 처음부터 지분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들어가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럼 오늘 보고는 이걸로 끝인가요?”

“네. 흐아아……내일 미팅 끝나는 즉시 전화드려서 결과 알려드릴게요. 민준 씨.”

“알겠어요. 음. 듣기만 했는데 유나 씨가 오늘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느껴지네요.”

“그,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힘들기는 했지만……그래도 민준 씨를 위한 거라면 얼마든지-.”

“그러니까요. 저도 유나 씨를 위한 거라면 뭐든지 해줄 의향이 있거든요. 자, 말만 해보세요. 뭐를 해드릴까요. 유나 씨?”

나는 내 품에 안겨있는 유나와 뻔히 마주 본 채 물었다.

브리핑 내내 이어졌던 애무 때문에 유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거야 당연히-.”

“당연히……?”

“……정말-. 민준 씨는 가끔 너무 짖, 짓궂어요-.”

“그래서 싫어요?”

도리도리-.

유나는 고개를 휘저어서 부정하더니, 고개를 내밀어 내 귓가에 귓속말을 건넸다.

“너무 좋아요. 좋아해요-. 민준 씨.”

달콤한 귓속말에 굳이 말로써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곧장 유나의 옷을 벗기고는 본격적으로 유나와 몸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나와 말로 하는 대화를 나눌 때도 즐거웠지만, 역시 몸으로 대화를 나눌 때만큼은 아니었다. 우리는 밤이 다 새도록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중간중간, 유나는 자신이 씻지 않았다는 것을 굉장히 여러 번 어필했지만, 나는 결코 유나를 욕실로 보내주지 않았다.

수돗물에 씻겨 내려가도록 놔두기엔, 유나의 몸에서 나는 진한 풍미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더 맛보고 싶었다.

아, 여름!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의 어느 날 밤, 나는 오직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이라는 계절만이 아쉬울 뿐이었다.

****

다음 날, 나는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요 며칠 동안은 연주에게 레오레를 가르쳐주며 지냈지만, 이제는 내가 할 게 없었다. 연주는 이미 내가 알고 있던 대부분 이론을 터득해서 더 가르칠 게 없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게임을 하면서 이론들을 직접 체득해 갈 단계였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연주를 신경 써주는 사이에 소홀히 대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교인들을 관리해주러 가야만 했다.

“다녀올게요. 게임을 하고 있으면 혼자서 심심하지는 않겠죠?”

“네. 네에-. 저 열심히 하고 있을게요-. 그, 그래도 민준 씨가 빨리 집에 왔으면 좋, 좋겠어요. 바, 바쁘시면 어쩔 수 없지만……”

“알겠어요. 연주 씨. 노력해 볼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연주를 바라보며 양팔을 벌렸다.

우물쭈물하고 있던 연주가 우다다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연주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 이마에 키스까지 진하게 박아주고는 차고로 행했다.

‘혼자서도 잘 있겠지?’

나는 차에 타고 핸드폰을 켜서 전적 검색 사이트에 연주의 레오레 닉네임인 ‘연듀공듀’를 검색해 보았다.

‘음. 훌륭해.’

연주는 나와 작별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게임을 돌린 듯, 벌써 인게임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어제 갓 30레벨을 찍고 이제 막 배치 고사를 보기 시작했는데, 배치 10전 중 7승 이상을 하면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약속해 둔 상태였다. 그러니 내가 바깥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연주야 심심하고 지루할 틈 없이 최선을 다해 배치 고사를 볼 테니까.

‘레오레 가르쳐 두길 정말 잘했다.’

차를 끌고 나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레오레는 깊게 파기 시작하면 몇천 판씩 하고도 질리지 않는 게임이었다. 한 캐릭터만 몇천 판씩 플레이한 장인들도 수두룩했고, 게임에 목숨을 걸었다고 볼 수 있는 다이아 티어까지 가면 하루에 10시간씩 게임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중독적인 게임이었으니 내가 아무리 밖에 나가 있더라도 연주가 심심할 일은 없었다. 나와 함께 있을 때 만큼의 행복감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나만 기다리며 우울해하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놓였다.

“자, 그럼……”

집안 환경이 안정된 이상 거칠 게 없었다. 나는 핸드폰에 메모로 남겨놨던 오늘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