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99화
연주는 정부인의 체면도 잊고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사자후와 함께 ‘도둑고양이’라는 단어까지 튀어나온 걸 보면 극대노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았다.
“떨어져어-! 떨어지라고오-!”
연주는 유나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기며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서 유나를 떨어트려 놓으려 했지만, 유나의 수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유나는 내 목을 단단히 휘감고 있었고, 양다리마저 내 허리춤에 감아놓은 상태였다.
멘탈이나 기세뿐만 아니라 피지컬마저 약체에 속하는 연주는, 단단히 방어태세를 갖춘 유나를 쉽사리 떼어낼 수 없었다.
“츕-. 하응, 하아-. 쯔읍-. 쯥. 하앗…! 하으응…민준 씨-. 으읍, 하응…좋아요. 너무 좋아요.”
젊고 아름다운 연주를 보고 꽤나 자극을 받았는지, 유나는 연주의 육탄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조차 당황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끈적하게 입을 맞춰왔다.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지만 나야 이 상황이 나쁠 건 없었다. 연주가 육탄공세를 벌이고 있긴 했지만, 그나마 이성은 남아있는지 유나가 다칠 정도로 과격하게 손을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나는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해공갈이나 자살소동이 일어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는데, 이 정도의 귀여운 소동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뭐랄까. 내가 마치 하렘 야애니 속 남자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으이잇…!”
하다 하다 안 되겠는지, 연주는 매달려있던 유나의 등에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내 바지춤을 향해 손을 뻗어왔는데, 이것도 참 흥미로운 전개였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격언처럼, 아무래도 연주는 키스보다 더 화끈한 수위의 공격을 해오려는 것 같았다.
스으윽-.
나는 연주가 바지를 내리기 수월하게 허리를 살짝 들어주었다. 그러자 허물이 벗겨지듯 팬티와 바지가 한꺼번에 스르륵 내려갔다.
하체에서 허전한 감각이 느껴지기 무섭게, 자지에서 탱탱하고 매끄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여러 번 몸을 섞어본 경험에 미루어 추측해보자면, 이건 분명히 연주의 입술이었다. 결국, 연주는 유나의 키스 공세에 맞서서 ‘사까시’라는 무시무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평소의 부끄럼쟁이 연주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수위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리지 못했겠지만, 유나가 연주를 보고 자극을 받은 것처럼 연주 역시 유나를 보며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읍-. 쯔읍. 츄읍-.”
“으음…”
연주는 능숙하게 자지를 빨았다. 너무 능숙해서 순간 연주가 아니라 시은 누나가 해주는 사까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서 평소의 몇 배의 달하는 힘을 낸다고 했던가. 지금의 연주가 딱 그 꼴이었다.
딱히 가르쳐주지도 않았거늘 요도 입구를 혀로 툭툭 건드린다든가, 귀두가 접히는 부분을 이빨로 자극하는 고급 기술을 선보였다.
연주는 평소에도 내 자지를 자주 빨아주긴 했지만, 나를 느끼게 해주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단 연주 스스로 빨고 싶기 때문에 빠는 느낌이 강했다. 사까시라기 보다는 고양이가 츄르를 핥아먹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금의 연주는 명백히 나의 쾌감 수치를 고려하고 있었다. 나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연주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능숙했다.
유나의 존재가 연주의 위기의식을 자극해서, 연주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각성시킨 게 분명했다. 역시 사람은 경쟁 속에서 성장하는 법이었다.
“으읍…!! 아, 아니! 어쩜 이리 파렴치한…!!”
“쓰읍-. 쯥, 츄르릅-. 하아-.”
“당장…! 당장 그만두지 못해요…! 이 음탕한 여자…!”
아이러니하게도, 유나와 연주의 상황이 완벽하게 역전되어 버렸다.
연주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깨달은 유나는, 다급하게 연주의 뒤로 돌아가 연주를 나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손을 들어 제지했기에, 유나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
키가 170에 가까운 유나였기에 피지컬 싸움으로 가면 연주가 질 게 뻔했으니, 이 정도의 핸디캡은 있어야 했다.
“으윽…! 민준 씨…!”
“싸우는 건 안돼요. 서로 사이좋게,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세요.”
이 상황 자체가 정정당당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버린 상태였지만, 나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엄격한 심판처럼 상황을 조율했다.
내 기세에 밀린 유나는 곧장 연주를 떼어내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피지컬을 봉인 당한 채 승부를 보라 하니 억울해하는 기색이 있었지만, 똑똑한 유나답게 곧바로 전략을 바꿔서 재빠르게 행동했다.
“으앙-. 읍…!! 프하…! 뭐, 뭐 하는 거야…! 이 도둑고양이!”
유나는 소파 밑에 엎드려서 내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유나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허벅지를 조금 더 벌려서 공간을 창출해냈다.
그랬더니 그 공간을 뚫고 들어온 유나는, 연주를 슬쩍 밀어내고, 연주에게서 내 자지를 뺏어버렸다.
“츕. 쓰읍, 츄윱-.”
자지를 뺏긴 연주는 이를 갈며 분노를 표출했지만, 유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지를 빨아댔다. 두 여자가 서로 내 자지를 빨기 위해서 바닥에 무릎 꿇은 채 투닥거리고 있었다. 그래, 이런 게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으윽-. 우으-. 아으윽…!”
피지컬이 딸리는 연주는 무수한 시도에도 유나에게 뺏긴 명당을 되찾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연주가 살짝 불쌍하긴 했지만 여기서 연주를 더 도와줬다가는 밸런스 붕괴였기에 나는 잠자코 상황을 관망했다.
그랬더니 연주는 이내 공략 방식을 바꿔서 유나가 빨고 있는 그 나머지 부분을 향해 혀를 뻗어왔다.
귀두 쪽을 독점하고 있는 유나는, 몸을 써서 연주를 밀어내려 했지만 내 자지가 워낙 크고 길어서 모든 부분을 커버칠 수는 없었다. 연주는 그런 빈 곳을 찾아 들어가서 혀로 자지를 할짝거렸다.
연주와 유나가 서로 신경전을 펼치느라 자지에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은 그렇게까지 대단하진 않았지만, 여신처럼 아름다운 두 여자가 경쟁하듯 내 자지를 탐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자체가 대꼴이었다.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고, 미쳐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격하게 흥분되었다.
“후우-…”
나는 억지로라도 넘쳐 흐르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이 격정적인 기분에 취해서 모든 걸 놓고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랬다간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미친 흑두루미 새끼가 한바탕 난장판을 펼쳐버릴 것 같았다.
요즘에는 잠잠했지만 내 속에는 분명히 극한의 사디스트 성향을 지닌 또 다른 내가 잠들어 있었다. 이 새끼를 함부로 깨웠다가는 보물처럼 소중한 두 여자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하아, 이거 하루라도 빨리 극 마조 성향의 여자를 교인으로 만들어야겠는데…’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는 것처럼 힘든 일이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성적 취향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여자를 찾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굴복시키는 플레이를 좋아했기에, 나를 거치면 거칠수록 여자들은 약간의 노예 성향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여자는 그런 수준의 잔잔바리 변태가 아니었다. 태생이 마조히스트라서, 맞는 게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진짜 변태를 만나보고 싶었다.
옛날이라면 뒷감당이 안 됐겠지만, 이제는 세뇌도 있었고 정액으로 상처 역시 쾌속으로 치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조 육변기 한 마리쯤 입양해서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끔 이렇게 내 안에서 더러운 욕망이 차오를 때, 그걸 마구 쏟아낼 수 있는 욕망 쓰레기통을 하나 구비해 놓으면 더 쾌적한 섹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겠지.
‘세뇌를 통해서 지금 있는 여자들의 성적 취향을 바꿔도 되긴 하지만…’
세뇌라는 능력이 워낙 사기라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성 마조히스트를 양성할 수 있었다. 가령,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오로지 고통을 느낄 때만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뇌를 걸어버리면 끝이었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있던 누군가를, 세뇌를 통해 갑자기 확 바꿔 버린다는 게 영 소름이 끼쳤다.
나의 색깔로 여자들을 물들이는 건 좋았지만, 그렇다고 근본을 뒤바꿔 버릴 정도의 세뇌를 써버리면 뭔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러다가 그 감정에 익숙해지면 정말로 정신병자 같은 사이비 교주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그건 정말 별로였다. 나는 교주 스킬들을 좋아했지만, 사이비 종교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지금 내가 만들려는 교단 역시 말이 사이비지, 나를 광적으로 추종하게 하는 것 말고는 교인들에게 별다른 것조차 시킬 생각이 없었다.
돈이야 어차피 많았다. 그러니 돈을 뿌려 줬으면 줬지, 여타 사이비 종교들처럼 교인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입힐 생각이 없었다. 그런 코 묻은 돈을 수금할 바에야 차라리 교인들에게 잘해주고 복종도를 갈취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금 가진 스킬들 만으로도 나는 이미 신급이었다. 다른 거 다 떼어놓고 현대 의학보다 뛰어난 정액의 효능만 봐도 분명 신적인 영역에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를 믿게 하는데 어떤 사이비적인 술수조차 필요 없었다. 여타 사이비 종교처럼 교인들을 사회와 단절된 합숙소에 억지로 가둬놓고 나를 믿을 때까지 세뇌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아도, 그저 내가 가진 능력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알아서 나를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게 대부분 정액을 통해서 발현된다는 게 조금 에러였지만…뭐, 막말로 암도 고쳐준다는데 정액 좀 바르고 섭취하는 게 대수겠는가. 목숨이 달려있는데.
뭐, 어쨌든. 결론은 말이 사이비지 사실상 무한금욕교는 너무나 건전한 종교였다. 내가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세뇌가 주는 편안함에 섣불리 취해버리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었다.
“민준 씨…?”
‘아……’
나지막이 나를 부르는 유나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최대한 딴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딱 걸려 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연주와 유나가 나를 뻔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위기는 싸하게 식어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았다. 흥분해서 꼬추를 껄떡거리던 내가 갑자기 먼 산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혀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 어디 아파요. 민, 민준 씨?”
“아니요. 괜찮아요.”
주인을 걱정하는 강아지들처럼 걱정스럽게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이 너무 사랑스럽기도 하고 갑분싸를 만들어 버린 게 미안하기도 해서, 나는 두 여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으하아-. 조, 좋아요. 민준 씨이-.”
“따듯해요-. 민준 씨 손길.”
내 손길에 풀어지는 연주와 유나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뜨뜻한 온탕에 몸을 담근 것처럼 가슴 한편에 잔잔한 충족감이 차올랐다. 아까 느꼈던 극도의 흥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지만, 이건 또 이것 나름의 감동이 있었다. 어쩐지 내 안에 있는 더러운 욕망이 씻겨나가며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흡족한 마음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내 표정을 보더니 연주와 유나의 표정도 덩달아 더 밝아졌다.
서로의 얼굴에서 웃음이 남발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까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무리 흥분해도 흑두루미 새끼가 튀어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흥분의 결이 다르달까.
“연주 씨. 유나 씨. 서로 싸우지 말아요. 어차피 둘이서 힘을 합쳐도 저 감당 못 하잖아요.”
“그, 그건…!”
“아으, 우으-!”
“자꾸 싸울 거면 차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명만 저랑 자던가요. 이긴 사람은 행복하겠지만 진 사람은 쓸쓸하게 자위나 하면서 잠들어야 할지도 몰라요.”
내 말에 연주와 유나의 동공이 동시에 흔들렸다. 사람이라면 응당 최악의 상황을 우선하여 고려하기 마련이었다. 그녀들의 머릿속에서는 가위바위보에서 패배했을 경우 일어날 암울한 미래가 펼쳐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민준 씨랑 이 음탕한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걸 보면서 쓸쓸하게 자위나 하라고?! 그건 절대 안 돼!
-안, 안돼…! 도둑고양이! 도둑고양이잇!
마치 텔레파시처럼 내 머릿속에서는 두 여자의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가위바위보 하기 싫으면 사이좋게 섹스하는 거에요. 그럼 제가 두 사람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요.”
“으음…”
“아응…”
내 제안에 연주와 유나가 동시에 침음성을 흘렸다. 고민하는 듯하지만 이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다면 나를 독점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지게 되면 말짱 꽝이었다. 리스크가 너무 거대했다. 심지어 세뇌를 통해서 내가 모든 여자의 공공재라는 것을 못 박아놓았기 때문에, 두 여자는 어차피 나를 완전히 독점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뻔했다.
“사, 사이 좋아요…!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유아 씨랑 저랑 사이좋아요. 민준 씨!”
“제 이름은 유나이긴 한데……호호호-. 민준 씨, 사실 저도 연주 씨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사람 등을 막 할퀴고 꼬집고-. 어찌나 교양 넘치던지!”
“음음.”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직까지 서로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일시적인 휴전을 맺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 같았다. 뭐,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미우나 고우나 정이 쌓일 수밖에 없겠지. 음, 사람이 느끼는 정 중에서 가장 질긴 게 떡정이라니까.
“좋아요. 자, 그럼 사이좋게 놀아 볼까요?”
“네, 네에-! 조, 좋아요. 민, 민준 씨!”
“저도 좋아요. 우와-. 너무 기대되네요!”
뭔가 억텐인 것 같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격적인 3P를 준비했다.
한 번쯤은 이루고 싶었던 나의 개인적 욕망이자, 현시점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두 여자 간의 `쓰리 썸으로 친해지길 바래`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