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98화
유나가 무리를 했다는 건 확실했다. 스킬빨로 기절하지 않았을 뿐이지 유나는 이미 자신의 한계 이상의 체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처녀 주제에 나와 함께 섹스를 두 판이나 해버렸으니, 눈을 감으면 3초 안에 잠에 들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나는 꾸역꾸역 연주를 만나보고 싶다며 나에게 매달렸다. 애초에 내가 원한 그림이었으니 나는 못 이기는 척 유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유나는 몸을 적당히 단정하고 나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근데 정말 어떤 분위기이려나?’
유나를 거실에 두고 연주를 깨우러 가는 길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연주와 유나가 만났을 때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지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했다.
솔직히 현시점에서 내 정실 부인에 가까운 여자라고 하면 연주였다. 미현 누나도 유력한 후보였지만 이혼 서류를 들고오기 전까지는 논외였다.
여하튼 안방마님인 연주에게 첩을 소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패악질을 부릴지 환대하며 맞아줄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그걸 알아보려고 유나를 집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끼익-.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연주를 흔들었다.
“연주 씨-. 일어나봐요.”
“으음-. 민준 씨…?”
“네. 일어나서 가볍게 씻고 올래요? 세수하고 양치 정도만요.”
“음냐앙-. 알겠어요오. 민준 씨.”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없을 텐데 연주는 충실하게 내 말에 따랐다. 침대에서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나 같으면 왜 갑자기 깨워서 씻으라고 하는지 이유 정도는 물어볼 텐데, 연주는 내가 말하는 거면 뭐든 잘 따랐다.
아마 내가 적당히 잘 구슬리기만 하면 도둑질을 하라고 해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따르지 않을까. 물론, 그런 좀스러운 일을 연주에게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민준 씨이-. 저 다 씻었어요. 히히.”
욕실에서 나온 연주가 칭찬을 해달라는 듯이 나에게 애교스럽게 안겨왔다.
나는 쌩얼임에도 물광 메이크업을 받은 듯 빛이 나는 연주의 비주얼에 감탄하며, 연주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원래도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큐트함을 자랑하는 연주였지만, 나와 동거하며 매일매일 정액의 축복을 받고있는 연주의 비주얼은 미친 수준이었다. 이 세상 비주얼이 아니었다.
눈빛은 호수처럼 맑고 별처럼 반짝였다. 피부 결은 너무 고와서 비현실적이었다. 인간이 아니라 모공 하나 안 보이는 3D 캐릭터 같았다. 그리고 미녀들에게서만 풍기는 특유의 은은한 아우라가 훨씬 강해졌다. 솔직히 티비 속에나 나오는 여배우들도 연주에 비하면 민간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연주는 말 그대로 여신이었다.
내가 집에 박아놔서 그렇지, 만약 연주가 밖으로 나돌아다닌다면 1시간 안에 수십 번의 캐스팅 제의를 받겠지.
물론, 혼자서 연주를 밖으로 내보내는 바보 같은 짓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그런 멍청한 짓은 연주도 싫어하겠지만.
“으으으웅-. 민준 씨 품 너무 좋아요. 너무 따듯해요. 킁킁-. 민준 씨 냄새가 난다아…”
“나중에 얼마든지 더 안아줄게요. 연주 씨, 일단은 거실로 같이 가요.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어요.”
“…네? 사, 사, 사, 사-.”
“네, 사람이요. 여자예요. 앞으로 저랑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라 연주 씨에게 소개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같이 일을-. 유, 유능한 분이시겠죠?”
“그럼요. 똑똑한 사람이에요.”
“아아-. 그렇구나아……그, 그럼 저랑은 다르겠네요……저, 저도 민준 씨랑 같이하고 싶은데…저는 멍, 멍청하니까아…쓰, 쓸모 없으니까아-……”
같이 일할 여자라니까, 기분이 급격히 다운된 연주가 우울 모드에 들어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중얼 거렸는데 이제는 익숙해서 개미만 한 그 목소리가 너무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하아-. 뭔가 연주답긴 하네.’
극단적으로 낮은 자존감의 소유자인 연주답게, 우울해 하는 포인트마저 궁상맞았다.
나에게 비지니스 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것 같은데, 뭐 솔직히 말하면 연주는 그런 쪽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홍보 모델 같은 걸 시키면 난리가 나겠지만, 연주의 얼굴은 나만 볼 생각이었으니까 그것도 무리였다.
하지만 연주는 연주만의 역할이 있었다. 나는 연주를 보기만 해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람보를 타고 서울 시내의 야경 사이를 가르며 괜히 기분이 센치해져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강아지처럼 나를 반겨주는 연주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감히 표현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연주가 아니면 누구도 해낼 수 없었다.
“죄송해요……저는 쓸모 없어요. 멍청이예요, 바보예요…”
“연주 씨. 그만하고 고개 들어봐요.”
“…”
“빨리요.”
머뭇거리던 연주가 내 재촉에 고개를 마지못해 들어 올렸다. 연주의 눈시울은 어느새 맹렬하게 붉어져 있었다. 차오른 눈물 때문에 처연해 보이는 연주도 아름다웠지만, 내가 원하는 연주의 얼굴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츕-.
“으응…! 민, 민준 씨이-.”
나는 연주에게 기습 뽀뽀를 해주었다. 연주를 달래주기 위해서 너는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라며 말로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거면 그냥 심리 상담사를 했지 굳이 연주의 연인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굳어있는 연주를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내 손이 연주의 등을 두드려 줄 때마다, 건조 오징어처럼 경직되어 있던 연주의 몸이 생물 오징어처럼 흐물흐물해져 갔다.
“으하아-. 민준 씨…민, 민준 씨이-.”
“연주 씨. 연주 씨는 이 세상에서 저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에요. 알고 있죠?”
“네, 네! 알고 있어요. 알고 있었어요-.”
연주가 내 품을 파고 들어왔다. 손에다 힘을 꽉 주고 내 등을 생명줄처럼 부여잡았다. 가련한 손길에서 연주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연주를 조금 더 토닥여주고 다시 마주 봤다. 많이 진정된 연주의 얼굴을 보니 이제는 유나와 만나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손잡아요. 연주 씨.”
연주가 내가 내민 손을 냉큼 부여잡았다. 그렇게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거실로 향하니,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유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꽈악-.
시야에 외간 여자가 보이자 연주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어깨를 쫙 펴고 파워워킹을 하기 시작했는데, 연주도 본능적으로 첫만남에서 꿇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크게 싸우지는 않겠지…?’
곧 성사될 삼자회담을 앞두고 나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 싸움 정도면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지만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면 세뇌를 써서 오늘의 기억을 지워야 할지도 몰랐다. 기억을 지우는 거야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트러블이 일어난다면 일부다처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세뇌 작업을 해야 했다. 그건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소모되는 복종도도 물론 아까웠지만, 그것보다는 질투심이나 소유욕 같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제어한다는 게 꺼림칙했다.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면 여자가 아니라 기계와 사귀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아, 민준 씨-.”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데,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지 소파에 앉아있던 유나가 일어나서 뒤돌아섰다.
촤라락-. 하고 곱고 풍성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뒤를 돌아본 유나의 심상치 않은 비주얼에 연주의 몸이 흠칫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
“음…”
대략 0.5초 정도. 유나와 연주의 시선이 서로 얽혀드는 게 느껴졌다.
유나는 마치 데이터 더미를 살피는 프로그래머처럼 감정 없는 냉철한 눈으로 연주를 관찰했고, 연주는 그런 유나의 시선에 짓눌려 내 몸에 바짝 붙어서 힐끔힐끔 유나를 살폈다. 당당하던 걸음걸이는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기선제압은 명백하게 유나의 승리였는데, 솔직히 예상된 결과였다.
연주의 기세를 등급으로 매겨보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9등급이었다.
해외 유학까지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까다로운 VVIP 고객들을 상대해 온 유나의 기세는 2등급 정도. 부드럽고 도도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여하튼 연주가 아무리 내가 옆에 붙어 있다지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차이가 아니었다.
“으응………”
첫 만남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껴버렸는지, 연주는 잔뜩 쫄아서 내 손을 꽉 쥐어 잡았다. 심지어 연주의 몸은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굳어 버렸다. 나는 거의 도살장에 소를 끌고 가듯이 연주를 끌고 가서 소파에 앉혔다. 연주와 내가 앉자, 유나도 자리에 착석했다.
“유나 씨, 이쪽은 하연주 씨.”
“안녕하세요. 연주 씨. 저는 이유나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하, 하-. 하연주…입니다-.”
유나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유나와 연주가 서로 통성명을 나누었다.
연주는 그 와중에도 말을 더듬었지만, 유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긴장해서 점점 더 내 품을 파고드는 연주의 어깨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눈썹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걸 보면 적잖이 연주의 행동이 거슬리는 것 같았다.
“연주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 저요? 저는…21살인데요.”
“그렇구나. 저는 28살인데 혹시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나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켓파이트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유나는 노련하게 나이부터 까고 들어갔다. 나이라는 게 먹을수록 별로라지만, 이럴 때는 강력한 무기로 쓰일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말을 편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갑을 관계는 고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음. 좋은 공격이네.’
유나가 시작부터 가볍게 뿌린 잽은, 정확히 연주를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잽이라고 무시할 수 있을 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나는 연주가 이 날카로운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객석 1열에 앉아서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아무리 연주라도 이 공격을 그대로 받아주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을 것 같았다.
꾸욱-.
연주가 입을 열기 전에 내 손을 꽉 잡아왔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유나의 얼굴이 조금 더 서늘해졌다.
“마, 말은…조금 더 친해지면 놓기로 해요. 제, 제가 낯을 좀 가려서어-…”
‘캬. 좋은 수비.’
나는 연주의 좋은 플레이에 감탄했다.
나였다면 ‘언제 봤다고 말을 놓자고 하시는 거죠? 대체 어떻게 가정 교육을 받으신 건지…매너가 조금 부족하시네요.’ 이런 멘트를 치면서 역습각까지 봤겠지만, 연주에게 거기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받아친 것만 해도 연주치고는 훌륭했다.
연주에게 대단히 편파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나오는 거겠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원래 사람은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법이었다.
“네. 알겠어요. 그럼, 민준 씨랑은…언제부터 알고 지내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아니요.”
“네…?”
“그, 그건 비밀이에요.”
꽈악-.
연주는 비밀이라는 의미심장한 답만을 남긴 채 내 팔짱을 꽉 껴안았다.
‘허……’
연주의 기가 막힌 태극권에 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연주와 만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비밀이라는 말과 함께 나와 몸을 밀착시키면서, 연주는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이 얼마나 나와 가까운지 유나에게 증명했다.
깔끔하게 들어간 연주의 크리티컬 히트에 내내 무표정하던 유나의 얼굴에 언뜻 불쾌함이 비쳤다.
“민준 씨가 불편해하시는 것 같은데…팔짱은 좀 풀고 말씀하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시, 싫어요. 민준 씨는 저랑 팔짱 끼는 거 좋, 좋아해요. 그, 그쵸. 민준 씨?”
“네. 뭐-.”
나는 유나의 눈치를 살피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유나의 눈에서 불똥이 마구 튀더니, 유나가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끅…!”
유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연주는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몸을 잔뜩 움츠리며 딸꾹거렸다.
유나는 연주의 반응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내 쪽으로 걸어와서, 내 곁에 딱 달라붙어 앉아서는 비어있는 한쪽 팔을 감아왔다.
내 왼쪽 팔에는 유나가, 오른쪽 팔에는 유나가 감겨있는 모양새였다.
“으응…?! 지,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민준 씨는 저랑 팔짱 끼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쵸, 민준 씨?”
“뭐, 그건 그렇죠.”
유나는 연주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활용해서 연주에게 한 방을 먹였다.
사실 내가 받아주지 않으면 그만이었지만 나는 오늘 적어도 겉으로는 누구 한 명의 편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철저하게 방관하면서 여자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관찰하는 게 목적이었기에, 나는 연주에게도 그랬듯 유나에게도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읏…!! 아응, 아우으…!”
유나의 깔끔한 반격에 말문이 막혔는지 연주는 답답한 신음(?)을 흘렸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응당 비난의 화살이 나를 향해야 했지만, 세뇌라는 치트키 덕분에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짓을 해도 무죄였다.
연주는 갈 곳 잃은 분노에 자꾸만 ‘아으, 우으.’ 거리는 시그니쳐 사운드를 내뱉다가, 다짜고짜 내 뺨에 뽀뽀를 갈겼다. 오른쪽 뺨에서 말캉말캉한 연주의 입술이 느껴졌다.
“츕-.”
어떤 사고를 통해서 뽀뽀를 해야겠다는 결과가 나온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유나에게 나는 팔짱뿐만 아니라 민준 씨와 이 정도 스킨쉽도 가능하다는 걸 과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자면 연주의 이번 행동은 그리 현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나와 나는 이미 진하게 몸을 섞은 사이였다. 뽀뽀 정도는 애교 수준이었다.
게다가 분노로 심기가 불편한 유나라면, 얼마든지 더 과감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츄읍-. 츄릅.”
“아니잇…!! 뭐하는 거예요!!”
키스. 과연 유나의 선택은 키스였다.
유나는 과감하게 몸을 던져 순식간에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더니, 나에게 입술을 맞춰왔다. 그 움직임 마치 뱀처럼 요사스러웠다. 평소의 유나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유나에게도 전시 상황일 테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살며시 입을 열어주었고, 유나는 연주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테크닉을 과시하듯이 진한 딥키스를 시전했다. 물론, 조금 전까지 처녀였던 유나의 키스 테크닉은 그리 훌륭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내가 적당히 리드해 줬기에 그럭저럭 끈적한 키스가 가능했다.
‘이거 전개가 너무 훌륭한데…? 이러다가 혹시…”
나는 유나와 입을 맞추며 이 이후에 있을 일을 상상해봤다.
팔짱부터 시작된 기 싸움이 어느새 키스까지 진전되었다. 일이 이렇게 잘 풀릴지는 몰랐는데 이게 전부 성급하게 유나를 도발한 연주 덕분이었다.
어쨌든 이대로 간다면 평소에 상상만 해왔던 3P도 가능할 것 같았다. 뭐, 화목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나를 유혹하기 위해서 펼쳐지는 한편의 켓파이트에 가깝겠지만 이러나저러나 3P였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지만, 야동 배우가 아닌 이상 쉽사리 이룰 수 없는 로망을 이뤄내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좌유나 우연주라는 말도 안 되는 엔트리였으니 내 꼬추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너무 빠르고 팽팽하게 솟아올라서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명품 바지가 찢어질 것 같았다.
“떨어져어-! 떨어지라고오-! 이 도둑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