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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93화 (93/270)

〈 93화 〉 93화

끼이익-.

차고에 차를 세워놓고, 유나를 보며 말했다.

“유나 씨, 딱 5분만요. 죄송한데 집 조금만 정리하고 금방 다시 올게요.”

“네, 민준 씨. 여기서 기다릴게요. 천천히 하고 오셔도 괜찮아요.”

탁-.

유나를 보조석에 두고 나는 집 안으로 가서 연주를 찾았다.

‘거실에는 없고…안방에 있으려나?’

사실 연주는 이 집에 온 뒤로 깨어있는 시간보다 기절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내가 손수 연주를 기절할 때까지 괴롭혀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이 성역이 되면서 피로 회복 버프가 생기자, 연주의 기절 상태가 지속되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짧아져 버렸다.

덕분에 섹스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 건 분명히 이득이었지만, 내가 외부활동을 하고 있을 때 집에서 혼자 있을 연주가 걱정되었다.

‘조용히 기절해 있으면 걱정이 없을 텐데…뭐, 레오레라도 가르쳐 줘야 하나?’

이 집 안에서 연주는 나와 섹스하고 밥 먹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걸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부터는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줄지 고민 좀 해봐야 했다.

-흐아앗. 으앙.

“…?”

연주의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줄까 고민을 하고 있던 나의 귀에, 급작스럽게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들려온 안방에다가 귀를 대고 숨을 죽였다.

-민, 민준 씨…! 흐앙…! 민준 씨이-. 하으, 하앗…!

‘…이것 봐라?’

혹여나 혼자 있어서 심심해하고 우울해 하고 있을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연주는 혼자서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 같았다.

연이은 기절 섹스에 요즘 들어 확 응큼해진 연주였지만, 연주가 이렇게 된 건 온전히 내 탓이기에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내가 연주에게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었다.

‘음. 시간 없는데…그래도 조금 정도는 괜찮겠지.’

하지만 아무리 모든 게 내 탓이라고 해도, 이런 유익한 껀덕지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끼이익. 쿵!

나는 연주가 반응하지 못하도록 안방 문을 단번에 열어 버렸다.

침대에 누워, 내 와이셔츠에 얼굴을 묻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연주가, 깜짝 놀라서 내 이름을 불렀다.

“으앗…! 민, 민준 씨?!!”

“…연주 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으…! 이, 이건…그냥…”

나의 날카로운 음색에 연주는 겁에 질려서 황급히 와이셔츠를 등 뒤로 숨겼다.

“그거. 제가 빨래통에 넣어놨던 거 아니에요?”

“네? 뭐뭐뭐뭐…뭐가요?”

“지금 연주 씨가 등 뒤로 숨긴 거요. 제 꺼 맞잖아요. 그걸로 뭐 하고 있던 거에요. 지금?”

내가 점점 다가가면서 용의자를 취조하는 형사처럼 다그치자, 연주의 동공에서는 지진이 일어났다.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짓 하고 있었냐고 물었어요. 연주 씨.”

“끄윽…아, 아니이…끕…저는 그, 그냥 민준 씨 향기가 맡고 싶어서…그런데 맡다 보니까 흐, 흥분해 버려서…”

연주는 언제봐도 강아지같은 귀여운 얼굴로, 자신이 어떤 엉큼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 털어놨다. 나는 연주의 얘기를 듣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에 혼자 남은 연주가 내 이름을 부르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엄청난 꼴림 포인트였다.

그런데 그냥 자위를 한 게 아니고 와이셔츠 밴 나의 냄새를 맡다가 흥분해서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니.

대단히 꼴리는 상황에 꼬추가 급히 강직되어 갔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본 게임은 조금 뒤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미니 게임 정도는 하고 가도 되겠지.

“후우…연주 씨.”

“네에. 네….”

“엎드리세요.”

“으, 아응. 죄송해요. 제, 제가 잘 못 했어요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연주는 침대 위에 바르게 엎드렸다.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씰룩쌜룩하는걸 보면, 이미 연주도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이 패턴은 꽤나 써먹었으니 간파당할 만도 하지. 방식을 좀 새롭게 바꿔줘야 하나.

“잘 못 했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한 거에요. 알겠어요?”

“네, 네에. 죄송해요. 민준 씨.”

“벌 받을 때는 주인님이라고 하라고 했을 텐데요?”

“아, 아으. 자, 잘못했어요. 주인님…! 흐앗…!!”

쫘악-!

나는 손바닥으로 연주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내리쳤다.

벌이라기엔 너무 부드러웠지만, 체벌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기에 상관없었다.

[420]

‘허얼. 진짜 돈 복사 기계네. 우리 연주는.’

나는 머리 위에 떠오르는 연주의 복종도를 확인했다.

내 눈에 보이는 숫자는 420. 분명 연주를 기절시킨 직후에는 300대 후반이었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에도 연주의 복종도는 차곡차곡 쌓인다는 뜻이었다. 어쩐지 모바일 게임 자동 사냥 느낌이었다.

게다가 내가 없는 동안 쌓인 복종도를 현금으로 환산해보면 대충 50억 정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무슨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니고…’

아니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슈퍼 순산 거위가 아니고서야, 아무리 황금알이라도 이 정도를 버는 건 무리였다.

정말이지 연주는 나의 보물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보물과 같은 집에서 살기로 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취향도 나랑 딱 맞고 말이지. 하긴, 괜히 SSS급이 SSS급이겠어.’

연주는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려서 내가 하는 양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연주를 위해 위협하듯이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순식간에 내려쳤다.

짜악-!!

“히익…!! 후아앙-!!”

잔뜩 움츠려져 있던 연주의 엉덩이에, 또다시 내 손바닥이 맞닿았다.

하지만 여전히 파워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액션만 컸을 뿐이지 정작 타격을 할 때 힘을 다 뺐기 때문에 소리만 크게 나는 수준이었다.

연주는 고통을 즐긴다기보다는, 나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체벌을 받는 상황 그 자체를 좋아했기에 이 정도로 충분했다.

엄한 주인님에 빙의해서 엉덩이 때려주기는, 연주와 동거하면서 알아낸 복종도 복사 버그 중 하나였다.

[426]

‘크. 이거거든.’

엉덩이 한번 쳐줬다고 복종도가 6이나 올라갔다. 누구나 만지고 싶어 할 탐스럽고 찹쌀떡 같은 엉덩이를 한 번 때려 주기만 하면 순식간에 6억이 생겨났다. 이게 버그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나는 더 이상 복종도가 오르지 않을 때까지, 연주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리는 듯 실제로는 살살 때리며, 낭낭하게 복종도를 챙겼다.

즐거운 수금 시간을 끝내고는, 연주에게 내가 깨울 때까지 잠들어 있으라고 세뇌를 건 뒤 방에서 나왔다.

‘유나에게 세뇌를 걸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연주를 재워서 편안하게 유나의 복종도를 쌓을 시간을 벌어둔 뒤 나는 곧장 차고로 향했다.

보조석에 앉아서 무료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던 유나의 얼굴이, 나를 발견하자 환해졌다.

“유나 씨.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아니요. 괜찮아요. 민준 씨. 저 이제 들어가도 되나요?”

“네. 그럼요.”

나는 보조석 문을 열어주며 유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옷만 왕창 샀지, 가구나 가전은 새로 산 게 없어서 집은 유나가 내게 보여줬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유나와 나는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유나 씨. 피곤하다면서요. 지금 들어가서 씻고 잘 준비할까요?”

“네…? 음…피, 피곤하긴 한데 잠은…잘 안 올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럼 씻고 나와서 티비로 영화나 한 편 볼까요?”

“아, 네! 좋아요!”

내가 먼저 노골적으로 섹스하자고 해도 유나가 거절할 것 같진 않았지만, 섹스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유나였다. 괜히 먼저 나서기보다는 적당히 분위기만 잡아주면서 애간장만 태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유나와 나는 다른 방에서 각자 샤워를 마치고 다시 거실로 모였다.

화장실마다 세면도구가 다 들어가 있으니 딱히 신경 써야 할 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연주를 위해 산 섹시 란제리까지 유나에게 입혀주고 싶었지만, 세뇌를 하기 전이라 아직은 무리였다.

“유나 씨는 무슨 영화 좋아해요?”

“음? 저는 아무거나…”

“그래요? 그럼 그냥 순위 제일 높은 거로 볼게요?”

“네. 그러면 되겠네요.”

나는 리모컨을 들고 IPTV 화면을 조작해서 영화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인기순위를 살펴봤더니 1등이 미국에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호러 좀비 영화였다.

여자친구와 보기에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결제해서 틀었다.

광고가 몇개 나오더니 곧 거대한 티비 스크린에 영화사 로고가 떠올랐다.

그 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예의 상으로 한 5분 정도는 영화에 집중해 주었다.

아무리 서로 소파에 나란히 앉아 꼼지락거리기 위해 틀어놓은 영화라지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딴짓을 하면 너무 속 보이는 느낌이었으니 잠깐의 여유를 갖는달까.

그런데 괜히 1등을 찍고 있는 게 아니었는지,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CG로 한 게 아니라 일일이 분장을 하고 찍은 건지 좀비 분장이 굉장히 실감 났고, 스산한 효과음이나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는 주인공의 연기도 훌륭했다.

스토리야 뻔하디뻔한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물이었지만, 어차피 좀비 영화에 스토리야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러다가 어찌어찌 백신을 구하던가, 좀비가 몰려드는 위급한 순간에 어디선가 날아온 구조 헬기를 타면서 영화가 끝나겠지.

[크와와와오!!!!!!!!]

“까얏-!”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에 유나가 깜짝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며 내 팔을 꽉 붙잡아 왔다.

“…괜찮아요? 많이 무서워요?”

“아…재, 재밌긴 한데…너무 무섭고 징그러워요. 좀비들이…아, 저도 모르게 그만.”

유나는 서먹해 하며 급히 팔을 떼어낼려고 했다.

나는 떠나가는 유나의 팔을 잡고 다시 내 팔뚝에 둘러주었다. 얼마든지 잡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사소한 배려에도, 유나의 눈동자 속에는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고, 고마워요. 민준 씨. 너, 너무 무서울 때만 잠시 빌릴게요.”

“뭘 이런 걸로. 그냥 잡고 계세요. 좀비가 무섭다면서요. 좀비 영화니까 끝날 테까지 좀비가 계속 나올 텐데.”

“그럼-. 그…그럴까요.”

유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팔에 번데기처럼 기대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영화에 집중이 끊기는가 싶었더니, 유나는 곧 영화에 빠져들었다.

“으윽…!!”

좀비 영화인데 좀비가 무섭다는 유나는, 영화를 보며 적어도 백번쯤은 내 팔을 세게 감아왔다. 그럴 때마다 유나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고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쳐서, 유나와 달리 나는 영화에 그리 집중하지 못했다.

뭐, 유나야 매일 일에만 파묻혀 사는 사람이었으니 이런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게 즐거울 만도 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유나를 관찰하는 것과 계속되는 유나와의 스킨쉽이 재밌어서 딱히 불만은 없었고.

“우아…생각보다 되게 재밌었네요. 민준 씨.”

약 1시간 20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을 끝으로 영화가 끝이 났다.

유나는 짧은 감상평을 전했는데, 사실 내 어깨를 얼마나 꽁꽁 감싸고 있는지만 봐도 유나가 어느 정도로 영화를 즐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마치 나무늘보처럼, 유나는 내 한쪽 팔에 딱 달라붙어 있었는데, 이 정도면 사실상 합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팔뚝에 달라붙어서 유나의 젖가슴 살이 한 움큼씩 뭉개지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내가 멍하니 자신의 젖가슴 촉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지, 유나가 황급히 내게서 몸을 떼어냈다.

나는 진한 아쉬움을 담은 눈빛으로 유나를 바라봤다.

“죄송은요. 저는 좋기만 했는데요. 뭘.”

“…좋았다고요? 불편하시지 않으셨어요?”

“불편은요. 유나 씨랑 실컷 스킨쉽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

유나는 대답 없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속으로 얼마나 내 팔에 잔뜩 기댔었는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영화도 다 봤으니까 이제 자러 갈까요?”

“네…? 지, 지금요? 벌써요?”

“피곤하다면서요. 내일도 출근하려면 얼른 자야죠.”

“아니…그건 맞지만…”

“자, 게스트 룸까지 모셔다드릴게요. 편히 쉬고 가세요.”

나는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유나의 손을 낚아챈 뒤 방으로 데려갔다.

쉬려면 편하게 자기 집에 가서 쉬지 왜 굳이 유나가 내 집까지 오겠다고 했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나왔을 때 유나가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끼이익-.

넓은 침대가 있는 게스트 룸 안으로 유나를 데리고 들어가서 침대에 앉혀준 뒤, 나는 금방이라도 갈 사람처럼 유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방을 같이 쓰면 불편할 테니까 유나 씨는 여기서 편하게 쉬시면 돼요. 저기 향초도 있는데 켜드릴까요?”

“아…아니…그런 게 아니라…”

“아, 필요 없어요? 피로 회복에 좋다고 하던데…뭐, 유나 씨가 싫다고 그러시면 어쩔 수 없죠. 그러면 저는 이만…”

“잠, 잠시만요! 민준 씨!”

“네? 왜요?”

뒤돌아서려는 유나가 나를 붙잡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유나를 돌아봤다.

‘아, 이거 너무 재밌어서 어떡하지.’

설영과 한바탕 진한 연극을 펼치고, 이제는 컨셉 놀이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컨셉에 몰입해서, 순진한 20살의 눈빛을 유나에게 보냈다.

피곤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왜 어서 자지 않고 내 손목을 붙잡느냐.

그런 식의 메시지를 눈빛과 몸짓만으로 능숙하게 표현했다.

“안…안마!! 안마 좀 해주실래요?”

“안마요?”

“업무…업무 시간에 오래 앉아있으면 어깨랑 등이 결리거든요. 이런 상태로는 잠도…잘 안 올 것 같아서…죄송하지만…민준 씨가 안마 한 번만 해주시면…”

“아~ 얼마든지요. 유나 씨.”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유나의 뒤에 가서 앉았다.

스윽-.

내가 등 뒤로 양손을 슬그머니 올리자, 유나의 몸이 흠칫 굳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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