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84화
카페에서 나와 유나를 다시 회사까지 데려가 주는 길이었다.
한창 좋은 분위기에 바로 잠자리를 갖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유나가 워낙 회사 내부의 평판 따위에 신경 쓰고 있어서 차마 오후 업무를 제끼고 나와 함께 호텔방으로 올라가는 건 어떠냐고 묻지 못했다. 그랬다간 모처럼 쌓아놓은 호감도가 반 이상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뭐, 그래도 내 여자라고 못 박아 놨으니까 가벼운 투정 정도는 부려도 되겠지.
나는 조수석에 타 있는 유나를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모처럼 아버지가 회장님인데, 이렇게 빡빡하게 굴어야겠어요?”
“아버지가 회장님이니까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네요. 정말 죄송해요. 민준 씨. 저도 민준 씨랑 같이…같이 있고 싶긴 한데…”
나와 같이 있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얼굴을 붉히는 유나는 사랑스러웠다.
귀하게 자라온 재벌녀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라,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후-. 대신 저녁에는 무조건 칼퇴근 하세요. 그리고 저랑 못다 한 데이트 하는 거로. 그건 괜찮죠?”
“네. 그럼요. 점심은 민준 씨가 샀으니까 제가 저녁은 대접할게요.”
“그래요. 그럼. 아, 내일은 출근 안 하는 거 맞죠?”
“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당연히…”
유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갑자기 이런 걸 물어보지? 정말 요일을 모르나?
딱 그런 느낌의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유나를 마주 보며 약간은 음흉하게 웃어주었다.
“그럼 오늘 밤에는 계속-. 같이 있어도 되겠네요? 그쵸?”
“…아-.”
꿀꺽—.
참고로 나는 아직 선지자의 목소리를 끄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저질 멘트도 유나에게는 최상급 섹스 어필로 들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확 부끄러워진 표정을 지은 채, 침을 크게 삼키는 유나가 무슨 상상을 할지는 불 보듯이 뻔한 일이었다.
“아, 아니. 계속 같이 있을지는 모르는 거니까…저녁에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가령 급한 사정이 있는 고객님께서 갑작스럽게 연락을 취하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처리하러 가봐야 할 수도 있고…”
“뭐야. 저랑 있기 싫은 거에요?”
“아, 아니요! 그, 그런 게 아니라…오늘이 저희 처, 첫 만남인데 이렇게 빨리…그…그런 걸 해도 될런지…의문이 들어서…”
“음…”
나는 운전에도 잠시 신경을 끄고, 아예 고개를 돌려서 유나를 자세히 살펴 봤다. 사고 나기 딱 좋은 행동이었지만 도심 한복판이라 차들이 기어 다니고 있어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충분히 내 반사 신경으로 처리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설마…유나 혹시 그건가?’
나는 정밀 검사를 진행하는 초음파처럼, 유나의 표정부터 몸짓까지 하나하나 살폈다.
부끄러워하는 정도. 어색한 몸짓.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니 결국에는 굉장히 신박한 결론에 도달했다.
유나의 나이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내 예감이 틀릴 것 같진 않았다.
“유나 씨.”
“네, 네?”
“혹시 처녀에요?”
“…아, 아닌데요?!”
유나는 거짓말을 대단히 못 하는 타입이었다. 지금도, 내뱉는 거짓말이 너무나 어색했다.
언제 어디서도 담겨있는 품위가, 유독 거짓말을 할 때면 사라져 있었다.
재벌녀 이유나에서 갑자기 평범녀 이유나가 되어버리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갭모에 역시 상당히 귀여웠다.
나보다 몇 살은 더 많은 누나에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화려한 외면에 비해 내면이 굉장히 순수하고 순진한 느낌이었다.
하긴 그 나이에 처녀라면 그럴만하지.
“아~~ 네. 그렇죠. 유나 씨 나이가 있는데 처녀인 건 좀…”
“제, 제 나이가 어디가 어때서요! 그러는 민준 씨는요? 그 나이에 벌써 성 경험이 있는 건가요?”
“VVIP 고객의 프라이버시 정도는 지켜주시죠. 프라이빗 뱅커 님.”
“맨날 이럴 때만 뱅커 님이래!”
사람을 놀리는 건 언제나 재밌는 짓거리였지만, 나보다 나이 많고 아름다운 누나를 놀리는 건 유독 더 재밌었다.
게다가 반응마저 이렇게 찰진데, 대체 어떻게 그만두겠냐고.
“거의 다 왔어요. 어디에서 내려드릴까요. 유나 씨.”
“…몰라요. 알아서 내려 주세요.”
“헐…설마 삐졌어요? 겨우 스무 살한테 놀림 받고?”
“아 진짜! 나이 얘기 하지 말라고! 이 어린놈아!”
“…넵.”
유나의 반응은 바늘처럼 날카로웠다.
아무래도 나와의 나이 차이가 유나에게는 상당한 컴플렉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겨우 몇살 정도의 나이 차이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유나는 대단히 아름다웠지만, 그거야 내 생각이었고 유나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는 일이었다.
뭐,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연상 연하 커플이라면 이런 컴플렉스를 어련히 가지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유일무이한 무한금욕교의 교주의 여자가 된 유나는, 절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몇 살의 신체적 나이 차이 정도야 내 정액만 싹 흡수시켜 주면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었다. 노화 방지와 미용 버프는 내 정액의 기본적인 능력 중 하나일 뿐이었다.
허허, 정말. 이게 여자한테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수는 없고…
끼이익-.
나는 유나의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뒷골목으로 돌아가서 차를 멈춰 세웠다.
이래야 유나가 편하게 내릴 수 있었고, 또 혹여나 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유나에게 쏠리지 않게끔 배려한 행동이었다.
내 배려를 눈치챘는지 탐스럽게 빨갛고 도톰한 입술을 살짝 내밀고 있던 유나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치. 어린놈이 이런 건 또 잘한단 말이지.”
“다 들리거든요. 그리고 VVIP 고객님한테 놈놈 거려도 되는 겁니까? 제 1금융권이 서비스가 영 엉망이네?”
“아, 죄송합니다. 어린 고객님. 제가 실언을 했네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온갖 꽃들을 다 가져와도 압살할 만큼 화려한 외모를 지니고, 승마와 클레이 사격을 즐기며 귀하게 자라면 뭐하겠는가. 이렇게 속이 콩알만 한 데.
압도적인 미모 덕분에 그런 속 좁은 행동들도 전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유나는 일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나잇값을 조금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러니까 그 나이에 처녀겠지만. 큭.
“…왜 그렇게 웃어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유나의 시선을 피해 다급하게 운전석에서 내려 보조석으로 걸어갔다.
지잉지잉-. 나를 스캔하는 유나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 값 못하는, 그러나 눈치만은 비정상적으로 빠른 연상 누나를 상대하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덜컥-.
차 문을 열어주고 손을 뻗자, 내 손을 살포시 잡은 유나가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렸다.
쑥스러워하며 내 손을 잡고 내려와서, 과도하게 부끄러웠는지 유나는 또 열심히 딴소리를 뱉어댔다.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하지. 쯧, 이래서 처녀들이란.
“손잡아주는 거 너무 능숙한데…”
“에이. 그거 너무 억지 같은데요.”
“…믿을 수가 있어야죠. 돈 많고 잘생겼는데 심지어 ‘매너’까지 능숙한 어린 고객님.”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거든요!”
봐봐. 지금도 병아리처럼 삐약삐약 대는데, 대체 누가 이 누나를 곧 계란 한판 채울 나이라고 생각하겠냐고.
‘그래도 나한테 절대 나쁜 현상은 아니지만 말이지…’
가볍게 점심 데이트를 했을 뿐인데 유나의 화려한 겉포장에 쌓여진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내가 그만큼 유나의 마음속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증거였다.
세한은행 VVIP 전담 프라이빗 뱅커 이유나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
오로지 이유나의 애인만이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모습들.
지금 내가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상당히 뜨거워졌다.
“왜, 왜! 갑자기 그런 눈으로 보는데요?!”
나의 변화를 감지했는지, 유나가 갑자기 빽 소리를 질러댔다. 역시 눈치 빠른 유나였다.
가슴이 타오르는 와중에도 장난기가 샘솟은 나는 유나의 양손을 마주 잡고, 유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글쎄요. 제가 왜 이런 눈으로, 유나 씨를 보는 것 같은데요?”
“우, 우으-.”
나에게 양손을 붙잡힌 유나는 어쩌지도 못하고 내 시선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크디큰 눈동자를 필사적으로 이리저리 굴려서 내 눈을 피하려 했지만, 그러다 호기심을 못 참았는지 내 눈을 살짝 쳐다봤고, 그 뒤에 유나는 꼼짝도 못 한 채 내 눈빛에 지글지글 녹아버렸다. 호기심의 대가는 보통 이렇게 가혹한 법이었다.
“아으…하앙-.”
내게서 뿜어져 나온 진득한 정욕이 유나의 눈동자에도 희미하게 비추더니, 점점 더 유나의 눈빛이 멍하고 탁하게 물들어갔다.
그러다 참지 못했고 유나는 앓는 소리를 내뱉었는데, 유나의 고운 목소리를 타고 나온 뜨거운 열기에 자지가 단번에 발딱 서버렸다.
바지 위로 툭 튀어나온 거포를 눈치채고 기겁할 만도 한데, 유나는 단지 내 눈빛에 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처녀다운 어리숙함, 나는 유나를 뜨겁게 쳐다보다 말고 피식 웃어버렸다.
“…유나 씨. 이제 들어가야죠, 회사.”
“아……네, 네-. 드, 들어가야 하는데-.”
유나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눈에 띄게 머뭇거렸다.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나는 과감하게 유나의 이마에다가 쪽-. 하고 뽀뽀를 날려주었다.
“읏…!”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유나는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자신의 이마를 양손으로 가렸다. 정확히 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던 그 자리였다.
“지금은 이걸로 참아요.”
“참, 참다니…뭐를. 저는 따, 딱히…”
“그래요? 저는 완전 흥분했는데.”
“아…”
나는 이마에 딱 붙어 있는 유나의 한쪽 손을 붙잡아서 내 가슴에다가 대어주었다.
아직도 새침함을 유지하고 있는 유나에게는 약간 적나라한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심장 미친 듯이 뛰는 거 유나 씨도 느껴지죠.”
“……네.”
“지금은 보내 드리지만, 저녁에는 이거 다 진정 될 때까지 유나 씨랑 있을 거예요. 알겠죠?”
“아, 알겠어요. 민준 씨.”
나는 암시적으로 오늘 밤 섹스를 하겠다고 강하게 표현했고, 유나 역시 내 박력에 넘어가 버렸다.
이걸로 또 한 명의 시내 최상급 미녀의 처녀막을 접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가슴에서 올라는 뜨거운 열기에, 몹시나 충동적으로 유나를 확 끌어안아 버렸다.
와락-.
“우읏…민, 민준씨!!”
바지를 뚫고 하늘을 향해 당당히 솟아있는 내 거대한 쥬지 사이즈에 깜짝 놀라서 유나가 이런 건 무리라며 도망가 버릴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맘 같아서는 이대로 유나를 번쩍 들어서 집으로 데려가 질펀한 섹스 한바탕을 벌이고 싶었다.
“하아…꼭 칼퇴근 해야 돼요. 상사가 야근 시키려고 하면 그냥 아버지가 회장이라고 다 까발려 버리세요.”
“푸흣. 그렇게 안 해도 돼요. 고객님이랑 만나러 간다고 하고 나오면 아무도 뭐라고 안 해요. 민준 씨가 제 고객이니까 거짓말도 아니고.”
“좋네요. 이래서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하나 봐요.”
“흐흣. 그러네요…”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꽤 오랫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뒷골목이라고 해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원래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커플들에게 주변 엑스트라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는 법이었다.
이 세상에, 오로지 단둘이.
그런 느낌을 마구 뿌리면서 우리는 서로를 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저, 이제 정말 가봐야 하는데…”
“알겠어요. 유나 씨.”
우리는 서로의 품에서 조금씩 떨어졌다.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떨어지기 싫다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꼴값에 가깝겠지만 그런 게 바로 커플의 참맛이었다.
“가요. 유나 씨.”
“네. 갈게요 민준 씨.”
우리는 그런 느낌의 작별 인사를, 대략 5번 정도 더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완전히 보내 주었다.
“후우~ 이런 산뜻한 느낌 오랜만이네.”
유나가 가버리고 난 뒤, 나는 뒷골목에 서서 그런 말을 내뱉었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지육림에 빠져있던 영혼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림욕을 한 느낌이었다.
영혼 세탁, 혹은 영혼 청소라고 불러도 충분했다.
내가 이런 평범하게 순애적인 시간 속에서도 만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만족스러웠다.
‘뭐, 어쩌다 한 번씩 맛보니까 그렇겠지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가끔 마시는 깔끔한 생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 음료로 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주류였다. 그것도 독한 것들.
마시자마자 뇌에서 엔돌핀과 도파민이 쫙쫙 뿜어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안 나게끔 모든 뇌세포를 흠뻑 적셔버리는 그런 독하디독한 맛.
‘그리고 지금 가는 곳에는, 내가 아는 가장 독한 술이 있고 말이지.’
꽈아아앙-.
나는 차를 몰아서 평창동으로 향했다.
원래는 연주네 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제는 연주가 내 집에서 살고 있으니 연주네 집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까 한설영이 사는 집, 또는 마녀가 사는 집. 이런 식으로 칭하는 게 마땅하리라.
‘그 마녀가 나를 어떻게 꼬셔줄지 궁금하네.’
내가 아는 최고로 악독한 사람. 그러나 나를 소유하기 위해서 안달이 나 있는 사람.
연주의 새엄마 한설영과는, 오늘 새벽에 통화를 했었다.
기절해 있는 연주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기에 올라가서 봤더니, 한설영에게서 몇 통이고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대신 받아서, 한설영에게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연주는 나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 죄송하지만 연주를 위한 선택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고, 겨우 외박이나 하는 줄 알고 있었던 한설영은 느닷없는 동거 소식에 노발대발해서 헛소리하지 말고 당장 연주를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방방 뛰었다.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고, 한참이나 나와 연주를 질책하던 한설영은 이내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렇다면 내일 평창동으로 와서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고 말을 꺼냈는데, 특이한 건 연주를 빼놓고 나만 콕 집어서 불렀다는 점이었다.
말로는 연주야 자신의 말을 들을 리 없으니 연주의 남자친구이자 현재 연주가 가장 깊이 의지하고 있는 나와 직접 얘기를 해보고 싶다는 건데, 꼭 그런 이유만으로 나를 집으로 불렀을 것 같진 않았다.
모든 걸 떼어놓고, 아무리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 해도 굳이 집일 필요는 없었다. 카페도 있었고 적당한 식사자리를 잡아도 충분했다.
이 상황에서 굳이 집으로 불렀다는 건, 그 마녀가 뭔가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후우우우…”
나는 설레이고 긴장되는 마음에 연신 달뜬 숨을 내뱉어댔다.
앙칼지고 노련한 마녀, 독기를 잔뜩 품고 자신의 소굴에서 대가리를 꼿꼿이 세운 채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독사가, 나를 어떤 맹독으로 중독시켜 줄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