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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82화 (82/270)

〈 82화 〉 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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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 성역 선포]

설명 : 성역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성역 안에 있는 교인들은 흔들리지 않는 심신의 안정과 강력한 성스러움을 느끼게 되며, 피로를 빠르게 회복하고 항시 미약한 각성 상태에 돌입하며 교주에 대한 복종도 또한 오르게 됩니다. 성역의 효과는 복합적인 원인에 따라서 강력해집니다. 성역 안 교주의 존재 여부. 성역 안 교인들의 복종도 합, 성역의 금전적 가치, 교단과 성역의 사회적 명성, 성역에 배치된 성물과의 시너지 효과 등이 결합되어 성역의 효과가 결정됩니다. 성역의 효과가 충분히 강력해진다면, 교인이 아닌 자들 역시 성역 안에서 형용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느끼거나 신비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Tip - 성역 선포는 교주가 소유하거나, 일반적인 견해에 비춰 소유한다고 생각 되어지는 장소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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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것 봐라.”

성역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듯한 복잡한 스킬 설명이었다. 자고로 스킬의 설명이 길다는 건 뜯어먹을 거리가 많다는 뜻이었다.

나는 스킬 설명을 한 줄 한 줄 읽어보면서 성역의 효과에 대해서 살펴봤다. 읽다 보니까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성역을 이용하면 금단 증상 방지 하면서도 복종도를 올릴 수 있겠어.’

성역에는 심신 안정과 피로 회복, 각성 등 강력한 버프들이 붙어 있었다.

이 버프들을 이용하면 굳이 내가 일일이 나서서 금단 증상을 해소 시켜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성역 안에 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이것도 따져보자면 단순한 패널티는 아니었다.

‘성역 안에 있는 교인들의 복종도의 합 값 역시 성역의 효과를 강화하는데 관여한다고 했으니까…’

성역 안에서는 금단증상에 시달리지 않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성역이 아니라면 금단증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금단증상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교인들은 성역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성역 안에 머무르는 교인들의 복종도는 고스란히 성역을 강화시키고, 강화된 성역 안에서는 복종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즉, 금단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나에게 복종도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캬. 버그네, 버그.’

성역은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진 복종도 복사 버그였다. 심지어 그 효과가 충분히 강력하다면, 교인이 아닌 일반인에게조차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스타 엔터를 빨리 먹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

퀘스트의 조건은 최소 두 곳 이상을 성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 곳은 집으로 하고, 다른 한 곳은 스타 엔터 사옥으로 지정하면 딱 적당할 것 같았다.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과 연습생, 그리고 사원들을 성역 버프를 통해 훌륭한 무한금욕교의 산업 역군으로 키워낼 수 있겠지.

‘그럼 일단…교단 관리 창을 켜볼까.’

나는 교주의 창을 키고 교단 관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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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관리]

교주 : 김민준(애기 교주)

교명 : 무한금욕교

교세 : 개미 눈꼽보다 미약한 교세

교계 : -

성역 : [성역 선포 가능]

성물 : -

심볼 : [심볼 지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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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애기 교주네?’

퀘스트를 하나 깼으니 그래도 유년기 정도는 됐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신생아급 교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성역부터…’

나는 [성역 선포 가능] 버튼을 꾹 눌렀다.

집에 연주도 있고 다른 여자 손님들도 종종 맞이해야 했으니 빠르게 집을 성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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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 선포가 가능한 장소 리스트

[교주의 한남동 자택]

[교주의 삼성동 오피스텔]

성역 선포 가능 횟수 : 2회

TIP - 현재 성역 선포 가능 횟수는 2회입니다. 추가로 성역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교세를 확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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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피스텔도 있었지.”

한동안 방치해 놔서 까먹고 있었다. 순간 자택과 함께 오피스텔을 성역으로 지정해서 퀘스트를 순식간에 깨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접어버렸다.

단지 퀘스트를 깨기 위해 쓸모없는 성역을 만들어 버리는 건 너무 멍청한 짓이었다.

교세를 얼마나 확장해야 성역을 더 지정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 수도 없는 상태였으니, 현재 주어진 두 번의 기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교주의 한남동 자택’만을 성역으로 지정하고, 다시 교단 관리 창으로 나와 심볼까지 순식간에 지정해버렸다.

내가 지정한 심볼은 ‘§’.

더블 에스라고도 불리는 기호였는데, 여기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하나의 S는 ‘SEX’의 ‘S’였고, 그 위에 또 다른 S가 붙어서 마치 달러 사인($)과 같은 형상을 나타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음흉한 행위인 ‘섹스’와 화폐 중의 화폐인 ‘달러’를 간단한 심볼 안에 모두 담아낸 것이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눈 깜짝할 사이 지정해버린 더블 에스 심볼이었지만, 돈과 여자의 신을 모시는 무한금욕교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심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크, 아이디어 지렸고. 이제 스타 엔터만 인수하면 다른 건 전부 일사천리겠군.’

스타 엔터 인수만 잘 이뤄진다면, 나머지 퀘스트는 어려울 게 없었다.

성물이야 사옥에 있는 조형물에다 오오라를 주입하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고, 더블에스 심볼은 교단의 심볼이자 스타 엔터를 대표하는 로고로써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퀘스트를 깨기 위한 그림은 이미 전부 그려져 있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야겠네.’

나는 전화번호부를 열어서 유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계획 대로만 된다면, 이번 퀘스트는 물론이고 앞으로 교단에서도 큰 활약을 기대할만한 여자였다.

****

다음 날.

최고급 호텔에 있는 고풍스러운 일식당이었다.

다다미가 깔린 룸이었고, 메뉴는 VIP 런치 코스였다. 내가 어제 문자로 유나에게 일 얘기를 할겸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했고, 유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와 유나는 같이 식사를 하며 간단한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그러면서 나는 앞에 있는 유나를 틈틈이 관찰했다.

‘예쁜데 능력도 좋다라. 이런 인재는 무조건 교인으로 만들어야지.’

풍성하고 화려하게 웨이브 진 머리에, 단정하지만 고급스러운 오피스룩이 유독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심지어는 사교성도 훌륭했다. 그녀와 얘기를 하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영이처럼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타입은 아니라 적절한 리액션과 물 흐르는듯한 토픽 전환이 기가 막힌 수준이었다. 그녀와 있으면 끊이지 않고 편안한 대화가 가능했다.

단순히 점심을 함께 먹으며 가볍게 대화만 나눴을 뿐인데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만약 정혜가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라났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뭐, 불우하지만 올곧게 자라난 소녀 가장 정혜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민준 씨?”

“아, 유나 씨. 죄송해요. 제가 잠깐 딴생각을 했네요.”

우리는 꽤 죽이 잘 맞았다. 일식당에 들어온 내가 먼저 유나에게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유나는 또 흔쾌히 받아들였다.

단순한 고객과 직원이 아니라, 조금 더 친밀한 관계로서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뭐, 곧 서른을 바라보는 유나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만, 그건 우리의 사이가 조금 더 진전된 뒤에 있을 일이었다.

스르릅-.

나는 컵에 담겨 있던 녹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앞에 있는 유나를 바라봤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사람이 주는 느낌 자체가 명품이었다. 그것도 수많은 명품 중에서도 가장 하이엔드 급의 찐명품.

전이었다면 감히 말을 걸어볼 생각조차 못 했을 그런 여자.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유나 씨, 혹시 M&A 쪽도 공부하셨나요?”

“전문은 아니지만, 대학교랑 MBA 과정 중에 기본적인 건 모두 배웠었죠. 민준 씨, 눈독 들이는 기업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예, 뭐. 개인적으로 연예기획사 하나 사들일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을 좀 구하고 싶군요.”

얘기를 하면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유나같은 여자 앞에서 전혀 장난스럽지 않은 말투로 회사를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는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 이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서 녹화라도 했놨어야 하는 건데.

“M&A에 대해 배우지 않으셨다면 개인으로 진행하시는 건 힘들고, 전문 법인을 끼거나, 전담팀을 꾸려서 진행하셔야 될 거에요. 현실적으로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전문 법인에 맡기는 게 제일 편한 길이겠죠.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주선해 드릴수도 있고요.”

“음…”

나는 유나의 답변을 듣고는 꽤 진중하게 고민하는 척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유나는 무슨 말이든 귀담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이런 것 역시 존잘남이 된 뒤에 좋은 점 중 하나였다.

외모 집중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외모 감수성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은 여자들에게 한정된 얘기이긴 하지만, 잘생긴 얼굴로 뭔가를 표현하면 그 표현은 훨씬 더 강력해졌다. 나의 표현력은 그대로 인대도 여자들은 내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 감정을 이입하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래서 단지 침묵일 뿐인데도, 이렇게 외모 버프를 받으면 뭔가 남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보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지금은 엔터사만 노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저는 앞으로 얼마든지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이 있거든요.”

“…네. 민준 씨.”

“그런데 돈은 충분한데 사람이 좀 부족하네요. 아무래도 나이도 어리고 사회생활 경험도 미천하다 보니까요.”

“네에…”

이 정도만 얘기했는데도 유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린 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끄덕거리고 있는 고개의 움직임 속에서 유나의 복잡한 속내가 느껴졌다.

뭐, 내 얘기를 끝까지 듣는다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될 테지만.

“…이미 제가 어떤 제안을 드릴지 깨달으신 듯하니까 바로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나 씨, 혹시 저하고 일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일이라고 하신다면…”

“저는 앞으로 여러 사업 분야에 손을 뻗고 투자할 생각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박식하며 사회 전반에 걸친 인맥을 갖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역할을 유나 씨가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많이 부족하다만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직책과 연봉은 파격적인 수준으로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받고 계시는 연봉에 몇 배. 그리고 성과금과 보너스 역시 업계 기준보다 월등히 많이 챙겨드릴 수 있습니다. 부디 유나 씨가 저와 함께 일 해주셨으면 합니다.”

너무 어색해서 몇 번이고 연습한 말이었다. 스스로 내뱉으면서도 소름이 돋아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평균의 언저리, 하지만 분명히 그 아래에 있는 삶을 살아왔었다.

어디 재벌 그룹 본부장쯤은 되어야 내뱉을 법한 이런 대사 따위 평생 상상해본 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삼고초려라는 말도 있듯이 원래 인재 등용이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어색하다고 피해갈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음…”

유나는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지 립스틱이 곱게 발라진 아름다운 입을 꾹 다물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유나가 겪고있는 내적 갈등이 결코, 이직에 관련된 게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어떻게 나의 제안을 잘 돌려서 거절할 것인지 고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민준 씨. 이거 정말 비밀인데-. 그래도 민준 씨가 정말로 저를 원하시는 거 같으니까 말씀드릴게요.”

“네, 유나 씨.”

유나의 말투는 사뭇 비장했다.

이미 결과가 거절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나는 짐짓 유나의 말을 경청하는 척 상체를 유나 쪽을 향해서 살짝 기울였다. 그러자 유나의 아름답고 도톰한 입술이 슬며시 열렸다.

유나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사실은, 지금 세한그룹 회장님이 저희 아버지세요.”

“아………하. 그렇군요.”

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는 척, ‘그렇군요’라는 무척이나 무난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어 봤지만, 아무리 그래 봤자 볼이 화끈거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재벌, 재벌. 듣기는 서민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이렇게 가까이에 숨어 있을 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물론, 금융지주 회장을 엄격한 의미에서 재벌이라고 분류해도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유나의 집안이 재벌급이라는 건 명확했다.

그런 유나에게 파격적으로 대우해 줄 테니,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나오라고 꼬드겼다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유분수였다. 볼이 안 빨개지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놀라셨어요. 만준 씨?”

“음…하하. 사실 많이 당황스럽네요. 제가 유나 씨한테 너무 주제넘은 제안을 드린 것 같아서요.”

“아! 그런 건 정말 아니에요. 헤드헌터들이나 인사 담당자들 말고 고객님한테 이런 제의를 받은 건 처음이라서요. 뭔가 제 능력을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서 저는 굉장히 감사했어요. 집안이 아니라 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주신 거잖아요.”

“아,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유나의 친절한 말투와 그럴듯한 설명에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유나는 그런 나의 변화가 재밌는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내 얼굴을 뻔히 바라봤다.

“스무 살에 벌써 야망이 그렇게 크시면서, 이런 거로 엄청 부끄러워하시네요?”

“크흠…뭐, 이런 적은 처음이라. 정말 상상도 못 했네요.”

“죄송해요, 민준 씨. 취업 비리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아무한테도 말 안 했거든요. 아무리 당당하게 들어왔다고 해도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잖아요. 부서에서도 가장 높은 분 말고는 제가 회장님 딸인 거 아무도 몰라요.”

“얼떨결에 제가 유나 씨 비밀을 하나 알게 됐네요. 행운이라면 행운이네요.”

“히힛. 만약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민준 씨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을 텐데…정말 죄송해요.”

“정말요?”

“그럼요. 민준 씨처럼 젊고 잘생긴 보스를 누가 마다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이렇게나 저를 높게 평가해주시는데요.”

유나는 나를 보며 눈웃음 지었다. 나 역시 뜬금없는 외모 칭찬에 놀랐다는 듯 잠시 당황하다가 유나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음을 지어주었다.

비록 이직은 거절당했지만,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하나 공유하게 됐기 때문일까, 유나와 나 사이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우리는 지금까지 물 흐르듯 얘기를 나눴지만, 그 안에 농담이나 사적인 얘기는 거의 없었다. 남녀라기보다는 궁합이 잘 맞는 고객과 직원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자들과 많이 만나보니 이제는 이런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유나와 나 사이에는 아주 미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핑크빛 기류가 흐르고 있었고, 이런 분위기는 확실히 써먹기에 좋았다.

나는 냉큼 ‘선지자의 목소리’ 스킬을 발동시켰다. 핑크빛 기류가 미약하다면 유나를 나에게 현혹 시켜서 증폭시키면 그만이었다. 다다미 룸 안을 전부 핑크빛 기류로 채워버릴 수도 있었다.

`뭐, 사실 이쪽이 내 전문이지.`

정석적인 이직 권유에는 실패했으니 이제부터는 플랜 비, ‘이유나 꼬시기’에 돌입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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