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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80화 (80/270)

〈 80화 〉 80화

“오, 오빠! 그, 그런 말은…!!”

끄덕끄덕-.

다영이는 내 입을 틀어막고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다그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액’이라던가, ‘섹스’. 이런 말은 삼가해 달라는 뜻이겠지. 분명 연습생 후배에다가 동생이라고 들었거늘, 마음씨 고운 다영이는 레이첼의 눈치마저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불쌍하게도.

스윽-.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다영이의 손이 내 입술에서 떨어졌다.

어느새, 다영이의 옆으로 걸어온 레이첼이 나를 향해 고개를 끄떡거렸다.

“안녕하세요.”

누가 봐도 마지못해서 하는 무미건조한 인사였다. 예의 없다고 지적하기 애매할 만큼만 예의 없는 그런 인사.

심지어 무례한 인사를 건네고 레이첼은 상품 품평 하듯이 내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스캔했다.

아무래도 레이첼은 나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이첼의 눈빛에서는 약간의 불쾌함과 도전 정신이 느껴졌다.

‘미자 주제에…’

레이첼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가벼운 차림이었지만, 옷차림 따위에 영향을 받는 그런 수준의 미모가 아니었다.

혼혈 특유의 옅은 브라운 컬러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신비롭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도자기를 빚어놓은 듯한 완벽한 얼굴형과 그 안에 들어가 이목구비까지 하나하나가 다 완벽했다.

다영이가 상큼하고 귀여움에 치중되어 있다면, 레이첼은 그저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표본으로써 레이첼의 얼굴을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니 원래라면 아무리 나한테 예의 없게 굴어도 웬만하면 봐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의 앙탈쯤이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인이 아니라 미성년자라면 얘기가 달랐다. 아무리 아름다워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의 신부 후보 리스트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네. 안녕하세요.”

나는 레이첼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얼굴에는 살풋 미소까지 끼얹어 주었다.

시비를 걸듯 아니꼽게 인사를 건넨 레이첼이었지만 굳이 맞장구를 쳐줄 이유는 없었다. 이런 게 성년과 미성년의 성숙함 차이였다.

“…다영 언니 친한 동생 레이첼이라고 해요. 다영 언니 남자친구-. 맞으시죠?”

나를 도발적으로 바라보며 입을 연 레이첼은 유독 ‘남자친구’라는 단어에 강세를 주었다.

애매모호하게 갖고 놀 생각하지 말고, 확실하게 다영이의 남자친구가 될 게 아니라면 썩 꺼져버리라는 뉘앙스였다.

‘깜찍하네.’

꽤나 엄격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잔뜩 날을 세워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레이첼의 치기가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나에게 다영이를 뺏기지 않기 위해 가시를 잔뜩 세우고 나를 경계하는 것 같은데, 의도는 알겠으나 그 방법이 어설펐다.

겨우 ‘남자친구’를 자처하는걸 주저할 만큼 나는 어설픈 망나니가 아니었다.

“네, 다영이 남자친구 김민준이라고 해요.”

“오, 오빠…!!”

내가 망설임 없이 남자친구를 자처하자, 당황한 건 오히려 다영이였다.

나는 볼이 붉어진 다영이의 손을 잡아끌어서 내 옆에 서게 했다.

내가 자신의 옆에 붙어있던 다영이를 뺏어가자 레이첼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레이첼은 한층 더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무슨 바퀴벌레 보듯 노려봤다.

‘…이런 게 NTR인가? 확실히 재밌네.’

비록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다영이 베프 레이첼에 대해서는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다영이와 통화를 하면 알기 싫은 것까지 전부 다 알게 되곤 했으니까.

-이첼이랑 저랑 완전 베프에요.

-근데 이첼이가 저한테 좀 집착하는 거 같아요. 아, 싫은 건 아니고 완전 귀여워요.

-이첼이는 친구가 저밖에 없거든요. 애는 정말 착한데 분위기가 좀 어렵다고 해야 하나? 너무 예쁘고 실력도 좋으니까 다른 애들이 질투하는 것도 있구…

-여튼 그래서 이첼이를 잘 챙겨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한국에 와서 연습생 하느라 힘들 텐데, 친구도 없으면 너무 힘들잖아요!

운전을 하면서 다영이에게 들었던 수많은 말 중 일부분이었다.

솔직히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얘기였지만, 그래도 들어 놓았더니 어떻게든 쓸모가 있었다. 역시 인생살이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다.

스윽-.

나는 레이첼 앞에서, 보란 듯이 다영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순식간에 교주의 오오라를 발동시켜서 다영이의 리액션을 극대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앗-! 그-. 오, 오빠앗…!”

가벼운 스킨쉽이었지만, 그것만으로 다영이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한눈에 봐도 얼마나 다영이가 나를 좋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꾸욱-.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레이첼이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를 빼긴 분노에 주먹이 꾹 쥐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레이첼의 아기자기한 주먹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사람 놀리는 건 원래도 재밌었지만, 아름다운 사람은 놀리는 건 한층 더 재밌었다. 더군다나 그 아름다운 사람이 나에게 대드는 싸가지 없는 미성년자라면, 그 즐거움을 이룰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제가 보고 있는데도 애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으시네요? 여자를 많이 사귀어보셨나 봐요?”

어떻게든 껀덕지를 잡아서 나에 대한 다영이의 호감도를 깎고 싶었는지, 레이첼이 가시 돋친 말투로 공격을 해왔다.

레이첼의 민감한 질문에, 내 어깨에 쏙 들어와 있던 다영이의 귀가 쫑긋 세워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짓고는 레이첼의 공격을 가차 없이 받아쳤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미성년자에게는 단 한 톨의 자비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아, 직접 친한 동생이라고 소개하시고, 다영이한테도 레이첼 씨 얘기 많이 들어서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나 보네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스윽-.

나는 다영이를 꼭 껴안고 있던 팔을 풀어내고, 짐짓 어색하고 딱딱한 몸짓으로 다영이에게서 크게 한 발짝 떨어졌다.

“아…”

갑작스럽게 내가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자 다영이는 온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유지한 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레이첼을 쳐다봤다.

평소의 다영이 성격이라면 원망 어린 시선까지는 보내지 않았을 테지만, 압도적인 복종도와 교주의 오오라가 변수였다.

그저 남자친구가 아니라, 완전히 복종하고 의지하고 있는 교주의 품에서 쫓겨난 다영이의 상실감은 이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할 게 분명했다. 다영이가 이 사단의 원흉인 레이첼을 원수 보듯이 쳐다보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그런 말이 아니었어요! 저, 저는 그냥-. 두 사람이 어제 처음 알았다고 들었는데 스킨쉽이 너무 과감한 게 아닌가 해서…!”

레이첼은 처음 보는 다영이의 싸늘한 시선에 퍽이나 당황했는지 횡설수설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노력했다.

내가 비굴하게 사과해서 레이철을 한층 더 난처하게 만들까 싶었는데, 그전에 다영이의 입이 먼저 열렸다.

뜨거운 체온과는 정반대로, 다영이의 눈빛과 목소리는 한겨울을 연상시킬 만큼 차가웠다.

“이첼아. 우리가 친한 사이는 맞지만, 그래도 네가 민준 오빠한테 무례하게 구는 것까지 용납할 수는 없어. 민준 오빠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정말 나와 친한 사이라면 내 남자친구인 민준 오빠한테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데?”

“다영 언니! 나, 나는 그런 게 아니라…!”

“사과해.”

“뭐…?”

“당장 민준 오빠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이첼이 너랑 절교할 거니까.”

다영이의 싸늘한 반응에 뒷골목에 한기가 가득 돌았다. 레이첼은 다영이가 내뿜는 한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캬. 훌륭하구나, 다영아.’

그에 반해서 나는 마음속이 무척이나 충만했다. 나를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베스트 프렌드와의 절교를 거론하는 사랑스러운 나의 교인 다영이를 보며,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뿌듯했다. 당장에라도 다영이에게 황홀한 정액 세례를 내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갔구나. 역시 미자는 이래서 안 돼.’

사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레이첼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만도 했다.

아무리 커플이라고 해봤자, 겨우 1일차였다. 그런데 나에게 좀 무례하게 굴었다고, 다영이는 치트키나 다름없는 절교 카드까지 꺼내서 1년 동안 베프로 지낸 레이첼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과민 반응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원래 인간관계란 먼저 매달리는 사람, 더 좋아하는 사람이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서는 법이었다.

갑에 대한 을의 애정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을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말하자면, 레이첼은 노예였고 다영이는 주인이었다. 그리고 레이첼의 주인인 다영이의 주인이 바로 나였다.

먹고 먹히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절대 우위에 서 있는 관계였다.

그런 정교한 인간관계의 매커니즘을 파악하지 못하고 함부로 까불었기 때문에, 바로 지금 어리석은 레이첼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윽-. 흑. 어, 언니이-. 미안해. 하으, 흑-. 내가 잘 못 했어요.”

“나 말고 민준 오빠한테 사과해. 그래야 내가 너를 용서할 수 있을 거야.”

어쩐지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꾹 참아냈다. 좋은 분위기였는데 굳이 산통을 깨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애를 써서 표정관리를 하며, 다영이를 보며 인자하게 말했다.

“나는 괜찮아, 다영아. 어린 친구잖아. 뭘 모르고 그럴 수도 있지.”

“아니요, 오빠! 아무리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잖아요. 그리고 저한테면 몰라도, 오빠한테 잘못한 건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요.”

다영이는 내가 말렸음에도 단단히 화가 나 있는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뭐,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알면서도 말리는 척을 한 번 해봤을 뿐이었다.

전통적으로 엄한 시어머니보다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법이었다.

‘하~ 이거 체통만 아니었으면, 썩소까지 날려주면 끝장인데.’

나는 마음속으로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다영이를 바라보던 인자한 표정을 싹 바꿔서, 레이첼을 보며 입꼬리를 쓱 올리고 비웃듯이 웃어주면 건방진 미성년자 레이첼의 속을 완전히 터트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교주이자, 장차 스타 엔터에 대표가 될 몸이라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할수는 없었다.

아쉬웠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다영이의 굳건한 복종도와 충성심을 단지 수치가 아니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죄, 죄송합니다-.”

“네. 알겠으니까 고개 드세요. 사과받았으니 저는 괜찮습니다.”

레이첼은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나를 바라보며 겨우겨우 사과를 건넸다.

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슬쩍슬쩍 싫은 티를 내거나 할, 그럴 정신도 없어 보였다. 레이첼은 갑작스럽게 몰아친 다영이의 싸늘한 반응 때문에 이미 멘탈이 완전히 날아가 있었다.

“자, 인사는 충분히 나눴으니까 차에 타자 다영아. 오빠 정말 괜찮으니까 이제 이 일은 신경 쓰지 마.”

“네, 알겠어요. 민준 오빠………이첼아, 우리 내일 보자.”

“네, 네에. 언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다영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실의에 빠져있는 레이첼을 홀로 두고,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과아아앙—.

차를 타고 내 집으로 향하면서 다영이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하지만 레이첼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아직 속에서 레이첼에 대한 화가 제대로 안 풀린 것 같았다.

다영이의 그런 태도가 나에 대한 복종심에 기인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나 역시 레이첼에 대해서 굳이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우~~~~~~~~와~!!! 오, 오빠—!!! 이, 이거! 집, 집-! 오빠, 오빠!!”

“어, 오빠 집 맞아. 다영아.”

“흐에에엑~~~!”

다영이의 반응은 한결같이 극적이었다. 이제는 슬슬 적응이 될 만도 한데,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신체 강화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다영이의 텐션에 맞춰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감탄하는 다영이를 데리고 집 안으로 향했다.

시끄러워서 귀가 먹을 지경이라, 빠르게 욕실로 향해서 씻고 바로 섹스할 준비에 들어갔다.

나조차 적응이 안될 정도로 빠른 분위기 전환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서 다영이의 입을 내 좆으로 막아버리고 싶었다.

“하아아읍-!”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침대에 나신으로 올라간 다영이는 다짜고짜 내 좆을 빨아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더니,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거대한 좆을 억지로 입안에 욱여넣었다.

“흡, 하으. 쯥…쯔읍…오빠아. 오빠아…”

“큭…응, 다영아.”

“흡, 으흐므…쯔읍…쯥. 오빠 여기 너무 맛있어요. 오늘 이상하게 속이 답답하고 목이 텁텁했는데 오빠 껄 무니까 싹 가라앉았어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평생 오빠 여기를 빨면서 살고 싶을 정도예요.”

다영이는 무척이나 적극적이었다. 아니,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영이가 말한 속이 답답하고 목이 텁텁했다는 증상은 아마 내 정액에 대한 금단 증상이겠지.

어제 처음 성교를 했을 뿐인데도, 이미 다영이는 금단 증상을 느낄 만큼 내 정액에 중독되어 버려서 내 자지를 빨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다영이의 매끈한 뒤통수를 쓱쓱 쓰다듬어 주면서, 츄릅츄릅 내 자지를 빨아대는 다영이의 입속 느낌을 만끽했다.

‘금단 증세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네. 하루 만에 이 정도면 한 일주일 정액 안주면 완전히 미치겠는데? 덕분에 복종도가 아주 쑥쑥 오르는구나.’

실시간으로 다영이의 복종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고 있었다.

자지를 물려주자마자 갈증과 금단 증상 따위는 날려 버리고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다영이의 복종도는 순식간에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복종도를 충분히 모은 다음에 다영이에게 세뇌를 걸기 시작했다.

무한금욕교 직속 프락치로서,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대한민국 연예계에 무한금욕교를 널리 퍼트릴 사전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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