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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65화 (65/270)

〈 65화 〉 65화

아직 써보지도 않았지만, 설명만 읽어봐도 사기성이 다분해 보였다.

나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이해하고 넘어가기 위해서, 스킬 설명을 몇 번이고 곱씹어서 읽었다.

‘제대로 해야지. 할 거면.’

집돌이에다가 섹스와 게임 말고는 대부분 귀찮았지만, 그래도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다.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게 주어진 것도 다 못 쓰고 멍청한 선택을 내리기에는, 나는 내 스스로가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설명을 읽고, 스킬을 어떻게 사용해서 교단을 성장시켜 나갈지 머릿속으로 나름의 청사진을 그려봤다.

‘일단 스킬을 요약해보면…’

전직하기 전과 비교하면, 크게 바뀐 것은 세 가지 정도였다.

첫 번째, 섹스와 플렉스 말고도 돈 나올 구멍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복종도’를 100 이상 올리면, 100을 초과하는 복종도 1당 1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내 섹스는 무적이고 내 정액은 신이 되어버렸다.

섹스를 해서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면 신비체험을 한다는데, 어떤 식으로 신비체험을 겪을지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오르가즘이 곧 신비체험으로 이어지고, 신비체험은 복종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즉, 섹스를 잘해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면 복종도가 올라간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복종도는 돈이 된다.

또한, 정액이 무슨 엘릭서마냥 변해 버렸다. 사실 이게 핵심이었다.

내 정액으로 사람도 치료하고, 재능도 계발해주고, 미용 및 노화방지도 시켜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정액을 못 받으면 금단증세가 나타나거나 갈증을 느끼게 된다는 단서가 붙어있긴 했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패널티가 아니었다. 오히려 복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정액을 주다말다 하면서 귀여운 교인들의 애간장을 살살 태우면, 복종도를 쉽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세뇌였다. 이건 뭐, 그냥 사기였다.

얼마나 강력하고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뇌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여자를 납치 강간해서 강제적으로 교인으로 만들고,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거나 정액에 들어있는 갈증 효과를 이용해서 복종도를 꾸역꾸역 올린다.

그리고 그 복종도를 소모해서 나에게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도록 세뇌를 시켜버리면, 그게 바로 완전 범죄였다.

‘강간이니 납치니…굳이 범죄를 저질러서 위험 부담을 질 필요는 없지만…이런 생각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사기적이군.’

나는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희열을 느꼈다. 전직을 하고 스케일 커져도 너무 커졌다. 이쯤 되면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었다. 단지, 이제부터 돈은 교단을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나의 최종 목적은 수많은 교인을 양성하고 복종도를 높여서 나만의 교단, 나만의 왕국을 세우는 것.

지금 나는 그 출발점에 서 있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던 혈기를 눌러 내렸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상상으로 그려본 찬란한 미래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또, 멀기만 한 게 아니라 절대 쉽지 않은 길일 게 뻔했다.

나의 세력, 나의 교단이 커질수록 온갖 군데서 견제가 들어올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돈 냄새를 맡은 협회나 단체가 빨대를 꽂으려고 할 수도 있었고,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감시를 당할 수도 있었다.

새로 생긴 교주의 스킬들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대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특히, 국가 차원의 권력에 맞서려면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자칫 방심했다간, 사이비 교주로 대단히 잘 나가다가도 하루아침에 깜빵 엔딩을 볼 수도 있었다.

“진정. 진정. 외줄 타기를 하는 마음으로 가자…”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면을 계속 터치했다.

지금까지는 새로 생긴 교주 스킬만 떴을 뿐이었다.

기존 스킬들이 어떻게 변화되고 강화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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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능력들이 교주 전용 스킬로 변경, 강화됩니다.

-[섹태창] -> [교주의 창]

* [교주의 창]

설명 : 교단과 교인을 관리할 수 있는 필수적인 창입니다.

- [섹륜안] -> [교주의 심안]

* [교주의 심안]

설명 : 교주의 심안을 발동하면 교인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교단 번영에 도움이 될만한 특별한 장소와 물건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신의 손] -> [신에게 선택받은 교주의 오오라]

* [신에게 선택받은 교주의 오오라]

설명 : 가만히 있어도 교주의 온몸에서 오오라를 뿜어져 나온다. 교인들은 오오라의 곁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 심신의 안정을 느끼며, 복종도가 상승하고 흥분상태에 돌입한다. 체액과 피부 각질, 분비물에도 오오라가 깃들며, 사물에도 오오라를 깃들게 할 수 있다. 교주의 심안을 쓰면 오오라의 실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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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바뀐 건 신의 손 정도인가?’

교주의 창과 교주의 심안은 굳이 써보지 않아도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잡혔다. 기존의 스킬들과 사용법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큰 변화를 보여준 건 신의 손에서 바뀐 ‘교주의 오오라’였는데, 무엇보다 사물에 오오라를 깃들게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성물 같은 걸 만들어 낼 수 있겠는데…? 복종도 노가다를 할 수 있겠어.”

나는 교주의 오오라를 어떻게 스마트하게 활용할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곧바로 복종도 노가다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장식품 같은 걸 하나 사서 오오라를 잔뜩 욱여넣고 성물로 만든다.

그리고 교단 건물을 전국 곳곳에 세워두고, 성물만 잔뜩 보내도 교인들의 복종도를 올릴 수 있었다.

굳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복종도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교주의 오오라는 활용도가 굉장히 높았다.

“오케이. 오오라는 그렇게 쓰면 되겠고…이제 끝인가?”

틱. 틱.

화면을 터치해도 메시지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변화된 스킬들의 설명까지 머리에 넣어두고, 어플의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서 ‘교주의 창’을 실행시켰다.

교주의 창 스킬 설명에 ‘필수적’이라고 적혀 있었으니,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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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의 창]

* 교단 관리

* 교인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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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교인 관리부터 살펴볼까? 내 섹스 파트너들의 복종도가 궁금하군…아, 정혜는 교인이 되어 있으려나?’

지금까지 나와 섹스를 했던 사람은 모두 네 명이었다.

미현. 연주. 시은. 혜미.

아마 이 네 명은 모두 교인으로 등록되어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섹스는 안 하고 썸만 타고 있는 정혜였는데, 정혜의 섹태창을 확인하지 않아서 교인이 되는 기준인 복종도 50을 넘겼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띡.

나는 ‘교인 관리’ 버튼을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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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관리]

* 이름 : 하연주

* 나이 : 21

* 키 : 160cm

* 복종도 : 97

* 교인적성 : SSS

* 이름 : 김미현

* 나이 : 28

* 키 : 163cm

* 복종도 : 81

* 교인적성 : S

* 이름 : 차시은

* 나이 : 25

* 키 : 168cm

* 복종도 : 61

* 교인적성 : C

* 이름 : 김혜미

* 나이 : 23

* 키 : 164cm

* 복종도 : 52

* 교인적성 : B

* 이름 : 이정혜

* 나이 : 21

* 키 : 166cm

* 복종도 : 50

* 교인적성 : A

[복종도 자동 갈취(0)]

Tip - 교인은 복종도 내림차순으로 10명까지만 나타납니다.

Tip - 교인이 10명이 넘어갈 경우 검색창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Tip - 복종도 자동 갈취를 이용할 경우, 모든 교인에게서 설정한 수치 이상의 복종도를 자동으로 갈취합니다.

Tip - '교인적성'은 대상이 얼마나 충성스러운 교인이 되기에 적합한지 나타내주는 지표입니다.

Tip -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혹은 조교와 세뇌를 통해 교인적성 랭크를 상승 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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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적성이라. 재밌네. 그리고 복종도 97…? 연주는 진짜 레전드네…음, 미현 누나 정도가 복종도 81이라…’

연주가 워낙 압도적이라 그렇지, 생각해보면 미현 누나의 81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게, 미현 누나는 오늘 그토록 사랑하던 남편을 배신하고 나만의 암캐가 되었다.

그러니 80 정도면, 한 사람에게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수준의 복종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볼 건 다 봤고…그러면 이제…’

나는 교인 관리 창을 뒤로 넘기고 ‘교단 관리’ 창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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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관리]

교주 : 김민준(애기 교주)

교명 : -

교세 : 개미 눈꼽보다 미약한 교세

교계 : -

성역 : -

성물 : -

심블 : -

-처음으로 교단 관리 창을 열람하였습니다.

-교단 번영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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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번영 퀘스트 -1]

-교명을 지정하세요.

-한 번 지정한 교명은 바꿀 수 없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보상 : [교단 번영 퀘스트 -2] 해금.

——

‘교명…? 처음부터 빡쎄네…’

난감했다. 나에게 무엇보다 어려운 활동 중 하나가 작명이었다. 많이 데어봐서 알고 있었다.

모든 게임의 시작은 무릇 닉네임 정하기부터였다. 닉네임 칸의 빈 공백을 채워줘야 비로소 캐릭터가 살아 움직였다.

즉, 이름을 붙여준 다는 건 무언가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쉬운 게 오히려 이상했다.

의미 없이, 생각 없이 대충대충 지어줄 수야 있었지만, 그러면 정이 가질 않았다. 닉네임 하나부터 공을 들여야 캐릭터에 정이 붙고 쭉쭉 키워갈 맛이 나는 법이었다.

하물며 캐릭터도 그러할진대, 앞으로 세계에 위명을 떨쳐야 할 나의 교단의 교명을 지정해야 했다. 몰아닥친 중압감에 어깨가 푹 가라앉았다.

‘민준교…? 아니야. 존나 구려…그러면 세상은 돈과 여자교…? 이건 너무 길어…’

나는 고민했다.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만큼 내 허접스러운 창의력이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민준교, Mj교, 민교, 준교, 섹스교, 플렉스교, 돈교, 성교. 등등등.

머릿속에 떠다니는 건 잡스럽고 단순한 교명들뿐이었다.

‘잠깐만, 성교…? 나쁘지 않은데…?’

성교.

성(性)스러우며 또 성(聖)스러운 교라는 걸 나타낼 수 있는 중의적 의미가 담긴 이름.

불현듯 발견한 수준 높은 언어유희에 갑자기 필이 팍 꽂혔다. 하지만 나는 끓어오르는 충동을 일단 참아냈다.

이런 순간적인 느낌에 꽂혀서 충동적으로 작명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은 멋져 보여도 내일 보면 쓰레기 같을 것 같은 암울한 예감이 들었다.

'음. 아니야. 이건 아니겠다. 성교는 안 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았다. 뉴스를 보거나 커뮤니티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사람들의 수준은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낮았다.

사람들은 나의 고품격 언어유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성교’라는 교명을 들으면 저질스러운 아재 개그나 쳐댈 게 분명했다.

-뭐? 성교? 그럼 거기 가면 ‘성교’만 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

이런 식으로 수준 낮게 놀려대겠지. 하지만 더 빡치는 건 도저히 저 저급한 놀림에 도저히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왜냐면, 진짜로 ‘성교’만 할 테니까!

‘씨발…! 좆같네. 아, 짜증 나.’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최근에 큰 고민 없이 살아와서 그런지, 이런 고민스러운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나는 생각의 방향을 확 틀어버렸다. 작명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너무 과도하게 심력을 쏟아서 작명에만 매몰되는 건 별로였다.

‘그래. 겉으로 드러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 속만 실하게 꽉 차 있으면 됐지.’

생각해보면 교주가 꼬추로 엘릭서를 쭉쭉 뽑아내는 살아있는 신이었는데, 교명이야 어떻든 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교인들은 간지나는 교명이 아니라 교주의 거대하고 웅장한 자지를 보고 따라오는 법이었다.

띡. 틱틱틱틱.

나는 비어있는 교명 칸을 꾹 눌러서 자판을 활성화 시킨 다음에,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민준교]

-교명을 확정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띡. 띡. 띡. 띡띡띡띡.

‘뭐야, 이거 왜 안 눌려?’

심플 이즈 베스트.

가장 단순하게 작명을 마치고 교명을 확정하려고 했는데, ‘예’ 버튼이 도저히 눌리지 않았다.

고장이라도 났나 해서 심장이 덜컥했지만, 다른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자판을 활성화 시켜서 다른 교명을 입력해봤다.

-[성교]

-교명을 확정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띡. 띡. 띡띡띡띡.

“이것도 안 눌리네. 흠. 혹시 마음에 안 드시나…?”

이쯤 되니 위에서 내려온 신비한 기운이, 교명이 쓰레기처럼 지어지는 걸 막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버튼을 눌러봐도 컨펌이 떨어지질 않았다.

‘젠장…1단계 퀘스트부터 막힌다고…? 정액의 신인 내가?’

품은 뜻은 세계 최대 교단인데, 아직 이름조차 정하지 못했다. 몹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후우~ 스트레스받지 말자. 어차피 위에서 통과 안 시켜주면 말짱 꽝이니까, 그냥 아무거나 지어보는 거야.”

나는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는 교명에다가 생각나는 단어들을 마구 집어넣었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브레인스토밍 작업 방식이었다.

띡-.

“어…?”

생각나는 단어들을 모조리 토해내며 멍하니 자판만 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무리 해도 떨어지지 않던 컨펌이 떨어졌다.

정말 정신을 반쯤 빼놓고 생각나는 단어를 막 뱉어댔기 때문에, 뭐라고 교명이 지어진 지도 몰랐다.

나는 허겁지겁 교단 관리 창을 켜서 최종 승인이 떨어진 교명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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