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60화
설영은 등허리에 가져갔던 손을 점점 밑으로 내렸다. 허벅다리에 걸쳐져 있는 슬립을 들추고 손가락으로 팬티 위를 쓰다듬었다.
팬티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젖어있었다.
“흐응…자위는…너무 오랜만인데…”
설영의 방에서는 한동안 끈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세한 은행은 대한민국 1등 은행이었다.
친일파가 세웠다느니 일본 자본으로 세워진 은행이라느니 떠돌아다니는 얘기는 많았지만, 그럼에도 몇십 년 동안 모든 은행을 통틀어서 자본금 규모 1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지리긴 하네. 단순히 돈만 많아서는 나올 수 없는, 뼈대 있게 고급진 느낌이야.’
나는 세한은행 본사에 와 있었다. 그것도 PB 부서 안에.
들어오기 전에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PB가 프라이빗 뱅크의 약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프라이빗 뱅크라고 하니 뭔가 있어 보였지만, 설명을 읽어보니 그냥 돈 많은 고객들에게 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돈 많은 고객이었고.
‘VVIP가 50억부터라지? 나는 150억이 넘게 있으니…극진하게 모실 만 하지.’
아까 잠깐 확인했던 계좌의 잔액은 정확히 156억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액수였다. 섹스 노가다를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
“고객님. 이해는 충분히 되셨나요?”
“네. 뭐…그러니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신다는 거죠?”
“네. 고객님. 1대1 자산 운용 상담은 물론이고, 세금이나 부동산 관련된 부분도 언제든지 자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문화 행사나 세한 은행 VVIP 고객님들께만 제공되는 특별한 행사들까지, 참여를 원하시면 언제든지 참여하실 수 있고요.”
나는 앞에 있는 미녀 은행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 상담을 넘어서 종합적인 자산 관리나 인맥 쌓기까지 도와준다는 말인 것 같은데, 자수성가 젊은이인 나에게는 꽤 필요한 서비스들이었다.
“그럼 빌딩 이런 거 말고, 개인적으로 거주할 집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그런 부분도 도와주시나요?”
“네, 그럼요. 고객님. 원하시면 바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
“희망하시는 지역이나, 조건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서비스가 있을 줄 모르고 대충 서울에서 제일 비싸고 넓은 집을 사려고 막연히 생각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단순히 비싼 집이 아니라 내 입맛에 딱 맞는 그런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문실. 섹스 파티. 야외 방뇨 플레이.
원하는 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섹스 궁전을.
“음…지역은 서울 안이면 되고요. 되도록 넓은 지하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고랑 마당도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요. 아, 혹시 전문 인테리어 업체랑도 연결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원하는 인테리어가 따로 있어서.”
“예. 그럼요, 고객님. VVIP 고객님께는 세한 은행 모든 부서의 영업망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원하시던 저희한테 연락해주시면 해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네요.”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려한 인상에 자신감 넘치는 말투를 장착한 미녀 여직원의, 근거 있는 자부심이 마음에 들었다. VVIP 고객 대접도 대한민국 1등 은행다웠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잠시 해당 영업 부서에 연락해서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매물과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내선 전화를 들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신경을 꺼버리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은행원의 전화가 끊기길 기다리면서 무료하게 웹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머리에 벼락이 내리쳤다.
‘잠깐만…내가 원하는 그런 집이면 엄청 넓을 텐데…하녀는 기본이겠지?’
가정부라는 정숙한 단어가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건 명백히 ‘하녀(下女)’였다. 아니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성처리 메이드라던가.
‘그래. 잘 됐다. 안 그래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주려고 했는데.’
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는 사람은 미현 누나였다.
오피따위 보다 훨씬 더 많이 챙겨 줄 테니 우리 집으로 와서 집 청소나 하라고 시키면 될 것 같았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실제 가정부는 따로 두고, 미현 누나는 성처리 전용 메이드로 쓸 생각이었다.
나[누나, 나랑 일 하나 같이할래?]
미현 누나[갑자기 무슨 일?]
나[오피에서 얼마 벌어?]
미현 누나[한 달에 천만 원?]
나[월급 따따블로 주면 오피 그만둘 수 있지?]
미현 누나[네. 사장님 ^^.]
나[곧 부를 테니까 오피 나가지 말고 쉬고 있어. 오피 나가면 다 없었던 일로 할거임.]
미현 누나[아니, 어떤 일인지는 알려줘야지!]
나[나 이번에 집 사는데, 우리 집 가정부 필요해.]
미현 누나[가정부한테 달마다 삼천만 원씩 주겠다고…?]
나[응. 대신 성인 서비스도 포함임. 그리고 일할 때는 내가 하는 말에 반항하면 안 됨.]
미현 누나[조금만…고민해 볼게.]
나[고민하지 마. 이런 기회 다시 안 오니까.]
미현 누나[…알겠어. 할게.]
‘큭.’
미현 누나는 역시 이 맛이었다.
반항하는 미현누나를 돈으로 찍어 눌러서 억지로 취할 때면, 이 맛에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네, 고객님.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의 매물이 있는데, 한 번 보여드릴까요?”
미현 누나와의 문자를 마치자마자 은행원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여주세요.”
그녀는 빔프로젝터를 켜서 내게 매물로 나온 저택의 모습을 보여줬다.
차고부터 지하실, 마당까지 다 내가 원하던 그대로였다.
내가 구매 의사를 밝히자 그녀가 매물의 가격을 알려주었다.
“위치는 한남동이고 매매 가격은 80억입니다. 작년에 지어진 신축 주택이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가구가 빌트인으로 기본 내장되어 있어서 곧바로 입주하셔서 살아도 문제없으실 겁니다.”
“지금 구매하면 곧바로 입주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네. 청소까지 모두 되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입주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지금 당장 계약 가능할까요?”
“그럼요. 고객님.”
집을 사는 건 꽤 지난한 작업이었다. 원래라면 그랬다.
하지만 나는 돈만 내고 싸인 몇 번 했더니 끝이었다. 하루는커녕 한 시간도 안 걸렸다.
서류 준비부터, 입주할 때 필요한 자잘한 작업들까지 모두 은행에서 대신해주었다.
‘캬. 이런 게 VVIP지. 집 사는 것도 일사천리네.’
드디어 내 집 마련이었다. 나는 흥분되는 마음으로 은행에서 나와 한남동으로 달렸다. 내 람보 뒤에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미녀 은행원도 따라오고 있었다.
신나게 달려서 따끈따끈하게 구매한 집 앞으로 갔더니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신축 저택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은행원에 안내를 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으리으리한 집이었다. 대충 봐도 아침에 봤던 연주네 집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마당에서는 축구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차고도 워낙 넓어서 넉넉하게 주차해도 차량 7대까지 무난하게 들어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하실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넓은 공간이라 내 입맛대로 꾸미기 좋아 보였다.
“모든 사항이 저에게 인계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점이나 불편하신 점 있으면 부디 이 번호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친절하게 꼼꼼하게 집 구경을 시켜준 그녀는, 나에게 금박으로 수 놓인 멋들어진 명함을 한 장 주고는 떠나갔다.
‘세한 은행 프라이빗 뱅커 이유나…이름도 세련됐네.’
나는 그녀의 명함을 지갑에 넣어놓고 거실에 있는 쇼파로 몸을 던졌다.
“캬~ 이게 인생이지.”
기본 옵션이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베이지 톤 가죽 쇼파는 내 취향에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적당히 딱딱하고 적당히 푹신했다.
나는 소파에서 뒹굴 거리다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집을 덜컥 사버렸으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 기회에 옷도 새로 사고…가구도 사고…가전도 몇 개 사고…미현 누나랑 같이하면 완전 신혼부부 느낌이겠네.”
미현 누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고향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편해졌다. 사실 고향도 서울이라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웃기긴 했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뭐 어쩔 것인가.
나는 전화를 들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피에 나가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으니 누나는 집에서 뒹굴고 있을 게 뻔했다.
-여보세요?
“누나, 주소 찍어줄 테니까 이리로 와요. 돈 아낀다고 대중교통 타지 말고 곧장 택시 타고 오고.”
-거기가 어딘데? 너희 집?
”응. 방금 사서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으니까 외롭다. 누나 보고 싶어.
-…알겠어. 뭐 청소도구라도 사갈까? 집들이 선물은?
“됐어. 몸만 와. 누나가 선물이니까.
-하아…말은 잘해. 어차피 가정부로 쓸 거라면서.
“혹시 알아? 가정부가 집주인이랑 눈 맞아서 정실 부인 되는 거. 그거, 되게 흔한 스토리다?“
-…끊어. 집으로 갈게.
전화를 끊고 문자로 주소와 대문 비밀번호를 누나에게 보내주었다.
누나는 곧 택시 타고 오고 있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음…. 이제 어떻게 해볼까….”
나는 쇼파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집까지 샀으니 이제는 거칠 게 없었다.
나는 벌어놓은 돈으로 강화를 더 할지, 전직을 할지 고민했다. 집을 사고 세금 내고 인테리어까지 해서 아주 넉넉하게 잡아 100억을 쓴다고 치면, 내게 남아 있는 건 56억이었다. 전직을 하기엔 좀 부족했지만 섹가다를 뛰면 돈이야 금방 벌 수 있었다.
게다가 집이 있으니 섹가다를 뛰기에도 한결 편했다. 호텔에서처럼 제한 시간도 없었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뭣하면 여자를 수십 명씩 불러서 하루종일 섹스만 하는, 슈퍼 섹가다도 가능했다. 80억이라는 거액이 들었지만, 섹가다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집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전직이겠지? 강화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강화해서 몸이 좋아지면 쾌감 수치를 띄우기는 한결 편했다. 그러니 신체 강화에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꼴아박는다고 해도, 금방 다시 벌어서 금세 전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게 잡아도 이틀 삼일이었다.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 궁금하다.’
하지만 전직을 하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이틀 삼일을 참아낼 자신이 없었다.
따져보면 내가 지금까지 깬 퀘스트라고는 꼴랑 튜토리얼 퀘스트랑 돌발 퀘스트 하나가 다였다.
지금까지 했던 건 어플의 체험판이라고 봐도 무방했는데, 그 체험판만으로 집이 이렇게나 커졌고, 많은 미녀들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니 전직을 하고 본 게임에 들어간다면 과연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오케이. 결정. 미현 누나 따먹으면서 백억 채우면 곧바로 전직해야지.’
나는 생각을 마치고, 미현 누나를 기다리며 쇼파에 누워서 야시시한 메이드복을 찾아봤다. 미현 누나에게 입힐 생각으로 가볍게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이쪽 세계도 굉장히 깊고 넓었다.
남자라면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는 심오한 메이드 복의 세계로 빠져들어서 한참을 헤엄쳤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는지, 뒤에서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봐?”
“악! 깜짝아!! 누나 어떻게 들어왔어요?”
“네가 비밀번호 알려줬잖아. 그런데 뭘 그렇게 음흉하게 보고 있던 건데?”
“아…아무것도…”
마치 방에서 몰래 야동 보다가 보던 들킨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쭈그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정신을 차렸다.
나와 누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였다. 내가 갑이고 누나가 을이었다. 그러니 갑질을 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것도 월에 삼천만 원씩 주는 갑이라면, 을에게 이 정도의 요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내가 보던 핸드폰의 화면을 누나에게 내밀었다.
핸드폰 액정에는 야시시한 메이드복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외국 사이트의 홈페이지가 떠 있었다.
“마침 잘 왔네. 누나는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누나가 입은 건데 누나가 골라봐요.”
“이, 이게 뭔데? 이거…옷이야? 메이드복?”
핸드폰을 받아들어서 화면을 넘겨보던 미현 누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네. 메이드 복이요. 메이드니까 메이드 복을 입어야죠.”
“이, 이런 걸 어떻게 입어! 팬…팬티도 다 드러나고!”
“그게 좋은 거죠. 아, 거부해도 좋은데 그러면 월급 이천만 원으로 깎겠습니다.”
“…진짜로 나 메이드로 쓰려고? 장난 아니었어?”
“네. 장난 아니고 진짜로 고용할게요. 성욕 처리 담당 메이드로요. 청소는 로봇 청소기 돌리고 밥은 사 먹으면 되니까, 누나가 그것만 해주세요.”
“…”
누나는 나를 보면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