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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54화 (54/270)

〈 54화 〉 54화

만약 연주가 새엄마를 죽도록 괴롭히고 있다는 정혜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연주는 나를 손바닥 안에 가둬두고 갖고 노는 악녀라고 봐야 했다.

이 경우에는 내 앞에서 보여준 연주의 모든 행동이 가식이고, 내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연기라고 보는 게 합당했다.

살짝 모자라서 챙겨주고 싶고, 굳이 귀여운 척을 하지 않지만 존재 자체가 귀엽고, 지금 내 앞에서 얼큰하게 취해 방실방실 웃고 있는 저 모습까지.

모든 게 거짓이어야만, 연주가 새엄마를 괴롭히는 악녀라는 가설이 합리적일 수 있었다.

‘…그게 말이 되나? 그치만 정혜가 나에게 은혜를 입은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어. 그렇다면…정헤 역시 이용당한 거라고 보는 게 더 가능성이 높겠지.’

반대의 경우도 소름 돋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주의 말이 사실일 경우, 연주의 새엄마는 사람을 갖고 노는데 도가 튼 가스라이팅 장인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미친년이라고 봐야 했다.

나는 정혜가 이용당했다는 가정하에, 일이 어떻게 여기까지 굴러왔을지 계산해봤다.

먼저 연주의 새엄마는, 자기가 소유한 카페의 직원인 정혜를, 자신을 ‘엄마’라고 생각할 정도로 깊이 의지하게 만든다.

그 뒤에는 자기를 엄마처럼 믿고 따르는 정혜의 앞에서, 연주가 괴롭혀서 힘들다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

그런 다음 연주가 카페 알바를 하게끔 유도해서, 안 그래도 연주를 극도로 증오하는 정혜가 연주를 괴롭히게 만든다.

`와. 진짜 미쳤네.`

막장이었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아무리 생각해봐도…연주 새엄마는 어마어마한 미친년인데?’

자기는 손 하나 안대고 자기 딸의 인격을 박살 내버리는 우아하고도 저열한 방식이었고, 연주를 증오할 뿐 아니라 정혜까지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있어야만 써먹을 수 있는 최악의 수법이었다.

나는 두 개의 경우를 머리에 심어놓고, 연주에게 새엄마에 대해서 물었다.

연주가 새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 더 알고 싶었다.

“엄마…어머니 얘기 좀 해주실래요? 왜 어머니가 연주 씨를 싫어하는데요?”

“으음. 사실 친엄마는 아니고 새엄마예요. 몇 년 전에 재혼하셨는데, 아빠가 저를 무척 좋아하니까 엄마가 저를 질투하는 것 같아요. 저는 엄마도 아빠도 다 좋은데…”

“왜 좋아요? 아무리 엄마라도 못되게 굴면 싫지 않아요?”

“아니에요! 사실…저는 엄마가 좀 불쌍해요. 아빠가 저 말고도 엄마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외롭지만, 엄마도 외로우니까…”

“…어머니가 평소에 어떻게 연주 씨한테 못되게 구는지 알려줄래요?”

“음…보통은 말로 아프게 하세요. 저한테 쓸모없는 년이라고…집안 망신이라고…아빠가 저한테 잘해주는 것도 제가 모자라서 그런 거라고…”

“…”

“그…민준 씨. 저희 다른 얘기 하면 안 돼요? 이런 얘기 하면요. 여기가…여기가 쿡쿡 아파와서요오…히히…”

연주가 자신의 심장을 손가락으로 쿡쿡 두드렸다.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어색하게 웃고 있는 연주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까 내 심장까지 아려왔다.

이건 도저히 연기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연주는 지금 취해있었다.

‘후우.…그럼 연주 새엄마가 빌런일 확률이 99%라는 소리인데…그래도 일단 마지막 남은 1%까지 검증은 해봐야겠지.’

연주의 무죄 확정까지 남은 건 단 1%였다.

하지만 그 1%로도 비워놓기 싫어서, 나는 연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주 씨. 제가 만약 연주 씨 말고 다른 여자랑 있으면 어떨 것 같아요?”

“…”

“연주 씨?”

“네? 아, 네에! 그그그…잘 못 들었어요.”

연주의 거짓말 실력은 완전히 꽝이었다.

취한 뒤에는 곧잘 하던 말도 다시 더듬고, 시선 처리도 무척이나 불안했다.

저런 실력으로는 7살짜리 아이도 속이지 못할 것 같았다.

“연주 씨, 우리 키스했었죠?”

“네? 네. 네네. 키스…키스했어요. 민준 씨랑 저랑 키스했어요.”

“그럼 제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면 어떨 것 같냐구요.”

“…”

“연주 씨?”

“화…화…화장실!!! 화장실 다녀올게요!!”

연주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장실을 향해 우다다 달려갔다.

취한 상태라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뛰어가는 걸 보니 아직 방향감각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엄청나게 필사적으로 뛰었던가.

‘좀 자극을 해줘야겠는데?’

어려운 얘기는 못들은 걸로 해버리는 연주의 선택이 그리 현명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리 연주가 도망쳐도 나는 오늘 그 답을 꼭 들을 생각이었다.

힐끗-.

나는 옆자리 헐벗녀들에게 잠시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들도 나를 쳐다봤는데, 이번에는 단순히 쳐다보는 거로 끝나지 않았다.

연주가 없어지자 그녀들은 더 과감해졌다.

“몇 살?”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블랙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내 옆으로 달라붙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일행인 엉밑살 숏팬츠녀도 눈치를 쓱 보더니 연주가 앉아있던 내 맞은 자리를 점령했다.

옆 테이블로 들이미는 궁둥이가 닌자처럼 날렵한 게, 이런 짓을 한 두 번 해본 년들이 아닌 것 같았다.

“발정 났으면 집 가서 자위나 하세요.”

나는 옆에 있는 여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흘겨보며 말했다.

원래 합석할 때는 한 번 튕겨주는 게 제맛이었다.

“와~ 어떻게 알았지? 나 욕먹으면 존나 흥분하는데. 자기 진짜 내 스타일이다.”

“그쪽은 제 스타일 아닌데요?”

“이이잉…그러지 말고, 자기 그거 알아? 나 자기가 차에서 내릴 때부터…엄청 젖었다?”

턱-.

옆에 앉은 여자가 내 손목을 잡았다.

연주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해서 보여줄 건 뽀뽀 정도로도 충분했는데, 이 년은 더 강한 걸 원하고 있었다.

스윽-.

그녀는 내 손목을 하복부로 끌어서, 내 손으로 자기 팬티를 만지게 했다.

턱.

손이 팬티에 닿자 어마어마한 습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진짜로 발정 나 있었다.

“봐봐. 나 엄청 젖었어. 자기랑 존나 하고 싶어. 개처럼 박히고 싶어서 미치겠어.”

“말 안 해도 그건 알겠네요.”

나는 검지와 중지로 끈적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팬티 위로 보지를 슬쩍 쓰다듬었다.

-스윽. 스윽.

“흐응…하악…좋아아…더…더 해줘어…”

“나중에. 오늘은 여자 친구랑 있어야 해서.”

나는 그녀의 팬티에서 손을 빼고는, 그녀의 허벅지에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어있는 손가락을 쓱쓱 닦았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데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내게 달라붙어서 팔짱을 깊게 껴왔다.

그녀가 달라붙어 있는 팔뚝에서 물컹물컹한 가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제바아아알. 응?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후장은? 여자친구랑 후장으로도 해봤어?”

“이거 푸세요. 여자친구 봐요.”

“그년보다 내가 더 맛있어. 맛있는 보지 먹어주면 안 돼요? 네? 섹스하고싶어요오오오~”

“하아…”

슬슬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야 섹스럭키가이’의 힘인지, 그냥 이년이 범상치 않은 걸레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구도는 나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내가 아닌 그녀가, 나에게 수작을 부리고 있는 구도였다.

화장실에 갔던 연주가 돌아왔을 때, 이런 경우에 어떻게 반응할지 몹시 궁금했다.

이 마지막 고비만 좋게 넘기면 더는 연주를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저저저저저…저기요!!!! 지…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이 도둑고양이!!!!!”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히 크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연주의 목소리가 확실했지만, 연주가 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손님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와 대형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로 왁자지껄 했던 술집의 분위기가 잠시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는 모두가 얼어붙은 그 순간에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희열을 느꼈다.

내심 내가 이러고 있을 꼴을 보고, 눈이 돌아간 연주가 어디서 식칼이라도 구해와 술집을 피바다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설령 새엄마가 빌런이라고 해도, 연주는 나를 눈이 돌아갈 만큼 사랑했으니까.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겨우 ‘도둑고양이’였다.

자기가 미친 듯이 좋아하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에게 한다는 게 딱 그 정도였다.

나는 마구니가 끼어있던 마음이 싹 정화되는 걸 느꼈다. 연주에 대해 좁쌀만큼 남아 있던 의심마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이러면…새엄마가 빌런 확정인가? 언제 한 번 만나봐야겠네. 아무리 장모님이라지만 내 신부 후보를 건드리는 건 선 넘었지.’

연주가 누명을 벗었다지만, 그럼으로써 연주의 새엄마가 빌런이라는 게 명확해졌으니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금단의 선을 넘어야 할지도 몰랐다.

`장모님…장모님이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미래 장모님이 빌런이라니까 무작정 퇴치하고 참교육을 하기는 어려웠다.

치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건데, 정혜를 갖고 놀 정도면 진짜로 만만치 않은 빌런이라서 치료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가장 극한 단계인 '자지 치료'까지 들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음…저번에 연주랑 통화할 때 목소리 들어보니까, 딱 싸가지 없고 도도한 미시 스타일이던데…’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머릿속에서는 ‘모녀 덮밥’이라는 하나의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다.

“이거 놔아!!! 놓으라고오오!!!!”

“아으~ 뭐니. 이거! 애새끼도 아니고. 참. 옷 다 버리겠네.”

치료를 핑계로 맛있는 모녀 덮밥에 대해 상상하며 멍을 때리는 사이에, 연주는 내 팔짱을 끼고 있던 블랙 드레스 헐벗녀와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이처럼 목에 매달리고 팔에 매달려서 그녀를 나에게서 떨어트리려고 애썼는데, 그러는 와중에 헐벗녀의 드레스가 벗겨져서 나는 헐벗녀의 유두를 잠깐 볼 수 있었다.

‘와. 씹갈두네. 돌기도 엄청 징그럽고.’

나를 걸고 펼쳐진 캣 파이트의 승자는 결국 연주였다.

피지컬은 헐벗녀의 압도적 우세였지만, 필사적인 태도와 복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옆 테이블로 돌아가는 헐벗녀를 보며 씩씩대던 연주가 느닷없이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

“나…나가요. 여기서 나가요. 민준 씨. 더러워요. 불결해요. 민준 씨가 오염돼요…빨리요. 여기 싫어요. 민준 씨가 오염되는 거 싫어요.”

“알겠어요. 나가요. 연주 씨.”

연주는 내 손목을 붙잡고 앞장서서 걸었다.

인파를 헤치며 씩씩하게 앞장서 가는 연주의 뒷모습이 꽤나 듬직해 보였다.

****

우리는 대리를 불러서 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갈 때까지, 연주는 내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연주가 빨리 방에 들어가자고 나를 재촉했다.

“우리 씻…씻어요. 민준 씨. 빨리 씻어야 돼요. 불결한 거 묻어 있어요. 씻어내야 돼요. 빨리요. 제제제제 제…가 옷 벗겨 드릴게요.”

방에 들어가자마자 연주는 그렇게 말하고 과감하게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연주가 워낙 안절부절못해 하니까, 야릇하다기보다는 정말로 내 몸에 뭔가 더러운 게 묻어있는 기분이었다.

샤아아아악-.

욕실로 들어가서 연주는 물을 틀어놓고 나를 물줄기 속으로 떠밀었다.

나는 연주의 움직임에 적당히 맞춰주며 몸을 씻어냈다. 백화점에서 혜미와 섹스를 한 다음 못 씻었기 때문에 굉장히 개운했다.

“여…여기 앉으세요. 빨리요. 제가 씻겨 드릴게요. 더…더러운 거 씻어야 해요.”

몸에 적당히 물을 묻히자, 어느새 거품이 잔뜩 난 샤워 타월을 손에 들고 있던 연주가 프로 세신사처럼 욕조를 툭툭 치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더러운 거냐며 연주를 놀리고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연주가 과연 나를 어떻게 씻겨줄지가 더 궁금했다.

나는 연주가 시키는 대로 욕조 테두리에 걸터앉았다.

내가 앉자마자 연주는 샤워 타올로 내 팔뚝을 빡빡 밀었다.

헐벗녀와 팔짱을 꼈던, 딱 그쪽 팔뚝이었다.

“아아. 좀 아픈데요. 연주 씨.”

“그…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씻어야 해요. 불결해요. 제가 씻겨 드릴게요. 민준 씨는 가만히 있어요.”

지금의 연주는, 연주치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터프했다.

성격뿐만 아니라 손길도 마찬가지였다.

연주는 땀을 뻘뻘 흘리며 내 팔뚝을 강력하게 닦아냈다. 때 미는 타월이 아니라 샤월 타월로 밀었음에도 팔뚝이 빨개질 정도였다.

팔뚝 다음은 팔목, 그다음은 손바닥과 손가락, 그리고 어깨와 허리, 가슴 순이었다. 전부 헐벗녀와 맞닿았을 법한 부위들이었다.

“씻어요. 씻을 거에요. 오염이에요. 민준 씨가 오염됐어요. 싫어요. 제가 씻겨 드릴게요. 민준 씨는 가…가만히 계세요.”

“이미 가만히 있는데요.”

“그…그래도 가만히 있어야 해요. 더러우니까. 너무 더러워. 도둑고양이 냄새가 나요. 민준 씨한테. 싫어요. 싫어. 제가 씻길 거에요. 깨끗하게 씻어. 없어질 때까지. 응. 도둑고양이가 없어질 때까지.”

“…”

연주가 아담하고도 탱글탱글한 가슴을 이리저리 흔들며 열심히 내 몸을 닦아주니까 기분은 좋았지만, 연주의 반응은 조금 무서웠다.

‘만약에 다른 여자랑 섹스하다 걸리면…자지를 아예 수세미로 빡빡 닦아내겠는데…?’

오싹-.

상상만으로도 자지가 움찔움찔거렸다. 연주는 생각보다 굉장히 청결한 여자였다. 내가 불결해서 그런지 갑자기 연주가 무섭게 느껴졌다.

“아아…안돼요. 거기 움찔움찔거리면 안돼요. 아직 다 못 씻었어요. 조조조…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깨끗하게…깨끗하게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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