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48화
드디어 숨을 쉴 수 있게 된 누나는 죽다 살아난 표정으로 다급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콜록대기를 반복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침이 줄줄 새어 나오는데도 누나는 아무런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그저 숨을 쉬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처럼 격정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그리고 처참하게 망가진 누나를 보고 있는 나의 속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갑자기 누가 찬물을 휙 끼얹은 것처럼 머리가 가라앉았다.
‘이건…나는…’
이번 섹스는 확실히 정상적이지 않았다. 나의 상태마저도.
섹스를 하면서 서서히 수위를 올리다 보니, 어느새 누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여차하면 누나가 정말로 잘못될 수도 있는 위험한 짓이었고, 사전에 협의한 행위도 아니었다.
내가 조르고 싶어서 졸랐고, 조르는 동안 느껴지던 손바닥의 촉감부터, 숨이 막힐수록 더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전에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조여오던 보지의 촉감까지, 재밌었다.
기절하기 직전에 목을 놔줬을 때, 고작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죽을 만큼 처절해져야 하는 누나의 얼굴을 볼 때 온몸에 소름이 일 정도로 짜릿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씨발…내가 원래 이 정도였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아니었다.
상황을 지배하고 여자를 지배하는 걸 좋아했지만, 어느 정도 선이 있었다. 절제력이 있었고, 절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까 누나의 목을 졸랐을 때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조르고 싶어서 졸랐고, 여자의 목을 조르면서 즐겼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범죄자 새끼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원래 이 정도까지 쓰레기 새끼는 아니었다. 천국과 지옥을 왕복한 루시퍼조차 울고 갈만한 심각한 타락이었다.
그래도 왜 이렇게 타락했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는 게, 천만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부작용…처음 신의 손의 부작용이 왔을 때도 딱 이 느낌이었지. 가슴 답답하고 머리에 열이 오르고…이건 확인이 필요하겠어.’
나는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누나를 잠시 내버려두고 일어서서 화장실 거울을 쳐다봤다.
그러나 섹륜안을 키고 거울을 바라봤지만, 머리에 부작용의 발현을 알리는 깜빡이가 들어와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절대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깜빡이도 없는데 부작용이 나타난 걸 보면, 부작용은 나타났다가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안에 스며든 것 같았다.
‘시발…한번 회까닥하고 끝나는 게 아니야…?’
나는 부작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옆에 있는 시은 누나만 해도 부작용의 여파 때문에 펨돔 여왕에서 육변기로 점점 타락하고 있었다.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정상인이었다가 얼마든지 사이코패스 사디스트로 바뀔 수 있었다.
`그래도 뇌까지 잠식하는 게 아니라, 발작하듯이 일어나는 느낌이라 최악은 아니다만…’
부작용이 서서히 나를 잠식해서 나를 언제나 남을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 난 성범죄자로 만드는 건 아니었다.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성적으로 따져봐도 그랬다.
어느 순간 상체에 열이 쏠리면서 부작용이 온다는 건, 항상 부작용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 트리거가 딱 맞물리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봐야 했다.
첫 번째도 그랬고, 두 번째도 그랬다. 시은 누나와 미친 듯한 하드 섹스를 나눌 때만 부작용이 나타났고, 시은 누나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몸을 섞을 때는 부작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험은 해봐야겠지만…시은 누나 자체가 포인트인 느낌은 아니야. 그보다는 얼마나 섹스를 하드하게 하느냐가 더 유력하지.’
나는 지금까지 나온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그렇게 정리해 본 결과, 이 부작용은 마치 내 안에서 서식하는 한 마리의 ‘흑염룡’이었다.
섹스의 수위를 1~10으로 나타낸다면 한 7~8까지는 잠잠하게 잘 참아내다가 그 위로 올라가면, 느닷없이 잠들어있던 흑염룡이 미쳐 날뛰어서 섹스의 수위가 갑자기 확 높아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니, 높은 것도 적당히 높아야지. 위험해…이 새끼 너무 위험해…’
내 원래 최대치가 10이라면, 흑염룡이 흑화해서 미쳐 날뛸 경우에는 100, 1000까지 수위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심지어는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 와리가리 치는 플레이를 할 때도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만약 이 녀석을 가만히 놔두면 장난이 아니라, 사지절단 섹스나 그 외에 상상하기도 끔찍하고 역겨운 그런 플레이들을 해댈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그 후폭풍으로 평생 콩밥만 먹던가, 화학적 거세를 당하던가, 교수형에 처하겠지.
무슨 판타지 세계였으면 차라리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여기는 21세기 대한민국이었다.
아무리 내가 어플빨로 날고 긴다고 해도 지금의 능력으로는 뒷감당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어딘가에 내 나라라도 세워서 윤리고 법이고 모두 내 멋대로 갖고 노는 21세기의 새로운 `황제`가 되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뒷감당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결국 봉인을 해야 한다는 거고, 그 말은 즉 이제부터 하드 섹스는 금지라는 소리였다.
‘젠장…의사 양반…그게 무슨 좆 같은 소리요…!’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로 인해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섹스는 자고로 하드 섹스가 진리이건만, 이제부터는 반강제적으로 순애 주의자 되게 생겼다.
‘씨발…이건 아닌데…’
마치 무협지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사부님의 원수를 갚겠다며 산속에서 수련만 하다가 쌉고수가 되어서 이쯤이면 되겠다고 하산했거늘, 갑자기 절맥이 생겨서 내공을 쓰면 온몸이 터져버리게 됐고, 그래서 내공은 싹 빼고 순수 검술로만 사부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그런 병신같은 운명의 주인공이 딱 나였다.
모솔 아다 겜창으로 살다가 이제 좀 섹스에 맛도 들이고 상상 속 페티쉬들도 만족시키나 했더니, 부작용 때문에 내 취향에 맞는 하드코어한 섹스는 할 수 없는 그런 몸이 되어버렸다.
‘좆같은 흑염룡 새끼…사이코패스 성범죄자 새끼…흑두루미 새끼…씨발…이건 아니지…크흑…’
온몸에 탈력감이 가득했다.
어플이 생기고 인생에 쓴맛이라고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내 인생에 태클이 이렇게 들어올 줄은 전혀 몰랐다.
‘후우…진정하자 일단. 이러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 되잖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자…어떻게든…’
나는 깊게 좌절했다가 다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좌절에 많이 빠져봤기에, 좌절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젊었지만 나름대로 스펙타클 하게 지랄 맞은 인생이었다.
나를 키운 건 엄마 아빠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깊은 좌절이었다. 어플이 생기기 전 내 인생은 정말 좆 같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교훈은 배울 수 있었다.
`불평불만은 병신들이나 하는 거야. 그때의 나처럼…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지금은 너무 달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말처럼, 이 기회를 통해서 더 단단해지고 부작용에 대응한 활로를 모색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의 나는 가진 것도 많았고, 앞으로 가질 건 더욱더 많았다. 병신처럼 좌절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 이 정도야 어플이 있기 전에 겪었던 고통과 절망에 비하면 그냥 좆밥이지. 섹스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배빵이나 보토바이 정도만 아니면 부작용은 안 오니까…게다가 뒷감당을 할 수 없으면, 아예 뒷감당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버리면 돼.’
희망을 찾자 절망에 잠식되어 있던 뇌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의 영특한 두뇌는 지금이 상당한 위기 상황임을 깨닫고 전례 없던 두뇌 가동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섹스는 적당히 하드하게. 그리고 직업은…무조건 사이비 교주.’
나의 부작용 대응책은 두 가지였고, 그 첫 번째는 수위 조절이었다.
흑염룡이 7~8 정도의 수위에서 미쳐 날뛴다면 딱 그 경계 안에서만 놀아주면 그만이었다. 이 수위에는 단순히 플레이적인 부분뿐 아니라 섹스의 진득함이라든지 천박함의 수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종합한 섹스 수위가 7~8을 넘어가는 섹스 파트너는 현재 차시은밖에는 없었다.
그러니 시은 누나랑 놀 때만 조심하고, 다른 애들과는 하던 대로만 하면 부작용 걱정은 일절 없었다.
더 하드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억지로 섹스 취향을 바꾸지 않아도 그럭저럭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건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대응책은 더 멀리 보기 위한 단계였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부작용이 무서웠지만, 부작용 그 자체로 무섭다기보다는 뒷감당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아예 뒷감당을 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직을 무조건 '사이비 교주'로 해야 했다.
교주가 되어서 돈을 요구하고, 몸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요구해도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내어주는 그런 충성스러운 신도들과 논다면, 혹여 흑염룡이 미쳐 날뛰더라도 뒷감당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가자…사이비의 길…!’
원래도 사이비 교주가 땡겼었는데, 이제는 그저 땡기는 게 아니라 필요해졌다.
그렇다면 무조건 몰빵 찍고 사이비 외길로 달릴 뿐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세계 최대의 사이비 종교로 만들어야지…섹스와 돈이 넘쳐나는 현세 천국을 우리 귀여운 교인들에게 선물해줘야겠다.’
아직 전직도 안 했건만 귀여운 교인들과 놀 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이제 부작용에 우려 따위는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 앞길을 막는다면 괴물 같은 흑염룡도 씹어 먹을 뿐이었다.
‘후우…이게 사나이고, 교주 마인드지…존나 듬직해…응? 웬 냄새지?’
교주 뽕에 취해있는 나를 일깨운 건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린내였다.
나는 거울을 보고 있던 몸을 뒤를 돌렸다.
누나는 아직도 욕실 바닥에 뻗어 있었는데 숨을 급하게 몰아쉬다 과호흡이라도 온 건지 혀를 쭉 내밀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기절해 있었다.
목에는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고, 왁싱부터 보토바이까지 받아내며 심하게 괴롭힘당한 보지는 아직도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쪽, 누나의 벌려진 다리 사이에는 노란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바로 그 노란 오줌 웅덩이가, 지린내의 근원지였다.
“하아~ 미안하다. 차시은. 나중에 수갑 플레이 한 번 당해줄게.”
누나에게는 정말 미안했다. 서울대 출신에다가 인터넷 검색창에 자기 프로필이 뜰 정도로 유명하고 잘난 사람이, 내게 목 졸려서 기절한 뒤 오줌이나 질질 싸고 있다니.
남자 한 명 잘 못 만나서 시은 누나의 인생도 참 개같이 꼬여버렸다.
“아니지. 얼마나 남자를 괴롭히고 다녔으면 나 같은 사람을 만나겠냐. 다 지 업보지.”
쏴아아악-.
나는 욕조에 걸려있는 샤워기 호스를 길게 뽑은 다음에 누나의 몸에다가 물을 뿌렸다.
노란 국물이 전부 씻겨 내릴 때까지 물을 충분히 적셔주고, 바디워시까지 구석구석 발라준 다음에 헹궈냈다.
“으읏차.”
나는 누나를 씻기면서 겸사겸사 내 몸도 씻고는, 욕실에 비치된 수건을 있는 대로 가져와 누나의 몸에 툭툭 덮어서 급속으로 말린 다음 누나를 침대로 옮겼다.
이제는 기절한 사람 옮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나중에 혹시라도 어플이 사라지면, 전문 시체 청소부 같은 걸 해도 먹고 사는 데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털썩.
“후우…힘드네…그래도 뒷처리는 끝까지 해야지…”
나는 누나를 킹사이즈도 넘어 보이는 넓은 침대에 눕혀 놓고, 방구석에 있는 대리석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누나의 핸드백을 뒤졌는데, 마침 목과 손목을 함께 묶을 수 있는 구속구가 들어 있었다.
이 방에는 수갑을 고정시킬 만한 침대 프레임이 없어서 고민했는데, 목과 양 손목을 역 T자로 묶어주는 이 구속구라면 프레임 없이도 누나를 제대로 묶어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꽈아악-. 꽈악-.
나는 기절해있는 누나의 몸을 돌려서, 목과 손목에 구속구를 채우고 고정 스트렙을 꽉꽉 잡아당겼다.
기절해있는 여자에게 이런 짓을 한다는 게 미안하긴 했지만, 차시은은 단순히 `여자`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도 살아야지. 누나랑 놀다가 부작용도 온 건데…이 정도는 해도 되잖아?”
나는 누나의 구속을 마치고 침대 위로 올라섰다.
누나는 마치 뒷짐을 진 채 큰절을 하고 있는 자세로 침대 위에 먹기 좋게 놓여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어서 높이를 조절한 다음에 누나의 보지에다가 내 자지를 갖다 대었다.
영락없는 후배위 자세였는데, 손목이 뒤로 묶여있으니까 더더욱 꼴렸다.
“미안해. 누나.”
슬슬 육변기화가 되어 간다지만 아직도 시은 누나에게는 여왕 성향이 남아 있었다.
목을 졸라서 자기를 기절시킨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그러니까 누나의 기분을 풀어줘야 했다.
“자지 먹고 기분 풀어.”
-푸우우욱.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