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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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눈나. 내일 오전에 만나쉴? 고민 상담 좀.]
시은[무슨 고민 상담? 돈도 많은 애가…여자 고민?]
민준[ㅇㅇ. ㅋㅋ. 만나서 얘기해줄게. 지금 존나 소름돋음.]
시은[그래. 대신 상담료 있음.]
민준[뭔데? 섹스?]
시은[ㅇㅇ.]
민준[ㅇㅋ. 대신 수갑이면 안 함.]
시은[까비.]
민준[ㅋㅋ.]
“치. 수갑이 뭐가 어때서…그치. 멍멍아~?”
“네…? 네. 네. 주인님. 수갑이 최고예요. 주…주인님이 묶어주시는 수갑이 제일 좋아요.”
“멍멍이라고 불렀는데…왜 사람 말을 해?”
“아…으…”
쉬이이익-.
핸드폰으로 민준과 문자를 주고 받던 시은이 다짜고짜 발을 날렸다.
단련된 하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이 완벽한 중심이동을 통해 발등으로 모여들었고, 바닥에서부터 바람 갈리지는 소리를 내면서 상승한 시은의 발등이, X자 형틀에 손발이 묶여 있는 남성의 낭심에 정확히 적중했다.
퍽——!
“으그윽…!!! 으기기이이이잇!!!!!!”
“시끄럽네…”
“으아으…으그윽…으극…”
실핏줄이 터져서 빨갛게 충혈된 남자의 눈은 튀어나올 지경이었고, 입가에서는 침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터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낭심을 세게 가격당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남자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죽였다.
입을 닫고 코로 새어 나오는 거친 숨소리마저 어떻게든 참아냈다.
앞에 있는 여왕의 심기를 거스르면, 이것보다 더 큰 고통과 공포가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머리로 아는 게 몸에 새겨진 공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어때~? 맞으니까 좋아? 내가 때려주니까 좋지?”
“으게엑…으극…네…좋아요…맞으니까 좋아요…주인님한테 맞아서 행복해요…”
남자는 공포와 쾌락에 질려 대답했다.
시은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넌 맞는 걸 좋아하니까…난 때리는 걸 좋아하고…”
시은은 조용히 읊조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난 때리는 게 좋은데…근데 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이 문제 때문에 심사가 뒤틀리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는 문제로 이렇게 되어버린 건….
그래, 김민준을 만난 뒤부터였다.
‘나는…내…취향은…’
첫사랑에게 차인 이후로, 시은에게 남자란 지배해서 갖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었다.
질릴 때까지 갖고 놀다가 망가트리고, 그것도 질리면 갈아치우는 그런 장난감.
소녀처럼 풋풋한 마음으로 어렵게 고백했을 때는 남자에게 차였지만, 여왕이 되고 나니 남자들을 자신에게 복종했다. 그것도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털털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먼저 다가가서 살살 꼬시다가, 점점 자신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망가트렸다. 때리고 복종시켰다. 그러다 질리면 가차 없이 버려버렸다. 그 모든 게 재밌었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놀이처럼, 예상대로 딱딱 들어맞는 상황과 그 상황에 들어있는 남자를 취향대로 지배하고 망가트리는 게 참을 수 없이 즐거웠다.
자신은 지배하는 게 천직이었고, 오로지 지배하기 위해서 태어난 그런 여자였다.
‘그런데 왜…그 녀석만 생각하면…’
시은은 손을 들어서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
얼마 전에 만나서 같이 놀았던 남자. 아니, 남자라기엔 아직 아름다운 소년의 티가 남아있어서 한입에 삼켜도 비리지 않을 것 같던 그 아이. 김민준만 생각하면 자신이 이상했다.
‘대체…민준이랑 어떻게 논 거지…기억이 안 나…’
호텔에서의 기억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다. 다만, 그때 그 호텔에서 일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면 자꾸만 배가 당겨왔다. 배꼽과 그 주변이 쓰라리고 욱신거리고 간질거렸다. 배가 마치 안달 난 보지처럼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보지는 자지는 박아주면 울음을 그쳤지만, 복부에서 보내오는 발정 신호에는 어떻게 응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차마 생각하기도 싫었고, 인정하기도 싫었다.
‘민준이만 생각하면…어째서…나는 때리는 걸 좋아하는데…지배하는 걸 좋아하는데…’
위험한 기분이었다. 시은은 생각하는 걸 그만두었다. 김민준만 생각하면 자신의 가장 깊은 곳부터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짜증 나고 답답했다.
그래서 그녀의 플레이는 요즘 더 과격해졌다. 손발이 묶여서 저항조차 못 하는 가엾은 섹스 파트너들을 거침없이 때리고 부숴버렸다.
하지만 그런데도 무언가가 부족했다. 아무리 채찍을 휘두르고 자지를 뭉개버려도 절대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절대 빼낼 수 없는 가시처럼 가슴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짜증 나…답답해…’
그 결핍이 그녀의 기분을 몹시 더럽게 했다. 그녀는 중학생 때 이후로 지금껏, 그녀 자체로 결핍 없이 완벽한 여왕으로서 살아왔다.
이제와서 누구에게 매달리고 애원하기는 죽어도 싫었다.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그 반대면 모를까.
“야…때려줄까?”
“네. 네. 때려주세요. 주인님의 은총을 내려주세요.”
“…으이구~ 미친 새끼. 너도 이제 질린다. 슬슬 버릴 때가 됐어.”
“으으아아으…아…안돼요!!! 주인님!! 잘 못 했어요. 크흡…잘 못 했어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끄읍…제발요…저 죽어요…주인님 없으면 죽어요…”
“그래? 그럼 짖어봐. 나 개 좋아하는 거 알지? 진짜 개처럼 짖으면 조금 더 귀여워 해줄게.”
“으르으르으르. 왕!! 왕!! 왕!!!”
“프흡. 병신 새끼.”
시은은 다시 남자를 때리기 시작했다. SM 플레이용 도구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잘 단련된 주먹과 다리로 남자의 온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성관계라기엔 그저 폭력일 뿐이었지만, 남자는 행복한 마음으로 시은의 폭력을 받아들였다.
몸은 물론 아팠지만 남자는 이미 시은에게 복종하고 시은에게 맞을 때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답도 없는 성노예였다. 물론, 처음부터 남자가 이런 성향이었던 건 아니었다.
몇 달 전쯤. 남자는 아주 우연적이고도, 매우 불행하게도 시은이 일하는 피트니스 센터에, 그저 운동을 하기 위해 찾아갔을 뿐이었다.
퍽. 퍽. 퍽.
“크히익…!! 그흐게엑!!! 켁!! 켁!!”
시은은 남자의 배를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짜증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답도 없는 장난감인 이 남자는 몰라도, 자신이 이런 짓을 당하면서 기뻐할 리가 없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조차 기분이 나빠서, 시은은 계속해서 남자의 배를 때렸다.
그러나 아무리 과격하게 때리고, 남자를 매도해도, 시은은 어느샌가 자신의 복부에 새겨진 암컷의 낙인을 벗겨낼 수 없었다.
****
시은 누나와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저번에 비싼 걸 사주기로 약속했으니 호텔에 있는 파인 다이닝에 데려갔는데, 사실 처음 가는 거라 걱정했지만, 시은 누나가 굉장히 능숙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
만족스럽게 메인 디쉬를 먹고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후루룩 마시면서, 나는 슬며시 연주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시은 누나는 굉장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얘기 사이사이에 맞장구를 쳐주었는데, 좋은 리액션에 텐션이 올라가서 연주 썰을 술술 풀어낼 수 있었다.
“민준아. 얘기 잘 들었고. 누나가 보기에는 그년 그거 완전히 또라이다.”
“왜요? 어떻게 그렇게 단정해요?”
“그 정혜라는 애. 연수대 다닌다며.”
“네. 그런데요.”
“원래 고학력자 말이 다 맞아. 괜히 고학력자겠냐? 똑똑하고 생각이 깊으니까 고학력자지.”
“에이. 그럼 누나랑 저는 완전히 나가리죠. 입도 뻥끗 못 하고 살아야겠는데?”
“나는 왜? 나는 서울대 나왔는데?”
“네?”
폭탄 발언에 머리가 띵했다. 시은 누나는 정말 예뻤지만, 공부 잘하게 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많이 솔직히 말하면 존나 비치에다가 양아치같이 생긴 얼굴이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스타일도 딱 그랬다. 오늘도 시은 누나는 콜라병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딱 붙는 스판 재질의 미니 드레스를 입고 왔는데, 너무 짧아서 서빙하는 식당 종업원이 남사스러워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와는 담을 쌓아도 성벽만큼은 쌓았을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서울대’ 이 지랄 해버리니까 머리가 띵했다. 겁나 띵했다.
믿었던 걸레 비치가 사실은 처녀에다가 쑥맥인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서울대 나왔다고. 수도서울대 체교과. 심리학과 복수전공.”
“씨발…구라치지 마요. 못 믿겠으니까. 인증 해보던가.”
“그건 어렵지 않은데…내가 왜? 인증하면 뭐해줄 건데?”
“시키는 거 다…는 아니고…수갑만 아니면 웬만하면 들어드릴게요.”
“흐응~ 그래. 그럼 인터넷에 내 이름 쳐봐.”
나는 누나가 시키는 대로 초록창을 켜서 누나의 이름 석 자를 검색해봤다. 이쯤 되니 진짜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믿기 싫었다.
누가 몰래카메라라고 해줬으면 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창에 뜬 누나의 프로필 속 학력정보에는 정말로 '서울대'라고 적혀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프로필이 뜰만큼 누나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는 진짜 서울대라는 걸 확인하니까 갑자기 시은 누나가 너무나 낯설었다.
“아…나는 고학력자랑 친구 못하는데…우리 절교해요. 그냥.”
“정혜라는 애랑은 썸 탄다며. 개도 고학력자잖아.”
“그건 썸이고…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날카롭게 지적해요? 누나 지금 되게 낯선 거 알아요?”
“헐…자격지심 심하네? 우리 민준이 공부 못해?”
“아니요. 저는 서울대보다 대학 랭킹 높은 유서 깊은 외국 명문대 갈 건데요?”
“기부금 왕창 내고?”
“…진짜 낯설다…”
누나와의 식사는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꿀꿀해진 기분을 달래기 위해 곧장 호텔 룸으로 향했다.
호텔 식당에서 식사하니 이동 시간 없이 바로 룸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편했다.
우리는 호텔로 들어와서 먼저 씻었다. 무언가를 먹었으니 관계 전에 몸을 청결을 관리하는 건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였다.
누나 편하게 씻으라고 먼저 씻고 나와서 가운을 입은 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욕실에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아~~ 잠시만 일로 와바아~”
“네. 기다려봐요.”
나는 곧장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시은 누나의 목소리에 야릇한 콧소리가 가득한 게, 씻는 동안 꼴려서 욕실 섹스라도 하자는 건 줄 알았다.
근데 막상 욕실에 가보니,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음…”
나는 충격적인 광경에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누나는 넓은 욕실 바닥에 아이를 낳는 자세로 누워있었는데, 개구리처럼 벌려진 누나의 다리 사이, 그러니까 보지가 달려있어야 할 자리에는 처음 보는 하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순간 시은 누나가 이제 이런 비치스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며 인생에 대한 회한을 느끼고 그에 대한 극단적 대책으로 보지 구멍을 막아버린 건가 하고 몹시 당황했지만, 나는 그게 곧 왁싱 테이프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보고 있지만 말고 빨리 와서 이것 좀 떼조오. 누나 혼자 하면 힘들어.”
“아…예…”
나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누워있는 누나를 뻔히 감상했다.
아까 낯설다고 했지만, 진짜 낯선 건 지금 이 순간의 누나였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누나가, 내가 알던 누나와는 근본적으로 뒤틀려있는 것 같았다.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여왕님이 제모를, 그것도 음모 제모를 도와달라고 하다니.
콧대 높고 자존심 강한 시은 누나가 이런 부탁을 해올 줄은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뭐지 이건? 순한 맛인가?’
궁금했지만 왜 갑자기 누나가 순한 맛이 되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내 눈앞에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듯 드러누워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누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처음에는 유혹하는 듯하다가, 내가 뻔히 보면 볼수록 수치스러움에 조금씩 발그레해지는 누나의 얼굴이 너무 배덕하고 꼴려서, 나는 억지로라도 더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시은 누나를 최대한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
“…숨은 왜 참아요? 누나가 해달라면서요. 막상 제가 앞에 있으니까 부끄러운 거에요?”
나는 내가 들어도 얄밉고 짓궂은 음성으로 누나에게 말했다.
내 음흉한 표정과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시은 누나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뭐지. 이 누나 갑자기 왜 이러지.’
어디서 숙녀숙녀 열매라도 따 먹고 온 건지, 매콤해야 할 시은 누나가 갑자기 이래 버리니까 심장이 콩닥대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원래 눈물 콧물 쭉쭉 뽑으면서 먹어야 하는 핵불닭만큼 매콤한 누나였는데, 그 위에 치즈 가루가 솔솔 뿌려져서 딱 입맛에 맞는 맛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비치스러운 얼굴에 콜라병 몸매, 그리고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수치스러운 표정의 조화는 정말 기가 막혔다.
“몰라…빨리 때기나 해…”
“에이. 갑자기 태도가 너무 쌀쌀하다…이러면 도와주기 싫은데?"
“아까 내기했잖아. 시키면 뭐든 한다고 했잖아.”
“아~~ 그거 여기서 쓰는 거였구나. 그럼 도와줘야지.”
나는 활짝 벌려져 있는 누나의 매끈하고 탄탄한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잔뜩 경직되어 있는 게 보이는 누나의 다리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 손바닥으로 누나의 허벅다리를 찰싹 때렸다.
짝-.
“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