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39화
이미 섹스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것보다 섹스 운이 더 강해진다면 정말 밥만 먹고 섹스만 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것 자체는 무척이나 바람직했지만, 그러다가 정말 얀데레라도 만나면 그건 곤란했다.
더군다나 굳이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가 따먹은 여자의 전 남친, 혹은 전남편이 찾아와서 내 뚝배기를 깨려 하는 정도의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아, 몰라. 그런 거 걱정할 거면 애초에 따먹지도 말아야지.’
잠시 걱정했지만, 결국 결론은 될 대로 되라였다.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집에 콕 박혀 있어도 묻지 마 살인범이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 그럴 거면 그냥 안전하게 지금 죽는 게 나았다.
‘그래. 그냥 지금처럼 좆대로 살지 뭐. 이미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위험하다고 멈출 거였다면 이런 삶을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왕 산다면 당장 죽어도 멋져 보일 정도로 화려하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대비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대비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었다. 또 아무리 대비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내가 무슨 난리를 피워도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대비고 나발이고 그냥 현재 내 삶에 집중하는 게 답이었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내 결론은 그랬다.
“음. 역시. 멘탈 관리가 중요해.”
가볍게 생각하자 휴대폰 속 으스스한 메시지도 얼마든지 가벼워졌다. 나는 경쾌한 손놀림으로 세상은 돈과 여자 어플을 끄고, 은행 어플을 켰다.
섹스 중에 미현 누나가 두 번이나 기절했으니, 깜짝 실적을 기대해볼 만했다.
*계좌 : 2,756,174,209
“크흐~~~ 이거거든.”
십억을 넘길 거라고 살짝 기대하긴 했는데, 실제 들어와 있는 돈은 거의 30억에 가까웠다. 마지막에 내가 정신을 잃고 허리를 흔들 때쯤, 누나도 쾌락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댄 게 분명했다.
신의 손이 생겨난 뒤로 쾌감 수치가 미친 듯이 잘 떠서, 이제는 섹스 한판에 기본 십억이었다.
쾌감이 너무 과다해서 여자들이 자꾸 기절한다는 패널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기절할 때까지 빨아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해서 괜찮았다.
나는 약속한 대로 누나에게 1억을 보내줬다.
계좌 이체 한도를 푸는 게 미친 듯이 귀찮았기에, 내일 은행 가서 해결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런 건 자는 사이에 깔끔하게 넣어주는 게 간지일 것 같아서, 꾸역꾸역 인증을 완료하고 약속한 돈을 이체해 주었다.
펠라치오 가격까지 합쳐서 총 1억1천을 누나에게 주었지만, 나는 누나 덕분에 20억을 훨씬 넘게 벌었으니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었다.
게다가 중간에 내기를 하면서 ‘섹스 자유 이용권’ 5회를 얻어냈으니 오늘 미현 누나와의 섹스는 그야말로 선물 종합 세트라고 할 수 있었다.
‘큭큭. 누나 내일 일어나면 좀 놀라겠는데?’
내일 일어나서 매콤한 돈맛에 깜짝 놀라 나에게 안겨올 누나를 상상하며, 나는 누나의 옆으로 가서 누웠다.
워낙 만족스러운 섹스를 한 뒤라서, 잠이 솔솔 왔다.
‘음…내일은 꼭 모닝 섹스 조져야지…돈맛을 보고 미쳐 날뛰는 누나를 그 즉시 따먹는 거야…능동적인 미현 누나도 기대되는군.’
나는 내일의 섹스 계획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당연하게도, 그때까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야 섹스럭키가이`의 파멸적인 능력이 운명을 뒤틀어서 어떤 태풍을 불러올지. 전혀 알지 못했다.
****
위이이잉-. 위이이잉-.
“아이 씨발…”
내 입에서는 걸쭉한 욕이 절로 세어 나왔다.
섹스와 게임할 때 빼고는, 교양 없이 입 밖으로 욕을 내뱉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건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몸은 찌뿌등했고 뇌는 지끈거렸다. 이런 거지 같은 몸 상태를 볼 때 지금은 무조건 아침 9시 이전이었다.
재수생 생활을 시작하고 이렇게 빨리 일어나본 적은 처음이었다.
턱. 턱. 턱.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손을 뻗어서 침대 바로 옆에 놓여있는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턱턱 만져댔다. 그러기를 몇 번 하니까 진동이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눈을 감고도 익숙한 그림감으로 따져봤을 때 이건 분명 내 핸드폰이었다.
‘누구냐 대체.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연주나 시은 누나라면 봐주겠지만, 그 이외의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연은 여기에서 끝이었다.
섹스 후에 꿀잠도 못 자고 아침 댓바람부터 나를 깨워댄 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여보세요.”
“아, 이제야 받으셨네. XXXX번 뽀르쉐 차주 분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아~ 여기 서울 강남경찰서입니다.”
경찰서라는 말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몸을 곧장 일으켰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경찰서라니까 안 좋은 예감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경찰서에서 온 전화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기분이 참 주옥같았다.
“경찰서에서 무슨 일이시죠?”
“아. 소유하고 계신 뽀르쉐 차량이 손괴가 돼서요. 혹시 경찰서에 잠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손괴라면…누군가한테 파손당했다는 얘기죠?”
“예. 예. 새벽에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었습니다. 차량 보닛하고 헤드라이트 쪽에 파손이 있는데, 보닛에 신발 자국이 많이 있는 거로 봐서는 누군가가 차량 위에 올라타서 방방 뛰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꽈악-.
올라오는 혈압에 나는 핸드폰을 꽉 쥐었다.
곤히 자는 동안 귀여운 붕붕이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줄이야.
‘아이 싯팔. 어떤 새끼인지는 몰라도 뒤졌다 진짜.’
붕붕이를 방방이로 착각해서 신나게 뛰어놀았나 본데, 어떤 미친놈이 내 뽀르쉐를 방방이로 쓴 건지는 몰라도 꼭 조져버리고 싶었다.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혹시 변호인을 섭외하면, 그분이 대신 출석해서 진술해도 상관없나요?”
“예? 아, 예. 뭐 가능은 한데…아마 웬만한 변호사들은 그렇게까지 안 해줄 겁니다. 아예 당사자 없이 대리로 진술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쉬운 일이 아니라지만 가능만 하면 상관없었다. 따따블 부르든 따따따블을 부르든 하면 알아서 다 해주겠지.
아무리 화가 나서 범인을 잡아 참교육을 시키고 싶다지만, 경찰서에 가는 건 귀찮았다.
귀찮은 것뿐만 아니라 그 시간에 미현 누나와 모닝 섹스를 조지면 최소 몇억은 벌 텐데, 내가 직접 시간을 들여 경찰서에 간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어차피 개미 눈곱만한 돈이면 변호사가 알아서 다 해줄 텐데.
“아,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사건에 관련해서는 이 번호로 연락하라고 알려드리면 될까요?”
“네, 네. 그래 주시면 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뚝-.
나는 전화를 끊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부터 했다.
찬물이 얼굴에 닿으니까 올라왔던 열이 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타월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톡톡 닦아내고, 미니바에 들어있는 생수를 하나 꺼내서 벌컥벌컥 마신 뒤,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들었다.
뽀르쉐를 샀을 때 받았던 딜러의 명함이었다.
나는 명함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딜러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는 혹시 아는 변호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딜러에게 받은 번호로 연락했더니, 차분하고도 지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 듣고도 지능 지수가 높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이지적인 목소리였다.
-변호사 유인영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다름이 아니라…”
나는 변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리 출석을 부탁했다. 하지만 경찰관의 말대로 변호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나는 지지 않고 곧바로 현금술에 들어갔다.
-아무리 바쁘셔도 직접 가서 진술하시는 게 결국에는 더 편할 겁니다.
“혹시 페이는 얼마나 생각하시나요? 대리 진술까지 해주시면 페이는 따따블로 드리겠습니다.”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절차 상…
“그냥 열 배로 드릴게요. 안되면 다른 변호사 알아보겠습니다.
-…열 배면 얼마인지는 알고 계시나요?
“뭐, 한 일억 넘나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럼 됐네요. 열 배 드릴 테니까 해주세요.”
-정 그러시다면…알겠습니다.
지적인 목소리의 유인영 변호사 역시 현금술에는 맥을 못 추렸다.
나는 유인영 변호사가 시킨 대로, 그녀가 메일로 보내준 서류들을 작성해서 그녀에게 팩스로 보내주고 계좌로 착수금을 즉시 입금했다.
이제 나에게는 억단위가 아니면 다 푼돈이라서 억 이하라면 얼마를 쓰든 별 감흥은 없었다.
“후우…”
상황을 일단 해결되자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뜻밖의 악재가 찾아오긴 했지만, 훌륭하게 대처해 냈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했다. 뭐, 전화 몇 통 돌리고 돈을 뿌린 것밖에 한 건 없었지만 그래도 그거면 충분했다.
‘짜릿해. 역시 현금술이 최고야.’
시장 경제에서는 역시 돈이 많고 봐야 했다. 심지어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게 사들인 시간에 나는 섹스나 즐기고, 또 돈이나 벌면 장땡이었다.
“으으음…흐아암…”
누나는 이제야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팔다리를 쭉쭉 뻗을 때마다 출렁이는 누나의 초거유를 보고 있으니, 이성적으로 돌아가던 머리가 급히 멈추고 좆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어제 입금한 1억을 누나가 확인할 때까지 섹스를 미룰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바뀌었다. 꼴려서 참을 수 없었다.
“일어나봐요. 누나. 빨리.”
“흐으응. 왜에에. 나 너무 피곤해에.”
“왜긴 왜야. 섹스해야지.”
“…흥. 누가 해주는데? 내가?”
누나는 일어나자마자 앙탈을 부렸다. 꽤나 앙칼졌지만 내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제 했던 내기 기억나요?”
“…으응?”
“섹스 자유 이용권 1회, 지금 쓸게요.”
“아니…잠시마안…”
나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마치 사자가 먹이를 노리듯 네발로 성큼성큼 다가가니까, 누나가 나를 피해서 슬금슬금 몸을 뒤로 빼냈다.
“아니이…아침부터…이러며언…”
“아침이니까 더 좋잖아요. 상쾌하고.”
“그러니까 너는 좋은데…나는…도저히…어제도 그렇게 해놓고…잠시! 잠시마안…!”
“응, 안 돼. 섹스할 거야.”
“읏…!! 흐읏…!!”
-물컹물컹.
나는 길고 긴 침대를 기어가서 기어코 누나의 가슴을 쥐어 잡았다.
누나의 가슴을 쥐고 있으니 경찰서고 차량 손괴 사건이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또다시 마약 같은 김미현의 가슴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흐응…하으…잠시마안이라고 했는데에…나빠아…하읏!! 으그…가슴만…맨날 가슴만 만지고오…읏…!!”
누나의 가슴 테라피는 최고였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누나의 가슴을 만진다면 즉시 쾌차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가슴을 만질수록 머리가 촤악 가라앉고 혈액 순환이 원할해졌다.
-주물주물주물주물.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아침부터 젖나라 여행을 떠났다.
****
미현 누나와 모닝 섹스를 진하게 조졌다. 누나는 또 기절했고 나는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서 한숨 더 잤다.
그러다 보니 프런트에서 전화로 체크 아웃 부탁했고, 우리는 슬금슬금 일어나서 가볍게 씻고 곧바로 체크 아웃을 했다.
누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고, 나는 택시를 타고 저번에 갔었던 중고차 판매장으로 향했다.
뽀르쉐를 수리할 동안 탈 만한 차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렌트만 해도 충분했지만,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니, 꼴리는 게 있으면 차를 한 대 더 사도 괜찮을 것 같았다.
미현 누나[가슴에 온통 멍밖에 없잖아!! 목에 키스마크도 엄청나게 많아!!]
미현 누나[어떡할 거야. 멍청아아. ㅡㅡ.]
나[와, 어떻게. 아무것도 못 하겠네. 당분간은 집에서 쉬어야겠다. ㅎ]
미현 누나[너어. 일부러 이랬지?? 진짜 죽는다!!]
나[앞으로는 쭉 일 나가지 마. 나랑만 섹스해. 김미현.]
미현 누나[뭐래. 느끼해. 변태. 멍청이.]
나[돈 많이 줄게. ^^]
미현 누나[고마운데 짜증 나!]
누나와 문자를 하다 보니 금방 매장에 도착했다.
나는 뽀르쉐를 살 때 인연을 맺은 딜러 아저씨를 대동하고 수많은 외제 차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한번 와봐서 그런건지 아니면 돈이 많아져서 그런건지 전과는 확실히 느껴지는 감상이 달랐다. 전에는 하나하나가 엄청나 보였는데 이제는 그냥 다 장난감 같았다.
나는 수많은 장난감 중에서도 가장 장난감같이 생긴 차를 골라서 구매했다.
람보루기니 엔트리급 모델이었는데, 차가 아니라 거의 항공기나 우주선 같이 생긴 녀석이었다.
차량 내부에 버튼이 너무 많이 달려있어서 운전하기 불편할까 싶었는데 막상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게 어려운 것도 없었다. 달려있는 기능이야 엄청나게 많았지만, 핸들하고 악셀만으로도 차는 충분히 굴러갔다. 게다가 뚜껑도 멋있게 잘 열렸다.
차를 사면서 예전처럼 계좌로 현금 완납을 바로 때려버리니까, 딜러 아재는 거의 황제를 대하듯 나를 극진히 모셨다. 부담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띠리링-.
계약서 작성을 끝내고 차 키를 받아서 차에 시동을 거는데 핸드폰에서 전화가 울렸다. 떠오른 번호를 보니 유인영 변호사였다.
“네. 변호사님.”
-피의자들 경찰서에 와서 조서 쓰고 있는데, 경찰서로 오시겠어요?
“아, 갈게요. 얼굴은 한번 보고 싶으니까…한 30분 걸리겠네요.”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