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8화
그나마 누나와 내가 성적 취향이 비슷해서 다행이었다.
누나의 이상행동을 보고 있자니, 머리에 색기를 집어넣으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 건지 감이 확 잡혔다.
색기를 머리에 주입하게 되면 단순히 섹스만 생각하는 바보가 되는 게 아니라, 성욕과 함께 자신의 성적 취향이 극단적으로 강화되는 것 같았다.
‘그래, 처음에 누나가 보였던 행동이나 말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누나는 처음부터 발광하던 게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여왕 성향을 억누르고 나를 유혹해서 수갑을 풀게 만들려고 했었다.
단순히 자지 보지 거리며 섹스만을 위해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머리를 굴리고 인내심을 발휘할 줄 알았다.
좀비로 치면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 지능이 있는 좀비가 되는 것과 비슷했다.
‘하…이거 골 때리네.’
차라리 섹스 바보가 된다면 자지만 꽂아주면 만사 오케이였다. 그런데 지능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성적 취향만 미친 듯이 강화된다면 그건 곤란했다. 내 손으로 역대급 사이코패스 성범죄자를 만들어 낼지도 몰랐다.
‘어쩌면…연주가 미친 얀데레로 변한다든가…’
-오싸아아악.
상상만으로도 뒷골이 땡겼다. 시은 누나야 애초에 성향이 펨돔 여왕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큰 충격은 없었다. 단지 신의 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처음으로 알아가는 과정이라 가슴을 졸였을 뿐.
하지만 연주는 달랐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나의 힐링 버튼이자 세상에서 제일 순진하고 착하고 귀여운 연주가, 알고 보니 미친 얀데레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었다.
‘물론, 아직은 가정일 뿐이지만…그래도 가능성은 존재해…후우…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공부하는 수밖에.’
신의 손은 정말 위험한 능력이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평생 안 쓸 수는 없으니, 쓰려면 제대로 쓰는 수밖에.
‘음. 상황은 나쁘지 않아. 실험체는 있으니까.’
나는 마음속에 학구열을 가득 품고, 오래도록 발광하다가 서서히 조용해져서 지금은 입을 다문 채 나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시은 누나와 눈을 맞췄다.
무언가를 탐구하는데 이렇게 열의가 느껴지는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배웠어야 할 기분을 호텔에서 배우고 있었다.
“누나, 누나한테 진짜 고마운 게 뭔 줄 알아요?”
“…내 허락 없이 말하지 말랬지. 노예 자지 새끼야…”
“누나만큼 좋은 실험체가 없어.”
“씨발…닥쳐…너 이거 당장 풀어. 노예 새끼가 감히…감히 어떻게 이런 짓을…!!”
아무리 생각해도 실험체가 시은 누나라 정말로 다행이었다. 설령 직접 발로 뛰면서 실험체를 구하려고 했다고 한들, 누나 같은 좋은 실험체는 절대 찾지 못했겠지.
‘진짜 시은 누나라 다행이야.’
우선 몸이 튼튼하니 아무리 미쳐도 걱정이 없었다. 만약 연주나 미희 누나가 시은 누나처럼 날뛰었다면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진작에 뼈가 부러지고 탈골되고 난리가 났겠지.
더군다나 멘탈과 성적 취향이 워낙 단단하고 확고하니, 잘못해서 인격이 확 바뀌어 버린다든가 하는 걱정이 없어서 좋았다.
지금의 시은 누나는 그저 매운맛일 뿐이었다. 가지고 있는 성향은 그대론데 캡사이신을 줄줄 뿌려놔서 극한으로 매워졌을 뿐이었다.
뭐, 너무 매워서 웬만해선 먹지 못할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무엇보다 좋은 점은 누나가 나와 같은 타인을 지배하려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지배하기 위해선 적어도 지배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좀 오그라드는 말이었지만 정말로 그랬다.
취향의 도덕적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적어도 타인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내가 타인에게 역으로 컨트롤 당했다고 불평 불만해서는 안되었다.
지배라는 건 서로의 존재를 건 먹고 먹히는 전쟁이었고, 전쟁터에 나가서 적군에게 나를 왜 죽였느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시은 누나를 내 마음대로 갖고 노는 게 무조건 정당하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적어도 죄책감은 훨씬 덜했고, 이 모든 얘기의 종합적 결론은 나에게는 이번 기회가 뜻밖에 찾아온 말도 안 되는 호재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까 목욕하면서 듣기로, 오늘 시은 누나는 휴무였다.
즉, 출근을 안 해도 되니 시간도 널널했다. 천천히 하고 싶은 거 다 저지르면 되겠지.
“누나, 풀어줄까요?”
“지금 당장 풀어. 노예 새끼야.”
“입이 걸어서 안 되겠네요. 그냥 묶여서 머리 좀 식히고 계세요.”
나는 일단 가만히 내버려뒀을 때 얼마나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지 보기 위해서 누나를 방치시켜 놓았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믿음은 있었다.
색기도 '기'의 일종이었고, 기라는 게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나갔다가도 들어가는, 흐르고 흐르는 성질을 지녔으니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머리에 들어간 색기도 빠져나올 것 같았다.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중요하니까. 심심해도 좀 참아야지.’
만약 하루 혹은 그 이상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곤란했다. 일상생활이 곤란할 수도 있었다. 그보다 짧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면서 간간이 고개를 돌려 누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략 30분이 지나자 누나의 상태가 변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거의 1초마다 깜빡이던 머리 부근의 색기가 점점 더 느리게 깜빡이더니 점차 사라져 갔다. 그리고 깜빡거리는 게 완전히 멈췄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민준아? 너 왜 그러고 있어??”
“설마…기억 안 나요, 누나…?”
“뭐가? 그런데 너…갑자기 왜 앉아있는 건데…어?…뭐지? 뭔가 이상해…”
“…”
연기는 아니었다. 저게 연기라면 누나는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고도 남았다. 누나는 실제로 기억을 잃었다.
‘기억이…사라진다고? 그렇다면…’
나는 테이블로 가서 누나의 핸드백에 들어있던 가죽 수갑을 가져와 누나가 기억 상실에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잽싸게 누나의 양발을 묶어버렸다.
양아치 짓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아직 해야 할 실험이 한참이나 남아 있는데 누나의 두 발을 자유롭게 두면 방해가 너무 심했다.
“민준아…너 지금 뭐 하는 거야?”
“…”
나는 말 없이 신의 손을 발동 시키고 누나의 머리에 색기를 주입했다.
기억이 남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누나만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어차피 할 거라면 최대한 빠르고 빈틈없이 하는 게 최선이었다. 포경수술과 비슷한 이치였다.
내 손이 닿자마자 누나의 머리에서 색기가 반짝이더니 곧바로 반응이 왔다.
“…풀어!!! 풀라고!!!”
“…계속 묶여있으니까 어때요? 이번엔 발까지 묶어 놨는데.”
“개새끼!! 언제까지 묶고 있을 건데!! 이거 풀라고!!! 노예 새끼야!! 노예 주제에!! 노예 주제에에!!!”
누나의 격한 반응을 보니 머리가 띵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누나의 기억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매운맛 차시은이 가져갔을 뿐이었다.
머리에 색기를 주입하게 되면 성적 취향이 극한으로 강화된 새로운 인격이 나타나며, 나타났던 인격은 한번 나타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색기를 주입할 때마다 계속 나타나는 메커니즘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러면…순한 맛 차시은과 매운맛 차시은 완전히 단절되는 건가? 머리의 기억이 날아가면…몸의 기억도 같이 날아가려나?’
어려운 문제였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신의 손을 발동시키고 양발 양손이 묶여있는 시은 누나의 몸 위에 마운트 자세로 올라탔다.
“떨어져!! 노예 새끼가 감히 어딜!!!”
누나는 발광하며 온몸을 뒤틀어댔지만,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라 그리 크게 방해되진 않았다. 기껏해야 디스코 팡팡 타는 느낌이었다.
나는 누나의 몸 위에서 중심을 잘 잡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발딱 서 있는 누나의 왼쪽 젖꼭지를 끼우고, 마치 지우개 가루 뭉치듯이 둥글게 둥글게 젖꼭지를 비비적거렸다.
이번 실험은 더 필요한 것도 없이 이게 끝이었다.
나는 신의 손의 사용을 유념하며 계속해서 누나의 왼쪽 젖꼭지를 갖고 놀았다.
집요한 젖꼭지 공격에 왼쪽 젖꼭지에서 색기가 쌓여가고 점차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항하던 시은 누나 역시 점점 젖꼭지에서 오는 쾌감에 굴복했다.
“흐그으윽!!! 시러어어!! 싫다고오!!!”
“…”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거 시러어!! 끄으으윽!!! 이런 거 싫다고오오!!!”
“…”
“풀어!! 이거 풀라고!!”
나는 족히 15분이 넘도록 젖꼭지만 누나의 젖꼭지만 공략했다. 너무 부으면 나중에 누나가 힘들 테니, 세기는 아주 약하게 조절했다.
하지만 세기가 약하다고 느껴지는 쾌감까지 약한 건 아니었다. 젖꼭지에 색기가 가득 쌓인 상태라 누나는 내 숨결만 닿아도 가버렸다. 그런데 곳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졌으니, 누나는 거의 미쳐버리려고 했다.
“아그으으그…흐으…끼읏…”
“…”
“시러어…이런 거…으으으그으…미쳐어…미쳐버려…너무 좋아서…시러어어.”
“…”
“그만해애…크으잇…너무우 힘드러어…미칠 거 같아…으음…”
이미 미친 상태였기에 다시 한 번 미치면 어떻게 되려나 무척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실험은 여기까지였다.
조누나의 머리에서 색기가 깜빡거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시은 누나의 정신이 돌아온다는 신호였고, 전보다 훨씬 더 빠른 타이밍에 들어온 신호였다.
‘역시…아까보다 기운을 조금 넣었더니, 매운맛으로 유지되는 시간도 짧군. 기운의 양과 지속시간이 비례하는 게 맞았어.’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맞아 떨어졌다.
만들어내는 가설마다 딱딱 들어맞는 천재 과학자가 된 기분에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누나의 왼쪽 젖꼭지에서 손을 떼어내고, 누나의 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과연 이번에도 내 생각대로 될지 궁금했다.
“으음…민준이…?”
“누나, 젖꼭지 괜찮아요?”
“응? 젖꼭지?”
“이쪽이요. 왼쪽 젖꼭지.”
나는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방금 전 그 자세 그대로, 엄지와 검지를 누나의 왼쪽 젖꼭지에 위치시켰다.
그러자 누나의 입에서는 엄청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으힛!!! 하…하지마앗아아!!!!!”
“…왜 그래요? 누나?”
“어…? 내가 왜…왜 이러지?”
누나는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었다.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그저 손가락을 가져다 대기만 했을 뿐이었다. 손가락이 젖꼭지에 닿지도 않았건만 누나는 확실히 반응하고 있었다.
이건 뇌의 기억은 매운맛 차시은이 가져가 버린다고 해도, 몸의 기억은 남는다는 강력한 증거였다.
가설은 이번에도 들어맞았고,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와, 대박인데 이거?’
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아주 위험한 상상이 마구마구 일어나고 있었다.
신의 손을 머리에 쓰면 기억을 잃는다는 것과, 그럼에도 몸의 기억은 남는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내포하고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이 능력만 있으면 범죄에 가까운 행위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가며 범죄를 저지를 마음은 없었지만, 내가 가진 자유의 폭이 넓어져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이건 돈으로도 못사는 능력이구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능력.'
신의 손이 가진 진가를 알게 되자 소름이 일었다.
이 능력으로 말미암아, 나는 모두가 자유롭지 못한 이 사회에서 나만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고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이기적인 자유를.
“누나, 이제 진짜 기분 좋게 해줄게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절대로 꺾이지 않는 꽃을 꺾어보겠다는 소리죠.”
나는 정신을 차린 누나의 머리에 다시 손을 얹고 색기를 넣었다. 이번엔 꽤 많은 양이었다.
쉽지 않은 전쟁이 될 테니 시간은 충분히 잡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머리에 색기를 불어넣자 언제나처럼 머리에서 깜빡이가 켜지더니, 시은 누나의 눈빛이 확 변했다.
매운맛 차시은의 재등판이었다.
“또 소리를 지르면, 이번엔 클리토리스만 한 시간 동안 괴롭혀주지.”
“으극……”
나오자마자 기선제압을 한 게 먹혀들었다.
매운맛 시은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딱 적군에게 포로로 잡혀 온 여왕 폐하의 모습이라서 등골이 오싹오싹했다.
어서 빨리 미친 펨돔 여왕을 내 취향대로 개조 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매운맛 차시은의 조교에 성공한다면, 진짜 시은 누나의 취향에도 영향을 줄지도 궁금하구나…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신의 손으로 타고난 성향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