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27화
‘과연…섹륜안과 같이 사용하라고 팁을 준 이유가 있었군.’
섹륜안은 상대방의 색기를 꿰뚫어 볼 수 있었지만, 나의 색기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신의 손을 사용하니까, 손에서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더니 테니스공만 한 크기로 뭉쳐지는 색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색기를 마치 장갑처럼 손에 두른 채, 서서히 누나의 사타구니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윽. 착.
“읏…!”
허벅지 근육이 예술적으로 갈라지는 누나의 넓적다리에 손을 댄 다음, 누나의 허벅지를 서서히 쥐어 잡았다.
애무라기보다는 근육을 살살 마사지하는 느낌이었는데도 누나의 입에서는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신음이 터져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누나의 표정이 당황스러워 보였다. 물론,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신호였다.
나는 누나의 허벅지를 슬쩍슬쩍 어루만졌다.
지하철 치한이 만지는 것처럼 대놓고 노골적이라기보단, 손주의 허벅지를 어루만져주는 할아버지의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터치와 결이 비슷했다.
전혀 야한 느낌을 주는 스킨쉽이 아니었는데도, 시은 누나는 많이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흐읏…하으…대체 무슨…흐응…이런 거…하응…”
몸의 감도를 체크하는 실험이기 때문에 소통은 사치였다. 나는 점점 격해져 가는 누나의 반응을 싹 무시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급소가 아닌 곳을 안 꼴리게 만졌을 때도 이 정도였으니, 급소를 만졌을 때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섹륜안으로 파악한 누나의 현재 급소는 클리였다.
-꼬집.
신의 손을 써서 누나의 클리를 살짝 꼬집었더니 마치 콜라에 멘토스를 들이부은 것처럼 클리에서 색기가 강하게 터져 나왔고, 동시에 누나의 보지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하으…으읏!!!”
촤아악-. 촤악-.
크리티컬이 터진 클리 공격에 조수를 뿜어대는 누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진성 여왕 성향의 시은 누나가 내 손길 한 번으로 망가지는 걸 보고 있자니 너무 꼴려서 등골이 저릿저릿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분수를 싸?”
“흐으응…하악…몰라…너…대체 뭐야…”
“내 말을 믿었어야지. 섹스에도 재능이 있다니까? 그것도 하늘이 내려 준 재능이.”
“말도 안 돼! 이런 거 말도 안 된…히잇!!!”
누나가 무엄한 말을 지껄이길래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위아래로 클리를 비벼줬다. 효과가 상당했는지 누나는 또다시 물총 쏘듯이 보짓물을 뱉어냈다.
나는 물총 공격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클리를 비벼댔고, 누나는 눈을 반쯤 뒤집고 내가 해주는 클리 딸딸이를 즐겼다.
“흐이읍…하으…흐으…흐그으…”
클리 딸을 받다가 미쳐버렸는지 시은 누나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흘러내린 침을 손가락으로 받아서 다시 누나의 입에다가 넣어주고는, 더 이상 침을 흘리지 않을 수 있도록 검지와 중지로 누나의 입을 막아주었다.
누나의 입에 손가락을 넣을 때, 신의 손을 발동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흐으기으!! 으게으!! 흐그!!!”
-질척질척질척.
클리를 비벼주는 동시에 검지와 중지로 누나의 혓바닥을 마구 희롱했다.
입에서 터져 나오는 쾌감이 기분 좋았는지 누나는 한층 더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뭐, 손가락에 막혀서 제대로 뻗어 나오지는 못했지만.
-주우우욱.
누나를 적당히 골려주다가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빼낸 손가락에서 점도 높은 타액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졌다.
“헤으으…흐응…끄흥…하지마아…”
“응? 뭘 하지 마?”
“그냥…흐읏…하지 마…더 이상…하면…흐윽…뭔가…이상해…”
“…아, 내가 너무 심했나? 미안해요. 누나.”
나는 주인 플레이를 멈추고 혼란스러워하는 누나를 위로하는 척,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서 알아보고 싶은 게 있었다.
갑작스럽게 든 생각이었지만 이건 꼭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색기를 두른 신의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과연 어떻게 되려나? 머리에 섹스밖에 없어지려나?’
무척이나 흥미로운 생각에 가슴이 벌렁댔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신의 손은 정말 신의 경지에 이른 능력이라고 봐야 했다.
아무한테나 신의 손이 먹히지는 않는다지만, 적어도 신의 손이 먹히는 사람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육변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스윽-. 스으윽-.
혹여나 뇌가 잘못될까 봐 나는 일단 손에 담겨있는 색기의 양을 반의 반절로 줄여서, 누나의 머리를 소중하게 쓰다듬어 주고는 어느새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시은 누나와 눈을 맞췄다.
그런데 육안으로 보나 섹륜안으로 보나 누나의 상태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차량 깜빡이처럼 누나의 머리 쪽에서 색기가 터져 나왔다가 사그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달라진 건 그것 뿐이었다.
스윽-. 스으윽-.
혹시 양이 부족한가 해서 조금 더 색기를 늘려 누나의 머리를 몇 번 더 쓰다듬었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머리를 쓰다듬는다고 색기가 뇌 속까지 침투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긴, 무슨 야애니도 아니고 그렇게 될 리가 없지.
“…민준아. 누나가 잘못 했으니까 이거 좀 풀어주라. 나 너무 힘들어.”
내 손길에 좀 진정이 됐는지 누나는 내뱉던 달뜬 신음을 서서히 멈추고는, 기운이 다 빠져서 축축 져진 음색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힘이 너무 빠져서 듣기만 해도 처량할 정도였다.
아니, 손장난 좀 당하는 게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가? 아무리 신의 손을 썼다지만….
“그렇게나 힘들었어요, 누나?”
“응…정신 나갈 뻔했어. 민준이 너 진짜 섹스 천재 맞나 봐…네가 만져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상대방이 힘들다는데 강압적으로 수갑 플레이를 해봐야 호감도만 떨어질 뿐이었다. 게다가 신의 손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잡혔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상태였다.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 열쇠를 갖고 와서 누나의 수갑을 풀어주려는데, 아직 켜놓고 있던 섹륜안에 수상한 기의 흐름이 잡혔다.
‘…뭐지?’
색기 형태는 거의 그대로였다. 누나는 여전히 온몸에 일정한 두께에 색기를 둘러놓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전과는 조금 달랐다.
형태가 일그러지진 않았지만, 끄트머리가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너무 빠르게 진동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잡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움직임이 마치 대지진 직후에 잔잔했던 바닷가의 수면이 달달달 떨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깜빡이고 있는 머리 쪽의 색기 역시 심상치 않았다.
머리에 색기를 주입하는 게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한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깜빡거릴 이유가 없었다.
“…”
“왜 그래, 민준아? 이거 풀어달라니까?”
거대한 대못이 뇌를 관통하는 것처럼 기분이 싸했다.
이상하다는 인식을 지닌 채 들어보니까, 분명히 기운 없어 보였던 누나의 목소리가 왜인지 꺼림칙해서, 마구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사람처럼 평온함을 가장했다.
누나의 수갑을 풀어주기 위해 침대에 반쯤 올라온 상태라 위험했다. 묶여있는 건 손 뿐이고 발은 풀려있었다.
누나 정도의 피지컬 괴물이 미쳐서 날뛴다면, 두 발만으로 나를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거 풀어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누나?”
“…뭘 물어. 너랑 섹스해야지~ 누나 지금 꼴려서 미치겠어.”
누나의 대답은 0.5초 정도 느렸다.
누나의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는 그 틈새가 더없이 길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는 기분이 이상하고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더니, 이제는 꼴려서 미치겠다고 하는 게 무척이나 수상했다.
너무 희미해서 정확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누나와 나 사이에는 분명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그 느낌은 우리의 대화처럼 에로틱하고 화기애애한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호러나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상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에이~ 굳이 안 풀어줘도 섹스할 수 있잖아요. 제가 박아주면 되죠.”
“이이잉~ 왜 이래. 수갑 때문에 누나 손목 아프다니까? 응? 풀어주라아~~”
“그거 코스툼 용이라 하나도 안 아픈 거 알아요…제가 어제 하루종일 차고 있었는데…”
“…맞다. 그랬었지. 음…그럼 딸딸이 쳐줄 테니까 풀어주면 안 돼?”
“왜 자꾸 풀려달라고 하는데요? 한 시간 동안 묶여있기로 했잖아요.”
“안 풀어줄 거야? 응? 왜? 왜 안 풀어주는데? 제발 풀어 달라니까?”
“왜 풀고 싶은데요. 이유부터 말해 보세요. 아까는 묶이는 거 좋다면서요.”
“힘들어. 나 힘들다고 응? 힘들어서 미치겠으니까 빨리 풀어줘. 제발. 풀어주라. 응? 민준아, 누나 소원이야. 제발.”
언제나 여유롭고 장난스럽다가도 한번 회까닥하면 바로 펨돔 여왕이 되는, 그런 차시은이 아니었다.
내 앞에 있는 그녀에게서는 여유도 장난도, 여왕 같은 기품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풀어줄 듯하다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누나의 눈동자가 마구 떨리고 목소리도 점점 이상해져 갔다.
이제는 하다못해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고, 언뜻 보기에는 정상적이었던 표정도 점차 망가지고 있었다.
“풀어줘…빨리…나 미칠 것 같아…이거 풀어달라고…”
누나는 정신이 극도로 불안한 사람처럼, 초조하고 다급해 하고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차시은이 원래 이런 여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게 틀림없었고, 아마도 내가 색기를 담아 머리를 쓰다듬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런 일이 벌어질 만한 계기는 그것 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로 무턱대고 머리에다가 신의 손을 사용한 내 잘못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손이 묶여있으니 아무리 피지컬 괴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었다. 그러니 누나가 자꾸 손을 풀어달라고 애원하는 거겠지.
나는 티 나지 않게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뺄 준비를 하면서 누나에게 나직이 말했다.
“누나…수갑 풀어줄까요?”
“응. 풀어주라. 제발 풀어줘.”
“싫어요. 누난 묶여있을 때가 더 꼴려.”
놀리듯이 말하니까 망가져 가던 누나의 표정이 이제는 완벽하게 차가워졌다.
나를 보며 흔들리던 누나의 동공이, 굶주린 야수가 먹잇감을 포착했을 때처럼 한순간에 쭉 줄어들었다.
도화선의 불이 사그라지는 순간 터지는 폭탄처럼, 누나의 안에 있던 게 곧 터져 나올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거 풀어. 마지막 경고야…”
“지금 눈빛…진짜 이상한 거 알아요?”
-휘익.
느닷없이 귓가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급하게 몸을 뒤로 굴러서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수갑이 자신이 묶는 힘을 이용해 다리를 강하게 차올린 누나의 몸이 딱 절반으로 접혀있었다.
자세를 보니 차올린 다리 사이에 나를 묶어버릴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아니, 강력한 기세로 보아 단순히 묶는 거에 그치지 않고 발로 목이라도 졸라서 수갑을 풀어내게 하려던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잡힐 뻔했네…어휴 무서워라.’
역시 나 같은 연약남에게는 시은 누나는 너무 위험했다.
철컹철컹철컹철컬—.
“풀어!! 이거 풀라고!!! 좆 짤라 버리기 전에 풀어!! 이 노예 새끼야! 노예 새끼 주제에 감히 주인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넌 내 노예라고!! 알아들어?!!!”
누나는 몸을 똑바로 뒤집더니, 미친년처럼 마구 발광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여태껏 뭐를 그렇게 꼭꼭 숨기나 했더니, 이런 모습이라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광경에 심장이 떨려왔지만 나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기에 무서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신의 손의 부작용에 대해서 차분히 분석해 보고 대응책을 찾아봐야 했다.
드드드득-.
나는 의자를 하나 빼 와서 침대 옆에 두고 앉았다.
수갑을 풀어주긴커녕 묶어 놓고 방관 하듯 옆에 앉아버리니까, 누나가 더 미친 듯이 날뛰었다.
“젖꼭지 꼬집어서 뜯어버릴 거야!! 내 발로 네 좆을 터트려버릴 거라고!! 건방진 노예 새끼가 감히 날 묶어!!! 어떻게 감히!!!”
“누나, 일단 진정 좀 해봐요.”
“이 개새끼!! 평생 널 묶어놓고 괴롭힐 거야!! 나한테만 매달려서 개처럼 멍멍대게 만들 거라고!!! 넌 내 꺼야!! 넌 내 꺼라고!!! 그런데…그런데 어떻게…네가 어떻게에에!!!”
“목소리 좀 줄여요. 목 아플 텐데.”
“닥쳐!! 내 허락 없이 말하지 마!! 너는 내 허락 없이는 숨도 못 쉬고, 내 허락 없이는 물도 못 마셔…네가 마실 수 있는 건 내 침이랑 오줌뿐이야!! 넌 영원히 내 꺼야!! 나를 위해 살다가 죽어. 내 밑에 깔려서 개처럼 헥헥대다가 죽어…!! 넌 내꺼야…넌 내꺼라고!!!!”
소름이 돋았지만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누나가 눈깔을 뒤집고 광기에 집어 삼켜져서 미친년처럼 고래고래 내지르는 말들이, 깊은 곳에 숨겨둔 내 본성과 닮아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이거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