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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9화 (19/270)

〈 19화 〉 19화

나는 억지로 시선을 카운터 직원에게 고정시키며 다가갔고, 내가 다가가자 서로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처음 왔는데…어떻게 이용하면 될까요?”

내가 묻자 카운터 직원이 친절하게 답했다.

“아…혹시 회원권만 끊으실 건가요, 아니면 PT까지 받으실 건가요?”

“PT요? 딱히 PT 받으려고 온 건 아닌데…”

“어머?! 왜요? 고객님? 혹시 다른 데서 PT 받아보시거나 따로 운동 배워보신 적 있으세요~?”

카운터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여자 트레이너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도도하고 섹시할 것 같이 생긴 그녀가 눈웃음치며 애교 있게 물어오니까, 영업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뇨. 따로 운동을 배워본 적은 없는데요….”

“아이고! 그러면 안 되죠!! 운동은 처음 시작할 때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시작할 때 전문가한테 자꼼꼼히 익혀놔야 나중에 혼자 운동하더라도 근육도 예쁘게 잡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거든요.”

그녀는 큰 손동작까지 취해가며 열심히 말을 했는데, 타이트한 흰색 스포츠 브라에 바짝 쪼여진 그녀의 깊은 가슴골을 훔쳐보느라, 솔직히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예에.”

“자세뿐 아니라 운동 루틴도 짜드리고 식단 관리도 저희가 다 케어해 드리거든요. 특히 혼자서 운동하는 법을 잘 모르는 초보자 분께는 PT가 도움이 많이 되죠.”

“아…예에…”

“저…고객님?”

“…네. 네. 말씀하세요.”

날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가슴골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나는 급하게 시선을 올렸는데, 하필 핫바디 트레이너와 눈이 딱 마주쳤다.

‘히익!’

갑작스러운 아이 컨택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여성과 눈 맞춤을 하고 있는데도 설레기 보다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내가 명백히 그녀를 시선 강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큭…억울하다!’

시선 강간을 해놓고 억울하다는 게 말이 되질 않았지만 나는 정말 억울했다. 그녀의 핫바디는 10점 만점에 2조 2천억 점 정도는 되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10점 만점에 10점짜리 몸매라고 해도 시선 관리에는 자신이 있었다. 슬쩍 훔쳐 보기야 하겠지만, 정욕을 참지 못하고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시선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조 2천억 점짜리, 그러니까 아예 현실을 벗어나 사기적인 몸매를 갖고있는 그녀를 눈앞에 두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는 건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이건 전부 다 그녀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간 정말로 뺨을 맞고 고소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관대한 처분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흐응~”

‘…!’

나와 지긋이 아이 컨택을 하던 그녀는 작게 콧소리를 내더니 싱긋 웃었다. 분명 내가 자신의 가슴골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화를 내기는커녕, 그녀는 나를 보며 유혹하듯이 싱긋 웃어 보였다.

여우 같은 그녀의 모습에 완전히 취향 저격을 당한 나는 또 다른 의미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시불련…존나 꼴리네…’

“으으음…고민되시면 무료 PT 받아보시고 결정하셔도 되는데…”

“…선생님이 직접 해주시는 건가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네가 해주는 PT가 아니라면 좆도 관심 없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

여우 같은 그녀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도 남겠지.

“그럼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해드릴게요.”

그녀는 살살 눈웃음을 치는 동시에 귀 뒤로 긴 생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 'PT'라는 주어를 굳이 생략한 건 아마도 은근한 어필인 게 아닐까.

과한 상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왠지 그녀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 같았다.

연주가 강아지라면 그녀는 여우였으니까. 그것도 꼬리가 9개는 달린 구미호.

“…기대할게요. 선생님.”

“네, 기대하세요. 고객님.”

묘하다. 나만 느끼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여자 트레이너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잘못하면 운동하다 금방이라도 발기돼버릴 것 같은 그런 묘한 기류가.

****

스쿼트는 분명히 야릇한 운동이었다. 특히 핫바디 트레이너와 함께라면.

“회원님. 힙을…더 내리셔야 해요.”

그녀는 내 옆에 바싹 붙어서, 허접한 나의 스쿼트 자세를 고쳐주었다.

그러면서 은근하게 내 몸 이곳저곳을 터치하는 데 운동이고 뭐고 솔직히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이 내 몸에 가깝게 달라붙어 있어서 제대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단련된 육체에서만 풍겨오는 특유의 강렬한 페로몬 향을 맡을 때마다 꼬추가 꿈틀꿈틀 커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딸랑 레깅스에 브라탑만 입고 있었기에 시각적인 자극도 장난이 아니었다.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건 기본이었고, 비교적 마른 상체에 비해 비현실적일 정도로 빵빵하고 탱탱해 거의 터질듯한 골반과 허벅지가 내 시선을 마구 잡아끌었다.

저런 거랑 섹스하면 정말 꼬추가 분쇄되지 않을까?

“자, 이제 다음 운동으로 가볼게요~”

색스러운 PT수업은 계속됐다. 참기도 버거워서 수업 중간부터는 아예 그녀의 몸을 대놓고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노골적인 추파에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은근한 터치나 몸의 접촉은 계속해오면서, 보내는 시선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답답한 건 오히려 나였다.

나의 시선에 담겨있는 수위에 맞춰서 그녀가 더 노골적으로 내 몸을 터치하고 교감을 시도해 온다면 나도 한발 더 나아가 강력하게 대쉬해보겠는데, 그녀가 자꾸만 노골과 은근의 경계에서 예술적으로 줄을 타버리니까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하고 답답해하기만 하면 그건 최악이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뚫어봐야 했다.

“후우…선생님은 체중 관리 어떻게 하세요? 저 살 좀 빼려고 하는데…”

나는 체스트 프레스를 조지며 일단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던졌다.

아직 사적인 질문을 할 단계는 아니었으니 최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기본 빌드업을 가져가야 했다.

“음. 사실은 닭가슴살이랑 샐러드만 먹으면서 빼는 게 제일이긴 한데…저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1일 1식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한 끼만 먹는 대신 먹고 싶은 거 먹는 거죠.”

“아…1일 1식…후우우…저도 한 번 해봐야겠네요. 근데 굶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굶는 것도 습관이라…사실 회원님이 물어보시기 전까지 굶고 있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네요…아, 어깨를 좀 더 내리셔야 해요. 자, 다섯 개만 더 할게요.””

내가 알아서 내리면 되는 일인데 그녀는 굳이 내게 몸을 기울여서 직접 내 어깨를 잡아주었다. 덕분에 내 시야에는 그녀의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 깊고 웅장했다.

미희 누나만큼 비상식적으로 크진 않았지만, 족히 C컵은 넘어 보였고, 무엇보다 꽉 조이는 브라탑을 입었음에도 가슴 모양이 방추형으로 제대로 잡혀 있는 게 티가 났다.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가슴이 중력을 이겨낸 채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은 꼴리다 못해 감동적이었다.

“후우욱…그렇구나…후우욱…그럼 밥은 보통 몇 시에 챙겨 드세요?”

“일 끝나고 먹으니까 한 5시쯤? 그래도 6시 전에는 먹는 게 좋거든요.”

“끄으윽…후우…그러면 오늘 5시에 저랑 저녁 드실래요?”

움찔.

내 어깨를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움찔거렸다.

뭔가 한 방 날린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천하의 여우 같은 그녀도 내가 체스트 프레스를 조지는 중에 치고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저녁 먹자는 말을 건네기에 지금 만큼 좋은 기회도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낚싯대를 던졌다.

“…메뉴는요?”

던져놓은 낚싯대에 입질이 왔다. 그녀는 망설이는 건지 망설이는 척을 하는 건지, 잠시 간을 보더니 처음 보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나를 흘기며 물었다.

그 표정이 어찌나 여우 같은지 확 가슴골에 코를 박고 냄새를 쓰읍 맡아버리고 싶었다.

“후욱…글쎄요? 아무거나 비싼 거?”

“왜요? 제가 비싼 거 좋아하게 생겼어요?”

짐짓 기분 나쁘다는 투로 물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듣고 싶은 대답이 뭔지 통 예측할 수 없어서, 나는 그저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을 들려주었다.

“아니요. 오해하지 마세요. 비싼 거 좋아하게 생긴 게 아니라 그냥 예쁘게 생기셨어요…후우욱…하루에 한 끼 드신다니까 이왕이면 비싼 거 사드리고 싶어서…. 하아아….”

나는 체스트 프레스 다섯 개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마주 봤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나와 시선을 뻔히 마주쳤는데, 그녀의 눈빛에는 확실히 색기가 담겨있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이고 전투적인 색기였다.

이 정도면 색기 어린 눈빛 정도가 아니라, 그녀가 나를 시선 강간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했다.

‘어우, 강렬해라. 핫바디만큼이나 핫한 눈빛이네…이거 잘하면…따먹는 게 아니라 내가 따먹힐 수도 있겠는데?’

어쩐지 가만히 있는 벌집을 잔뜩 쑤셔놓은 기분이었지만, 나는 목에 걸어놓은 수건으로 얼굴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담담한 척 말했다.

“…비싼 거 싫으면 싼 걸로 갈까요?”

“아니요~ 기왕 먹는 거 비싼 거 먹어야죠.”

“그래요. 그럼…저희 다음 운동은 뭘까요? 선생님?”

“이제 마무리 운동만 하고 근육 푸는 마사지 해드릴게요. 아, 그리고 핸드폰 줘보시겠어요?”

나는 순순히 잠금을 풀고는 그녀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쓱 가져가더니 자기 번호를 찍고는 나에게 돌려주었다.

“제 번호니까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네, 선생님.”

“아아…그리고 잠시만 귀 좀…”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마치 AAA급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말고 너만 알고 있으라고 속삭이는 증권 브로커처럼 은근하게 손짓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는 내 곁에 바짝 붙더니 내 귀에 대고 숨소리에 가득 섞어서 말했다.

귓가를 간질거리는 야릇한 느낌에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잔뜩 움츠렸다.

“여기서어 운동 너무 열심히 하면 안돼요…저녁에 또 단둘이 운동할지도 모르잖아요~”

“아……”

억지로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훅치고 들어온 섹드립에 때와 장소도 못 가리고 내 못난 아들 녀석이 발딱 서버렸다.

——

그녀와의 운동은 솔직히 꽝이었다. 그녀의 야릇한 터치를 받아내는데 온 신경이 쏠려서 막상 궁금했던 강화된 신체 능력은 제대로 체크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해준 근육 푸는 마사지만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사지 베드에 누워있는 내 등허리에 걸터앉아 손으로 근육을 꾹꾹 눌러주고, 내 몸을 잡고 이리저리 스트레칭시켜주었는데, 다 받고 나니까 온몸의 뼈가 바로 서고 뭉쳐있던 근육이 모조리 풀려버렸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발기된 꼬추에서 쿠퍼액이 찔끔찔끔 새어 나와 곤란했다는 걸 빼면, 대단히 완벽한 경험이었다.

나는 너무 만족스러워서 운동을 마치고 30회짜리 PT를 질러버렸다.

회당 8만 원 이었는데 마무리 마사지만 받아도 충분히 본전은 건질 것 같았기에 시원하게 일시불로 긁어버렸다.

‘아이고…’

운동 후 샤워까지 마치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나와 차에 타려는데 근육이 싹 풀려서 그런지 온몸이 푸딩처럼 부들부들 떨려왔다. 몸이 말을 잘 안 듣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는데 다행히 운전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후우…얼마나 들어왔으려나”

나는 차에 타서 어플을 확인했다. 신체 강화에 2억 좀 넘게 썼고, 세금까지 포함해서 차량구매에 1억8천을 넘게 써버렸다. 그리고 약 250만 원 짜리 피티까지 끊었으니 자잘한 거 다 빼고 큰 소비만 합쳐도 오늘 쓴 것만 4억가량이었다.

계좌에 4억2천이 들어 있었으니까 거의 다 탕진해버린 셈이지만 그리 걱정되진 않았다.

*현재 FLEX 포인트 : 36,416,287.

*누적 FLEX 포인트 : 36,416,287.

*(포인트 교환)

“크~ 이 맛이거든.”

뚜껑 열리는 최신형 뽀르쉐를 타고 강남 거리만 좀 돌아다녔는데 삼천만 포인트가 적립되어 있었다.

‘낮에 돌아다녔는데 이 정도면…피크 타임 때 돌아다니면 하루에 1억은 우습게 찍겠는데?’

현실감이 사라지다 못해 뭔가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옛날에 했던 게임 속 아이템 중에 걸어 다니기만 해도 돈이 쌓이는 그런 아이템이 있었는데, 지금 내 상태는 그 아이템을 쓴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게임에서는 걸음당 얼마였고 나는 액셀 밟는 횟수당 얼마였으니 오히려 게임보다도 더 돈 벌기가 쉽다는 것 정도?

‘조금 있다가 트레이너 쌤 태우고 달리면 얼마나 들어올지 궁금하군.’

섹스 말고도 플렉스 포인트라는 또 다른 돈벌이가 생겨서 너무나 든든했다. 더 굉장한 건 플렉스를 조질 수 있는 부분들이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추가할 부분은 역시 조수석 자리에 태울 미녀였는데, 오늘은 일단 트레이너 쌤을 태우고 다니면 될 것 같았다.

‘흠…또 뭐가 없으려나…아, 시계나 좀 살까? ’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할만한 요소를 생각해보니 바로 시계가 떠올랐다. 젊은 놈이 뚜껑 열어놓고 스포츠카 몰고 가면서, 간지나는 시계가 걸쳐진 팔을 창문에 떡하니 걸쳐놓고 다니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일 것 같았다.

‘와…상상만 해도 열 받네…그래, 플렉스라고 하면 명품 시계는 필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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