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플쓰는 밤의 황제-17화 (17/270)

〈 17화 〉 17화

-삐빅.

카드키를 찍고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던 연주가 대단히 기쁜 티를 내면서 나를 반겨 주었다.

“오…오셨네요. 민준 씨!”

“네. 왔네요. 연주 씨.”

연주가 집에 돌아온 주인을 반겨주는 강아지 같아서, 나는 소파에다가 사온 것들을 내려놓고 곧장 연주에게 다가가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생기있고 찰랑거리는 연주의 머릿결이 금방 빗어놓은 부드러운 개털같이 손에 감겨서 기분이 좋았다.

연주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나의 손길을 즐겼다.

“상태는 좀 어때요?”

“음…괜찮아요!”

나는 괜히 물어봤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연주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상태였다. 이유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때문이었다.

쓰다듬어주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사실 강아지인데 유전적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겉모습만 인간을 닮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침대에 올라가서 유전적 돌연변이 강아지를 품에 쏙 안고 애정을 듬뿍 담아 쓰다듬어 주었고, 연주는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꾸만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였다.

연주만 멀쩡했다면 자연스럽게 키스를 갈기면서 완벽한 모닝 섹스 각을 잡아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분위기였기에 더욱더 연주의 부상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아, 섹스하고 싶다.

“…연주 씨, 우리 룸서비스 시켜 먹을까요? 진통제 먹으려면 뭐 좀 먹어야 할 텐데…”

“네? 아…네. 좋아요!”

손길을 느끼는 데 집중하느라 연주가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룸서비스를 시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내가 한다고 하면 뭐든 네네거릴 연주였기에 사실 연주에게 의사를 묻는 건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했다.

나는 내선 전화를 들어서 프런트에다가 음식을 조금 시키고는 다시 연주의 옆에 누워 연주를 내 어깨에 끌어안고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섹스와는 또 다른 의미의 힐링 타임이었는데 이런 느낌도 확실히 괜찮았다.

하지만 중간에 분위기를 봐서 펠라치오라도 시켜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대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리가 아픈 거지 연주의 상반신은 멀쩡했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아픈 애(그것도 나 때문에 아픈 애)한테까지 사까시를 시키는 파렴치한은 될 수 없었다. 나는 치밀어오르는 성욕을 꾹꾹 눌러 내리며 입을 열었다.

“연주 씨.”

“네에…민준 씨.”

“집에 들어 가서 혹시라도 어머니가 너무 심하게 뭐라고 하시면, 혼자서 앓지 마시고 저한테 연락하세요.”

엄마를 언급하니까 내 품 안에 쏙 안겨있는 연주의 몸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연주도 일단 저지르고 본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연주 씨 챙겨드릴 능력은 충분하니까 폐 끼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연락해주세요. 알겠죠?”

“네에…민준 씨.”

연주가 조금 더 내 품 안을 파고들며 작게 대답했다. 서로 너무 딱 붙어서 합체가 될 지경이었지만 연주는 이 정도도 부족하다는 듯 자꾸만 내 품 안으로 몸을 꿈틀꿈틀하며 파고 들었고, 그 움직임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시에 자극적이었다.

‘끄응…’

발정 날 것 같으니까 제발 그만 해. 연주야. 이러면 부상이고 뭐고 또 따먹는 수밖에 없다고….

-띵동.

무섭게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연주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에다가 손을 가져가려던 찰나에 벨이 울렸다. 아무래도 시켜놨던 룸 서비스가 도착한 것 같았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아주 환상적인 타이밍에 벨이 울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후우…’

나는 달라붙어 오는 연주를 슬그머니 떼어놓은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에서 나가 음식들을 받아들고는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를 꺼내 서빙을 해준 종업원에게 팁으로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팁치고는 너무 큰 액수라 그런지 종업원이 건네는 감사 인사 소리가 유난히 박력 넘쳤다.

그저 플렉스 점수를 쌓아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뿐이었지만 뭔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뿌듯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다려봐요. 연주 씨.”

종업원에게 극진한 인사를 받고 방으로 돌아와 보니 연주는 알몸인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연주는 아직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연주는 알몸으로 무언가를 내 앞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경줄이 굵은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나는 가운을 가져와서 연주에게 입혀주고는, 어정쩡하게 누워서 나를 보고 있는 연주를 양팔로 안아 들었다. 공주님 안기였다.

“읏차.”

그래도 어제 해봤다고 조금 요령이 생겼는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얼굴이 또마토가 된 연주를 의자에 앉혀주고 건너편 자리에 앉은 다음 연주와 같이 룸서비스를 먹었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향긋한 수프와 척 봐도 비싼 게 잔뜩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의 조합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식사를 끝내고 난 뒤 연주는 내가 사온 진통제를 물과 함께 꿀꺽 삼켰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까 여전히 부들대긴 했지만 걸을 수는 있을 정도로 연주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내가 사온 팬티와(연주에게 맞는 싸이즈 빼고는 전부 버렸다.)양말을 비롯해서 연주가 옷을 입을 수 있게 도와주고는, 연주를 부축해가며 룸에서 나온 뒤 로비로 가서 체크 아웃을 했다.

결제를 끝내고 호텔 밖으로 나가, 호텔 앞에서 대기를 타고 있던 택시를 잡아서 연주를 뒷좌석에 넣어주었다.

“민…민준 씨.”

택시 뒷좌석에 앉아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는 연주의 이마에 나는 베이비 키스를 쪽하고 날려주었다.

남들이 보면 수군댈게 뻔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플렉스 포인트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집에 가서 꼭 연락해요. 연주 씨.”

“네…연락할게요. 정말…고마워요. 민준 씨.”

-탁.

작별인사를 마치고 조심스레 뒷문을 닫아주었고 곧 택시가 출발했다.

나는 잠시 떠나가는 택시를 바라보다가 그 뒤에 있던 택시를 잡아서 집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붙어있던 연주를 보내고 기껏 혼자가 되었지만, 집에 가면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내 뇌는 좀처럼 쉴 틈이 없었다.

‘할 게 좀 많기는 한데 일단은…섹태창부터 봐야겠지?’

****

——

이름 : 하연주

나이 : 21

키 : 160cm

호감도 : 83

외존도 : 72

복종도 : 80

——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연주의 섹태창을 확인했다.

연주의 수치는 먼저 관계를 맺은 미희 누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다.

덕분에 며칠은 더 걸릴 줄 알았던 퀘스트를 금방 뚫어냈으니 연주에게는 확실히 고마웠다. 웬만하면 상처 주지 말아야지.

‘그럼 이제…신체 강화가 뭔지 좀 살펴볼까.’

퀘스트를 깨면서 '외모 강화' 기능이 '신체 강화'로 바뀌었다는데, 뭐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나는 색태창에서 나와 신체 강화 버튼을 눌렀다.

[신체 강화]

*(인체 모형)

-인체 모형을 터치해서 강화할 부위를 선택해주세요.

-확대/축소 기능으로 자세한 부위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게 내 인체 모형인가? 나랑 닮았긴 닮았네.’

마치 CG로 인체 모형을 드로잉 해놓은 것처럼, 검은 배경 화면에 나를 닮은 인체 모형이 팔과 다리를 정확히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서 있었다.

신체를 부위별로 선택해서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은데, 단순히 얼굴에만 강화의 폭이 한정되었던 외모 강화 때보다 확실히 더 발전된 느낌이었다.

“잠깐만…그럼 혹시…”

나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라 설레는 마음으로 성기 부근을 터치했다.

키나 외모도 중요했지만, 남자라고 한다면 역시 이쪽부터인 게 당연했다.

[성기 강화]

-성기의 길이, 둘레, 강직도가 강화됩니다.

-강화 정도에 비례하여 전체적인 외형이 성관계에 이상적인 모형으로 바뀝니다.

*0강 -> +1강

*가격 : 10,000,000원

*마취 적용 시, 가격은 두 배입니다.

*마취 기능과 함께 강화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와…이런 미친…마취가 된다고?”

나는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흐를 뻔했다. 키가 클 때만큼 파멸적인 고통은 아니었지만, 얼굴을 갈아 엎을 때도 확실히 아프긴 아팠다.

눈물이 콸콸 쏟아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참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

외모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면 사실 별것도 아니었지만, 무슨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고통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게 당연했다. 그런데 딱 알맞게 마취 기능이 추가된 걸 보면 확실히 이 어플이 혜자는 혜자였다.

‘마취 기능이 얼마나 뛰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마취 기능을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의심하지 않고 바로 강화 버튼을 눌렀다. 이 앱은 성능에 있어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주우욱. 주우욱.

‘으음…이런 느낌이군…’

확실히 고통이 사라지니 강화의 과정이 조금 더 상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고 일어나서 쭉쭉이를 켜듯이 꼬추가 쭉쭉 늘어나는 기분이 들더니 몇 분도 안 돼서 멎어버렸다.

“호오…”

강화가 벌써 끝난 건가 해서 직접 확인해보니 성기가 눈에 띄게 더 길고 굵어져 있었다. 풀발기도 안 했는데 시퍼런 핏줄이 돋아나고 있는 게 비주얼 적으로도 강화 전보다 확연하게 우람했다.

‘강화에 소모되는 시간도 많이 줄어든 것 같고…효과도 미쳤네…한 3강만 해도 탈동양인 수준이겠는데…?’

엄청난 성능이었다. 성기 강화 버튼을 광클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지만, 허벅지까지 꼬집어가며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건 플렉스도 아니고 그냥 멍청한 짓거리였다.

예산을 큰 고민 없이 시원하게 쓰는 것과 멍청하게 쓰는 건 조금 다른 일이었다.

‘그래…다른 부위도 많은데 성기에만 몰빵할 수는 없지…차도 한 대 사야 하니까…한 2억까지만 써볼까?’

나는 각 신체 부위를 골고루 1강씩 강화했고 이 과정에서 2억을 좀 넘게 써버렸지만,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돈이야 섹스만 해도 벌릴 테니 처음에는 최대한 다양한 부위를 강화해보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에게 필요한 순으로 신체를 강화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와…1강만 했는데도 이 정도라고?’

강화를 모두 끝내고 나는 마치 갓 태어난 사이보그처럼 온몸을 어색하게 점검해봤다.

주먹을 쥐었다 펴본다든가, 목 근육을 우두둑 풀어본다든가, 폴짝 뛰어서 날라 차기를 해본다든가, 허공에 빽 스핀 블로우를 날려본다든가.

별짓을 다 해 봤는데 결론은 딱 하나였다.

‘지린다…이건 아예 새로운 몸인데…’

컨디션이 좋은 날 몸이 유독 날렵하게 느껴지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몸 안에 활력이 넘쳐서 가슴 속에 자꾸만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이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마음껏 방출해도 탄탄한 뼈와 질기디질긴 근섬유에는 어떤 이상도 없을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근수저 물고 태어난 애들은 이런 느낌으로 살아왔던 거군…그래서 에너지를 주체 못 해서 난리를 치던 거였어.’

자동차로 친다면 튜닝 정도가 아니라 차종이 확 바뀐 수준이었다. 경차와 스포츠카만큼이나 원래의 몸과 강화된 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차이는 현격했다.

‘모든 부위를 고르게 강화해서 시너지가 생겨난 건가?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이야…’

부위마다 특색이 있었다. 예를 들면 심장이나 폐를 강화하면 심폐력이 올라갔고, 불알을 강화하면 정력이 좋아졌으며, 허벅지를 강화하면 순발력과 근력이 좋아졌다. 그런 다양한 강화 효과들이 한데 모이니 체감이 장난 아니었다.

만약 눈깔이 돌아서 성기만 줄창 강화했다면 결코 이런 효과를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꼬추는 뒤지게 커졌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검이 아무리 날카로워 봤자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결국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리 거대한 미사일을 달아놔도 제대로 좆질도 못하고 허약하게 몇 번 휘적이다가 찍 싸버리면, 그건 확실히 평범한 좆만도 못했다.

‘흠…이런 식으로 골고루 강화하는 것도 괜찮겠어…문제는 돈인데…’

특히 성기나 불알, 뇌와 같은 중요한 부위들은 강화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그나마 1강씩만 해서 2억 선에서 정리된 거지, 2강부터는 드는 돈이 차원이 달랐다. 전신을 2강으로 도배하려면 대충 계산해봐도 몇십억 정도는 필요했다.

‘돈…더 많은 돈이 필요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해야 될 것들은 명확했다.

‘더 많은 사치를…더 강한 섹스를…’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