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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쓰는 밤의 황제-11화 (11/270)

〈 11화 〉 11화

미희 누나와 나눴던 부드럽고 황홀한 키스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지만, 이건 또 이것 나름의 흥취가 있었다.

연주의 어색하지만 간절한 혀 놀림에서, 연주가 나를 얼마나 깊고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미희 누나를 상대로 몇 번이고 연습했었기에 얼마든지 키스 테크닉으로 찍어누를 수 있었지만, 나를 갈구하는 연주의 마음이 기특했다.

나는 속구 원툴 신인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인성 좋은 베테랑 포수의 마음으로 연주의 키스를 넉넉하게 받아주었다.

어~~ 그래~~ 나이스 키스!!

괜찮아! 괜찮아! 잘 던지고 있어~~!

변화구 같은 건 나중에 배워도 괜찮으니까…!!

-쯉. 쮸읍. 쭙. 쭈욱.

“하으음…하악…흐응…”

연주는 본능에 몸을 맡긴 게 확실했다. 아니라면 그 부끄럼쟁이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일 수는 없었다.

일 초도 쉴 수 없다는 듯이 키스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연주는 자신의 몸을 자꾸만 내게로 들이밀었다.

하지만 나는 좌식 테이블에 앉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연주가 아무리 옆에서 어정쩡하게 무릎 꿇은 자세로 몸을 들이밀어도 나의 몸과 연주의 몸이 완전히 부착될 수는 없었다.

연주는 그게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과감하게 움직여서 아예 나의 허벅지 위에 턱 앉아버리곤, 양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흐음…하읍…"

무릎을 모으고 앉아있는 상태로 그 위에 연주가 위에 올라타니, 바짝 서 있던 자지가 연주의 엉덩이에 깔려서 우악스럽게 가라앉았다.

게다가 연주는 내 몸에서 조금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양다리로 내 허리를 바짝 쪼이고, 골반을 움찔움찔 거리며 자신의 몸을 끝없이 내게 밀착시켜왔기에, 연주 엉덩이에 깔려있는 내 자지가 자꾸만 쓸려나갔다.

‘크흑…’

표피가 벗겨진 귀두에, 통통하고 탱글탱글한 연주 허벅지와 엉덩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더불어 연주의 음란하기 짝이 없는 골반 움직임 때문에 자꾸만 자지가 쓸려나가니까 자극이 너무나 심했다.

하지만 신음을 낼 수는 없었다. 섹스는 커녕 자위가 뭔지도 잘 모를 것 같은 순순한 연주의 움직임에 신음을 내버리면 자존심이 굉장히 상할 것 같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처음 딸을 친 그 날 이후로 1일 1딸을 꾸준히 유지해온 베테랑 딸잡이였고, 얼만 전에는 아다까지 정리한 엄연한 섹스 유경험자였다. 섹스 고수는 몰라도 적어도 연주한테는 절대 질 수 없었다.

반격의 필요성을 느낀 나는 연주가 입고있는 하얀 스웨터 밑으로 손을 훅하고 집어넣고는, 브래지어 위로 연주의 가슴을 부드럽게 쥐어 잡았다.

꽈아아악-.

“흐으읍…!! 흐으응…!!!”

연주가 커다란 교성을 지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나는 연주의 입술을, 입술로 삼켜버렸다.

연주의 신음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연주의 입을 꽉 막은 다음, 슬젖슬젖 연주의 젖을 주물렀다.

꾸욱-. 꾸우욱-.

“흐음..!! 우으읍..!!”

브래지어에 둘러싸여 있는 밑슴부터, 브래지어 위로 삐져나온 윗슴까지 한 손에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의 가슴이었지만, 전혀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연주의 가슴은 사이즈는 조금 작았어도 질감과 밀도가 대단히 훌륭했다.

젖을 잡으면 처음에는 뭉클하다가 강하게 잡을수록 젖살들이 모여들면서 탱글탱글 뭉치기 마련인데, 연주의 젖은 손바닥을 대고만 있어도 탱글탱글함이 느껴질 정도로 탱탱했다.

“흐아음…!!! 헤응!! 그…그마안…하읏!!! 그만…그만해…주세요오!!”

탱글탱글한 젖을 손안에 쥐어 잡고 쥐었다 폈다 만져대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연주가 그토록 탐하던 내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버리고, 나에게 그만해 달라며 신음을 마구 질러댔다.

아무리 룸이라고 해도 방음이 완벽할 리는 없었다. 경찰에게 잡혀가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적당히 멈춰야 했지만, 나는 연주의 가슴을 계속 주물렀다.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도 한 마디 반박조차 제대로 못 하는 소심한 연주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식당 안에서, 내 손길을 참지 못하고 음란한 교성을 지르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꼴려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주물. 주물. 주물.

“흐응!! 흐읍…민준씨이…그마아안…저…더 이상으은……흐잇!!!”

연주는 여전히 내 허리를 양다리로 감싸 안은 채로, 내 어깨에 완전히 기댄 채 뜨거운 교성을 뱉어댔다.

참는 듯하면서도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뱉어버리는, 연주 특유의 낑낑대는 듯한 신음 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느낌이 중독될 만큼 좋았다.

풍기문란 및 주취 소란으로 신고를 당해서 경찰에게 잡혀가더라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좋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분위가 한참이나 달아오른 그때, 연주의 청바지 안에 들어있던 연주의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씨발, 거 타이밍 한 번 죽이네.'

흠칫.

전화벨 소리를 듣고 연주의 몸이 흠칫거렸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가슴을 만지기에는 너무 크게 흠칫거렸기에, 나는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연주의 스웨터 안에 넣어놨던 내 손을 슬쩍 빼내었다.

“일단은…전화 받아요. 연주 씨.”

“네…네에…민준 씨…고마워요…아마…엄마일 거예요…”

연주는 ‘일단은’이라는 단어에 무슨 뜻이 내포되어 있는지 짐작한 듯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연주는 내 어깨에 기대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리고, 내 가슴을 감싸고 있던 자신의 양팔을 풀어냈다.

이어서 막 다리를 빼내려던 순간에, 나는 연주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연주의 허리를 양팔로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

“흐읏…민…민준 씨?”

“그냥 이 상태로 받아요.”

“네?! 그…그런…!”

“연주 씨랑 떨어지기 싫으니까, 그냥 이 상태로 받으라구요. 이렇게 해도 전화 받을 수 있잖아요.”

“하으…우으…그…그거어언…”

“어서요. 전화 끊기겠네.”

“…네에…알겠어요…”

연주에게는 처음 해보는 짓궂은 요구였지만, 연주는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내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나와 연주 사이에 상하관계가 얼마나 확고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었고, 꼭 그런 걸 떠나서도 좋은 기회였다.

‘카페에서 정혜가 뱉어댔던 말들이 영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정혜가 연주에게 패드립을 날릴 때, 분명 연주 엄마가 연주를 저능아라고 소개 했다고 그랬었다.

정상적인 어머니라면 딸에게 그런 말을 뱉을 리 없으니, 이건 딱 두 가지 경우였다.

정혜가 말도 안 되는 구라를 쳤거나, 연주네 어머니가 또라이거나.

나는 패드립을 맞을 때 유난히 의기소침하던 연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마도 후자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일거로 예상되는 전화에 몸을 흠칫 떨어대고 풀어질 대로 풀어졌던 표정을 한순간에 싹 굳히는 연주의 반응을 보면서, 이제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연주네 어머니는 아마도, 어마어마한 썅년이었다.

`아무리 엄마라도 선은 넘으면 안 되지.'

이제 연주는 내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연주에게 함부로 대한다면 마땅한 응징을 받아야만 했다.

내가 괴롭히면 괴롭혔지, 남이 내 껄 괴롭히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연주를 내 허벅지에 위에 올려놓고 통화하도록 시켰다. 연주네 어머니와 연주의 통화내용을 꼭 들어보고 싶었다.

“…여보세요?”

-어디니? 지금까지 집에 안 들어오고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아는 사람이랑…저녁 같이 먹고 있어요.”

-그 사람, 지금 옆에 있니?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아는지 연주가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없다고 하라는 제스쳐였고, 연주는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지금 잠깐 밖에 나와서…”

-미친년. 집안 망신시키려고 아예 작정을 했구나.

“…”

아무도 없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전까지는 형식적으로라도 딸과 대화하는 어머니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미친년처럼 느껴졌다.

내 예상대로, 연주네 어머니는 또라이가 맞았다.

-내가 알바 시켰다고 반항하는 거니? 일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라고 했을텐데?

“아뇨…그런 게 아니라…”

-너 같이 모자란 애는 밖으로 나돌아다니면 안된다고 했잖니. 괜히 사고만 쳐서 집안 망신만 시키는데 왜 자꾸 밖으로 나도는 걸까? 진짜로 엄마한테 반항하는 건 아니겠지?

“죄송해요. 반항하고…그런 거 아니에요.”

-죄송한 거 알면 빨리 집으로…잠깐, 혹시 남자랑 저녁 먹고 있는 건 아니지?

“그…그게요…엄마…”

적당히 여자랑 먹고 있다고 둘러 되면 될 텐데, 연주는 그런 쉬운 거짓말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댔다.

보는 내가 답답할 정도였지만, 한편으로는 또라이같은 엄마에게 얼마나 갈굼을 당했으면 연주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미친년. 더러운 걸레년. 당장 집으로 돌아와.

“…”

-내일부터는 이년을 가둬 놔야 하나….

뚝.

또라이의 소름 돋는 혼잣말을 끝으로 전화가 뚝 하고 끊겼다.

당연히 울먹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주는 이런 일에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나를 멋쩍게 쳐다봤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 표정이, 왠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졌다.

어색하게 걸려있는 입가의 웃음에는, 분명 깊은 체념과 자조가 깃들어 있었다.

“죄송해요. 민준 씨. 저희 엄마가 좀 유별나서요…어차피 언젠가는 들킬 거라고는 생각했는데…이렇게 빨리 들켜버렸네요…”

“…”

“그래도 가끔씩은…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오늘은 제가 말도 없이 집에 안 들어가서 많이 화가 나셨나 봐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연주를 쳐다봤다.

연주는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자꾸만 시선을 피해가며 나에게 말했다. 엄크 한 번에 연주는 평소대로 돌아와 버렸다. 아니, 평소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잔뜩 흥분해서 나에게 달려들게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엄크 한번에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었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민준 씨. 저 같은 건 평생 들어보지도 못할 말들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생각해보면 카페에서도 그렇고…민준 씨는 말을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자꾸만 내 허락도 없이 파장 분위기를 잡아가는 연주가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는 연주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혀 깨물고 자살을 하면 했지 이런 박살난 분위기에서 연주를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럼에도 연주의 말을 끝까지 듣는 건, 적어도 이런 부분에서 만큼은 연주를 존중해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는 연주를 지배할 생각이었지만, 현재 연주를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또라이년처럼 연주를 깎아내리고 인격적으로 모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섹스를 할 때 매도 정도야 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인격 모독을 할 생각은 없었다.

굳이 깍아내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연주를 내 것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고, 그게 또라이년과 나 사이에 있는 지배자로서의 격의 차이였다.

나는 연주를 지배하되, 내 품에서 연주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나는 내 시선을 피하는 연주를 뻔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 잘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연주 씨한테 한 말들 다 진심이었어요.”

“봐봐요…지금도…민준 씨는…말을 너무 잘해요…너무 달콤해요…너무 따듯해요…그래서…그래서 그냥 기대고만 싶어요…제 주제도 모르고…”

“그럼 기대면 되죠.”

“어떻게 그래요. 민준 씨 같은 사람한테…어떻게…저같이 멍청하고 바보 같은 여자가 기댈 수 있겠어요. 맨…맨날 실수만 하고, 엄마랑 주변 사람들한테 구박만 받고. 말…말도 제대로 못 해요. 저…저는 완전 바보예요…옆에 있으면…민준 씨한테 폐만 끼칠 거에요….”

말을 하면서 연주의 얼굴이 점점 내 어깨를 향해 내려갔다.

하지만 연주는 결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지는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작은, 귓가에서 들려옴에도 거의 희미할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로, 힘없이 흐느낄 뿐이었다.

이런 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파는 싫어했고 로맨스는 별로였다. 나는 오로지 에로였다. 아니면 아예 포르노거나.

그래서 그런지 지금 연주가 흐느끼는 울음이, 내 어깨와 연주의 얼굴 사이에 남아있는 고작 몇 센티 정도의 짧은 거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틋하고 애달픈 건,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죄송해요. 민준 씨. 또 못난 모습을 보였네요. 생각해보면…민준 씨한테는 계속 못난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요. 죄송해요….”

연주는 느껴지는 슬픔에 비해 너무나 빨리 울음을 그치고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애써 덤덤하게 말을 건네는 게 벌써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만이 아니라 더 많은 이별을.

그렇게 마주 보지 못하던 나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두고 싶은지, 연주는 이제서야 나를 뻔히 바라봤다.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저는 이만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연주에 표정에는 얼마나 나랑 더 같이 있고 싶은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연주가 참 멍청하긴 멍청했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더욱더 연주를 보내줄 수 없었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를 집으로 돌려 보낼 남자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건 남자가 아니라 고자였다.

“안 미안해도 돼요. 연주 씨 오늘 집에 못 갈 테니까.”

“네…? 우읍…!!”

거침 없이, 연주의 입술에 키스를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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