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9화
연주와 카페가 있던 청담동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깔끔하게 옷을 챙겨입고 머리를 손질한 다음 집을 나섰다.
한 번 감고 드라이를 해줬더니 미용실에서 갓 만져줬을 때보다 헤어 스타일링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자신감이 가득 차오른 상태로 택시를 잡아타서 청담동으로 향했다.
카페 앞에서 연주가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택시에서 내려 연주에게 다가갔다.
“읏!”
일부러 연주의 뒤로 다가가서 등을 톡톡 두드렸다. 연주는 눈에 띄게 움찔거리더니 몸을 획하고 돌렸다.
연주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있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는지, 특유의 강아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사복을 입은 연주의 모습에 나 역시 좀 놀라버렸다.
아래는 아름다운 복숭아뼈가 슬쩍슬쩍 드러나는 스니커즈에 청바지, 위에는 하얀 스웨터를 걸친 사복 패션은 연주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귀여운 얼굴과 수수한 패션에 걸맞게, 앞머리 없는 기본 단발이 어깨선까지 하늘하늘 내려와 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산뜻하고 상큼했다.
하지만 오로지 상큼하고 귀엽기만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깜짝 놀라 숨을 훕. 들이켜서 그런지 도드라져 있는 가녀린 목선과 툭 튀어나온 쇄골이 내 음심을 툭툭 자극했다.
입고 있는 하얀 스웨터보다 훨씬 더 하얀, 찹쌀떡보다 훨씬 더 쫀득거릴 것 같은 목에다가 키스 마크를 무자비하게 박아버리고 싶었다. 우리 집 강아지라고 표시를 해놔야 다른 개장수들이 넘보지 않을 것 같은데….
“저…안녕하세요. 민준 씨.”
유니폼에 가려져 있던 쌔끈한 목선과 쇄골을 관람하느라 좀 멍하게 있었더니, 참다못한 연주가 먼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아. 안녕하세요. 연주 씨. 그리고 죄송해요. 장난 좀 쳐봤는데 이렇게 크게 놀라실 줄은 미처 몰랐네요. 많이 무례했나요?”
“네?? 아, 아뇨! 무례라뇨! 깜짝 놀라긴 했는데…그…무례는 절대 아니고…그냥 너무 놀라서…무례는 아닌데…저는…좋은데…”
무례라는 단어에 팔짝 뛰며 내 눈을 바라보며 열변을 토해내던 연주는, 단 3초도 제대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볼을 확 붉혔다. 내 눈높이에 맞춰 조금 올려다보고 있던 연주의 시선이 점차 내려가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말을 하는 목소리도 작아지더니 나중에는 거의 낑낑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연주야.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고개를 내려서 내 찌찌 부근만 바라보면 나도 좀 부끄럽구나.
선선한 날씨에 맞춰서 반팔에 와이셔츠 한 장만 걸치고 나왔으니 어쩌면 찌찌 윤곽이 툭 튀어나와 있을지도 모르는데….
쓱-. 쓱-.
찌찌 인권 보호 겸 나는 연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쓱쓱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는지 내 찌찌를 보고 있던 연주가 고개를 들어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당연히 찌찌는 핑계였고, 그냥 꼴리는 대로 쓰다듬어 본 건데, 물음표가 떠올라있는 올망졸망한 검은 색 눈동자와 호기심으로 조금 오므려진 연주의 입술을 보니 쓰다듬어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귀여움의 정도를 유해 물질로 치환시켜 나타내 본다면 연주는 초고농축 우라늄이었다. 연주 우라늄, 줄여서 주라늄에 제대로 피폭당한 나의 오염된 입에서는 쓰레기 같은 멘트들이 알아서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귀여워요?”
“네…네에??”
“죄송한데 좀 쓰다듬을게요. 연주 씨가 너무 귀여워서 못 참겠어요.”
“…히끅.”
지독한 쓰레기 냄새가 훅 들어왔는지, 내 멘트를 듣자마자 원래도 좀 빨갰던 연주의 얼굴이 케찹 마냥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얼마나 화끈화끈 달아올랐는지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도 얼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연주의 얼굴에 온도계를 갖다 댄다면 50도 정도는 가뿐히 넘길 것 같았다.
쓰윽. 쓰윽.
쓰레기 멘트에 스턴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연주는 꼼짝도 못 하고 가만히 서서 나에게 한참이나 머리를 내어주었다. 나는 원 없이 연주의 둥글둥글한 머리통을 쓰다듬다가 손을 내려놨고, 그제야 연주는 긴장해서 잔뜩 움츠렸던 어깨에 힘을 풀어냈다. 그게 연주의 실수였다.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었다. 나는 몰아칠 때 한번에 몰아치는 타입이었다.
“카페에서 연주 씨가 저한테 커피 쏟았을 때, 사실은 엄청 기뻤어요.”
“…네? 왜…왜요?”
뜬금없는 내 멘트에 연주가 의아해하며 나를 쳐다봤다. 아직 붉은 끼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채로 나를 슬그머니 올려다보는 연주의 얼굴은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입을 크게 벌려서 앙 배어 물고 싶었다.
‘좀 이를 수도 있지만…’
나는 탐스러운 복숭아를 얼른 따먹고 싶어서, 비장의 무기인 ‘멜로 눈깔’을 장전했다.
눈깔에다 미스트를 마구 뿌린 것처럼 이유 없이 아련하고 촉촉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야릇야릇한 그런 눈빛.
드라마나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애정과 사랑을 담아 여자 주인공을 바라볼 때 연출되는 그런 눈빛.
일반인이 하면 죽은 동태 눈깔에 크림치즈를 잔뜩 바른 듯한 끔찍한 느낌이 나오기 부지기수였지만, 나는 적어도 안구 관련된 것들에는 꽤 자신이 있었다.
외모강화할 때 분명 대충 누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누르고 보니 안구 쪽에 유독 강화가 많이 되어 있었다. 그 결과 현재 내 눈과 눈동자는 모두 +3강이었다.
아직 1~2강 정도밖에 안 돼 있는 다른 부위들과는 그 격이 다를 수밖에.
“안 그래도 처음 봤을 때부터 연주 씨 번호 꼭 알고 싶었거든요. 연주 씨가 일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셔서요.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멜로 눈깔을 장착한 채 연주를 지긋이 바라보며, 나는 연주에게 작정하고 쓰레기 멘트 융단 폭격을 날려버렸다.
간단한 인사도 제대로 못 하는 그 모습이 멍청하지만 무척이나 귀여워서 기분이 좋긴 좋았으니, 영 거짓말은 아니었다. 진실이 섞인 쓰레기 멘트는 더욱더 강력한 악취를 풍기기 마련이었다.
“예…? 아…히끅! 그…네…저도…아니…그…그게…아니라…히끅!…히끅!”
피유융-. 콰과쾅쾅쾅쾅!!!!!
쓰레기 미사일에 직격당한 연주는, 사고회로가 몽땅 다 망가져 버린 인공지능 로봇처럼 한 단어조차 제대로 못 뱉고 버벅버벅거렸다. 연주의 눈은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고, 조금 내려갔던 화끈한 기운이 다시 쾅하고 터져 나왔는지 볼때기는 무척이나 붉었다. 전설 속 홍인인간을 보는 것만 같았다.
홍인인간 연주는 귀여운 동시에 색정적이었다. 얼굴이 붉히는 것도 모자라, 희고 가녀린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드라큘라들이 왜 가녀린 여자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넣기 위해서 지랄발광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런…연주 씨 괜찮으세요? 제가 너무 앞서 나가서 놀라셨죠?”
“아…저…그…그…그러니까…”
“죄송해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에 이런 얘기 부담스러우셨을 텐데…”
“아뇨…그…괜찮…괜찮은 것…같은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마음에 든다는 게 꼭 그런 쪽은 아니니까. 그냥 연주 씨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좋아서 같이 있기만 해도 충분해요.”
“아으…네…네에…저도요…”
“다행이다. 연주 씨, 그럼 저희 이제 쇼핑이나 하러 갈까요?”
연주가 대답 대신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나와 연주는 나란히 청담동 길거리를 걸었다. 몸은 가까웠지만, 연주의 손을 잡진 않았다.
연주의 태도로 봐서는 내가 손을 붙잡아도 좋아했으면 좋아했지 절대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나는 서로의 팔이 닿을락 말락 하는 아슬아슬한 거리만을 유지한 채 끝끝내 연주의 손을 잡지 않았다.
멜론 눈깔에 쓰레기 융단 폭격까지 퍼부었으니 이제는 좀 자극을 가라앉힐 시간이었다. 평화롭다가 갑자기 전쟁이 나야 무서운 거지, 이미 전쟁통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공습경보가 울려봤자 그건 그냥 비극적인 BGM 정도에 불과했다.
연주는 나를 끌고 다니며 매장 몇 곳을 둘러보다가, 결국 마지막 매장에서 셔츠 하나를 구매했다.
예쁘기야 예뻤지만 3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라 부담스럽다며 사양했지만, 연주는 끝끝내 이 옷이 가장 예쁘다며 나에게 셔츠를 안겨 주었다.
카페 알바를 하면서 30만 원짜리 셔츠를 시원하게 긁어대는 걸 보면 연주가 확실히 금수저는 금수저였다.
“연주 씨, 정말 고맙긴 한데요.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아…아뇨. 괜찮아요. 그냥 제가 사드리고 싶어서…오늘 정말 감사했거든요. 민준 씨가…제가 실수했는데도 괜찮다고 해주시고…제 편을 들어주셔서…저를 지켜주셔서…정말 고마웠어요.”
연주는 30만 원짜리 셔츠를 선물해 주고도 오히려 나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호구의 전형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연주의 호구를 잡고 있는 게 바로 나였으니까.
“그럼 혹시 시간 더 괜찮아요?”
“네?”
“이렇게 선물만 받고 보내드릴 순 없거든요. 저녁이라도 같이 먹죠. 우리.”
“아…그…”
“안 되나요?”
“아뇨!! 좋…좋아요!!”
연주는 마음에 영 걸리는 일이 있는지 머뭇거리더니, 내가 한 번 더 묻자 바로 태세를 전환해버렸다.
정말 괜찮은 건지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연주의 처지를 신경 써주기에는 나도 꽤나 애가 타고 있어서 모른 척 넘어갔다.
“음식은 뭐 좋아하세요?”
“아…아무거나 잘 먹어요!”
“술은 드세요?”
“네?! 네…. 네에!”
마찬가지로 대답이 영 찜찜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으로 주변 맛집을 검색하고는 적당한 곳을 예약했다.
택시를 타고 5분 정도 가니 예약한 식당 건물이 보였고,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룸 형태의 이자카야였다. 아무래도 일식류가 식사로도 안주로도 괜찮을 것 같았고, 룸 안에서 단둘이 있는 게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나는 종업원을 불러서 괜찮아 보이는 음식 몇 개와 가장 비싼 사케(무척이나 소시민적이긴 했지만 돈이 많아지면 이런 걸 꼭 해보고 싶었다.)를 하나 시켰다.
종업원이 나가자 룸 안에는 나와 연주만이 남았다. 어색한 침묵이 깔리기 나는 연주에게 말을 걸었다.
“연주 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아…저는 스물 한살이예요.”
“누나네요? 저는 이제 스물인데.”
“에에~??”
내 나이를 듣고, 연주는 일본 버라이어티 쇼에 나오는 예능인들이 깜짝 놀랄 때나 쓸법한 리액션을 보여줬다.
‘에에??’라니. 그렇게 놀랄 일인가? 분명 노안은 아닌데.
“그렇게 놀라시면 저 상처 받는데요. 연주 씨.”
“아…아니…그런 게 아니라…워낙…그…점잖으셔서 그렇게 젊으실 줄 몰랐어요.”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어 봤어도 점잖다는 표현을 들어보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리고 연주야 너는 정말 사람 보는 눈 없구나.
나만큼 점잖지 않은 사람도 드물 텐데. 게임 할 때의 언행을 보면 깜짝 놀라 뒤집히겠네.
“괜찮아요. 연주 씨. 나이가 뭐 중요한가요. 서로 마음만 맞으면 됐지.”
“네. 네! 그래요. 마음이 맞는 게…중요하죠…”
내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연주.
아무리 봐도 연주는 내가 말하는 건 전부 다 맞다고만 하는 것 같았다.
섹스하자고 해도 넙죽 받아주지 않을까…
아냐. 정신 차려 이 미친 새끼.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야.
단순히 섹스만 할 거라면 이렇게 어렵게 오지도 않았어. 아직은 아니야.
섹스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섹스는.
“섹스……그러니까 성별이 어떻게 되세요?”
“…네?”
이런, 씨발. 뇌에 섹스밖에 들어차 있지 않으니 말이 헛나와 버렸다. 좆같은 섹무새 새끼!
“생물학적 성별 말고 정신적인 성별이요. 지향하는 젠더같은 게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제가 요즘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거든요.”
젠더 이슈 따위에는 좆도 관심 없었다. 최근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돈과 여자, 그것도 많은 돈과 예쁜 여자뿐이었다. 그러나 다행은 다행이었다.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말로 어찌어찌 얼버무리니까, 혼란스러워 보이던 연주의 얼굴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아…저는 그런 거 잘 몰라서…”
“그럼 연주 씨는 관심 있는 분야나 취미 같은 게 따로 있으세요?”
“저는…딱히 그런 거 없어요. 취미도 없고…친구도 없고…아, 갑자기 이런 얘기 해서 죄송해요.”
친구가 없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앞으로 연주가 의지할 사람은 나 한 명으로 충분했으니까.
“아뇨. 괜찮아요. 근데 되게 의외네요?”
“뭐가요?”
“친구가 없다는 게요. 연주 씨같이 귀엽고 예쁘고 착한 사람한테.”
“…아으…우으…”
피유융-. 콰과쾅쾅쾅쾅!!!!!
방심하는 사이 또다시 날아든 쓰레기 멘트 폭격. 이번에는 정말 크리티컬이었다.
연주는 무차별 폭격에 발성 기관이 퇴행되어 버렸는지, 언어를 잃어버리곤 신생아 같은 신음만을 뱉어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슬슬 마무리해야겠다.’
시기가 무르익은 것 같았다. 나는 연주라는 무주공산(無主空山)에, 무자비한 점령군을 출정시킬 계획을 세웠다.
연주의 마음속에 나라는 깃발을, 절대로 꺾이지 않을 깃발을 꽂아야 했다.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혹여 내가 매일매일 다른 여자들과 몸을 섞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만한 세상 둘도 없는 쓰레기의 깃발을, 연주의 연약한 마음속에 깊숙이 박아 넣어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온갖 여자란 여자는 다 따먹고 다닌다고 해도, 연주는 여전히 나만 바라보고 나한테만 몸을 허락하길 바랬으니까.
쓰레기 정신병자 마인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탐하는 대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내가 탐하는 걸 남에게 줄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그러니 연주는 부디, 티끌만큼의 남김도 없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 되어야 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오로지 나에게만 의지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자존감 낮은 연주가 듣고 싶어 할만한 말들을, 듣고 싶어 할만한 형식으로 뱉어주고 있었다.
나에게는 느끼하지만, 연주에게는 세상 둘도 없이 달콤할테니까.
“연주 씨가 너무 착해서 그래요.”
“아으…에…네에?”
“다른 사람들이 멍청한가 봐요. 이런 연주 씨를 못 알아보고.”
“…하으…우우으…”
“연주 씨가, 천사 같아 보여요…제 눈에는요.”
‘제 눈에는요.’라고 말할 때 잊지 않고 멜로 눈깔을 장착해 준 뒤, 거의 울먹이고 있는 연주를 쳐다봤다.
“…우으…아우…저, 저 그런 말…듣는 건 처음이라서…너무…흐윽…감사해요. 민준씨.”
연주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연주의 깊은 곳에 나의 깃발이 확실하게 꽂힌 것 같았다.
한여름 뙤약볕에 온종일 데워진 차량 보닛에 올라간 샤베트처럼, 연주는 흐물흐물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