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8화
정혜가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연주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어리둥절 하는 중이었고.
나는 엄중한 목소리로 정혜를 다그쳤다. 곧 나에게 입양될 연주를 괴롭힌 정혜에게 쓴 맛을 보여줘야 했다.
“피해 본 제가 괜찮다는데 왜 그쪽이 난리를 치세요? 저분도 남의 집 귀한 딸일 텐데 왜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억지로 눌러 내리시냐고요. 커피 좀 쏟았다고 신입 직원을 이렇게 괴롭히셔도 되는 거에요?”
“괴롭히다뇨! 저는…그런 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소당하고 싶으세요? 제가 지금 경찰 부를까요? CCTV 까보면 당신이 얼마나 난폭하게 굴었는지 다 나올 텐데, 자신 있으세요?”
내 말에 정혜의 얼굴이 거무죽죽 해졌다. 그리고 나도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나는 원래 이런 식으로 기관총처럼 말을 두두두두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렇게 공격적인 언어를 사람에게 직접 쏟아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익숙하고 능숙했다.
아마 게임 내에서 키배를 했던 경험 덕분에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좀 또라이 같긴 했지만 키배를 뜰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아드레날린인지 엔도르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투 단계에 들어간 걸 인식했는지 뇌 속에서 뭐가 막 팡팡 터지고 맥박이 급히 상승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지나가다 얼핏 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단어도 불현듯 떠올랐고, 전투력도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명분도 능력도 충분했다. 이 싸움의 승기는 이미 나에게 기울어 있었다.
'연주야, 너 감동 받았구나. 그래. 바로 이걸 노렸지.'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촉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연주의 표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굳이 섹태창을 보지 않더라도 실시간으로 연주의 호감도 쑥쑥 오르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자기를 옹호해주는 건 물론이고 담당 일찐인 정혜를 내 손으로 직접 물리쳐주고 있었으니, 연주의 저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오늘 처음 일하는 신입 직원이 실수 좀 할 수도 있지, 폭언에 폭력까지 써가면서 갈구는 게 가당키나 해요?”
“죄…죄송합니다.”
“저한테 말고 저분한테 사과하세요.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내가 연주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러자 정혜의 표정은 더 이상 썩어 문드러질 수 없을 만큼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하긴, 혐오하는 사람한테 사과를 박아야 하는 상황만큼 엿 같은 상황도 없지.
그래도 뭐 어쩌겠니, 정혜야. 이번엔 네가 명백히 잘못했는데.
“…참나. 그렇게 하기 싫으시면 사장님 번호 줘보시던가요.”
“네??”
“사장님한테 정식으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시라고 말씀드릴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직장 내 괴롭힘을 알게 되었을 때 사업주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하기 싫었는데, 태도를 개선할 의지를 전혀 보여주시지 않으니 뭐 어쩔 수 있나요.”
그런 의무가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나만 모르는 게 아니고 다들 모를 텐데 무슨 상관인가. 당당함은 때론 진실보다 더 진실같이 보이는 법이었다.
“그…손님…잠시만 진정하시고…”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저한테 사장님 번호 주시거나, 저분한테 사과하시거나. 둘 중 하나 택하세요.”
나는 정혜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하지만 정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뻔히 알고 있었다.
아까 연주를 갈굴 때 이 카페에 들어오기 위해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했으니, 정혜에게 사장 번호를 알려준다는 선택지는 사실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와는 별개로,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이 사장의 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정혜한테는 굉장한 손해였다.‘사건’을 일으키는 직원을 좋아하는 사장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정혜로서는 무조건 이 사건을 덮어야만 했다. 그리고 사건을 덮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
정혜는 무척이나 분한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독기를 가득 담아서 나를 째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몸은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뒤, 정혜는 결국 서서히 자신의 몸을 연주를 향해 돌리기 시작했다.
정혜의 몸이 완전히 돌아가기 전, 시야에 잔상처럼 남은 정혜의 굴욕감으로 일그러진 표정은 그야말로 대꼴이었다. 심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도 참지 못 하고 자지가 움찔움찔 거릴 정도였다.
도도한 년들은 깔아뭉개줘야 제맛이라더니, 누구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한 꼴잘알이었다.
“미안해요…죄송해요. 연주 씨.”
“네? 아니…그…”
“죄송해요…제가 잘못했어요. 연주 씨한테 소리 지르고…머리 함부로 눌러 내려서…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터는…안 그럴게요.”
연주에게 사과하는 정혜의 목소리는 대단히 듣기 좋았다. 목이 메는지 목소리가 턱 막혀있었는데, 그 상태로 꾸역꾸역 사과의 말을 건네더니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정혜를 갈굴수록 연주의 호감도는 쑥쑥 올라갈 게 분명했기에, 나는 한술 더 떠서 정혜가 연주를 갈굴 때 했던 말을 그대로 정혜에게 돌려주었다.
“사과 어떻게 하는지 모르세요? 남의 고개는 억지로도 숙여주시던 분이, 정작 자기가 사과할 때는 고개가 뻣뻣하시네요.”
“큿…”
정혜가 분에 찬 눈으로 나를 힐끗 바라봤고, 나는 지지 않고 청학동 훈장님보다 더 엄한 눈으로 정혜를 노려봤다.
뭘 봐, 이년아. 빨리 연주한테 고개나 숙여.
대충 그런 눈으로 바라보니 정혜가 이내 체념했는지 나에게 주던 시선을 거두고 연주를 향해 서서히 고개와 허리를 접기 시작했다.
'그래도 상황 파악은 잘 하네.'
인성에는 문제가 좀 있었지만, 확실히 정혜가 난년은 난년이었다. 수그릴 땐 확실히 수그려야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분하지 않은 건 아닌지, 옆에서 보고 있는데 정혜의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죄송해요. 연주 씨. 정말로 잘못했어요.”
“괜…괜찮아요. 그…사과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러니까 이제 허리 피셔도 돼요. 허리…아프실 거 같은데…”
연주는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정혜의 사과를 냉큼 받아들였다. 관대한 처사였지만 연주는 자신이 보고 있기 때문에 정혜가 허리를 피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연주는 몰라도 나는 정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극혐하는 신입에게,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꼴을 보이고 싶은 선배 직원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었다.
‘어이고, 왜 나를 보는데?’
연주는 계속 허리를 숙이고 있는 정혜 앞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낑낑대더니, 갑자기 울상이 되어서 나를 쳐다봤다.
‘연주야, 여기서는 네가 눈치껏 잠시 고개만 돌려주면 되는데…하긴 그럴만한 눈치가 연주한테 있을 리가 없지…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것도 기회인가?’
연주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고려하지 않고 있었는데, 사실 원래 취향대로 따져보자면 연주보다 정혜가 훨씬 더 내 스타일에 가까웠다.
쌔끈한 고양이 상 얼굴에 단정한 유니폼 치마를 H핏으로 만들어 버리는 쫙 빠진 몸매, 무엇보다 굴욕감에 젖어있을 때의 정혜의 표정은 오로지 나를 꼴리게 하려고 한 붓 한 붓 정성스레 그려낸 예술작품같았다.
‘그래. 정혜도 섹스 파트너로 나쁘지 않지. 좀 도와줘 볼까?’
나는 냅킨을 몇 장 집어서 정혜에게 다가갔다. 연주가 볼 수 없도록 정혜의 앞을 막아서고, 한 손을 뒤로 돌려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정혜의 눈앞에 냅킨을 쓱 내밀었다.
울분에 못 이겨 냅킨을 냅다 쳐버리면 어쩌나 했는데, 냉큼 냅킨을 받아드는 정혜의 손길이 느껴졌다. 확실히 정혜는 난년이었다.
“혹시 성함하고 전화번호 좀 알려주실래요? 세탁비는 받아야 일이 깔끔할 것 같은데.”
“네? 네! 물론이죠.”
눈물을 닦고 있을 정혜를 가려준 상태로, 시선도 돌릴 겸 연주에게 번호를 요구하자, 연주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냉큼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성함하고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이름은 하연주고, 번호는 공일공…”
연주는 내게 번호를 불러주었고, 그사이에 정비가 완료되었는지 뒤에 있는 정혜가 숙이고 있던 허리를 천천히 펴는 게 느껴졌다.
“제가 전화 걸어드릴게요.”
나는 연주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주의 전화기가 진동하는 걸 확인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이 번호로 연락드릴 테니까 받아주세요. 그리고……”
나는 연주를 보며 말하다가, 뒤를 돌아서 아직도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는 정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저도 너무 화나서 조금 심하게 굴었습니다. 그래도 순순히 사과하시는 모습 보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다음에 왔을 때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혜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오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잘 하실 거라 믿고…그럼, 저는 이만.”
“잠…잠시만요. 커피…이미 결제하셨는데, 다시 테이크 아웃이라도 해드릴까요?”
작별인사를 전하고 카페에서 나가려는데 연주가 나를 붙잡았다.
“그냥…나중에 다시 왔을 때 커피 한잔 공짜로 주세요. 오늘은 커피 마실 기분이 영 아니네요…조금 찝찝해서.”
나는 커피로 잔뜩 얼룩진 티를 집게손가락으로 살짝 집어 당기며 말했다. 진짜 찝찝한 것도 있지만, 연주에게 마음의 짐을 더 심어주기 위한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앗…아아…그…정말 죄송…”
“됐어요. 연주 씨. 옷이야 갈아 입으면 되니까…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연주를 바라보며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가볍게 눈웃음 쳐주며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다사다난했던 카페에서 걸어 나왔다.
마지막에 보여준 내 느끼하고 허접한 눈웃음에 연주의 강아지 같은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연주를 잡아 먹을 복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막상 카페에서 나오니까 너무 안 괜찮네?’
하도 괜찮다, 괜찮다 거려서 진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카페에서 나와 커피로 잔뜩 얼룩진 티셔츠를 입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나를 노골적으로 힐끗거리는 게 느껴졌다. 날 보면서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좋은 쪽은 아니겠지.
제대로 된 티셔츠 한 장 없는 거지새끼 아니면 여친에게 카페에서 이별 통보를 때리고 그 대가로 커피 마찰을 당한 불쌍한 남자.
여하튼 존나 쪽팔리다. 택시 어딨냐. 평소에는 그렇게 많더니 막상 찾을 때는 항상 잘 안 보였다.
‘하, 시발.’
길가에서 서성이니 택시가 오긴 왔는데, 청담동인 탓인지는 몰라도 하필 모범택시였다.
중간에 모범이라는 걸 깨닫고 흔들던 팔을 잠시 내릴까 고민했지만, 그 사이에 모범택시는 내 앞에 와버렸고 커피로 얼룩진 티셔츠도 쪽팔렸으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타버렸다.
‘으이구 병신, 그래 봤자 택시비가 얼마나 나온다고…뭐, 모범이라고는 한 번도 안 타봤으니 어쩔 수 없나.’
모범 택시의 요금도 제대로 몰랐지만, 일반 택시보다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타본 적이 없었다. 말하자면 이게 첫 경험이었다.
나는 너무 티 나지 않게 눈동자만 굴려서 미터기를 확인했다.
미터기에 찍혀있는 숫자는 6,500.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저렴했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기사님에게 당당히 목적지를 불렀다.
“삼성동 XX 오피스텔이요.”
“예~”
청담동에서 삼성동까지는 2km도 안 걸렸다. 무조건 기본요금일 테니 나는 미터기에 신경을 꺼버리곤 핸드폰을 꺼내 들어서 미희 누나한테 카톡을 보냈다. 두 번째 섹스 후에 나는 미희 누나에게 번호를 요구했고, 미희 누나는 원래는 이런 거 묻는 거 아니라고 투덜대면서도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빠르게 번호를 찍어주었다.
나[누나 뭐함?]
미희[아무것도 안 해. 오늘 갑자기 생리 터져서 집에서 쉬는 중. 너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지 답장이 무척이나 빨랐다.
나[나는 누나 생각.]
미희[우우우. 멘트 엄청 구려. ]
나[아, 나 다이어트 시작함. 누나한테 잘 보이려고]
미희[ㅋㅋ. 나한테 잘 보여서 뭐하게. 너 같은 꼬맹이랑 절대 안 사귈 거임.]
나[혹시 모르지. 잘생겨지면 누나가 나랑 사귀어줄지.]
미희[뭐래…네가 아무리 잘 생겨도 안 됨.]
왜 섹스는 되고 연애는 안되는 거냐고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그러면 호감도가 떨어질 테니까.
아니 근데, 잠깐만. 혹시 호감도를 떨어트렸다가 올려도 또 5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건가…? 만약 그런 시스템이면 여자랑 밀당만 잘해도 돈을 펑펑 뽑아낼 수 있을 텐데.
궁금하긴 했지만 생리 터진 미희 누나한테 실험해보기는 좀 그러니까,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자.
나[ㅇㅋ. 나 진짜 잘생겨 질 건데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셈.]
미희[ㅋㅋ. 자신감 짱이다! 우리 민준이.]
나[미희 누나도 진짜 짱이야. 너무 이쁘고 착하고 섹시해서 맨날 따먹고 싶어.]
미희[…죽을래? (화내는 이모티콘)]
[web 발신. 세한 은행. 입금 500,000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호감도는 역시 정직했다.
‘오케이, 택시비 벌었고.’
돈을 벌어서 그런지 상의에서 느껴지는 찝찝함 때문에 차오르던 불쾌감이 싹 날아갔다.
나[ㅋㅋ 오바였으면 미안. 몸조리 잘해 누나.]
미희[응. 알겠다. 그래도 이런 말 해 주는 사람 민준이밖에 없네.]
나[나도 누나밖에 없어.]
미희[됐어. 그만해.]
[web 발신. 세한 은행. 입금 500,000원.]
호감도가 또 올랐는지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입금 메시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하여간 정직하지 못하다니까…’
“손님, 도착했습니다.”
“아, 네.”
나는 택시비를 결제하고 내렸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가자마자 옷을 다 벗어버리고 곧장 샤워실로 가서 몸을 씻어냈다.
몸에서 진동하던 커피 향을 뜨거운 물로 씻어내니까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응? 미희 누나인가?”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샤워실에서 나왔는데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에 메시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곧장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연주[안녕하세욧!! 카페에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ㅠㅠ]
연주[아! 저는 하연주예요. 카페에서 민준 씨한테 커피 쏟은…(우울한 이모티콘)]
연주[민준 씨,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 ㅜㅜ]
연주[세탁비 말고도 옷이라도 한 벌 사드리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용?!]
연주[저, 곧 있으면 알바 끝나는데…ㅎㅎ.]
연주[아! 아니면 사이즈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사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이게 웬 월척이야?”
안 그래도 미희 누나 생리 터졌다고 해서 삶의 이유를 절반 정도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호박이 넝쿨째…아니, 강아지가 된장까지 예쁘게 발라져선 내 앞에 넙죽 굴러들어왔다.
나[씻느라 답장이 늦었습니다.]
나는 답장이 늦었다는 걸 핑계로 연주에게 씻었다는 걸 은근하게 어필했다.
이미 모든 준비됐다는 뜻이지. 우리 연주 댕댕이를 품에 안고 이곳저곳 마구 보벼댈 준비가.
나[우리, 어디서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