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3화
[web 발신. 세한 은행. 입금 300,000원.]
오피스텔을 나와서 걷는 중이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입금 문자가 떠 있었다.
‘돌았다…미쳤다…시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백만 원을 받았다지만 조금의 의심도 없이 어플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었다. 그러기엔 어플의 모든 게 비정상적이었으니까.
먼저 통 크게 백만 원을 뿌리고, 웬 미션 같은 걸 계속 걸어서 돈을 야금야금 빨아먹으려는 속셈은 아닌지 걱정이 됐었다.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가정이었지만, 애초에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어플이 핸드폰에 깔리고, 터치 한번 했다고 백만 원이 계좌로 들어올 때부터 가능성 같은 건 개나 줘버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떠오른 입금 문자를 보고 나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찐이다…찐 도라이 어플이야…’
오피가서 성관계를 한 건 또 어떻게 알고 바로바로 입금을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어느 앱 스토어에 쳐봐도 ‘세상은 돈과 여자’라는 어플은 없었고, 심지어는 인터넷에다 검색해봐도 그런 어플에 대한 정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 어플은 미스테리 그 자체였다. 정말 하나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럼 뭐 어때. 돈은 잘만 주는데.'
그러나, 말만 잘 들으면 약속한 돈을 바로바로 쏴주는 미친 어플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다시 은행 계좌를 확인해 봤다. 이번에 세 번째였다.
* 계좌 : 1,507,945.
역시나, 30만 원이 예쁘게 들어와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40만 원 정도밖에 없었는데 하루 만에 110만 원을 벌었다.
그저 터치를 몇 번 하고, 예쁘고 착한 거유 누나랑 섹스를 했을 뿐인데, 110만 원을 벌었다!
이런 건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니, 마음 같아서는 길거리에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섹스하고 돈 벌었다!!! 여러분 저 섹스하고 돈 벌어요!!!’
섹스도 그냥 섹스인가.
미희 누나는 상타치 중의 그야말로 씹상타치였다.
직업이 오피걸이라는 게 좀 흠이었지만, 장점 아주 많아서 그런 흠 따위는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일반 남자들은 평생 말도 못 걸어볼 그런 여자랑 황홀한 섹스를 하고, 30만 원이나 벌다니.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믿지 못할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다.
'현타? 사먹충? 다 좆까!'
언젠가 얼마 없는 친구 놈 중 하나가 오피 다녀온 썰을 푼 적이 있었다.
할 때는 좋았지만 하고 나서는 현타가 잔뜩 와서 한번 가고 다시는 안 간다는 흔해빠진 유흥 업소 경험담이었다.
하지만 난 현타라곤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이 존나게 충만했다. 하느님을 실제로 영접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아니, 아니지. 하느님은 잠시 접어두자. 오늘부터 내가 모실 신을 ‘돈과 여자의 신’밖에 없었다.
‘섹스도 하고 돈도 벌고! 정말 감사합니다. 충성! 충성! ’
나는 집에 도착해서 곧장 어플을 실행시켰다.
밖에서 실행시키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지만, 그랬다간 소매치기가 폰을 낚아채 가던지, 갑자기 내 앞에 싱크홀이 생겨서 핸드폰을 제대로 간수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로또 1등 당첨자는 과연 이런 심경이겠구나 하고, 이해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튜토리얼 퀘스트 -2]
-앱에는 여러 가지 유용한 기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능의 대가는 오로지 돈, 여자. 두 가지뿐입니다.
-먼저, 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외모 강화] 창이 개방됩니다.
-[외모 강화] 창을 열어서 외모를 강화해 보세요.
-보상 : 2,000,000원.
[외모 강화]
——
“에이…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서 시키는 대로 [외모 강화] 버튼을 터치했다.
너무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저 외모란 무엇인가?
돈과 여자가 세상의 전부라면, 외모는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타고난 심미안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 세계에서 통용되는 미적 기준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 외모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에게 야한 농담을 던질 때, 못생긴 남자라면 고소를 당하겠지만 잘생긴 남자라면 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질 확률이 높았다.
잠자리까지는 너무 갔더라도, 적어도 고소당할 확률은 잘생긴 남자가 압도적으로 낮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 못 할 진실이었다.
여하튼 잘생긴 건 절대적으로 훌륭하다. 인생을 살면서 잘생긴 것만큼 확실하고 강력하게 이득을 볼 수 있는 수단은 돈을 제외하곤 전무했다.
누구는 외면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고 씨불여대지만 그건 정말 병신 중의 병신같은 소리였다.
외면이 좆같은 사람은 내면이 아무리 훌륭해도 남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줄 기회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사람들이 좆같은 외면에 기겁해서 내면은 보지도 않고 도망치는데, 염병할 내면을 대체 어떻게 보여주란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살다 보면 어떤 성인군자든 자격지심에 찌들고 우울함에 짓눌리기 마련이다.
즉, 좆같은 외면을 지녔다면 그 영향으로 내면까지 좆으로 변할 확률이 높았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이란 참 좆 같았다. 어떤 외모를 갖느냐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다. 의지나 노력이 개입할 여지가 아예 없었다.
성형이란 게 있긴 하지만 성형도 본판이 어느 정도 돼야 먹히기 마련이었고, 아직까지 성형으로는 본 네추럴 잘생김을 따라가기가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배란, 수정, 착상 이때부터 외모 수준이 딱 정해져 있어서, 누구는 외모 +9강인 상태로 태어나고 누구는 강화에 실패해서 터져버린 외모로 태어난다.
나는 터져버린 쪽에 속했다. 절대적으로 돌이킬 수도 없을 만큼 터져버린 건 아니고 한 절반쯤? 뭐, 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외모로 이득 본 적은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외모강화라고?
——
[외모 강화]
-돈을 지불하여 외모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부위별 별, 강화 등급별로 가격이 상이합니다
* 부위 선택 - (눈), (코), (입), (키)…
* 추천 부위 - (키)
——
어플에 외모 강화 창이 팟. 하고 떠올랐다.
뭔가 본격적인 강화 단계로 들어간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도 긴가민가했다.
아무리 신통방통한 앱이라지만 정말 외모를 강화해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내 손은 추천 부위로 나온 (키) 버튼을 향해 움직였다.
무슨 소고기도 아니고 부위별로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고, 추천 부위까지 따로 뜨니까 왠지 모르게 더 신뢰가 가는 느낌도 있었다.
——
(키)
-170.2cm -> 173.2cm
-정가 : 30,000,000원
-튜토리얼 할인가 : 1,000,000원
-강화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
‘음…’
한번에 백만 원을 질러본 적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쉽게 지르기엔 부담되는 거액에 조금 고민했지만, 나는 결국 [예] 버튼을 터치했다.
띡-.
'후우. 일단은 질러보는 게 맞겠지?'
어차피 지금 있는 돈도 대부분 이 앱 덕분에 벌 수 있었고, 백만 원 넘게 벌었으니 만약 이게 사기라고 해도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게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 앱이 사기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사기를 치려면 진즉에 쳤겠지. 그렇다고 정말로 외모 강화가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web 발신. 세한 은행. 출금 1,000,000원.]
[web 발신. 세한 은행. 입금 2,000,000원.]
강화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은행 입출금 메시지가 떠올랐다.
백만원이 빠져나가고, 다시 이백만원이 들어왔다.
과연 사기는 절대 아니었다.
“좋아!”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또 터치 한 번으로 백만 원을 벌었다.
돈은 확실히 챙겼으니,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솔직히 터치 몇 번 한다고 타고난 유전자를 극복하고 키가 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키가 크려면 성장통이라도 오던가, 근육이라도 쑤시던가 해야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역시나, 화장실 거울을 살펴봐도 딱히 키가 커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냥 돈을 주기 위한 과정일 뿐인가? 그런 거라면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안 해도…커헉!!!”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르팍에서 지독한 통증이 몰려왔다.
“끄윽!! 씨발!! 존나 아파!!!”
말 그대로 존나 아팠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에 걸리면 이렇게 되는 걸까?
아니, 통풍이 이렇게 아팠다면 통풍 환자들은 진즉에 다 뒤져서 통풍 유전자를 대대손손 물려주지 못했겠지.
“끄아아악!! 끄윽!!!”
고통은 계속해서 몰려왔다.
나는 아예 화장실 바닥에 쓰려져서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양팔로 무르팍 잡은 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변기와 화장실 타일에 몸이 부닥치고 살갗이 쓸리고 있었지만, 무르팍에서 오는 통증이 워낙 심해서 잘 느껴지진 않았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진짜 뒤지게 아프다.
혼자 살고 있으니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그저 바닥에 쓰러져서 무릎을 부여잡고 데굴데굴.
그러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고통이 심해서 시간 감각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림잡아 `이러다 진짜 죽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무르팍을 오함마로 퍽퍽 치고 전동 드릴로 뚫어대는 것 같던 극심한 고통이, 한순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흐으…헤에…”
나는 한참을 헉헉대다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겨우겨우 화장실 바닥에서 일어났다.
돈과 여자의 신에 맹세코,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이었다.
엄청난 고통과 마주하면 사람의 정신이 오락가락해진다는 게 사실인지 궁금했는데, 정말 사실이 맞았다.
그걸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이런 씨발.
“씨발…키…키…키…”
왜 이런 고통이 갑자기 찾아 왔는가. 유추해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키 크게 해달라고 백만 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무르팍이 산산조각 날만큼 아파져 왔다. 연결고리가 너무 명확했다.
키가 크려면 성장통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내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젠장, 그런 건 좀 안 들어 맞아도 되는데.
“젠장…진짜…키가 큰 거는 맞나?”
확인을 위해 거울을 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눈물을 광광 흘려대서 초점이 너무 흐릿했다.
끔뻑. 끔뻑.
나는 눈을 크게 감았다, 떴다 하면서 초점을 맞추려고 애썼다.
이렇게까지 아팠으면 정말로 키가 컸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컸어야만 했다.
“헐...?”
나는 초점을 맞추고 거울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떡하니 벌렸다.
“진짜…진짜 컸네?!!”
1, 2㎝면 몰라도 3㎝나 커서 그런지 명백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에는 화장실 거울에 똑바로 섰을 때 허리라인까지만 보였었는데, 이제는 골반 언저리까지 보였다.
“후우…진정하자…진정…”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입으로 진정하자고 주문을 걸어 봤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당연했다. 정말로 키가 크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마법도 아니고 만화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그런데 비현실적이었다.
"후우…후우우우…"
나는 심장이 터질까 봐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심호흡을 하며,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이제는 조금 두렵기까지 했지만, 이런 걸 맛보고 멈출 수는 없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세상은 돈과 여자` 어플을 실행시켰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비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신비한 어플을.
——
[튜토리얼 퀘스트 -3]
-돈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셨나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돈을 모아볼 차례입니다.
-수행 가능한 퀘스트들을 확인하고, 완료하면서 돈을 모아보세요.
-퀘스트 수행을 위한 능력들이 해금 및 적용됩니다.
(수행 가능 퀘스트)
$ 홍콩 보내기 - 여성에게 오르가즘을 선물하세요.
보상 : 오르가즘 1회 / 100,000원
$ 쾌락 올림픽 - 여성에게 전에 없던 쾌락을 선사하세요.
보상 : 쾌락 수치 신기록 달성 시, 10,000,000원 (1인 1회 한정)
$ 호감도 공사 - 여성에게 호감도를 얻어보세요.
보상 : 호감도 1당 500,000원
$ 의존도 공사 - 여성의 의존도를 높여보세요.
보상 : 의존도 1당 500,000원
$ 복종도 공사 - 여성의 복종도를 높여보세요.
보상 : 복종도 1당 500,000원
목표 금액 : 100,000,000원
달성률 : 0%
[능력 : 섹스카우터] 적용!
[능력 : 섹륜안] 적용!
[섹스 정보 상태창 : 섹태창] 해금!
——
“...”
섹스카우터, 섹륜안, 섹태창….
단어만 봐도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능력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