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23)

여러가지 놔두고 온 것들이 있다.

그 날이 오기 1개월 전.

한살 연하의 여동생과 지긋지긋한 인연의 친구가 서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와 여동생은 딱히 시스콘이라든가 브라콘이라고 부를 일은 없는 보통 남매간이다.

그리고 사귀는 상대가 내 불알친구라면, 교제할 때 보고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렇지만 뭔가 거리끼는 점이라도 있었는지, 단지 부끄러웠던 것인지,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을 주저해, 결국 나는 우연히 데이트 중인 두 명을 목격했다.

나중에 여동생과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몰랐던 사람은 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제일 친한 친구에 굉장히 사람 좋은 놈이었기 때문에, 축복해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왠지 따돌림 받은 것 같아, 울컥 불평을 토하고, 고집을 세우다 싸움으로 번져 버렸다.

사과도 안 하고 화해를 할 분위기도 없는 가운데 시간만 흘러 버렸다.

그 날이 오기 3주일 전.

여동생과 친구하고는 여전히 서먹서먹한 상태.

기분 전환으로 중학생인 남동생과 야구연습을 했다.

남동생은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중학야구부다.

나는 이미 이런저런 핑계로 포기해 버렸지만, 이 녀석은 재능이 있다.

다른 일은 작심삼일이면서 야구만큼은 꽤 길게 하고 있다.

「언젠가 내가 형이랑 누나들을 코시엔으로 데려가 준다」

거만한 어조로 큰 소리치는 녀석.

그 대답은 매번 정해져 있다.

「쨔샤, 그런 건 최소한 레귤러는 되고 나서 말해라」

그렇게 말했더니, 그 녀석이 우쭐거리는 얼굴로 이미 다음 시합에 엔트리멤버로 들어가 있다며,

1개월 후에 반드시 응원하러 와 달란다.

에, 뭐시라고라?

그 날이 오기 2주일 전.

남동생이 여동생과 소꿉친구가 들러 붙은 경위를 가르쳐 주었다.

저 녀석들, 내 첫사랑을 응원하려고 서로 상담하고 있던 사이에, 마음이 맞았다는 거 같다.

이게 뭐다냐. 딴사람 연애를 응원하려던 것들끼리 먼저 커플이 되다니, 말이 되냐고.

게다가 내가 목격한 데이트도 나를 위해서한 정보수집이었다니, 바보같은 소리.

그냥 내 상관 따윈 그만두고 즐겁게 데이트나 해라! 괜히 소외감을 느낀 나만 꼴사나워졌잖아.

3주일 후의 여동생의 생일에, 케이크라도 주며 사과해 볼까?

그러고보니 제대로 선물하는 건, 처음이다.

그 날이 오기 일주일 전.

내 책상 위에 뭔가 손수 정리한 자료가 올려져 있어서 웃었다.

누군가에게 반한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해 하고 있던 사이에,

저 녀석들이 그걸 눈치채고, 그 상대의 취향 따위를 조사하고 데이트 플랜까지 만들어놨다.

이제 더 이상은 걱정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근성과 패기로 그녀에게 고백했다.

바로 정면에서 좋아한다고 말했줬지만 반응은 묘했다.

그쪽 입장에서 보면 나는 단순한 클래스 메이트이니까,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괜히 삐져서 신경질을 부렸는데도, 신경써 준 두 명을 생각하면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때문에 시험삼아서라도 좋으니 단 한번이라도 데이트를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다음 일요일에 저 녀석들이 준비해준 플랜으로 해볼 생각이다.

결과가 어찌되든, 나는 여동생과 친구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제대로 축복하며 그 녀석에게 말할거다.

「여동생 울리면 용서하지 않아」라고 말이야.

반드시 그 녀석도 여동생도 웃어 버리겠지만, 그 정도는 말하게 해줘.

그리고 며칠 후.

내가 데이트를 한다는 정보를 어디에서 냄새를 맡았는지,

어머니는 묘하게 의욕이 넘치셔서 나를 옷갈아 입히는 인형도 아닌데 그런 취급을 하셨다.

평상시 과묵했던 아버지는 「힘내라」라고 한마디하시며, 유키치를 5장 건네주셨다.

도대체 여러분들은 뭡니까, 내가 데이트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 사건인가요!!!

그리고 어머니曰, 「저녁은 니가 좋아하는 메뉴로 만들어 위로해줄게!」라니, 실패하는걸로 결정?!

도대체 데이트가 성공하기를 원하는거야, 아니야!

그런 불평불만을 중얼거리며, 결전의 전날 나는 잠이 들었다.

정말 좋아하는 그 아이와 염원의 첫데이트.

속좁은 나의, 두 사람에 대한 사죄.

남동생이 레귤러멤버로 출전하는 첫시합.

여러가지로 도와준 여동생의 생일.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잔뜩 있다.

장래의 진로도 생각해야하고, 생각하기 싫지만 테스트도 있다.

우선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해서, 대학에 가서 코치를 공부한다.

나는 그만뒀지만 , 꿈만 넘치는 남동생에게 힘이 되고 싶기 때문에.

뭐, 그런 것도 있지만 먼저 것들보다, 

그 드라마의 범인이 과연 누군가인가라던가.

다음 달로 다가온 왕좋아하는 아티스트의 CD발매일이라던가.

지금 메이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동네 출신 강타자의 귀국이라던가!

그 쪽이 더 신경이 쓰였지만.

웃기겠지?

어린애같이 두근두근했던 것이다.

내일이 오는 것을.

쭉, 쭉, 쭉 기다려 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5년이 지나도, 내일이 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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