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40)

[TS] 은하보안관 이브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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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벽과 저만치 떨어져 있는 판자, 바닥에 늘어진 넝마조각과 바닥에 떨어진 소금기 어린 방울 자국, 누군가가 조금 전까지 살고 있었던 거주 구역의 입구를 엄폐물 삼아 떨리는 손으로 장전된 글룩 85를 잡은 엉망진창의 루이스가 숨어있었다.

루이스는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는 몸을 홱 돌려 돌격했다. 총 한번 쏴 본 적 없는 엉성한 자세에 엉성한 돌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루이스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방안에는 망토가 헝클어져 어깨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브와 웬 비실이가 드잡이질을 하고 있어서 루이스를 볼 틈조차도 없어 보였다.

“넌 또 어떤 새끼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조금 전까지 없었던 비실이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무슨 일인지 그 거구의 괴물은 어디 갔는지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니 그 비실이는 루이스가 알던 놈이었다. 자기가 관리하던 구역에 갑자기 들이닥친 스카우터에게 스카우트된, 이제는 자신보다 더 높아져 버린 개새끼였다.

비실이는 루이스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이브가 비실이를 향해 상기된 얼굴로 울부짖었다.

“너 갑자기 왜 이래?”

“왜, 왜에에! 시려, 나는 네가 죠았는데. 너 아니면 이 마음을 전할 사람이 업썻는대! 나 이졔 여기 떠난다고. 어디서 너 같은 섹스로이드를 만나겠어?”

“꺄아악! 놔! 놔아아!”

헤까닥 돌아간 비실이가 우악스럽게 이브의 어깨를 잡고 난폭하게 흔들었다. 이브의 가벼운 몸은 위태위태하게 휘청거리고 긴 머리칼은 헝클어졌다. 루이스는 절로 이가 갈렸다. 이브가 제 공용 좆집인 건 맞지만 저런 비실이 새끼한테까지 당할 정도로 약한 년은 아니었다.

“야, 이 병신새꺄! 나 무시하냐!”

루이스는 빡이 돌았다. 루이스는 인내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고 당장 죽음이 아른거리는 탓에 눈앞에 뵈는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피그마를 향해 참치 못하고 방아쇠를 당긴 것도, 어쩌면 이브의 거주구역에 들어오면서 필연적으로 이뤄질 일이었다. 저승길 파트너로서 삼기엔 적당한 놈이기도 했다.

그러나 총알은 피그마의 몸에 닿아 핏물을 쏟아내는 대신 그의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피부가 아니라 깊은 물 속에 들어간 듯했다. 관통한 총알은 피그마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했고, 그대로 피그마를 통과해 반대편 벽과 맞아 튕기는 소리만을 냈을 뿐이다. 루이스는 눈을 휘동그랗게 뜨고는 꼴사납게 뒷걸음질쳤다.

“뭐, 뭐야… 너, 너 새끼도 괴물이냐!!”

저 은하에서 쓰이는 홀로그램의 화질은 진짜와 같았으니, 루이스는 꿈에도 홀로그램인 줄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총알을 맞았으니 저놈이 갑자기 이곳을 볼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루이스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겨우 총을 잡고 겨누었다. 폐석탄공장 바닥에서 올라오는 끈적끈적한 한기가 공포가 되어 루이스의 숨통을 옥죄었다.

그 자리에,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울렸다. 붉은 독수리 문양의 실크 셔츠에 얼굴은 웃는 가면으로 가린 사내가 홀로그램 영사기 앞으로 가더니 정지 버튼을 눌러 뚝 끊었다. 그리고 누군가 들으라는 듯 혼잣말했다.

“추적장치를 깨닫다니… 역시 보안관이십니다.”

루이스의 눈에는 갑자기 이브와 피그마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웬 멀쩡하게 생긴 정신이상자가 혼잣말까지 하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하는 대신 총구를 재빨리 새로 나타난 독수리 셔츠에게로 옮겼다.

“다, 당신은 누구야!”

“이런, 검은 쥐새끼 한 마리가 있었군요?”

레드호크는 겨누는 총이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한 눈으로 루이스를 훑었다. 루이스는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을 쥐새끼는커녕 벌레나 먼지보다도 더 하찮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스타 스트링스의 존재들, 세레니티의 회장님보다 더 높으신 분들을 두 번이나 보게 되니 이젠 어이가 없었다. 꿈이라면 이런 악몽도 없었다.

그런 그들을 모욕하고도 남았으니, 이미 어딜 가도 죽어버릴 것이 뻔했다. 만화책에서나 나오는 흔한 좆만이 1이 된 기분을 느낀 루이스는 주요 인물이나 다름없는 레드호크에게 발악이라도 하고자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조준했다.

“바람구멍 뚫리기 싫으면 꼼짝 말아!”

레드호크는 정말로 꼼짝 하나 하지 않았다. 대신 웃는가면 위로 턱을 쓰다듬는 자세 그대로, 뚫린 눈구멍에서 루이스를 품평했다.

마피아 게헨나스의 지도자이시자, 악명높은 카인 조직의 정식 후계자로서 남은 세력을 규합한 혈통과 카리스마를 모두 보유한 보스는 퀘이사 보안관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길 바랐다. 잡지 않아도 알아서 파멸할 것이라는 셈이 있는지, 제가 아슬아슬하게 놓치는 상황마저도 철저하게 유희거리로 만들어버리라고 말씀하셨다.

‘퀘이사 라케이니아, 그가 이브 라케이니아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스스로 퀘이사이길 포기한 거나 다름없어.’

‘어찌 그리 믿으십니까?’

‘믿음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에 대해 판단했지. 보내준 홀로그램은 잘 받았어. 이젠 그저 그의 어깨를 살짝 밀어주면 끝날 것처럼 보여.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태하듯, 그는 완전히 그녀로 다시 태어날 거다. 결국 남자 몸 밑에서 깔아뭉개지며 쾌락의 곡조를 읊조리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35년을 놈을 죽이려고 칼을 가셨지 않습니까? 돌연히 사라진 것도 30년 전의 일입니다. 이건 보스가 꾸미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저희만의 복수가 아닙니다. 결국 누군가의 작전에 휘말리는 꼴이겠지요.’

‘꼭 죽이는 것만이 복수는 아니지-’

스타 스트링스 너머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듯 읊조렸다. 남녀를 구분할 수 없는 미성의 음색은 죽은 사람의 물건을 일으키고, 갓 태어난 어린아이마저도 심장을 설레게 할 만큼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누가 꾸민 일이든, 우리는 우리들의 방식대로 간다. 놈의 근본부터 완전히 물들이는 거야. 조금만 밀어, 놈이 우리를 망가트렸듯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추문을 기록으로 남겨 길이길이 까발려 주는 거지. 은하보안관의 명예를 우리 손으로 난도질하는 거야.’

기억 속 보스의 웃음에 따라 레드호크의 웃는가면 밑으로도 근섬유가 짜그라졌다. 증오를 잊지 않기 위해 치료하지 않은 그슬린 얼굴근육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도 나왔다. 쓰러진 자세로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총을 겨누는 저 쥐새끼의 물건이, 어쩌면 이브가 그렇게 좋아하던 종마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좋은 생각이 그의 뇌리를 핥고 지나갔다.

-이브를 궁지에 몰아넣고, 탈출하기 전에 ‘사랑의 묘약’ 먹은 발정 난 종마 하나 넣으면 재미있겠다고.

“헤, 헤헤, 움직였다? 너 뒈지는 거야.”

침까지 질질 흘리며 루이스는 소리쳤다. 그는 완전히 미쳐있었다. 레드호크는 루이스가 불쌍하기도 했고, 마치 어린 조직원들이 하는 행동이 생각나 귀엽기까지 했다. 그는 다시 대답 대신 웃음기를 머금었다. 바람소리가 샌다.

탕-

루이스가 방아쇠를 당김과 함께, 루이스가 풀썩 쓰러졌다.

총알은 분명 루이스가 든 글룩 85의 총구에서 발사되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레드호크의 심장 근처까지 닿았다. 그러나 레드호크의 주위에 돌던 나노 드론들이 총알을 갉아먹고, 일부는 루이스의 귓속으로 침투해 뇌간에 전기 충격을 주어 기절시켰을 뿐이다.

“어차피 놓치라는 명이 있었으니, 마음껏 갖고 놀아주겠습니다.”

**

온통 그래피티로 얼룩덜룩하고, 환풍기와 배수구 구멍이 쓰레기로 가득 메워진 복도를 따라 거구의 보안관과 두 소녀가 뛰었다. 밖은 이미 소란스러워졌고, 앞서 달려나가는 알터의 표정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피티에 있는 내용들을 읽기 싫어도 읽게 되니 알터의 미간은 갈수록 좁아지기만 했다.

“이제 경찰이 달라붙을 수도 있을 거다.”

퉁- 이브가 말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총탄이 날라왔다. 알터가 총탄을 손으로 잡아 눈으로 모습을 슥 확인한 뒤 어깨너머로 훅 던졌다. 그의 선글라스에는 자동으로 분석한 문구가 떠올랐다.

[개량형 AK-47, 라임비 2700년제작, 7.62x39mm탄]

총탄이 날아든 뒤로 세 명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졌다. 그리고 두 소녀의 체력으로는 금세 한계가 찾아왔다. 보폭이 두 배는 큰 알터를 따라가려니 소녀들의 다리는 찢어지는 듯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말하기 무섭게 달려듭니다. 다행히도 조준하고 쏜 게 아니라 애먼 총알이네요.”

“애먼 총알이라면… 대량살상인가.”

건장한 인구는 부와 직결된다는 건 우주시대에 이전에도 익히 알려진 지론이다. 실로 부유한 컴퍼니에 사는 인구는 모두 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레니티처럼 작은 회사에서 건장하지 못한 인구들을 데리고 있으면 오히려 돈을 소모하게 된다.

특히 폐석탄공장의 빈민들은 ‘세레니티’에게 있어선 공공자산을 깎아먹는 그저 벌레들이었을 뿐이니, 재개발을 핑계로 들어내려는 참에 대량살상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었다.

이브의 예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미 먼 곳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총소리와 비명 소리로 요람이었던 폐석탄공장이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살인기계나 다름없는 유격대들은 심심풀이로 살해를 해도 된다는 명령을 하달 받았다. 연고조차 없는 이들의 생명은 오로지 그들의 마음에 달려있었으니, 꼭 이브만이 아니더라도 이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소녀의 얼굴에는 한계치까지 달리며 힘겨워 하면서도, 사람들을 지키지 못해 음울한 표정이 떠올랐다.

“어떤 생각 하시는지 잘 압니다. 지금은 저들을 지킬 수 없습니다.”

“괜한 함정에… 빠지느니… 일단 몸부터 피하는… 게 낫겠지, 자네도… 안식년이니까. 후…”

이브는 알터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빠르게 수긍했다. 숨이 벅차 뛰다가 걷다가 하면서도, 이브는 가까스로 알터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훨씬 키가 작은 레아는 벌써 두 걸음이나 뒤처진 채 따라오고 있었다.

“레아를 업어.”

“…알겠습니다.”

“싫어… 나도 뛸 수 있어!”

“억지 부리지 말고.”

이브가 강하게 노려보니 레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알터의 너른 등에 업혔다. 알터는 부담되지 않는 방식으로 들쳐업고선 옆에서 마찬가지로 헐떡이는 이브에게 말했다.

“보안관님도 오시죠.”

“아니…”

“언니나 억지부리지 마.”

이브는 레아의 일갈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안기지 않았던 건 심장이 벅벅 뛰고 눈앞이 팽글 돌았지만, 그저 알터에게 안겼다간 지키고 싶었던 선을 넘어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가 부리고 있는 고집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선 의미 없는 고집이나 다름없었다. 영생자라고, 진짜 물리적으로 죽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방에 유격대 셋, 전방에서 꺾어지는 복도 오른쪽에선 빈민 열다섯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냉철하게 판단하는 보안관 님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시겠죠.”

알터는 유격대들에게 발견되었다는 무전하는 소리를 들었다. 선글라스에선 순식간에 전후좌우와 벽 너머까지를 투시해 분석하고는 적과 무관한 시민을 구분했다. 선글라스에는 맵의 형태 위로 붉은 점으로 유격대의 위치가 나타났다.

지나온 복도를 꺾어서 얼마 안 되는 지점에서 이미 발견한 유격대가 뒤따라오고, 전방에 있는 삼거리에는 빈민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목표하는 베란다쪽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브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알터는 뒤에서 날아온 눈먼 총탄의 경로를 계산해 상체를 숙였다. 물 흐르듯 휘날린 레아의 머리카락 사이로 총탄이 지나갔다.

“히윽…! 아저씨이이!!”

“다치게 하진 않아!”

이브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알터는 조금 전처럼 다리 안쪽으로 손을 넣어 결혼식 신부처럼 안아주었다. 알터의 뜨거운 팔이 살갗에 닿는 기분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알터가 내달리기 시작하자 두 배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게 뒤와 앞의 소녀들의 상태를 배려한 뜀질이었으니, 그야말로 초인적인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저기 있다! 저기 이브가 있어!”

“이브야, 이리 온. 어서 밥 좀 먹자…!”

눈을 질끈 감은 이브는 익숙한 목소리들을 들었다. 저 목소리는 두 칸 옆에 있는 라디오 할아버지, 저 목소리는 시계 아저씨, 그리고 저 목소리는 앞 칸에 있는 다리 없는 아줌마… 고된 일상에서 어느새 익숙해진 그들이었다. 그러나 이브의 힘으론… 모두를 챙길 순 없었다.

[길을 가로막는 놈들은 모두 사살해라]

탕, 타탕-

알터의 귀에만 들리는 무전 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소총이 불빛을 발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들이 외치는 외마디 비명도 이브의 고막을 울렸다. 결국 힘이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은 몸이라도 온전히 보전해야 했다. 그들의 생명은 모두 소중하나 나약한 힘으론 모두를 지킬 수 없었다.

이건 이미 지난 20년간, 빈민들의 소굴을 전전하며 겪어온 흔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브는 슬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브는 질끈 감은 눈가가 붉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빈민들이 시간을 벌어준 탓에 두 소녀를 업고 안은 알터는 벽보에 수많이 붙여진 세레니티 포스터를 통해 베란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브는 불어오는 찬바람과 함께 눈을 떴다. 채 치우지 못한 유리조각들이 아침햇살을 반사에 비통하리만치 찬란하게 빛났다.

[놈들이 베란다로 왔다.]

[모두 2층 베란다에서 엄호사격하라.]

주파수와 암호가 해킹 당한 무전이 선글라스 위의 글자로 떠올랐다. 알터는 품에서 캡슐을 꺼내 스코르피우스(Scorpius)식 자가용 전투기를 꺼냈다. 알터의 세 개의 자가용 중에 하나였다. 꼬리가 살짝 위쪽으로 뻗어 있고, 양 날개에는 커다란 프로팰러와 제트엔진이 달려있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건쉽 형태의 전투기였다. 내부는 고전시대의 헬리콥터와 비슷하게 조종석 탑승석이 나뉘어 있었다.

알터는 곧잘 탑승석에 두 소녀들을 욱여넣었다. 거의 내던져지듯 의자에 앉은 이브의 심장이 뜨끔거렸다. 억지로 욕망을 억누른 탓인지 눈을 떠도 자꾸만 시선이 알터에게 향했다.

“안전벨트는 알아서 매세요.”

문을 닫으며 외치는 알터의 거친 목소리가 다정하니 들렸다. 부하가 자길 좋아한다고 생각하다니… 아무래도 착각이 지나쳤다. 저 얄미운 선글라스 너머엔 분명 음욕 하나 없는 눈이 있으리라.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린 이브는 가까스로 냉소를 머금고 레아와 자신의 안전벨트를 매었다.

[씨팔, 저건 뭐야? 얼마짜리야?]

[날개다, 날개를 노려!]

바깥에선 공기를 찢으며 갑자기 거대한 탈것이 나온 것처럼 보였으니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Ak47에서 토해내는 고전적인 총탄은 레이스의 방탄 장갑은커녕 막 엔진에서 형성되는 쉴드(바람 장막)조차도 뚫지 못했다. 알터는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고 레버를 올려 엔진을 작동시키며 외쳤다.

“곧 이륙합니다!”

프로펠러가 돌자 바람이 밀려나며 거대한 양력을 만들었다. 뒤늦게 베란다쪽에서 뛰쳐나와 스코르피우스의 문이라도 열려 달려들려는 인간들은 모두 그 바람에 나동그라졌다. 알터가 마지막 레버를 올리자 스코르피우스는 날아올랐다. 이륙한 스코르피우스는 바닥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졌다.

광기에 가까운 총탄이 비처럼 쏟아졌으나 단 한 개의 탄환도 완성된 쉴드를 뚫지 못했다. 스코르피우스는 마치 아무 방해도 받지 않았다는 듯, 어느 정도 고도를 확보하자 앞으로 기울어져 가속하기 시작했다.

[뭐해 빙신새끼들아! 다들 뭐라도 타고 쫓아가!]

부우우웅-

그제서야 뒤늦게 폐석탄공장에서 바이크의 엔진 소리가 울렸다. 유격대가 고물 바이크와 테크니컬을 타고 따라왔으나, 같은 방향으로 가속되는 비행기에 Ak47 총탄으로는 더더욱 대미지를 입힐 수 없었다. 뒤늦게 등장한 RPG-7또한 겨우 맞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인 쉴드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스코르피우스가 어느 정도 속도를 확보하고, 제트엔진에서 푸른 섬광을 뱉어내기 시작하자 총성은 잦아들었다. 목표를 잃은 유격대들의 인형과 함께 화약 냄새와 찌든 생활의 냄새도 저만치 멀어져 갔다.

========== 작품 후기 ==========

스코르피우스 식 비행기는 영화 아바타의 스콜피온 건십과 게임 스타크래프트 2의 밴시를 참고했습니다. 앞으로는 모티브가 된 소재에 대해선 짦막하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을 쓰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건 as109선생님의 CITY no.109시리즈와 보드게임 뱅!입니다. CITY no.109 시리즈에서 보이는 빈부격차의 느낌과, 뱅!에서 보이는 보안관만 알려지고 부관과 무법자, 배신자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의심하고 총질해대는 스토리가 자연스레 그려져서 쓰게 되었습니다. 왜 무법자 대신 마피아라는 말이 나오냐면 그냥 이탈리안 파스타 웨스턴 느낌나는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간단히 배경설명을 덧붙이자면, 카르다쇼프 척도 기준 Type 2.3형 문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외계지적생명체는 전부 페르미 역설에 의해 핵겨울, 그레이 구 시나리오, 마트료시카 뇌 시나리오 등등으로 스스로 멸종하거나 퇴화한 설정입니다.

이전작까지 욕설을 억제했지만, 이번 작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꽤 인상적인 로판을 봐서입니다. 설정이나 플롯에서 겹치는거 있을까봐 확인차 레오네도 봤습니다. 조교길마때도 데였잖아요..

아무래도 중간후기이고, 각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이미지에 대해서는 완결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전체 스토리의 프롤로그정도만 지나왔으니까요. 다음 화부턴 유료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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