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은하보안관 이브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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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짧은 새벽 머물던 여관은 폭심지에서 꽤 먼 곳에 있었다. 이브는 대지에 생겼다는 정체 모를 상흔을 구경하고 싶었건만, 근처까지 가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정 보고 싶다면 레아와 함께 돌아와서 한가한 시간에 보는 게 나으리라.
‘외은하의 괴물이 나타났거나 고전 영화처럼 슈퍼빌런과 슈퍼 히어로가 싸우기라도 한 건가?’
어린애처럼 실없는 생각을 떠올리던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저렇게 많은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그려가면서 숨기고 싶어 하는 사건이라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니…
한때 퀘이사라는 이름을 쓰던 시절, 우주에서 직접 어깨를 부딪치며 싸우던 스타 스트링스의 사람들이 온 것이다. 비단 알터뿐만 아니라, 그의 적도 나타난 것이다. 30년 동안 자기 머리카락 하나 찾지 못한 그들이 이제야 냄새를 맡고는 나타난 것이다.
“조심해라,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어서 돌아가라.”
멍하니 사고에 잠겨 있던 이브를 경찰이 불렀다. 어제 신입을 혼내던 사수였다. 그는 이브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끔하니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읽고 불쾌해진 이브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 목만 까딱 하고는 떠나려 했다.
소녀가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사수에게 어제의 신입이 다가왔다. 신입은 이브를 못 본 건지, 못 본채 한 건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수에게 종이를 전달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이브는 조금 거리를 벌리고는 그들이 하는 말을 귀동냥했다.
“저기, 선배님. 폭심지는 여기서 10km나 떨어져 있는데 왜 여기까지 폴리스 라인을 세우나요?”
“숨겨야 하니까 그런 거야. 그런 깨끗한 구멍을 파려면 최소한 레일건 정도는 있어야 할 거다. 우리가 할 일은 레일건을 쏠 만한 괴물이 누군지 알아내기보단, 그 일을 숨겨야 하는 거지.”
“괴물이라면 잡아야죠. 대놓고 지금 우리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했잖아요!”
사수가 철딱서니 없는 신입의 이마를 메모장으로 툭 치곤 무서운 얼굴로 다그쳤다.
“신입아, 너 진지하게 하는 소리야? 폭발 범위로 봐선 38GW 식쯤 될 거다. 너, 여기 45지구의 소유자가 어느 분이신지는 아냐? 그분조차도 레일건은 꿈도 못 꿔. 그 출력 내려면 탄환 한 발에 10억이다. 10억.”
신입은 얼이 빠진 듯 입을 딱 벌렸다.
이브는 턱이 빠져라 입 벌어진 애송이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기에 자리를 떴다. 그러나 좋은 단서였다.
10km쯤 떨어진 이곳까지 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세워졌다. 그 정도로 큰 축포를 날릴 정도라면 엄청난 열풍이 불었을 터. 설마 폭발을 숨길 정도로 돈을 쓰는 적이라고 생각했더니 소름이 돋았다. 이브 자신이 폭발이 일어나던 그때 열락에 빠져 있던 건 생각지도 못한 채였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로 스타 스트링스의 그들이 온 것이다. 이브는 마치 어린애처럼 설렜다. 이런 후줄근한 곳에서 오늘내일 사느니 마느니 하는 세상보단, 행성을 파괴하느니 마느니 하는 거대한 음모가 가득한 세상이 다시금 소녀에게 손을 뻗어왔다. 소녀는 기꺼이 저 우주로 돌아가 전 은하의 정의와 질서를 위해 행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곧 만날 텐데 뭘 말해야 할까?
‘개새끼들아, 이제 왔냐? 빨리 찾기나 하지…?’
그런데 왜 나타나지 않을까?
알터의 신변에, 뭐라도 문제가 생겼나?
소녀의 가슴 속에 티끝만큼 존재했던 의문이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의문을 품는 것 말고는 힘없는 소녀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할 건가. 여기서 경찰들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가 조금 전 지갑에서 가져온 1,000페니 지폐를 핑계로 한 소리 들을 테고, 그렇다고 라임비의 어떤 누군가에게 부탁해도 그들을 말릴 수 없다.
무려 라임비 컴퍼니의 직원인 경찰조차도 애초에 스타 스트링스의 괴물들에겐 먼지만도 못한 존재로 보일 테다. 라임비 지구의 소유주는 되어야 스타 스트링스에 겨우 가입할까 말까 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브가 가진 것도 없었다. 내장 털렸을 때 회복시켜주는 의문 모를 발정 나노로봇 말고는… 그건 필히 도움보다는 해가 될 터였다.
그리고 이브를 찾자마자 레일건으로 축포를 터트렸다는 건…
두 개의 조직이, 갑자기 자신을 발견한 뒤에 무언가를 한다.
그렇다면 이 가증스러운 행성에서 이브의 신변에 뭔가 큰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측근부터.
이브는 섹스 후의 여운을 느끼며 흐느적거릴 때가 아니라 당장 돌아가야 했다. 신문 배달 가기 전에 레아를 빼돌려야 했다. 스타 스트링스의 괴물들이 누구던가, 돈 앞에선 인정머리도, 혈육도, 지인도 없는 괴물들이다. 이브는 퀘이사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고, 퀘이사를 자기편으로 돌리기 위해 레아를 납치-
거기까지 생각이 이른 이브는 온 힘을 다해서 뛰었다. 작은 발로 제 시간에 갈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레아가 위험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소녀는 길을 가로막은 커다란 남자와 부딪혔다. 남자의 몸이 너무 단단해서 소녀는 순간 벽에 부딪힌 줄 알았다. 뒤로 나자빠진 채 곧 상황을 알아차린 소녀는 이마를 짚고는 그를 도끼눈을 뜨며 노려보았다.
“아- 야! 어딜 보고 다녀?”
이브가 눈을 치켜뜨고 본 첫 감상은…… 라임비 치곤 지나치게 멀쩡한 복장이라는 것이었다.
상대에게 불만이라도 토로하고자 시선을 올리는 것도 수고였다. 누군지 몰라도 키가 커도 너무 컸다. 그 잘난 상판을 보려 좀 목을 꺾으면서까지 많이 올리니, 익숙한 선글라스와 얼굴이 보였다. 선글라스 너머로 거구의 사내가 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퀘이사 보안관님…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할 게 많습니다.”
이브는 순간 숨통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작은 이명까지도 들렸다. 어처구니없는 이상한 상황인데 묘하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조금이나마 냉정함을 되찾은 이브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알터와 하는 말이 주변에 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브는 다시 한번 놀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버블’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의 굴절율을 가진 아주 얇은 막, 안의 사람들을 마치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투명하게 만들고 소리마저 차단하는 막이었다. 공기의 윙윙대는 흐름과 주변인들의 목소리 같은 생활잡음마저 사라지면 그 곳엔 작은 노이즈가 남는다. 이브가 들은 작은 이명은 소리가 사라지면서 들리는 가짜 소음이었다.
-잠깐, 알터가 정말로 레일건을 쐈나? 컴퍼니에게 잡히면 일이 귀찮아진다. 그보다, 얘 왜 이렇게 크냐? 215cm이 이렇게 컸나? 거기도 크려나? –아 크지. 그리고… 여기 깔리고 싶어서 숏이니 롱이니……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던 이브는 다시금 눈앞의 사내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얼굴이 귀까지 시뻘게졌다. 남자에게 아양 떨 때나 하던 버릇처럼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정말로…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래간만이네.”
“퀘이사 라케이니아 은하보안관님.”
“지금은 임시로 이브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 이브 라케이니아다.”
“이브…”
희한하게도 소녀의 이름을 외는 멀대 같이 큰 알터의 분위기가 사뭇 이상했다. 목소리도 떨리고 목울대도 꿀렁거리고, 저 두꺼운 팔은 왜 그렇게 떨리는지, 더욱 가관인 건 선글라스 아래로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이브는 순간 팔에 돋는 소름을 억제하고자 쓰다듬었다. 부끄러워야 할 쪽은 이쪽인데 상대가 더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었다. 제 부관답지 않았다.
-왜 이제야, 왜 이제야 나타났냐고 해야 하는 건 자신이었는데…
자기보다 두 배는 큰 멀대가 먼저 분위기를 잡아버리니 소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야 씨발, 소름 돋는다. 대체 사내새끼가 왜 눈물이야? 고추 떨어진 건 난데…”
“…우선 약식으로나마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알터 카이로스, 은하보안국 수석 보안관입니다.”
그는 자랑하듯이 은하보안관 명찰을 꺼냈다. 가죽 안에 든 명찰이 활짝 펼쳐지며 은하 홀로그램 위로 이브에겐 익숙했던 로고와 무늬가 떠올랐다.
[수석 은하보안관 알터 카이로스. 귀 보안관은 은하보안국에서 임명한 정식 보안관임을 인증함. 전 은하의 질서와 인류를 위해 성심성의를 다해 헌신하는 명예로운 은하보안관을 위하여 경의를 표함. -은하보안국-]
“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위험하니 우선 자리를 급히 옮겨야 할 것 같네요.”
“잠시만.”
알터가 손을 내밀기에, 이브는 일단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러나 따라가 달라고 따라가는 건 안 된다. 이브가 아무리 소녀의 몸을 하고 있다지만 사탕발림에 쫄래쫄래 쫓아가는, 진짜 뇌까지 소녀가 되어버리진 않았으니까.
알터 카이로스가 왜, 여기서 갑자기 나타났냐가 중요했다. 급한 건 또 무엇이고? 어제의 만남은 우연이라고 쳐도 지금은 우연이 아니었다. 아마도 우연을 가장한 일이리라.
30년의 세월이란 그런 것이다. 전 은하 최고의 보안관이, 그 마초가 한낮 마조암캐로 전락하시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고전시대에는 30년이면 시대가 세 번 바뀌는 시간이라 하였다.
눈앞의 알터는 자신이 알던 알터가 아닐 수도 있었다. 저 은하보안국 명찰은 위조된 것이며, 알터가 이브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그 가증스러운 우주 마피아로 변해버렸을 수도 있었다.
하물며 수색작전을 펼치는데 그 흔한 드론조차 없지 않는가?
그렇기에 이브는 알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수상했다. 알터에게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알아야 했다.
“보안관이라면서 지녀야 할 수색용 드론조차 없이, 혼자 몸으로 왔다고?”
“올해가 안식년입니다.”
“그걸 믿으라고? 네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고?”
조금 전의 부끄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이브는 한없이 냉철해졌다. 마치 과거의 퀘이사 라케이니아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실마리를 얻어 문제를 해결하는, 거대한 은하의 악으로부터 선량한 시민들을 지키는 위대한 은하보안관이 된 기분이었다. 껍데기는 비록 볼품없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고양감에 가슴이 짜릿해졌다.
“배후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럼 너는, 지금 보안국에서 나왔나?”
“그건 아닙니다. 정말 절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보안관님.”
“다짜고짜 나타나서 믿어달라 하면 누가 믿어주나?”
알터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러자 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사나운 눈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의 눈동자는 글썽인 탓에 부어있었고, 눈매는 붉게 충혈되어있었다. 그는 흐릿한 눈으로 무릎을 꿇으며 이브를 바라보았다.
“어찌 스승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이상했다. 화내야 할 건 자신인데. 이브가 화를 내야 하는데, 이상한 감상 같은 것이 파고들어 저 남자에게 동정심을 느끼게끔 했다. 분명 머리로는 믿지 말아야 하는데, 가슴은 믿으라고 소리쳤다. 30년간 살아오며 몸에 익숙해졌던 소녀의 것, 소녀의 감정이었다.
그렇기에, 이브는 더더욱 자신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이브가 익히 알던 알터는 감정에 호소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녀가 생긋 웃었다. 싱그러운 소녀의 웃음은 뭇 남성의 마음을 녹일 듯이 달콤하고 따스했다. 알터는 떨리는 눈동자로 소녀의 웃음을 고스란히 담고자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녀는 예전처럼 알터를 향해 호탕한 목소리로 호령했다.
“하하하, 자네에게 당했군. 오히려 시험하는 쪽은 그쪽이었어?”
방심했다. 알터는 처음부터 거짓이 아닌 제한된 진실만을 말했다. 알터는 저 스타 스트링스의 은하보안관이었고, 이브는 이 라임비의 길거리 창녀였으니까.
굳이 알터의 배경이 은하보안국이 아니더라도 이브는 입도 뻥끗 못 하는게 정상이다. 알터가 어디 속해있든지 간에, 이브를 납치해 스너프 필름을 찍어도 문제 하나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이브가 알터를 믿고 말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알터가 이브를 믿느냐가 문제였지.
알터는 피식 웃었다.
애송이 때부터 재수 없었던 저 완벽주의자의 웃음이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일렁이던 감정의 파도는 금세 잔잔해졌다. 알터는 다시 선글라스를 썼다.
“보아하니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데, 나 또한 한시가 급하다. 구해야 할 사람이 있어.”
“구해야 할 사람이라니… 지금 당장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서 스타포트로 출항하지 않으면 훨씬 위험해집니다.”
“한시라도 빨리, 내 애를 구해야 한다.”
이브는 고민도 안 하고 또박또박 발음했다. 선글라스 안에 숨어있는 눈동자까진 보이지 않았으나 선글라스에 가려지지 않은 표정은 경악에 물들었다. 이브는 지난 보안관 시절 때는 본 적 없었는 다양한 표정들을 저 무표정 애송이가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도 돌아가 과거의 회포를 풀고 싶지만, 우리 사이에 시간이 많이, 너무 많이 지났어. 하룻밤만으로는 끝나지 않겠지. 이해한다면 이 늙은 보안관의 말을 들어줘.”
채 월경도 안 왔을 소녀의 목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단어의 연속이었다. 알터는 선글라스 너머로 무언가를 고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필히 시간 고민을 하고 있을 터였다. 이브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시간은 몇 시지?”
“6시 30분입니다.”
빠듯했다. 레아는 보통 40분에서 정각 사이에 나간다.
“10분 안에는 가야 해”
“걱정 마십쇼. 보안관님의 자녀 되시는 분도 구해드릴 테니.”
알터가 안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 던지자 소형 반중력 바이크가 나타났다. 할리제이비슨 731B 모델이었다. 30년 전의 퀘이사라면 사족을 못 쓰고 타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거렸을 그 커스텀 모델을…
“타세요.”
애송이가 애인 데리러 온 허세꾼마냥 엄지를 척 치며 뒤에 타라니 참 웃겼다. 그리고 그 애송이는 지금, 자신도 밟아보지 못한 수석 은하보안관이라는 자리에 올라가 있었다. 퀘이사가 수석에 오르지 못한 건, 정적들이 너무 많았고 다 그가 좌초한 결과긴 했지만…
“…와.”
그것보다 지금 눈앞에 할리제이비슨 731B가 있다.
이브는 진심으로 감탄했지만 크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눈이 반짝반짝거리고 조금이라도 저 멋진 외형을 하나하나 뜯어 구경하며,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듣고 싶어 미칠 것 같았으나 한시라도 빨리 레아를 찾아야 했다. 낭만보다는 레아가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 이브는 퀘이사였고, 퀘이사답게 알터의 앞에서 행동해야 했다. 비록 바이크는 알터의 거구에 맞춰져 있어 운전대를 잡기엔 멀지만, 뒤에 타더라도 폼나게 타야 했다. 왼 다리는 안장 왼쪽에, 오른 다리는 안장 오른쪽에 딱 붙여서, 안장도 드럽게 커서 작은 몸으론 두 다리가 부담스럽게 벌어지긴 했으나 자연스레 말 타는 자세가 되었다.
그보다, 레아한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동화책 속에 나오는 은하보안관 퀘이사 라케이니아가, 사실은 나 이브 라케이니아라고 말할까?
천사 같은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허탈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갑자기 돌아갈 수 있을 줄 누가 알았나.
그렇다고 꼭 이게 좋은 결과만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건, 이브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