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40)

[TS] 은하보안관 이브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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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가 헤어져 시멘트가루가 흩날리는 허름한 모델 방, 구석구석에는 찌그러진 맥주캔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 개판 오 분 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방 중심에는 이브와 피그마가 캔맥주로 대작하고 있었다.

이브는 자신이 쓰레기통에 처박힌 인생이란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 또 남자와 자러 모텔에 들어오는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넝마 조각을 둘러쓰고 판자 아래서 자는 것보다야 난방이라도 들어오는 모텔에서 자는 게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다리를 벌리고 가랑이 사이를 내어줘야 했었다. 순간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결국 남자 없이는 못 사는 가증스러운 몸뚱어리가 또 남자를 꾀고 만 것이다. 아니면 피그마의 덫에 자신이 걸려들었거나.

“나…너 죠아했눈데! 끅… 후원쟈도 안 되는 거야.”

“야, 다 큰 사내새끼가 징징 짜면 안 돼 알았어?”

앞날 창창한 청년이 코가 비뚤어진 상태로 울고 불었다. 사내새끼가 징징 짜는 게 참 처연하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하고, 차라리 그 몸 나나 주지, 같은 생각도 떠올랐다.

애초에 술 따위를 마시는 게 아니었다. 술이 웬수였다. 이미 올챙이처럼 부른 배에 위장은 가득 차서 뭔가 더 들어가지 않은 지도 꽤 되었는데, 피그마의 목 넘김을 보고 갈증을 느낀 이브는 캔에 든 맥주 한 모금을 삼켰다가 아득한 위험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요의가 번개처럼 사고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으니까.

“아, 씨바, 화장실 좀.”

“가지마아아, 가지 마아-“

소녀가 급하게 일어서려 하니 피그마가 이브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브는 한 손으론 가랑이 사이를 억누르며, 있는 힘껏 피그마를 떨어트리려 팔과 손을 사정없이 찼다.

“야 씨! 나 급해! 니 대가리 위에 싸버린다!”

“아, 안돼. 가지 마…!”

“진짜 급하다고 이 좆같은 새꺄!”

“마실래… 받아 마실게… 흐흐흐”

“야이 미친넘이.”

이브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술 마시고 개로 변해버린 피그마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힘이 떨어진 건지, 기절해버린 건지, 푹 쓰러진 피그마를 겨우 떨어트릴 수 있었다.

소녀는 터질 것 같은 상태를 참으며 화장실로 뛰어가 엉덩이를 뭉갰다. 여자가 되어 더 참기 힘든데 벌써 아랫도리도 축축하니 흘린 걸지도 몰랐다. 앉자마자 질척이는 팬티를 내리니,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소변이 청아하게 변기를 두들겼다.

쉬이이-

다리를 살짝 벌린 채 음부에서 흘러내리는 소변을 멍하니 보던 이브는 생각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30년 전의 그 날들을 제외하곤 라임비의 손님들이 이 정도 플레이까지 할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다고,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그 정도의 수치심은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가끔은 저 오줌을 종이컵에 담아 팔거나 입던 스타킹과 속옷을 팔까도 고민했으나 그건 이브의 마지막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여간 모텔에 들어오고 벌써 5번째 온 화장실이라 그런지 벽지와 천장이 참 눈에 익숙해졌다.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오줌싸개가 된 느낌이었다. 신체나이도 딱 그 또래인 게 여기 와서도 500ml들이 캔을 세 개나 더 땄으니 화장실에 자주 안 오는 게 더 이상했다. 배도 임신한 것마냥 부풀어 올랐고…

“…하아으으!”

소변을 다 누고 나니 가는 경련이 찾아왔다. 경련이 끝난 자리엔 뜨거운 욕정이 속절없이 끓어올랐다. 찾아온 요의는 가셨는데 아랫배에서 솟아오른 버거운 열기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브는 임시방편으로 손을 뻗어 아랫배를 꾹 눌렀다. 가득 찬 방광은 다 비운 것 같은데, 음부에선 끈적한 체액이 소변처럼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위험… 하네… 하하.”

그윽하게 이브를 바라보던 피그마의 눈빛이 떠올랐다. 피그마는 알게 모르게 일련의 행동들로 이브의 음욕을 부추기고 있었다. 술집에서부터 이어진 작은 터치들이 피부를 저릿하게 달구었고, 이브는 그것 때문에 미쳐가고 있었다.

“저 새끼는 왜 안 박는 거야. 짜증 나게 애처럼 울기나 하고…”

후원자, 그깟 후원자가 되고 싶다고 진짜 저러나?

이브는 어느새 남자란 종족을 이해하기 힘들어졌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게 만약 사실일지언정, 라인비의 남자들만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브는 분명히 후원자를 구하지 못하는 말 못할 이유가 있었다.

이 라임비 행성에서 벗어나려 할 때마다 중력에 반응한 나노머신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극한으로 발정해버린 몸이 상대의 정기를 바닥까지 싹싹 핥아내기 때문이다.

마피아나 블랙 컴퍼니들이 거래하는 베타-안티수크로오스-펩타이드, 통칭 ‘사랑의 묘약’을 투여했을 때나 했을 법한 행위를 하고 나면 그 뒤의 후회가 밀려드는 게 지독하게도 싫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에 생각하니 또 미칠 것 같았다. 대충 닦아내고 일어났으나 얼굴은 새빨갛고, 가슴은 설레고, 숨결은 할딱인다. 민감한 부분을 가까스로 피해 손수건으로 소변을 닦고, 손이라도 씻고자 거울 앞으로 다가가니, 거울 안의 계집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더없이 음탕하고 추잡한 욕정을 담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안 되겠다.”

정신이라도 차리고자 찬물을 얼굴에 끼얹으니 피부에 소름이 돋으며 피그마가 행했던 작은 터치 하나하나가 기억난다. 머리로는 싫다고 해도 갈구하는 몸을 달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몸을 섞어야 했다.

소녀가 문을 열고 나오려 하니 피그마는 화장실 문 앞에서 두 팔을 벌려 막고 있었다. 아무리 곱고 낭낭하게 생겼다고 해도 남자는 남자였다. 이브보다 머리통 세 개는 더 큰 그가 흥분한 들소처럼 씩씩거리며 콧김을 뿜어대기까지니 이브의 어깨가 자연스레 움츠러들었다.

“너 갑자기 왜 이래?”

“왜, 왜에에! 시려, 나는 네가 죠았는데. 너 아니면 이 마음을 전할 사람이 업썻는대! 나 이졔 여기 떠난다고. 어디서 너 같은 섹스로이드를 만나겠어?”

“꺄아악! 놔! 놔아어!”

머리 어딘가가 다쳐 미쳐버린 건지 피그마는 우악스럽게 이브의 어깨를 잡고 난폭하게 흔들었다. 이브의 가벼운 몸은 위태위태하게 휘청거리고 긴 머리칼은 헝클어졌다. 이브는 아프고 괴로워도 그의 거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소녀의 몸이, 원하지도 않는 본능적인 공포심을 느꼈다. 동공이 축소되고, 심장이 쪼그라든다. 식은땀이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스멀스멀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공포심에 물들어갔다.

결코 자신이 이런 감정 따윈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브는 떨리는 눈가를 가릴 수 없었다. 그나마 멀쩡한 입으로 비명을 지를 수 있었던 게 이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이거 놔아아!”

“…그럼, 마지막으로 섹스나 해!”

투정에 가까운 청년의 발악에 이브의 정신도 난도질 당하는 것 같았다. 결국 눈앞의 남자는 별수 없는 라임비의 남자였다. 여태까지 이브가 만났던 그 여느 사람처럼 피그마도 본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수컷이었을 뿐이다.

과연 전생의 자신이 어떤 업보를 저질렀기에 이브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브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뚝 떨어졌다.

이건 누군가의 불같은 복수극도, 비참한 비극도, 슬픈 신파극도 아니었다.

오롯이 소녀의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30년의 현실이었다.

**

저 은하의 안드로이드들은 실제 인간과 같은 유기물로 만든다고 한다. 단백질로 세포를 만들어 장기를 만들고, 나트륨-칼륨 통로를 이용해 뉴런을 구현하고, 칼슘으로 뼈를 만들며, 신경 구현 알고리즘을 통해 뇌와 신경을 제작한다고 한다. 그렇게 완성된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궁극의 인형이었다.

피그마는 변하지 않는 상대를 좋아했다. 그래서 평범한 여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피그마는 인형을 사랑했다. 

피그마는 이브가 특정 용도로 사용되는 안드로이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완벽할 수 없었다. 동정을 소녀에게 바칠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 번은 몸을 섞었음에도 소녀의 몸은 색이 더러워지질 않았고, 피부는 더없이 부드럽고 민감했으며, 아랫도리는 몇 번을 쑤셔대도 헐렁해지지 않고 꽉 조여든다. 마치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진 것처럼…

피그마는 변하지 않는 상대를 좋아했다. 그래서 평범한 여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피그마는, 이브를 사랑했다.

만약 떠난다 해도 이브를 이런 곳에 남기고 떠나고 싶지 않았고, 그녀를 독점하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같이 사는 또다른 인형이라도 같이.

피그마는 영원히 같이하고 싶은 자그마한 소녀의 뒤통수를 끌어안았다. 피그마의 너른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소녀의 숨결이 닿는다. 인형처럼 생긴 소녀는 작은 주먹으로 피그마의 등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흡.”

“그래, 이제 곧 세레니티 숙소에서 살 거니까.”

“흐으읏…!”

안드로이드의 미세한 기계장치를 다루던 섬세한 손가락이 소녀의 가녀린 등줄기를 긁으며 내려갔다. 거칠지도 우악스럽지도 않게, 세심하고 부드럽게 쾌감만을 불러일으키면서, 원래는 안드로이드를 고치며 오류를 발견해내야 할 그 섬세하고 기다란 손이 이브의 작지만 탐스러운 엉덩이를 맴돌다가 그 아래의 골을 따라 미끄러진다.

소녀는 핫 핫, 숨을 쉬며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흐물흐물해진 눈동자로 피그마를 바라보았다. 피그마는 욕정으로 젖은 눈동자에서 허락을 읽었다. 피그마의 섬세한 손가락은 스르륵 살결을 타고는 깊고 뜨거운 구멍을 향해 미끄러졌다. 젖을 대로 젖어있어 조금만 힘을 줘도 열리는 틈 바로 위까지.

“햐으으읏!”

피그마는 양자 작동부를 다루듯이 섬세한 손길로 소녀의 비부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힘을 가해 연한 살결이 있는 경계를 매만지며, 기묘한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브의 거친 숨결을 가슴으로 받았다.

피그마는 이브의 흐트러진 모습에 가학심을 느꼈다. 이 소녀를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린 뒤에 온전히 제 것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 아마 섹스로이드를 만나는 평범한 다른 남자들이 느끼는 느낌과 비슷하리라.

“마지막… 이랬지…? 잘 가, 나 같은 건 이제 생각도 하지 말고. 하으으-?”

“그래, 정말로 마지막이야.”

“읏!”

피그마는 이브의 작별인사를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검지로 두툼한 조갯살 속에 숨어있던 돌기를 매만졌다. 이미 벌겋고 딱딱하게 솟은 돌기를 스륵 매만져주니 이브는 허리를 비틀며 외마디 비음과 함께 자지러졌다. 눈가엔 이유 모를 눈물까지 흘리면서.

피그마는 이브의 눈물을 핥았다. 이브는 코까지 훌쩍이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여태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격한 반응이었다. 다리를 오들오들 떨고 손가락은 꼼지락거리며 있는 힘껏 허리를 비트는 행위가 제법 귀여웠다.

“왜 그래? 오늘은 처음 하는 컨셉이야?”

“아니… 아… 그게… 아니잇!!”

피그마의 손가락 두 개가 이브의 변명이 들려오기 전에 아랫입을 헤집었다. 소녀의 속살은 손가락이 녹아버릴 정도로 뜨거웠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비좁은 살결을 헤집고 구부러진 손가락이 이브의 안을 드나들었다. 손가락이 미동할 때마다 움찔거리는 질벽은 처녀의 반응처럼 느껴졌다. 진짜 처녀 같은…

“이브, 너 오늘 이상해.”

피그마는 이브를 추궁했다.

“어, 으응? 왜에에…”

“무슨 일인지 말해. 어떤 놈이 널 괴롭히기라도 했어? 단순히 재개발 가지고 화를 낼 사람이 아니잖아. 너는.”

피그마는 두 손가락을 빼며 이브를 추궁했다. 이브는 피그마가 자극을 주지 않고 후퇴하자 절로 고달파졌다. 몸은… 몸은… 뜨거운데, 빨리 그 추잡한 손으로 매만져 달라고. 요원한 암컷의 욕망이 심장에 들어차서는 억울함의 형태로 변질되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화를 내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나가 다른 남자를 찾는 건 안전하지도 않을뿐더러 까딱 잘못하다간 내장이 털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할딱거리면서 맺히지도 않는 발음으로 애원했다.

“아, 아으…. 냐… 무스은… 일 없었…어.”

“말해. 넌 무슨 일 있었어. 말 못 하면 나도 그만둘 게.”

냉정함까지 느껴지는 피그마의 목소리에 이브는 화가 났다. 대체 이놈은 성격까지 예민해선 고민을 해결해주겠다고 오지랖을 떠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너라면서.

그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입 밖으로까진 내뱉을 순 없었다. 그리고 이 자리엔 조금 전까지 울고 불던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또 남자에게 주도권을 내준 이브만이 있을 뿐이었다. 몸은 달아 플라스틱병이라도 쑤셔 넣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어떤 말이라도 내뱉어 어서 눈앞의 남자를 유혹해 정액을 받아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러… 기냐?”

“말해”

단호한 피그마의 턱을 걷어차고 싶은 충동과 고민을 빨리 털어놓고 섹스하고싶은 충동이 머릿속에서 맞붙었다. 그리고 뒤의 충동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이브를 지배했다.

그러나 고민의 원인인 저 우주의 일을 발설할 수는 없었다. 별세계의 일은 이곳의 일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되었고, 무엇보다 다시금 되찾은 이브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었다. 저 우주의 일을 생각할 때면 자신이 남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 알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브는 짧은 시간 동안 기지를 발휘하여 조각난 진실만을 토로했다.

“루이스… 때문이니까. 아침부터 날 불러서. 음. 더 말해줘야 해?”

변명이 통했는지 피그마가 경악하는 표정이 제법 볼만했다. 루이스와 피그마, 두 사람의 관계는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의 관계였으니까. 이브가 더 말하려 하자 피그마는 곧바로 소녀의 머리칼을 손으로 잡으며 입술을 들이밀었다. 이브의 촉촉한 입술 틈 사이로 혀를 집어넣고 아랫입술을 빨아들였다.

“흐읍-!”

기습에 당황했지만 혀가 얽히자마자 머릿속에서 파바박 터지는 쾌락의 향연이 이브의 저항을 앗아갔다. 남자의 타액은 지독하리만치 달콤했고, 머리털이 설 정도로 짜릿했다. 금세 피그마의 입술이 떠나갔지만, 짧은 키스마저도 애달픈 이브에겐 지나친 독처럼 강렬했다.

“미안해. 캐물어서 미안하다.”

여기선 고전 B급 로맨스 영화처럼 자기가 눈물을 흘리며 ‘…바보’ 같은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지난 30여 년간 수없이 많았던 밤 중에 도무지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할 여유도, 여지도 없었다.

피그마는 계속해서 민감한 곳을 더듬었고, 이브는 피부 위를 살갑게 기어 다니는 쾌락에 몸서리를 쳤다. 피그마의 손길이 지나간 다음엔 짜릿하고 뜨거운 흔적이 일었다. 유두와 음핵은 빳빳하게 고갤 들었고 피그마가 그 위를 살짝 꼬집으며 매만져줄 때마다 피부에 돋는 소름에 기분 좋은 교성을 터트렸다.

“마지막이지만, 이브가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게.”

“흐윽!”

아마도 마지막으로, 크게 부푼 물건이 속살을 헤집었다. 이미 애무는 충분했고 안쪽까지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것이 안쪽을 빠듯하게 채우니, 이브의 숨결도 한층 더 크고 거칠어졌다. 질 안쪽에선 뜨거운 육봉을 소화시키려는 듯 군침이 주륵 스며 나왔고 허리도 초승달처럼 굽어졌다.

평소땐 좆이니 자지니 저열한 말을 입에 담았겠지만, 침대 위의 피그마의 앞에선 그럴 수 없었다. 미형의 남신 같은 가슴에 푹 파여있을 때면 이브는 한없이 나약해졌다. 인간의 감정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과 신경의 작용이고, 이는 이미 뇌 속에 저장된 이성조차도 무너트릴 만큼 강렬하니까.

쿵!

아득한 곳에서 묵직한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브의 가슴이 터지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브의 재생된 속살이 터지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이브의 눈동자가 도 넘은 쾌락으로 깜박거렸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아득한 소음에 맞춰 몸 곳곳이 작게 진동하고 바들바들 떨렸다. 남자의 물건이 질 안을 휘저을 때마다 이브의 의식도 한 꺼풀씩 벗겨져 오로지 하얀 것으로 칠해져 갔다. 갑자기 나타난 알터와 과거의 라케이니아에 대한 복잡한 고민은 연속된 오르가슴과 함께 점점 흐려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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