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40)

[TS] 은하보안관 이브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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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여전히 같았다.

“하읍. 읍… 아니, 풋… 아니야!”

이건 몸이 제멋대로 발정하기 때문이라고.

그걸 달래기 위해 너희들을 이용할 뿐이라고.

쾌락을 느낄지언정 마음마저 굽히진 않겠다고.

소녀는 고개를 치들며 쑤셔대는 물건을 억지로 뱉어내고 침과 정액이 줄줄 흐르는 입으로 애써 거부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흐느낌에 가까운 소녀의 공허한 외침은 허공을 겉돌다가, 곧바로 소녀 자신이 내뱉은 신음소리와 여린 속살에서 나오는 찌꺽거리는 소리에 파묻힐 뿐이었다.

“아윽, 으흣!”

“뭐가 아니야? 너도 좆맛이 좋아서 온 거잖아?”

패거리 중 하나가 아랫도리에 삽입한 물건에서 정액을 왈칵 쏟아낸다. 하복부에서 쏟아지는 따스한 감각에 소녀는 눈을 감았다.

남자의 정액을 받아낼 때마다 절정하도록 호르몬을 뿜어내고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더러운 나노머신의 짓이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벅차오르는 아득한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이 행복감을 위해, 소녀는 오늘도 중독되듯 다시금 진창으로 떨어진 것이다.

“것보다 내가 언제 그만두랬지? 어서 빨아.”

“으읍!”

눈앞의 남자는 이브의 머리채를 거칠게 부여잡고 제 물건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숨통을 막으니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뱃속을 벅벅 긁어대고, 좁은 질을 통과해 자궁구를 쿵쿵 두들길 때마다 거부할 수 없는 쾌락이 밀려들었다.

이브는 반쯤 정신을 놓고는 흐트러진 미소를 지었다. 라임비의 길거리 창녀 이브, 거부하고 싶어도 붙어버린 꼬리표에 스스로 허릿짓을 하며 쾌락을 좇았다. 아무리 머리로는 거절한다고는 하나… 몸은 원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

반나절쯤 이어지던 추삽질은 지친 마지막 남성의 사정과 함께 끝났다.

만족한 패거리는 각자 자릴 잡고 늘어졌고, 중심에서 지칠 줄 모르고 교성을 울리던 소녀는 어느새 녹초가 되어 바닥에 시체처럼 널브러졌다. 소녀의 얼굴은 땀과 정액 범벅이 되어 새하얀 머리카락이 들러붙었고 바닥도 음부에서 흘러내린 정액으로 엉망이었다.

‘대여섯번 쯤 가버렸나.’

소녀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눌렀다. 패거리가 대낮부터 쑤셔댄 덕분에 약 가운과 발정기가 동시에 가셨지만, 그 빈 자리에는 피로가 가득 들어찼다.

그래도 소녀는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랑이가 아파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이런 빈민가에서 벌건 대낮부터 뻗어버리는 건 내 내장 가져가쇼 광고하는 꼴이나 다름없으니, 소녀는 어금니를 깨물어서라도 일어났다.

내장 몇 개 잃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내장이 재생되는 고통은 끔찍이도 싫었다.

“이브.”

루이스가 추스르고 일어나려는 소녀를 불렀다. 소녀는 ‘또?’ 하며 의미 없이 묶어 둔 팬티 끈 사이로 엄지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루이스는 소녀의 음탕한 행동에 다시금 욕정이 꿈틀거렸지만 애써 피식 웃고는 제 강화복에서 지갑을 꺼냈다.

이브는 흉기라도 꺼내는가 싶어 움찔했다.

-흉기는 아랫도리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는가?

“야, 됐다. 돈이나 받아라.”

“…니가 웬일?”

“받기 싫다고?”

이브는 오늘이 참으로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싸놓고 튀는 게 일상인 놈들이 돈도 내놓는다. 비록 다섯이나 상대한 것치고 검은 손가락에 끼워진 100페니 지폐 두 장은 액수가 작아도 너무 작았지만 그래도 주는 게 어디야.

이브는 마음에도 없는 존댓말을 하곤 억지웃음을 꾸몄다.

“에이, 아니죠!”

“뭘 쳐 웃냐? 썩 꺼져. 아니면 여기서 더치 와이프로 살던가.”

“에이, 다른 말 하기 없기죠? 돈은 고마워요. 말씀대로 빨리 꺼질게요~”

소녀는 불편한 걸음으로 달려와서는 루이스의 손에 있던 지폐를 낚아챘다. 그리고 홱 돌아서서 빠르게 문밖을 향했다. 패거리들은 체력이 좋으니 언제 정신 차리고 다시 박아댈 줄 모르니, 어서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삐걱거리는 녹슨 철문을 여니 한결 상쾌한 공기가 이브를 맞이했다. 낯뜨거운 그래피티 가득한 복도를 걸으며 이제는 익숙해진 길을 따라 거주 구역을 향해 불편한 다리로 어기적거리며 걸었다.

‘설마 저게 날 좋아해?’

돌아가는 이브의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다 떠올랐다. 몸 정이 들었든 맘 정이 들었든, 이브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행성만 한 워프선을 가득 채우고 남았다.

만약 이 라임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정말로 소행성만 한 워프선을 가득 채우고 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벗어날 수 있다면…

**

쿵.

철문이 닫히고 밀실에 남겨진 루이스는 한동안 닫힌 철문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는 분명 집이 없어 석탄공장에 사는 빈민이었다. 자기가 구역을 나눠 양지바른 자리까지 내어준, 분명히 루이스의 관리대상이자 소유물이었다.

루이스는 45지구 소유주의 먼 친척이다. 폐공장과 근처의 부동산은 모두 그의 소유였다. 당연히 그 위에 사는 빈민들은 전부 그의 소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소유물들은 주인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 적어도 돈에 대한 두려움 정도는 보여야 했다.

그런데,

“델런. 내가 저따위 년한테 휘둘리는 것 같나?”

부자의 먼 친척이건만, 아직 청년에 불과한 루이스를 얕잡아보고 기어오르는 연놈들은 한 트럭이다. 그것들은 죄다 짓밟고, 주먹질하고, 하다못해 부의 힘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면 금방 나가떨어진다. 금세 머리를 조아리고 간이고 쓸개고 다 바친다. 그게 우주 세기 이후 인류가 맞이한 자본주의의 원리이자, 이 세상의 법칙이었다.

“아뇨. 조금 전만 봐도 보셨지 않습니까? 200페니에 꼬랑지 내리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애 딸린 창녀입니다. 어찌 저딴 년이 대장에게 대들겠습니까?”

“하하하. 그런데 저년이 내 머리 위에서 노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제 소유물이나 다름없는 년이 당당히 나가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소유물인 주제에, 짓밟고, 괴롭히고, 있는 힘껏 밀어붙이는 데도 어딘지 모르게 여유롭다. 빈자들이 부자에게 응당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었다.

루이스는 마치 이브의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창녀인 주제에, 사실은 저 스타 스트링스에서 신처럼 노는 아득한 재벌가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과도한 의심마저도 들었다.

“후, 씨발년.”

루이스는 명치를 비비며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었다. 거만한 자세로 가죽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시가를 꺼내 입에 무니, 부하가 한걸음에 달려와선 불을 붙여준다. 매콤한 시가 연기를 들이마시니 진한 니코틴이 혈류로 스며들며 전신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다.

삐리리리-

얼마 지나지 않아 벗어둔 강화복속에 있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우주세기 초창기부터 쓰이는 디지털 폰을 허겁지겁 들어 전화를 받으니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던 루이스는 곧바로 허리를 곧추서고 일어나선 보이지도 않는 전화 상대에게 고개를 숙인다.

“45지구 전면 재개발이라 폐공장 인간들 몰아내야 한다고요? 예, 예! 형님. 제가 누굽니까? 알았으니까 제게 맡기세요. 허허.”

기분 개 거지 같네.

그런 표정이 루이스의 얼굴에 잠시 스쳐 지나갔다.

**

거주 구역에 돌아온 소녀는 가장 먼저 깨끗한 찬물을 찾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지독한 윤간 후의 갈증이 금세 해소되지는 않았으나 목구멍에 얽힌 끈적한 정액이 꿀꺽 넘어가니 한결 나았다.

한숨 돌린 소녀는 곧잘 수돗가로 달려갔다. 누군가가 받아 놓은 녹물에 허옇게 엉겨 붙은 머리카락과 더럽혀진 얼굴이 비쳤다. 순수하게 지켜야 할 소녀의 얼굴이 잔뜩 더럽혀진 모습을 보니 이브의 마음속이 검게 뒤틀렸다.

언제부터일까,

정액을 이렇게 부담 없이 삼키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이 비릿한 정액을 다디단 설탕처럼 느끼게 된 건.

“…후. 이브야. 꼴이 말이 아니구나.”

소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백질이 굳기 전에 씻어내는 게 우선이지 제 모습을 돌아볼 여유 따윈 없다. 그럴 여유가 있었다면 다음엔 어떻게 먹고살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먹을 입도 두 개나 되니 차라리 어느 컴퍼니나 패거리가 영업하는 업소에 들어가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비록 많이 때 먹히긴 해도 안정적으로 돈은 벌 수 있을 거고.

소녀가 7년째 하는 생각이었다. 그 전엔 생각이란 것조차 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세숫대아에 받은 녹물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대충 응고시킨 비누로 몸을 씻어낸다.

전혀 씻을 수 없을 것 같은 조합인데도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투명하리만치 밝은 피부가 돌아온다. 제 몸엔 너무나도 과분한 나노머신이 망가지는 피부를 금세 고쳐놓으니 라임비에 사는 다른 창녀처럼 피부 망가진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희멀건 정액으로 얼룩진 야릇한 무늬의 검은 속옷도 마저 빨고 양지바른 곳에 걸어둔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표현하기 미묘한 섹스 후의 나른함이 찾아왔다. 허리는 삐걱대고 다리는 꼬이고, 허벅지 안쪽엔 또다시 끈적한 체액이 흘러내린다. 손으로 슥 훔치니 희멀건 정액이었다.

순간 이브는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구멍을 다 막아버리면 남자들이 들이댈 일도 없을 테니까. 차라리 돈 좀 못 벌더라도 다른 일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기엔 작은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드물었지만.

소녀는 정액이 흘러내리지 않게 다른 속옷을 찾아 안에 천을 덧대었다. 탐폰이라도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게 라임비에 있을 리가 없었다.

애를 쓰며 일련의 뒷처리를 모두 끝내니 무거운 탈력감이 찾아왔다.

‘그만 잘까.’

이브는 넝마조각을 둘러쓰고 잠들어 있던 레아에게 다가갔다. 레아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 잠이 많을 나이이기도 하고 아이에겐 놀 거리가 부족하기도 했다. 벌써 자랐다는 레아가 아침 일찍 신문 배달을 한다면서 밖으로 나서서일지도 모른다.

그래, 신문 배달.

디지털 태블릿 하나 못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거지 행성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아직 7살도 안 된 애한테까지 일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본인이 하겠다는 걸 어쩌나.

‘언니, 내가 돈 왕창 벌어서 언니랑 꼭 다른 별로 갈래. 나도 돈 벌 수 있어.’

처음 그 말을 들었던 이브는 얼굴이 새파래지는 기분이었다. 이브는 라임비에서 어린애들이, 그것도 여자애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소매치기와 몸 파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안 돼. 넌 아직 어리잖아. 절대로 안 돼.’

‘언니는 맨날 어리대.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알거든?’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야!’

그날도 오늘과 비슷했다. 발정기가 막 끝나던 날. 남자들한테 진창 당하고 뻐근한 허리를 두들기고 있던 오후였다. 애가 어디서 이상한 바람이 들었나 하며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욕지거리를 꾹 억눌렀었지.

‘싫어! 내가 창녀 새끼라고 불리는 거 싫어! 언니가 그런 일 하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언니. 그런 일 안 할 수 있게 내가 돈 벌어 올게. 그러니까 하지 마. 언니. 응?’

‘…그렇다고 네가 나처럼-‘

‘아니야. 언니가 싫어하는 일 안 할 거야. 신문 배달이래. 한 달에 500페니 준데. 아줌마들밖에 없으니까 언니는 걱정 안 해도 돼.’

그 나이답게 떼쓰면서 은근슬쩍 제 입지까지 건드리는 레아의 화법에 이브는 두 손을 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여자인 레아에게는, 태어날 땐 남자였던 이브가 말빨로 이길 수가 없었다. 거기서 눈물까지 터트리며 엉엉 우는데 자기까지 서러워져서 레아의 뜻대로 따라주었다.

결국 이브는 그날 어르고 얼러서 직접 레아에게 바람 넣은 신문사까지 찾아갔다. 도착한 곳은 조그마한 지역 신문사였고 진짜 돈 주는 거 맞다고 확인했다. 공용어로 되어있던 계약 조건과 계약서까지 꼼꼼히 읽고 보호자인 이브가 지장까지 찍어줬다.

그나마 다행인 거겠지만, 아무리 빈자들이 모여 사는 행성이라 해도 이런 어린애까지 건들진 않았다.

그럼 레아와 별반 차이 없는 이브는?

이미 소문날 대로 소문난 걸레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

새 지역에 정착하면 초기엔 반반한 외모로 먹고살 수 있었다. 하지만 금세 발정 나서 정신까지 잃고 남자들한테 달려드니 문제다. 적당한 남자 하나 잡아서 욕정을 해소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사례가 쌓이면 매번 길거리의 창녀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한숨을 쉬던 이브는 레아의 곁에 떨어져 있는 페니 지폐를 발견했다. 물에 꼬물꼬물 젖어있는 것이 레아가 씻어둔 것 같았다. 질외사정을 배 위에다 하고 그 위에 장식마냥 돈 뿌려놓는 일이 잦아 매번 지폐를 씻어내는 일을 했으니,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똑똑한 애가 몰랐을 리가 없다.

저 곱디고운 손으로 이렇게 고된 일을…

제 성기 안에 끼워져 있던 더러운 물건을, 이렇게 차갑고 더러운 물에 씻어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비참해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랫배가 또다시 뭉근해진다. 하다못해 이렇게 슬픈 와중에도 물건에까지 욕정 하는 자신의 몸뚱어리가 증오스러웠다.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번 발정기는 이브에겐 유달리도 버티기 힘들었다.

“장이나 보자… 맛있는 거… 먹여야지.”

오기 전까지는 다리도 후들거리고 열도 살짝 나는 것 같고, 걸을 때마다 허벅지 안쪽이 쓸려 고통스러운데도 잠들어 있는 레아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최근 레아에게 받기 말고 해준 게 있었나…

그래도 하루 동안 번 돈은 다 합쳐서 500페니나 있으니까.

이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걸 알면서도 나섰다.

행성계마다, 별자리마다 물가는 다르지만 이전에 살던 곳에선 국수 한 그릇,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500 페니였었다. 소녀는 하루 치 몸뚱아리가 겨우 국밥 한 그릇으로 치환된다는 서글픈 생각은 가벼이 접어두고선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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