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7)

“재진아?”

이대로 분위기가 끊어질까 전전긍긍 아쉬워만 하던 차에 누나가 내 이름을 불렀다. 설마 전화 끊고 자자고 하는 것인가?

“네?”

“무슨 생각해?”

“폰 섹스요.”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다.

“넌 보면서도 했으면서 그게 뭐 대단하다고.”

“그래도 색다를 것 같아서요.”

“색다르다니?”

“보면서 할 때는 말은 거의 안 하거든요.”

“그래?”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리고 시각에만 몰입 하는 거니까. 근데, 폰 섹스는 청각에 의존하는 거고 상상도 해야 되니까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서요.”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다시 대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해보고 싶니?”

심장이 내려 앉는 줄 알았다. 내 귀를 몇 번이나 의심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말이 나오기를 너무나 기대했지만 정말로 누나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하지만 “네”라고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쉽게 대답하면 말을 꺼낸 누나가 오히려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회만 있다면요.”

“그럼 지금 누나랑 해볼래?”

“진심이에요?”

“왜, 싫어?”

“싫을 리가 있겠어요? 단지 제 호기심 때문에 하는 것보다 누나도 감정이 생겼을 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러죠.”

“그럼 뭐가 달라?”

“몰입하는 게 다르겠죠. 그럼 느끼는 것도 다를 거고요.”

“그럼 걱정 하지마. 대신 한가지 지켜줘야 할게 있어.”

“그게 뭔데요?”

“폰 섹스는 폰 섹스로 끝내야 돼. 내가 무슨 말을 하던지 그건 단지 이순간일 뿐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무슨 말인지 알아요. 형수님이랑 마주보고 하면서도 선을 넘기지 않았는데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고마워!”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온 몸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음란한 행위를 구두로 제안 받고 합의하는 과정, 이 과정 자체만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쾌락과 흥분이 있었다.

“막상 하려니까 엄청 떨리네.”

“저도 그래요.”

“그리고 내가 리드하는 건 처음이거든. 그러니까 너도 잘 도와줘야 돼.”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음…… 창피해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거 솔직하게, 알았지?”

“네.”

생전 처음 해보는 것인 냥 연기를 했지만 떨리는 마음은 처음 때보다 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땐 이미 형수님과 그보다 진한 행위들이 진행되었던 상태이기도 했고, 뭘 알고 한 것도 아니어서 이렇게 긴장할 틈이 없었다.

“지금도 다 벗고 있니?”

“네.”

“어떤 상태야?”

“아까부터 계속 흥분해 있었어요.”

“그럼 페니스 커져있니?”

“네, 빳빳하게 일어나 있어요. 뜨거워요.”

“아~~ 빨고 싶어.”

흔들리는 누나의 음성, 세상에 그보다 더 자극적인 말이 있을까 싶었다.

“빨아 주세요.”

“응 빨아줄게.”

수화기 너머로 쪽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자신의 손가락을 내 페니스라고 생각하고 빠는 모양이었다.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귀에 들리는 소리가 심장을 강하게 조여왔다.

“아~, 누나 너무 좋아요.”

“나도 좋아~ 재진이 자지 너무 맛있어.”

“물이 많이 나와요. 벌써 손마디 사이에 다 묻어버렸어요.”

“아~~ 핥아 먹고 싶다.”

“누나는 어때요? 물 나와요?”

“나오는 정도가 아니야. 막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야.”

“아후~~~ 저도 혀로 다 핥아 먹고 싶어요.”

“너무 좋아. 짜릿해!”

“누나 클리 빨고 싶어요.”

“재진아 빨아줘!”

“누나 손이 제 혀라고 생각하시고 클리 만지세요.”

이번엔 내가 수화기 너머로 쪽쪽거리는 소리를 실어 보냈다. 떨리는 누나의 숨결과 우는듯한 신음소리가 쉴새 없이 새어 나왔다.

“아~~~ 재진아~, 너, 넌 너무 섹시해.”

“누나도 정말 섹시해요. 요즘 들어서 누나만 생각하면 가슴이 요동치는 걸요.”

“정말이야?”

“네. 누나 눈빛, 목덜미, 가슴, 힙, 허벅지, 종아리, 발목…… 얼마나 섹시한지 모르죠?”

“아~~누나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무슨 비밀요?”

“나, 어제 너한테 전화했을 때도 자위하고 있었어?”

“진짜에요?”

알고 있었지만 놀래는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실토하다니, 그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말하지 못했을 텐데, 누나도 그만큼 몰입하고 있었다는 의미라 여겨졌다.

“응, 네 이야기 들을 때부터 진정이 안됐었거든. 방에 들어와서 보니까 팬티가 흠뻑 젖었더라구. 도저히 그냥 잘 수가 없었어. 그런데 자위 중에 네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지는 거야. 네 목소리 들으면 더 흥분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전화했었어.”

“아~~ 누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흥분돼요. 미치겠어요!”

“나, 재진이 너 생각하면서 자위 자주 했었어.”

“언제부터요?”

“너랑 지은이 섹스 하는 소리 들은 뒤부터.”

“그럼 그 날도 했어요?”

“그건 아닌데, 며칠 후부터…… 자꾸 네 생각이 나더라구. 질투심도 생기고…… 그리고 너 발가벗고 자는 모습 본 날도 했어. 엎드려 자는 모습도 섹시했는데 네가 갑자기 몸을 돌리니까 발기한 페니스가 보이더라구. 크고 딱딱해 보이는 게 정말 너무 빨고 싶었어. 넌 누나 생각하면서 자위한적 없니?”

“왜 없겠어요. 어제도 했는데요.”

“정말?”

“네, 누나 전화 끊고 나서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자꾸 누나 생각이 나서 잠도 안 오고 그래서 했어요. 그리고 누나 방금 누나가 전화하기 전에도 페니스 만지고 있었어요.”

“네 몸을 봐서 그런지 이미지가 쉽게 떠올라. 굉장히 자극적이야. 넌 너무 섹시해.”

“귀두에서 물이 질질 흘러요.”

“재진아 소리 들려줘. 페니스 잡고 흔드는 소리.”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수화기를 페니스 가까이에 대고 손을 앞뒤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애 액 때문에 지걱지걱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애 액이 흘렀을 때 소리가 난다는 것을 누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누나 들렸어요?”

“아~~~~ 어떻게…… 나 너무 좋아! 재진아, 누나도 들려줄까?”

“네.”

이번엔 수화기 너머로 질컥거리는 소리가 쉴새 없이 들렸다. 물이 많이 나오는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으로 질 입구와 질 속을 마구 비벼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재진아~~”

“누나 보지에 삽입하고 싶어요.”

“넣어줘!”

“다리 벌려주세요.”

“벌렸어. 천천히 넣어줘!”

“자~ 누나 손가락이 제 자지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넣어보세요.”

“아~~~~~으~~”

“천천히 넣었다 뺐다 하세요.”

“아~~ 어떻게 너무 좋아! 물이 막 흘러~”

“후~~ 조금만 더 빨리 움직여 보세요.”

“흐~~~~읏!! 재진아 세게 박아줘!”

“다리를 당겨 올려요.”

“올렸어.”

“아~~~~ 윽!”

뜨거운 열기! 완전한 몰입! 나는 나대로 누나의 신음소리에 보조를 맞춰 발기한 페니스를 마구 흔들어 댔다. 온 몸이 쩌릿쩌릿해지며 머리 속이 몽롱해져 갔다. 

“재진아 뒤로 박아줘!”

“엎드리세요.”

“응. 엎드렸어.”

“자~ 자지 넣을게요.”

“아 앗!”

이 얼마나 형언하기 힘든 기분인가? 거친 호흡은 더욱더 거칠어져만 갔고 누나와 나의 몸이 정말로 하나가 된 듯 했다.

“아~~~~ 누나~~ 나 쌀 것 같아요.”

“재진아, 같이 해! 누나도, 누나도 쌀 것 같아!”

“누나~~~ 윽~~ 나와요. 좆 물이 나와요!”

“아~~~~~~~~~~~~~~~~읍”

사정이 임박한 순간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섰다. 그리고 바닥에다 사정없이 정액을 뿜어 냈다. 순간적으로 귓가가 멍해지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정액이 손마디를 타고 흐를 때 겨우 수화기 너머에서 색색거리는 누나의 호흡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헉~ 헉~ 누나……”

“후~~~ 너무 좋았어. 아직도 질이 움직이는 것 같아. 재진이는 어땠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저 이러다 폰 섹스에 중독되면 어쩌죠?”

“정말?”

“네. 누나가 책임져요.”

“그럼 나야 좋지. 대신 나랑 있는 동안은 나랑만 해야 돼!”

“저 지금 딴 사람은 눈에 안 들어와요.”

“재진아, 키스해 줘!”

전화를 끊기까지 우리는 입을 맞추는 것처럼 수화기에 입을 대고 수 차례 쪽쪽거렸다. 서로의 입술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 황홀함만은 그대로 전해졌다

누나와 나는 변함없이 산길을 뛰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식사를 했다. 

서로 너무 뛰어난 연기를 하고 있었던 까닭이었을까? 정말이지 어젯밤에 일들이 꿈이었던 것처럼 

지금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적응할 수 없는 쑥스러움에 애써 무신경하게 행동했던 것은 아닌지……

“재진아! 오늘 서울 올라갈 거니?”

“그냥 여기서 기말고사 준비나 하려고요. 왜요?”

“누난 오늘 퇴근하는 대로 바로 수원 집에 가야 되거든.”

“걱정 말고 다녀 오세요.”

“혼자 밥 챙겨 먹을 수 있지?”

“걱정 마시라니까요.”

“알았어. 일요일 점심때쯤 올 테니까 기말고사 준비 열심히 하고 있어.”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집중이 되질 않았다. 

아니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는 순간부터 어젯밤 일들로 머리 속이 꽉 차버렸다. 

서너 번 후배들이 인사하는 통에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딱 그 순간뿐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결국 가방을 챙겨 학교 정문을 빠져 나왔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묘한 긴장감…… 그 속을 걸어 집으로 왔다.

아무 때건, 이유도 없이 발기되는 페니스…… 몸 상태가 작년으로 돌려진 듯 했다. 

몇 번이나 자위의 욕구가 생겼지만 폰섹을 하자고 금방이라도 누나에게서 전화가 올 것만 같아서 꾹꾹 참아냈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래, 누나는 집에 간 것이다.

부모님 그리고 가족이 있을 그곳에서 그런 전화를 한다는 게, 그런 기대를 한다는 내가 바보 같았다. 

그렇지만 간단한 전화, 아니 문자 한 통 남기지 않는 것은 못내 섭섭했다. 

그러다 문득 내 스스로가 심한 착각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겨우 은밀한 비밀 하나가 생겨난 것뿐인데 나는 마치 우리가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을 했던 것이고 

누나가 내 것이라도 된 냥 오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을 깨닫자 허탈한 그리고 쓴 웃음이 흘렀다.

다음 날도 누나의 연락은 없었다. 

그 때문에 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건 소심함에 극치일 뿐이지만 

그 소심함 때문에 형수도 지은이도 그리고 누나까지 나를 경계하지 않았고 이 모든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다. 

아무튼 서운함이야 담배 한 개피의 연기로 날려버릴 순 없지만 난 더 이상 누나를 기다리지 않겠다 다짐을 했다.

드디어 누나가 내려오는 날, 현실을 깨닫고 그렇게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잠을 설쳤다. 

그러나 누나는 그 날도 오지 않았다. 

평상심을 찾은 듯 여유 부리던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넋을 놓은 채 시계바늘만 바라보는 영혼 없는 육신만 있었을 뿐이다.

다음 날 아침, 전 날밤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워 시뻘건 눈을 하고 학교로 향했다. 

수업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시험이 코앞이었지만 도저히 마음이 잡히지 않아 수업을 빠지고 아무도 없는 동아리 방으로 숨어들었다. 

인조가죽이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볼품없는 소파, 그 위에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던지 해가 저물어 있었다. 

내 몸에 모포가 덮여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도 왔다갔다했을 터인데 깊이도 잠들었던가 보다. 

이틀간 못 잤던 잠을 그 소파 위에서 다 잔 듯 했다.

“선배님, 일어나셨네요.”

“이 모포 수영이 니가 덮어 준거야?”

“네, 웅크리고 주무시길래 추우신 줄 알고……”

“여름이 낼 모렌데 춥긴…… 땀 흘린 거 안보이냐?”

“아~~ 몰라요. 이젠 무조건 본체만체 할거야.”

“어… 너 지금 나한테 반말했지? 3학년 애들한테 다 일러줘야겠다.”

“아 참, 또 트집잡으신다. 장난 됐고요. 커피 한잔 뽑아올 테니 정신이나 챙기세요.”

“아니다. 바람 좀 쐐야겠다. 나가서 마시자.”

참 정겹게도 못생긴 3년 후배 수영이, 그 녀석과 저녁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떠들었다. 

그걸로 정신을 차렸다. 아마도 수영이가 정신 챙기라고 뽑아준 커피가 효력이 있었던가 보다. 

모처럼 잡념 없이 자정까지 도서관에 앉아서 시험 준비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누나의 하이힐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미 잠이든 듯 인기척은 없었다. 

고요한 어둠 속을 조용히 걸어 방으로 갔다. 더 이상 마음에 동요도 없었다.

“재진아, 아침 먹자!”

3일전 들었던 그 목소리 톤 그대로 누나가 나의 아침을 깨웠다. 

난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지도 모르고 부스스 뜬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누나, 조깅 안 갔었어요?”

“벌써 갔다 오고, 샤워도 하고, 지금 아침 차리는 건데.”

“아~ 왜 안 깨웠어요?”

“요즘 기말 때문에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아침 운동해야 하루가 상쾌한데.”

“알았어. 내일부턴 깨울 테니까 어서 씻고 오셔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은 누나, 지난 3일 동안 나 혼자서 쑈를 한 것이었다. 

그나마 누나보기 전에 정신을 차린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2주가 흐르고 시험 마지막 날, 

그 사이 누나와의 은밀한 기억들은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겪었던 일처럼 되어버렸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무덤덤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재진아 오늘 시험 끝나는 거 맞지. 누나가 고기 사줄 테니까 6시까지 XXX로 나와!>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동아리 사람들과 만나 웃고 떠드는 중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이 얼마나 좋은 누나이고 감사한 인연인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인데 친남매보다 더 큰 정을 주지 않는가! 

이런 사람을 잠시나마 욕정의 상대로 생각한 내 자신이 참으로 못나 보였다.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취기가 사라지는 게 아쉬워 다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누나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흘러나오는 음악에 연신 머리를 까딱거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면 싱긋이 웃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다. 

처음 봤을 땐 이렇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살이 빠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억지로 닫았던 내 감정에 틈이 벌어진 탓이었을까?

“재진아 맥주 한 잔씩만 더 하자. 응?”

“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해요. 근데 누나 뭐 좋은 일 있어요? 아까부터 계속……”

“너 시험 끝났잖아.”

“네, 근데 제 시험 끝났는데 왜 누나가?”

“칫.”

누나는 뿌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겼다.

“너 시험 때문에 누나는 재진이랑 얘기하고 싶고 놀고 싶은 것도 다 참았는데 말이야. 재진이는 그런 마음 없었나 봐. 갑자기 버림받은 기분이 드네.”

“난 또 무슨 말이라고……”

“됐어!”

“아~ 누나 왜 그러세요. 제 맘 뻔히 아시면서. 아~이~”

“넌 누나 생각 눈곱만큼도 안 했다며.”

“제가 언제요?”

“왜 니가 시험 끝났는데 나보고 좋아하냐며!”

“제가 언제 그랬어요. 누나가 그렇게 갖다 붙인 거죠!”

“그게 그거지 뭐.”

“누나, 사실 제가 누나의 그 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누나 생각이 나도 바늘로 허벅지 찔러가며 공부했던 거 아니에요.”

“진짜?”

그제서야 누나는 놀라는 척하며 뿌루퉁했던 표정을 풀었다. 

그 모든 것은 내가 어찌 나오는지 떠보는 누나의 장난임을 알았기에 

우린 상황극을 하는 것 마냥 즐거울 수 있었다.

“그럼 서방님께서는 저 역시 그 기나긴 밤을 애꿎은 허벅지만 바늘로 찔러가며 참아온 것을 아시는지요?”

“부인은 농담도 잘 하는구려. 하하하.”

그 때 누나가 귓속말을 할 것처럼 하며 나에게 손짓을 했다. 

웃긴 웃는데 뭐랄까 쑥스러움을 감추는 그런 낯빛이 되어서 말이다.

“진심이야. 그래서 오늘 밤이 더 기다려졌어.”

담뱃불은 섭씨 500도다. 그 상태에선 회색 재로 덮여있어 불이 붙어있는 건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모금 빨았을 땐 잃었던 빛이 순식간에 되살아 나며 섭씨 800도까지 올라간다. 

내 모습이 딱 그러했다. 

모든 감정이 다 수그러든 줄 알았는데 누나의 그 말 한마디에 온 몸이 다 타 들어가는 듯 했다.

택시를 기다리면서부터 우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어색한 침묵이 아니었다. 

호프집을 나오면서부터 이미 우리의 몸은 거의 하나가 될 듯 포개져 

뜨거워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교감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택시를 타자 누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를 향해 쓰러질듯한 자세로 나를 끌어 안으며 몸을 기댔다.

그나저나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나? 

누나가 시작 했으니 이제 내가 나머지를 리드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누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따라가야 하는 건지 고민스러웠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뒤에서 거칠게 덮칠까? 

아니 누나는 스릴 있는 것을 즐기는 것 같으니 지은이와 그랬던 것처럼 어느 한적한 야외에서? 

생각에 생각이 겹치고 또 겹쳤지만 답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 순간 잔뜩 발기해 있는 페니스, 그 청바지 위로 누나의 손길이 은밀하게 와 닿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아주 천천히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러다 세 손가락으로 귀두부분을 쥐고 그 중에 검지 손톱으로 귀두 아랫부분을 살살 긁어댔다. 

어금니가 앙다물어졌다. 코에선 뜨거운 숨결이 길게 뿜어졌다. 

나는 모든 걸 누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택시에서 내려 현관문을 열고 섰을 때까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골목길도 제법 걸어야 했고 분명 내 발로 계단도 걸어 올라왔을 텐데 그 기억은 깡그리 사라져 버려다.

“재진이 먼저 씻어.”

“네.”

그게 건 30분만에 우리의 첫 대화였다. 

같이 씻자고 할 줄 알았는데, 누나는 뭔가 생각해 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그래, 샤워부터 같이 하게 되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우리 둘에겐 오늘이 첫날이니 그건 좀 시시할지도. 

오히려 한 번에 모든 걸 발산하는 것보다 욕망을 억제해가며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꼭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을 맞으며 한동안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그러나 감은 두 눈 속에선 곧 벌어질 향연이 필름처럼 돌아가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었다.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페니스가 너무 오랫동안 성을 내고 있은 탓이었으리라.

“저 샤워 다 했어요.”

“응. 알았어.”

나는 곧장 내 방으로 가 젖은 머리를 마저 말리며 어떤 팬티를 입을지 생각했다. 

그 때 다시 닫힌 내 방문 너머에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금방 씻고 준비되는 대로 누나가 전화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잠들면 안돼.”

“네?... 아.. 네!”

전화라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럼 누나가 말했던 건 섹스가 아니라 폰섹을 의미했던 것인가? 

실망할 틈도 없이 헛웃음이 먼저 났다. 

또다시 내가 앞서갔던 것이었구나.

하지만 아무리 상황을 되짚어 봐도 그리 오해할 소지가 충분한 것 같았다. 

그걸 따져서 남는 건 없지만 말이다. 

나는 다시 한번 웃었다. 

그제서야 택시에서 내려 누나에게 키스를 하지 않은 것이, 내가 먼저 누나를 덮치지 않은 것이, 

머리 속에 그리던 것을 실행하지 않았던 것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 중에 한가지라도 했더라면…… 

어느새 섭섭한 마음은 오간 데 없고 아찔한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야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불을 끄고 누웠다. 

내 기대는 착각으로 끝이 났으나 흥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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