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6/6)

어제 마신술 때문에 숙취가 심하다.

난 마실때는 잘 마셔도 아침에는 항상 괴롭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다.

어서 출근해서 몇 가지 의견서를 작성하고

김형사가 소개시켜줄 흥신소 직원도 만나야 한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보니 식탁위에 놓인 꿀물이 보인다.

'바뻐서 국을 못끓였어요. 이거라도 마시고 나중에 꼭 해장해요'

아내가 적어 놓고 간 쪽지가 꿀물옆에 이쁘게 놓여 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다음 꿀물을 단숨에 들이키고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차 속에서 어제 후배로부터 들었던 얘기와 흥신소 직원과 나눌 얘기들을 내내 생각하고 정리했다.

앞으로 아내와 사장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지,

내가 아는 것들을 이용해 아내의 어떤 모습들을 끄집어 낼지,

마무리는 어떻게 할지.

많이 붐빌 출근시간은 지났지만 예상보다 도로는 복잡했고

10시 반이 되어서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뒤 내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희진씨가 다가오더니 성 변호사가 찾는다고 알려줬다.

우리 법인의 창립이사이기도 한 성변호사는 내 담당 파트너이다.

젊었을 때는 공판변호사로서 화려하게 이름을 날렸고

지금은 영업력의 대가다.

여기저기서 많은 고객들을 물어다 온다.

아직 난 소속변호사에 불과해 영업부담은 없지만

6~7년차 이상이 되면 사건을 물어오는 것이 아주 중요해진다.

그때를 대비해서 나름의 고객관리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아무튼 서류가방을 내 사무실에 던져 놓고 한층 위에 있는 성변호사의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 써낸 의견서에 대해 클레임이 있었나.

이 양반이 아침부터 날 들볶으려나.

금새 성변호사 방 앞에 도착했다.

노크를 하니 들어오라는 성변호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고

넥타이를 한번 고쳐맨뒤 문을 열었다.

"성변호사님. 찾으셨다고...어?"

"아 이제야 오는 구만. 이변. 김사장님이 오셨네. 어서 인사드리게"

문을 여는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성변호사의 사무실 쇼파에 기대어 차를 마시고 있는 한남자의 얼굴은 한번에 알아볼수 있었다.

쇼파에서 몸을 돌리며 일어난 자는 아내의 몸을 유린했던 그 사장이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나에게 그 사장놈은 미소를 흘리더니 악수를 청했다.

뭐에 홀린듯 자연스럽게 내 팔이 올라가 악수를 받았다.

"이변호사, 어제 고객이라도 만났나 보구만. 술 마신티가 역력한데. 하하하"

"그랬나 봅니다. 김사장님. 허허허. 이변호사.

자네가 김사장님 같은분과 친분이 있었다니 놀랐네"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어벙벙한 내 머리속과는 상관없이 둘은 대화를 즐겁게 이어갔다.

"김사장님께서 이번 사채조달 주관사를 우리법인으로 정하셨다는구만.

자네가 이런 영업력이 있는줄은 몰랐어. 허허허"

"이변호사 같이 영민한 사람을 직원으로 둔 법인이라면 무슨일이라도 맡길수 있지요. 하하하"

"뿌듯하네요. 빠른 시일 내에 전담 변호사들을 배정해서

실무자들과 팀을 꾸릴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팀에는 우리 이변호사도 참여하는거죠?"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자 그럼 이변호사 잠깐 빌려서 얘기좀 나눠도 되겠습니까?"

"아아 물론이지요. 이변호사 어서 김사장님을 사무실로 모시게"

성변호사는 우두커니 서있는 나의 등을 떠밀며 재촉했다.

성변호사 사무실 문을 닫고 김사장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놀랐나"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묵묵히 걸었다.

상황파악도 안되는데 무슨말을 하리.

"제 사무실은 바로 아래층입니다. 계단을 이용하시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김사장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얘기는 사무실보다는 좀 더 은밀한 곳에서 하는게 낫지 않겠나? 허허허"

김사장은 야비한 웃음을 흘리더니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다.

이게 무슨 말일까. 아내를 두고 하는 말인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말없이 뒤를 따랐다.

내가 정확하게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서니 김사장의 비서가 대기하고 있었고

김사장의 차를 이용해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겁니까?"

"말했잖나. 은밀하게 얘기할 곳으로 간다고"

심장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몸을 팽팽하게 만든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 감은 안잡히지만 이놈에게 긴장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 않다.

태연하게 몸을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 20 여분을 이동한 차는 한 호텔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최고급 호텔중 하나인 이곳은 나도 고객과 미팅 장소로 몇번 이용했던 곳이다.

차에서 내린다음 앞장서는 김사장을 묵묵히 따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십몇층을 올라간뒤 내렸다.

내리마자 잘 차려입은 웨이터가 인사를 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조명이 은은한 그곳은 룸 형식으로 된 회원제 술집같은 곳이었다.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홀을 지나 미로같은 복도를 걸어갔다.

사장은 별말이 없었고 난 그 침묵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무슨일로 대화하자는겁니까"

사장은 말없이 씨익 웃더니 웨이터를 보내고 vip 라고 쓰여진 펫말이 붙어있는 방의 문을 연다.

문을 열자마자 전면창을 통해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고

홀의 어두운 조명과 대비대는 강렬한 빛에 잠깐 눈이 부셨다.

그리고 룸안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한 여자가 일어섰다.

"어"

"어"

단정한 까만색 정장에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그 여자.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이다.

내 아내였다.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는 아내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자자 놀라는건 좀 있다하고 일단 문닫고 좀 앉읍시다"

사장이 미소를 흘리며 나를 안으로 밀어 넣었고 동시에 문이 스르르 닫혔다.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방안을 가득 메웠고

아내와 나는 일어서지도 앉지도 않은 엉거주춤한 상태로 서로와 사장을 번갈아 보았다.

사장이 창가를 등지고 사각테이블의 한쪽에 앉더니 우리들에게도 앉으라고 재촉한다.

우리는 천천히 뭔가 의심스러운 몸짓으로 나란히 앉는다.

꼴이 좀 우습다. 어깨를 뒤로 쩍 펴고 야리야리한 미소를 흘리는 사장앞에서

잔뜩 움츠러든 채로 앉아 있는 아내와 나. 어색한 침묵을 더 이상 못견디겠다.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약간 높은 언성으로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사장이 양복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놓더니 우리 테이블 앞쪽에 툭 던져 놓는다.

그리고 야리한 웃음을 흘린다.

테이블 위로 흐트러진 여러장의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속에는 지난 클럽에서의 아내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빨갛게 물드는 아내의 얼굴. 치마위에 단정하게 놓인 두손을 꽉 움켜쥐었다.

더이상은 못참겠다. 화를 버럭 내며 외쳤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이변호사. 자네도 잘 아는거 아닌가?"

순간 사장이 목소리를 깔면서 반문했다.

아내가 놀란 눈을 하며 나를 바라본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자 어차피 서로 다 아는데 내숭떨지 말자고.

어제 그놈 만나서 술마시면서 자네도 다 들었지 않나. "

"....."

"....."

"이걸로 뭐 어쩔 생각은 없어. 다만 단정하고 매력적인 자네들 부부를 보니

그냥 마음이 조금 움직였을 뿐이야"

내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사장이 막아서면서 말한다.

"일단 내가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얘기해.

자네들은 이제부터 나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될거야.

우리회사의 투자관련 일들은 대부분 너희회사에 위임하게 될거고

법률상담과 관련한 부분들은 자네를 통해서 대부분 자네 법인에 의뢰하게 될거야.

쉽게 잡기 힘든 기회지. 대신에 자네들은 그냥 나의

간단한 욕망을 채워주기만 하면 되"

"욕망이라뇨"

"아아 그렇게 놀라지마. 그냥 내가 지시하는 일들을 참고 따르기만 하면 되.

물론 성적인 부분들이 많이 포함되겠지만 하기 힘든 것들은 아닐테니 걱정안해도 되.

그냥 은밀한 부분들은 참아가면 되고, 즐긴다면 더 좋겠지. 예를 들어주자면

두 사람이 마사지 받는 모습을 내가 보는것 같은게 될거야.

뭐 조금더 에로틱 할때도 있겠지. 하하"

아내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받아들이냐 마냐는 자네들 자유지만 받아 들이는게 좋을거야.

나는 좋은 관계에 있어서는 한없이 좋지만 아닐때는

새끼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뭐든지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

사장은 이 이후로 몇십분을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였고,

그러는 동안 사장의 의도를 선명하게 깨닫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아내를 겨냥해 계약건을 빌미로 접근하였고

나에 대한 조사도 완료하여 나를 어떻게 옭아 맬지도 생각해 두었던거 같다.

사장의 제안으로 말미암아 보건데 아마도 우리로부터

관음증이나 네토라레와 비슷한 흥분을 얻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돈많은 변태는 스케일도 보통이 아니구나.

그런데 왜 하필 우리부부일까. 개인적 원한은 아닌거 같고

단순히 아내의 매력때문일까?

사장의 말을 끊고 이것을 물어보았다.

"그건 말이야. 자네 부부같이 능력있고 단정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성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야"

말문이 막혔다.

쉽게 말하면 그냥 괜찮아 보여서 골랐다는거 아닌다.

어찌됐건 이놈은 우리를 골랐고 내 아내를 성적으로 희롱하고 싶어하는거 같다.

이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놈의 목적은 결국 나와 일치한다.

아내가 성적으로 더럽혀지는 것을 보고 싶은 나와 다를 것이 없다.

갑자기 사장의 제안이 마음에 든다.

나는 못이긴척 사장의 지시를 따라가기만 하면

아내의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을거 같다.

게다가 이 놈이 드러운 변태이긴 해도 회사는 분명 훌륭하다.

아내의 회사나 나에게나 많은 이득을 안겨준다.

나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은 제안이다.

그래도 너무 끌려 다니는건 곤란하다.

이놈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놈이니깐.

그리고 아내의 반응도 궁금하다. 일단 질러보자.

"그런데 당신의 약속들을 어떻게 다 믿습니까"

"투자 계약서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서 작성해 주도록 하지.

그리고 자네가 변호사니깐 자네쪽일은 자네가 계약서 같은 걸 써와.

웬만하면 싸인해주지"

"당신이 지시할 것들은 도대체 뭔가요"

"상황상황에 맞춰 줄거니깐 지금 바로 대답하기는 힘들군.

뭐 아까 말한 마사지나 조금 야한 옷 입고 사진 모델하기 정도가 될거야"

"단지 그런걸 보고 싶기만 하다구요?"

"그렇다네"

"신체적인 위해가 될만한건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슬슬 말이 통하는구만. 그런건 걱정도 말게. 그런건 내 취향도 아냐"

"자..잠깐만요. 이게 뭐하는 거에요"

아내가 당혹스런 목소리로 우리의 대화를 막아섰다.

나까지 이런 황당한 제안에 동의하는 분위기로 가자 아내는 참기 힘들었나 보다.

난 아내의 몸을 돌려세우고 귀에 대고

우리가 왜 이 제안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지 설득하기 시작했다.

투자제안같은건 둘째치고 당신의 사진들을 가지고 우리를 어떻게 옭아 맬지 모른다고.

적당히 협조해서 해결을 보는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우리가 그런 당신의 지시를 언제까지 따라야 되는거죠. 영원히 그럴수는 없잖아요"

"올 연말까지만이야. 올 연말까지만 잘 따르면 그 뒤로는 아무런 일도 없을꺼야.

아 물론 자네들에 대한 투자는 자네들만 원한다면 계속 할거야.

사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자네들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일을 맡기고 싶거든"

"사진은 어떻게 되는거죠"

"12월 31일에 원본 데이터와 사본을 모조리 넘겨주지"

우리는 침묵했다.

이런 침묵은 아내도 동의 할 수 밖에 없다는걸 깨닫았다는 거겠지. 이렇게

악마와의 계약이 성사된건가.

사장에 대한 적의는 작아지고 묘한 흥분이 감돈다.

사장이 인터폰에 대고 뭔가를 주문하기 시작한다.

잠시후 고급 해산물들과 와인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한다.

입맛은 별로 없다.

아내도 마찬가지일거다.

침묵속에서 이따금 회 한점씩만을 집어먹고 와인을 조용히 삼킨다.

침묵을 깨고 사장이 입을 연다.

"자네들이 우리의 약속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조금 확인해보고 싶어서

미리 준비한게 있지. 무슨 일이 있든 그냥 편하게 음식을 즐기면 되네"

알수없는 미소를 흘리며 사장이 말했다.

그런뒤 무미 건조한 톤으로 아내에게 브라를 벗고 오라는 지시를 한다.

아내는 주저하고 나는 그냥 침묵을 지켰다.

아내에게 브라를 벗고 오라는 남자를 보고 가만히 있는 남편이라니. 상황이 흥분된다.

사장이 부끄러우면 화장실가서 벗고 오라고 말한다.

몇초를 가만히 앉아 있던 아내는 가방을 손에 들고 조용히 화장실로 향한다.

아내가 나간뒤 사장이 나를 보며 웃는다.

"난 자네랑 비슷한 사람이야. 상황속에서 흥분하지.

너무 걱정은 말게. 자네도 즐거워질테니깐"

"..."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무슨말을 하는지 알것 같다.

상황속에서 흥분하는 사람이라. 좀전에 내가 했던 생각 아닌가.

곧이어 아내가 들어왔다.

이제 자켓과 블라우스는 아내의 가슴에 바로 맞닿아 있겠지.

그리고 아내의 하얀색 브라는 가방속에 고이접어 놓여져 있을 것이다.

아내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가슴가 어깨가 뭔가 허전하고 심정은 부끄러운 느낌일 것이다.

사장은 아내에게 자켓도 벗으라고 말한다.

아내는 아무말 없이 자켓을 벗여 옆 의자에 걸쳐 놓는다.

봉긋한 가슴과 뽈록한 젖꼭지의 실루엣이 블라우스 위로 살뿐이 비친다.

하얀색 블라우스라서인지 젖꼭지 주변의 선홍빛도 은은하게 보이는것 같다.

사장은 아내의 그런 실루엣을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장이 또다시 인터폰으로 누군가를 들어오라고 한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누가 들어오든 신경쓰지말고 음식이나 즐기고 있으면 되네.

내 첫번째 지시이기도 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거부의 뜻으로 받아 들여지는 행동을 하면

우리의 이야기는 없던것이네.

들어올때 고개를 돌리지도 말고 말도 걸지말고

어떤행동을 하든 신경도 쓰지말게"

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누가 들어오는걸까.

아내의 어깨는 나보다 훨씬 경직된거 같다.

곧이어 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한명인거 같다.

발자국 소리는 아내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그 발자국 소리는 아내의 바로 등 뒤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인기척이 확 느껴졌다.

"헛"

아내가 놀란 헛기침을 내뱉는다.

힐끔 보니 건장하게 생긴 남자가 아내의 귓볼을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고 있다.

3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이 남자는 피부는 구릿빛에 상당한 미남이었다.

걷어올린 소매 아래의 팔뚝에 힘줄이 선명한걸 보니 운동꾀나 하는 놈 같다.

우락부락한 몸매와는 대조적으로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다.

남자는 아무말 없이 아내를 손끝으로 미세하게 건들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아마도 미리 이렇게 지시를 받은놈인거 같다.

서서히 흥분 시킬 계획인건가.

사장이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남자는

귓말을 만지던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점점 아래로 내린다.

피부에 닿을듯 말듯한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내려오던 손길은

아내의 쇄골 부위에서 멈춰서더니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아내의 하얀 살과 남자의 구릿빛 손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남자는 검지손가락끝을 일정한 강도로 양 어깨가지 이동시키더니

등 뒤로 넘어가 또 다시 천천히 닿을듯 말듯한 정도에서 작은 원을 거리며 등 아래로 내려간다.

아내의 심장소리가 들리는거 같다.

이따금씩 눈만 깜박일뿐 아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도 몸은 경직된체로 시선만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사장은 여전히 야비한 미소를 흘리며 아내를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등아래로 내려가던 남자의 손가락은 의자 등받침까지 내려가자 돌리기를 멈췄다.

그리고 아내의 등에서 떨어지더니 치마 위로 가지런히 모아두고 있던 아내의 손으로 이동했다.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은 그 손은 테이블 위로 향했고

무력하게 아내의 손도 따라 올라왔다.

테이블 가운데까지 끌고 가던 손은 가운데서 멈추더니

아내의 손등을 꾸욱 누른다.

그쯤에서 손을 붙이고 움직이지 말라는 의미인거 같다.

모든건 아내의 등 뒤에서 선채로 이뤄지고 있다.

사장이 와인을 한모금 마신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아내의 젖무덤근처로 손가락을 옮기기 시작했다.

겨드랑이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넣더니 살짝 삐져나온

아내의 젖무덤 끝 부분은 양 검지로 지긋이 누른다.

그리고 다시 작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앞쪽으로 나아간다.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남자의 손가락 놀림에 따라 가슴이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했고

블라우스 아래로 젖꼭지가 이리저리 이동하는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블라우스에 젖꼭지가 스크레치되면서 미묘하게 자극을 주고 있을것이다.

사장의 눈에는 만족한 얼굴이 가득하고 아내의 얼굴은 점점 발그래해진다.

낯선남자에 의해서 무력하게 가슴을 희롱당하고 있는

아내는 두 손이 본드라도 붙은듯 테이블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는다.

미묘하게 떨고 있을 뿐이다.

가운데로 이동하던 손가락은 젖꼭지 근처에서 멈춰 섰고 젖꼭지 위치를 확인하더니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고요한 룸안에서 나의 마른 침넘어가는 소리가 꿀꺽 들렸다.

그 남자의 손가락은 강하지도 않게, 약하지도 않게,

무엇보다 젖꼭지에 절대 닿지 않게 블라우스 위에서 돌고 있고.

아내의 얼굴은 수치심과 부끄러운에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남편과 거래처 사장앞에서 무기력하게 가슴을 희롱당하고 있는

아내가 느낀 굴욕감과 수치심을 말로 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손가락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자신의 몸이 더욱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방안은 소리나지 않는 흥분으로 가득찼다.

나의 자지도 바지속에서 껄덕거리고 있다.

사장도 마찬가지이라. 손가락은 유륜을 그리며 아주 조금씩 젖꼭지로 다가간다.

아내의 까만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조금씩 벌어지는것 같다.

착각인가.

아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려는 찰나

사장이 손을 들며 남자를 제지 시켰다.

"이제 그만. 후후. 자네들이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리란건 확인 할 수 있었네"

남자에게 손짓을 하니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다.

시선을 힐끔 돌려 아내를 보니 터져나오는 숨을 애써 참고 있는거 같았다.

블라우스 밑에 비친 젖꼭지는 처음에 비해 1.5배쩍도는 더 뽈록해보인다.

사장이 일어나더니 아내에게로 다가간다.

그러곤 젖꼭지 부근을 살며시 누르더니 진정해 라는 말을 가벼운 웃음과 함께 남기고 나가버린다.

방안이 고요하다.

상기된 얼굴로 힘없이 앉아 있는 아내에게 자켓을 걸쳐주고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내를 일으켜세우고 문을 열었다.

같이 손을 잡고 나왔다.

문득 사장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형법 조항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간다.

하지만 이런건 고려되지 않을것이다.

방안에서의 흥분이 그것들을 밀어내고 있기에.

흥분이 밀어내는 동안은 그것들은 고려되지 않을것이다.

그때까지는. 그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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